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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사명
작가 : 성소은
작품등록일 : 2017.11.24

남들의 죽음을 볼 수 있는 한 여자의 지독한 운명과
그로 인한 삶의 비극을 다룬 판타지 소설.

 
13
작성일 : 17-12-08 13:07     조회 : 211     추천 : 0     분량 : 5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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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보다 시간이 조금 늦어진 탓에 태주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병원에서 나온 태주가 미리 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환아 삼촌인데 조금 늦을 거 같아서.”

 “알았어.”

 

 환의 목소리는 무겁고 진지했다. 그건 아직 자신의 마음이 풀리지 않았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사실은 환도 태주에겐 아무 잘못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저 현서를 향한 자신의 분노와 원망스러움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다. 현서와 일종의 협상을 한 태주로부터 환의 모든 말과 행동은 그대로 현서에게 전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태주가 차에 올랐다. 퇴근 시간의 도로는 태주의 마음을 더 애타게 만들었다. 끝내 약속 시간보다 30분이나 늦어버린 태주가 정신없이 차에서 내려 레스토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태주가 미리 예약해두었던 자리에는 환이 혼자 앉아있었다. 태주가 숨을 헐떡이며 그 앞으로 다가갔다.

 

 “미안해, 많이 늦었지.”

 

 외투를 벗으며 태주가 말했다. 환은 고개를 저었다.

 두 사람은 말없이 식사만 했다. 현서가 내일 방문 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해야 하는 태주도, 그 날 그렇게까지 화낼 건 없었는데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은 환도 그 누구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태주와 환의 관계가 이렇게 서먹해 진 것도 처음이었다. 태주가 금전적으로 환을 도와주고 있기는 했어도 그 외의 환의 인생사에는 개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관계였을지도 모른다. 환도 이것저것 묻고 추궁하지 않는 태주가 편했다. 환은 왠지 태주와 이렇게 된 것도 현서 때문인 것만 같았다. 그 오랜 정적을 깬 건 환에게 걸려온 전화 벨소리였다. 환이 태주 눈치를 슬쩍 보고는 전화를 받았다.

 

 “지금 왔다고?”

 

 환이 곤란하다는 듯 깊은 한숨을 쉬며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환이 편하게 통화 할 수 있도록 쳐다보지도 않던 태주가 누군가 왔다는 말에 바로 고개를 쳐들었다. 잠시 고민하던 환이 말을 이었다.

 

 “일단은 비밀 번호 바꿔놔서 그냥 들어오진 못할 테니까 없는 척 하고 있어. 내가 나중에 전화 드릴께.”

 

 환이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찬물을 빠르게 들이켰다. 태주가 겁먹은 표정을 하고서 그런 환을 가만히 쳐다봤다. 또 다시 환의 전화벨이 울렸지만 환은 무음모드로 바꿔놓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태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누구 전화 길래 그래?”

 

 태주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집에 왔다고 하는 사람이 아직 주소도 모르는 현서일 확률은 거의 희박했다. 하지만 태주 앞에 그런 퍼센트는 중요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그 단어가 태주를 불안하게 했다. 반면 태주의 그런 마음을 알 리가 없는 환은 환대로 움찔했다. 환도 태주에게 영이라는 이름의 가출소녀와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이었다. 환이 헛기침을 했다.

 

 “아니. 집 주인이 집에 왔나봐.”

 

 태주가 저도 모르게 안도한 듯 깊은 숨을 내쉬었다. 한결 낯빛이 나아진 태주가 다시 물었다.

 

 “근데 집에 누가 있어?”

 “어?”

 

 태주와 반대로 이번에는 환의 안색이 순식간에 나빠졌다. 환은 차마 태주의 눈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환은 한 번도 태주에게 거짓말을 쳐 본 적이 없었다. 입을 옷이 없다거나, 신발이 헤졌다는 터무니없는 이유로 돈이 필요할 때도 그냥 다 솔직하게 말해왔었다. 태주는 사람들의 심리를 다루는 의사였고 그런 사람에게 능숙하게 거짓말을 칠 자신이 없었다. 환이 태주의 시선을 이리저리 피하며 대답했다.

