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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붉은 꽃이 피는 마을
작가 : Ki다린
작품등록일 : 2017.11.30

부모님의 행방을 모른 채 외할머니와 셋이 살고 있던 쌍둥이 희원과 수원.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그 장례식장에 수원과 희원의 외당숙이라는 남자가 찾아와 쌍둥이를 부양하겠다고 한다. 그렇게 향하게 된 시골 마을에서 희원은 자꾸만 이상한 일을 겪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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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2-08 16:20     조회 : 330     추천 : 0     분량 : 5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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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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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시간. 복도에 늘어선 배식대에 줄을 서 점심 배식을 받았다. 식판을 들고 줄줄이 교실로 들어가는 아이들. 교실에서 밥을 먹는다니 낯설다. 식판을 든 나는 조금 설레는 맘으로 교실에 들어갔다. 교실 안엔 이미 우리를 반겨주던 아이들이 책상을 붙여서 자리를 만들어놓았고, 그 중간에 있는 내 책상에 가서 앉았다. 그러자 곧 수원도 식판을 들고 자리로 왔다.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를 반기지 않던 패거리도 책상을 붙이고 식사를 시작한 참이었다. 그중에 한 명과 눈이 마주쳤는데, 나를 노려보아서 나는 홱 고개를 돌렸다. 내 모습을 보고 있었던지 자신을 반장이라고 소개했던, 안경을 쓴 남자아이가 상냥하게 말했다.

 

  “신경쓰지마. 이런 시골이라도 질 나쁜 애들이 있는 거거든.”

 

  저쪽 아이들에게 들려도 상관없다는 듯이 반장은 대놓고 큰 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내 주위에 앉아있던 아이들도 반장에게 맞장구를 치며 그 아이들을 노려보았다.

 

  “뭐라고 했냐?”

 

  우리를 반겨주지 않던 아이 중, 덩치가 큰 남자아이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점차 험악해지는 분위기에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괜찮다고 반장과 아이들을 만류했지만 이미 싸움의 전개는 시작되어 있었다. 반장무리 역시 벌떡 일어났고 각자의 패거리가 교실 뒤에서 서로 마주했다.

 

  “우리 때문인가 봐. 어떡해.”

  “뭘 어떡해. 자기들끼리 그러는 건데. 그냥 밥이나 먹어.”

 

  안절부절못해 수원에게 속삭였지만, 수원은 참고서에서 눈을 떼지 않고 밥 먹는 것에만 열중했다. 나는 발만 동동 구르다가, 퍼뜩 떠오른 존재가 있어 눈을 돌렸다. 교실 맨 뒷자리에서 홀로 밥을 먹고 있던 혜원이었다.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자신은 상관없다는 듯 혜원은 다시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리곤 책상 위에 놓여있던 이어폰을 자신의 귀에 꽂았다. 살풍경한 교실의 안에서 그녀 홀로 다른 공간 안에 있는 것 같았다.

 

  “너희들 전학생 비위 잘 맞춰준다? 그렇게 쌍둥이가 중요하냐?”

  “꼭 쌍둥이라서 그러는 게 아니고, 그냥 전학생이라도 잘 대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하이고, 쌍둥이가 아니었어도 너희가 그렇게 했을 거라고? 노친네들이나 믿는 미신 같은 걸 너희도 믿는 건 아니지?”

 

  쌍둥이? 미신? 갑자기 튀어나온 단어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험악했던 것이 단순한 텃세가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인가. 그리고 우리에게 잘해주는 반장과 아이들은 또 어떠한 꿍꿍이가 있어서 그런 것이고?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들을 관찰했다. 애들이 나누는 대화에서 어떤 것을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마을의 비밀을.

 

  우리에게 잘 대해주던 아이 중 가운데에 선 반장은 맞은편에 선 아이들의 뒤쪽에서 팔짱을 끼고 있는 보람을 가리켰다.

 

  “너희가 믿고 안 믿고는 상관없는데, 그럼 쟤는 왜 거기 끼는 건데? 정보람이야말로 너희가 말하는 미신 어쩌고의 가장 큰 수혜자인데?”

 

  반장의 말에 맞은편의 아이들이 주춤거리며 보람을 바라보았다. 보람은 자신에게 시선이 쏠리자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나도 안 믿거든? 아빠나 할머니가 자기들끼리 믿고 말고는 나랑 상관없잖아. 난 쟤네 데리고 오는 것도 반대했다고.”

  “네가 먹고 입는 거, 그리고 집은 어디서 나왔는데 그게 다…!”