 

 “어…. 친구…. 그 고등학교 때 친구가 와있어서.”

 

 태주는 본능적으로 환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실 아무 상관없었다. 스물 셋 건장한 성인 남자가 집에 누군가가 있다는 걸 숨긴다는 건 오히려 축하해줘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현서가 내일 환의 집에 갈지도 모른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 또 한 번 태주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태주의 표정이 안 좋아지자 거짓말을 들킨 거라 생각한 환이 감정을 숨기기 위해 아예 고개를 숙여버렸다. 두 사람 다 접시에 먹다 만 음식이 많이 남아있었지만 더 이상 먹을 생각은 없어보였다. 태주가 냅킨으로 입 주변을 닦았다.

 

 “저기 환아.”

 

 테이블 밑 자신의 발만 보고 있던 환이 고개를 들었다. 과연 지금 현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맞는 것일까. 먼저 환을 불렀지만 태주는 말하지 못했다. 혼자서 고민하던 태주가 애써 얼굴에 미소를 지어보였다.

 

 “생일 축하해. 내일이긴 하지만 한 번도 생일 즈음에는 만난 적이 없는 거 같아서.”

 

 환이 눈을 깜빡거렸다. 생일은 환에게 현서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 중 하나였다. 당시 현서는 미쳐있었고 환은 그런 현서가 무서워 방에 숨어있어야만 했다. 집을 나와서는 모든 관계를 끊고 살았기 때문에 현서를 포함한 다른 친구들에게 조차도 축하한다는 말은 들을 수가 없었다. 그럴 때마다 환은 외로워했고 차라리 이럴 바에는 아예 생일이 없는 사람인 것처럼 살자고 생각했다. 오늘은 생일이 아니기에 더 외로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리고 말이야….”

 “나도 생일이 있었지….”

 

 축하한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들어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학교 다닐 때나 들었던 말들을 제외하면 대략 10년 만이었다. 태주가 입을 다물었다. 역시 현서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 쪽이 낫겠다고 답을 내렸다. 태주는 환이 너무 불쌍했다. 현서를 돕겠다는 자신의 마음이 환에게 얼마나 잔인한 짓인지 조금은 알 것만 같았다. 과거의 기억에 잠겨있던 환이 태주를 쳐다봤다. 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우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환이 눈물이 담긴 눈을 하고서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삼촌.”

 

 태주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더 이상은 현서를 도울 수 없겠다고 혼자서만 생각 할 뿐 이었다. 두 사람의 관계를 회복해주려고 할수록 환이 가지고 있는 상처가 더 덧날 것 같았다. 태주가 손을 뻗어 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설거지를 하고 있는 현서의 뒷모습이 잔뜩 신나있었다. 환에게 가져가기 위해 준비한 반찬들 종류가 열 가지가 넘었다. 모두 어린 시절 환이 좋아했던 것들이었다. 아들을 만난다는 게 누군가에겐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현서에게는 꿈같은 일이었다. 이런 날이 다시 오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키는 얼마나 컸을지, 목소리는 또 얼마나 남자다워졌을지 벌써부터 심장이 두근거려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들떠있는 현서의 모습이 마치 좋아하는 남자와의 첫 데이터를 앞 둔 소녀 같았다. 현서가 식탁에 올려두었던 반찬통을 예쁜 종이가방에 옮겨 담았다. 곧 안방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태주일거라 생각한 현서가 다급히 안방으로 뛰어갔다. 발신자를 확인하고선 현서가 들든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저예요.”

 

 태주의 목소리가 무거웠다. 잔뜩 올라가있던 현서의 입 꼬리가 저도 모르게 조금 내려갔다. 현서가 일부러 더 밝게 이야기했다.

 

 “환이 줄 반찬 만들다가 도련님 것도 같이 만들었는데 시간 괜찮으시면….”

 “환이 집 주소는 문자로 보내드릴게요.”

 

 태주의 말에 현서의 괜한 걱정이 싹 사라졌다.