 

  반장의 어조가 격해지자 그 옆에 서 있던 여자아이가 반장의 어깨를 잡더니 우리를 가리켰다. 반장은 뒤를 돌아 나와 수원을 바라보더니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곤 맞은편, 한가운데에 서 있던 아이에게 귓속말을 했다. 남자아이는 우리를 힐끗 쳐다보더니 못마땅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곧 아이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다시 수저를 들었다. 우리 자리 쪽으로 돌아온 반장은 미안하다는 듯이 웃었다.

 

  “미안. 첫날부터 안 좋은 모습만 보여줬네.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아, 그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왁자지껄하게 수다를 떨며 밥을 먹는 아이들 가운데에서 밥을 먹으며 나는 머리를 굴렸다. 저 싸움에서 얻어낸 키워드는 미신, 쌍둥이, 그리고 외당숙네가 받고 있는 어떠한 혜택. 반장은 보람을 향해 먹을 것도, 입을 것도, 거기에다 집도 다른 사람의 덕택에 누리고 있는 것이라는 어조를 했다.

 

  다시 생각해보자. 미신, 쌍둥이, 혜택.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을 안에는 쌍둥이를 귀히 여기는 전승이 있다. 그리고 반장의 어조로 보건대, 외당숙의 집은 우리가 오기 전부터 어떤 혜택을 누리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쌍둥이, 혜택. 쌍둥이… 이모할머니다. 이모할머니는 지금 홀로 계시긴 하지만 우리 할머니와 쌍둥이이다. 이모할머니가 쌍둥이라는 이유로 혜택을 받고 있던 외당숙. 하지만 할머니 장례식장에서 외당숙은 이모할머니의 건강이 많이 악화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를 찾은 것이다. 외당숙은 쌍둥인 우리로 그 혜택을 보전하고 싶어 했다.

 

  머릿속에서 완전하게 들어맞는 퍼즐 조각. 미신이나 철문과 같이 아직 군데군데 빈 조각이 있긴 했지만, 쌍둥이와 혜택이라는 퍼즐이 완벽하게 들어맞았다는 쾌감에 나는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아이들과 수원이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역시 외당숙은 순수한 의도가 아닌 어떤 꿍꿍이를 가지고 우리를 이곳으로 데려온 것이다. 하지만 그 혜택을 받는 조건, 이유가 무엇인지 알기 전까지는 외당숙을 완벽한 악인으로 판단 내릴 수는 없다. 단순히 마을 내에서 쌍둥이를 숭배하고 어여삐 여긴다는 이유만으로 혜택을 받는 것이라면, 혜택을 받고 싶은 외당숙과 갈 곳 없는 우리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선 미신과 철문의 정체를 알아내야 한다. 철문은 열쇠를 찾아야 하고 미신은 누군가에게 물어보지 않으면 도저히 알아낼 수 없을 것 같다. 열쇠라는 실체가 필요한 철문 쪽보다는 누군가에게 물어보기만 하면 되는 미신 쪽이 알아내기가 쉬울 것 같다.

 

  그럼 미신에 대한 것은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까. 우리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반장 패밀리? 아니다, 보람이가 포함되어 있던 패거리의 아이들이 반장에게 그런 미신을 아직도 믿느냐고 빈정대지 않았던가. 반장 패거리가 그 미신을 믿고 있다면 쌍둥이이자 당사자인 우리에게 그 미신을 쉬이 알려줄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믿지 않는 패거리에게 묻는 것이 나아 보인다. 하지만 그 적개 적인 태도로 보건대, 그것도 어려울 것 같다.

 

  나는 창가 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물어볼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다. 그녀는 열린 창틈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

 

  “물어볼 것이라는 게 뭐야?”

 

  점심식사를 빨리 마치고 나서, 나는 혜원이 밥을 다 먹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녀가 다 먹은 식판을 정리하러 나갈 때, 화장실을 간다고 둘러대곤 그녀의 뒤를 쫓았다. 물어볼 것이 있다는 나의 말에 혜원이 나를 데리고 온 곳은 학교 건물의 뒤편이었다. 여기는 아무도 안 올 것이라고 말하며 그녀가 선택한 곳이다.

 

  “그 있잖아…”

  “빨리해주지 않을래? 나 들어가서 공부해야 하는데.”

 

  얘도 강수원과였나. 시간이 조금이라도 남으면 공부하지 못해서 안달 나는 타입.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머뭇거리던 나는, 얘기가 늦어지면 혜원이 그냥 교실로 돌아가 버릴 것 같다는 조바심에 허겁지겁 입을 열었다.

 

  “미신 말인데!”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웬 미신?”

  “아니, 아까 애들이 싸울 때 말이야… 미신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했잖아.”

 

  내 말에 혜원은 고개를 돌렸다.

 

  “너도 들었을 거 아니야.”

  “걔네들이 싸우는 건 내 알바가 아니라서.”

 

  그래서 못 들었다는 거야, 어쨌다는 거야. 답답한 마음에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내가 한숨을 쉬는 것을 보고 혜원이 무미건조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미신, 그 이야기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

 

  혜원은 입을 우물거렸다. 말을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더니 입술을 잘끈 깨문 혜원은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곤 나를 향해 물었다.

 

  “너희 외당숙이랬나… 찬영이 아저씨한테는 얼마나 들었는데.”

  “그냥… 이 마을에는 쌍둥이를 귀하게 여겨서 잘 대해주는 전승이 있다고. 그 정도…?”

  “너희 집에 있는 그 건물은 들어가 봤어?”

  “아, 이모할머니가 지내던 곳…?”

 

  그 장소를 떠올리자 그때 느꼈던 한기, 쿵쾅거리던 발소리, 그것들이 저절로 머릿속에서 리플레이 되었다. 몸 뒤쪽을 타고 한기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기분에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들어가 보긴 했는데 기분 나빴어.”

 

  내 말에 혜원은 흐응, 하고 콧소리를 내었다. 그리곤 나에게 물었다.

 

  “너는 이 마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데?”

  “이 마을에 대해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망설여졌다. 마을 사람인 혜원의 앞에서 기분 나쁜 마을이라느니, 이상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느니, 거기에… 귀신까지 봤다는 그런 말을 해도 괜찮을까. 내 표정에 담긴 망설임을 보았는지 혜원은 “솔직히 말해도 괜찮아.”라고 말했다.

 

  “마을에 온 지는 얼마 안 됐지만… 솔직히 말하면 조금 기분 나쁜 마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비밀도 많은 것 같고.”

  “무슨 비밀?”

  “그거야, 이모할머니가 살고 있는 곳이라든지 쌍둥이에 관한 전승이라든지, 그 철…”

 

  아차 싶어서 입을 다물었다. 철문 이야기는 아직 꺼내면 안 되는 건데. 나는 슬그머니 혜원의 눈치를 살폈다. 혜원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철?”

  “아, 아니. 그냥 말이 잘못 나왔어.”

 

  다른 단어를 말해서 무마를 하고 싶었지만, 철로 시작하는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럴 때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이 아주 조금은 후회된다. 혜원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바라봤지만, 나는 그냥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이야기해 줄 수는 있는데.”

  “정말?”

 

  미신에 대해 알려줄 수 있다는 혜원의 말에 반색하고 한 걸음 다가서자, 혜원은 나에게서 한 걸음 물러났다.

 

  “사정상 자세히는 못 말해주고 간략하게만 말해줄 건데 괜찮아?”

  “응, 그 정도만으로도 고맙지.”

 

  혜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목소리를 줄이고 말했다.

 

  “예전에, 우리 마을에 쌍둥이를 데리고 있던 여자가 찾아왔어. 그들은 쫓기고 있어서, 산속 깊이 있는 비함 마을에 자신들을 숨겨주라고 부탁한 거야. 마을 사람들은 그들을 받아들였고, 그들이 마을에 살기 시작하고 마을은 크게 번영했어.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쌍둥이가 마을에 복을 들여왔다고 생각하고 있대. 이게 우리 마을의 전승.”

  “그것뿐이야?”

  “…간략하게만 말해줄 거라고 했잖아.”

  “흐음…”

 

  저 전승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가정해 봐도, 단지 쌍둥이랑 그 엄마가 마을에 찾아오고 나서 마을이 번영했다는 이유만으로 쌍둥이를 숭배하다시피 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마을의 번영은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 않은가. 납득이 가지 않아 볼을 부풀리고 혜원을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입을 꾹 다물고 있어, 더 이상 어떤 것도 말해줄 것 같지 않았다.

 

  “점심시간 끝나겠다.”

  “아, 어서 돌아가야지…”

  “잠깐만.”

 

  몸을 돌린 혜원의 뒤를 쫓으려다가 멈칫했다.

 

  “따로따로 들어가자.”

  “…왜?”

 

  저번과 같다. 산속에서 미아가 된 나를 마을 근처까지 데려다주고는 따로따로 가자고 말하더니 이번에도다.

 

  “다른 아이들이 내가 너랑 친하게 지낸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왜?”

  “그건 말할 수 없지만. 어쨌든 간에 내가 먼저, 아니다. 네가 먼저 들어가. 나는 늦게 들어갈게.”

  “아, 알았어.”

 

  어쩔 수 없이 나는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슬쩍 뒤를 돌아보았더니 혜원이 무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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