 

 “도련님 아니었으면 저 정말 어떻게 했나 싶어요.”

 

 태주는 아무 대답 하지 않았다. 착잡한 태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현서는 자꾸만 세어 나오는 웃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수화기 너머로 태주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이게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마지막이에요.”

 

 태주는 단호했다. 현서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태주가 계속해서 말했다.

 

 “싫어하는 거 같아도 막상 형수님 얼굴 보면 환이도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착각했어요.”

 “그게 무슨….”

 “돌려서 말하지 않을게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엄마를 증오하고 있어요.”

 

 전화기를 잡고 있는 현서의 손이 떨렸다. 태주의 잔인한 말보다 차마 부정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현서를 더 심란하고 아프게 했다. 바닥으로 현서의 눈물이 떨어졌다.

 

 “주소는 약속했었으니 알려드리지만…. 가는 건 형수님의 선택이에요. 부디 상처 받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더는 도와드리지 못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태주가 전화를 끊었다. 휴대폰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현서가 소리 내어 울었다. 환과 자신의 거리가 더 없이 멀어진 기분이 들었다. 전부 다 됐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어디서부터 매듭을 풀어나가야 할지 답을 찾을 수도 없었다. 태주가 보낸 문자가 도착했다. 환은 현서의 집에서 불과 30분도 되지 않는 곳에 살고 있었다. 현서의 마음이 더 아파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겨우 눈물을 멈춘 현서가 퉁퉁 부은 얼굴을 하고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서가 종이 가방에 담아뒀던 반찬통을 하나 둘 밖으로 꺼냈다. 그리곤 싱크대로 가져가 뚜껑을 열었다. 현서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마음과는 달리 도저히 버릴 수가 없었다. 이대로 반찬을 버리면 정말 다시는 환을 보지 못할 것 같았다. 현서를 원망하는 건 환 뿐만이 아니었다. 현서는 스스로도 자신을 증오하고 원망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죽음을 본다는 건 그런 거라고 자신을 위로해보려고도 해봤지만 소용없었다. 과거의 기억이 파도처럼 몰려왔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기억하지 못했지만 어느 날부터 현서는 남들의 죽음을 봤다. 그것은 현서를 고통스럽게 했고 서서히 미쳐가게 만들었다. 그러다 현서는 결코 보지 말아야 할 죽음을 봐버렸다. 그건 아들 환의 죽음이었다. 환은 죽었어야 하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현서가 완전히 미쳐버린 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 누구라도 자신의 아들이 언제, 어떻게 죽을지를 알고 있다면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아들을 살리기 위해 그저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방에다 환을 가둬놓는 것 말고는 현서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나쁜 엄마라고, 미친 여자라고 손가락질 받아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환의 죽음이 가까워 올수록 현서는 더 미쳐갔다. 환이 자신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현서의 입장에서는 환을 살리는 게 우선이었다. 결국 환은 죽지 않았다. 현서가 다시 반찬 뚜껑을 닫았다. 이대로 포기 할 수는 없었다. 환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어떤 것이든 할 수 있었던 그때처럼 다시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솔직하게 다 말하면 엄마를 조금은 이해해 주지 않을까. 스스로 죽으려는 생각을 할 때마다 현서를 멈추게 했던 건 오직 환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다시 포기한다면 현서에게 남는 거라곤 죽음 보다 못한 삶 뿐 이었다. 어떻게 지금까지 버텨왔는데 환을 놓을 수 없었다. 현서가 다시 종이 가방에 반찬을 담았다. 그리고 메모지 한 장을 찢어 환의 집 주소를 옮겨 적고는 가방 손잡이에 붙였다. 현서가 식탁 한 쪽에 세워둔 액자를 집어 들었다. 환의 어린 시절 사진이 들어있었다. 환의 얼굴 쪽에 현서의 눈물이 떨어졌다.

 

 “다 잘 될 거야.”

 

 현서가 눈물을 닦아내고는 손가락으로 사진을 쓸어내렸다. 사진 속에서 환이 환하게 웃고 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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