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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은 바다의 광시곡 (Dark Ocean’s Rhapsody)
작가 : 김솽
작품등록일 : 2016.9.1

일체의 공기도 허락치 않는 진공의 바다, 불과 수백년 전만 하더라도 일체 사람의 손길을 허락치 않던 이 칠흑의 원시 바다는 어느 샌가 사람들의 손에 더럽혀진 채 각종 마기(魔器)의 잔해들로 이루어진 데브리들이 강을 이루어 씁쓸한 냉소를 흘리고 있었다.

세상을 뒤덮듯 혼재한 프로파간다 속에 이제는 그 누구도 무엇이 옳은 것이고 무엇이 옳지 않은 것인지 단언해 이야기할 수 없는 그런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저 자신이 믿는 정의가 옳은 것이라 스스로 자위하며 지금까지 그래왔듯 걸어온 길을 계속해서 나아갈 뿐이다.

 
Prologue. 파편 (Fragment) - (2)
작성일 : 16-09-03 14:04     조회 : 445     추천 : 0     분량 : 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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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다녀오셨어요? 시우 님, 오늘도 고생 많으셨어요!”

 “…응.”

 

 시우는 피로에 막힌 숨통을 다시 터보려는 듯 길게 한숨을 내쉬며 걸어 들어와 자연스럽게 소파에 몸을 뉘였다. 소파의 푹신함에 몸이 녹아 들 듯이 그 안으로 잠겨 들어갔다. 집안에서 시우의 귀가를 반긴 소녀는 양손에 받쳐 들고 있던 쟁반을 한쪽 팔에 끼운 채 옷차림을 다시 단정히 하며 시우 쪽으로 상체를 기울이곤 환하게 미소 지은 채 다시 입을 열었다.

 

 “많이 피곤하시죠? 지금 바로 차를 내오겠습니다, 시우 님!”

 “너… 말야.”

 “네, 말씀하세요. 시우 님!”

 

  차를 내오기 위해 부엌으로 향하던 유나는 다시 발걸음을 멈추고 시우 쪽을 향해 서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시우는 배에 살짝 힘을 주며 반쯤 몸을 일으키곤 길게 늘어뜨려진 자신의 은발을 귀 뒤로 쓸어 넘기며 유나가 서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머지 반대편의 머리 결이 땀에 젖어 시우의 하얀 어깨 위로 무겁게 흘러내렸다. 유나는 그런 시우의 모습을 보고 지금은 뜨거운 차보다는 얼음을 곁들이는 쪽이 낫겠다며 생각을 바꾼 뒤 내심 흡족한 듯 생긋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유나가 무슨 생각을 하며 무슨 표정을 짓건 상관없다는 듯이 시우는 조금 상기된 말투로 말을 이어나갔다.

 

 “…네가 이 집에 들어온 지도 이제 10년이 다되어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렇지?”

 “네, 맞아요! 정확히는 9년하고 10개월 조금 더 되었을 거예요.”

 “그래, 그 9년 어쩌고 하는 시간 동안 내가 너한테 항상 해온 말이 있었을 텐데, 기억해?”

 “네…? 어떤 말이었죠?”

 

 유나는 전혀 생각이 안 난다는 듯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가며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나가 고개를 좌우로 움직일 때마다 그녀의 붉은 단발이 짧게 미동했다.

 

 “난 누군가에게 존칭으로 불려가며 존중 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이름 뒤에 님을 붙이는 건 자제해 달라고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기억나지 않아?”

 “아, 맞다! 그랬었죠?”

 

 깜박했다는 듯이 두 손을 과장되게 마주 치며 겸연쩍게 웃는 그녀를 보고 시우는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유나는 뒤이어 다시 만면에 미소를 띄우곤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것도 많이 변한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분명 처음엔 시우 님이 아니라…”

 “주인님이라고 불렀었지.”

 “맞아요! 그게 싫다고 하셔서 이름을 부르는 대신 그 뒤에 님 자를 붙이는 거였잖아요?”

 

 그녀는 100% 자신의 실수는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싶었는지 보란 듯 검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시우를 가리켰다. 시우는 제대로 설득할 가치도 없다는 듯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그 표현도 거슬려. 몇 번이나 얘기했잖아?”

 

 라며 응수할 뿐이었다. 유나는 기가 꺾인 듯 들고 있던 쟁반을 품에 안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하죠?”

 “네가 편할 대로 해. 다만 더 이상 존칭은 쓰지 말아줬으면 해.”

 “네, 알겠습니다! 음…!!”

 

 유나는 골몰히 생각에 잠긴 듯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한참이나 몸을 부들부들 떨어댔고, 시우는 그런 유나를 한심하다는 듯이 흘겨보다 이내 포기한 듯 다시 소파에 몸을 파묻었다. 하지만 그런 정적도 잠시.

 

 “아…! 그럼 오빠는 어때요? 분명 시우 님이 저보다 9살 정도 많으셨잖아요? 오빠는 존칭도 아니니까!”

 

 마치 10년이란 긴 시간 동안 단 한번도 생각 못했던 명답이 이제야 나온 듯, 유나는 과하게 큰 모션을 취하며 두 눈을 반짝였다. 마치 칭찬이라도 바라는 듯한 유나의 눈빛을 외면하며 시우는 그저 가만히 두 눈을 감아갔다.

 

 “…네 뜻대로 해. 난 아무래도 상관없으니까. 아, 그리고 ‘가온누리’의 정비 좀 부탁할게.”

 “네~! 알겠어요, 오빠! 일단 차부터 빨리 내오고 바로 고쳐둘게요!”

 “……그래.”

 

 유나는 스스로 들뜬 기분이 주체되지 않는지 경쾌한 스텝을 밟는 듯한 빠른 걸음으로 부엌을 향해 달려나갔고, 시우는 이제야 좀 더 조용한 속에 명상을 취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그리 오래 가진 못했다.

 

 “우욱?!”

 

 순간 그의 상체 근육이 일제히 팽창 수축을 반복하며 경련을 일으키듯 떨려왔다. 몸 속 가장 깊은 곳으로부터 솟아올라오는 듯한 역한 기분. 수 차례 숨이 넘어갈 듯 거칠게 헛구역질을 반복한다. 너무도 익숙하지만 한편으로 도저히 익숙해질 수 없는 이 상태. 자신의 두 손으로 격추시킨 수많은 마기들의 역류한 기운이 한꺼번에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증오, 원망, 공포, 허망함… 역류하는 마소를 감당치 못하고 괴로워하던 수많은 파일럿들의 감정이 시우의 작은 머리 속에서 어지럽게 소용돌이치며 날뛰어간다.

 한계까지 마소를 끌어올려 ‘가온누리’를 움직인 대가. 일정 반경 내의 마소를 하나로 통합하여 아우르는 대신, 그는 매 순간마다 자신마저도 그 흐름에 후폭풍처럼 휩쓸려 들어야 했다.

 흘러나오자마자 차갑게 식어버린 땀방울들이 그의 피부를 통해 흘러내리고, 마치 사막의 물을 찾는 그것과도 같은 갈망으로 테이블 위에 놓인 담배갑을 허겁지겁 찾는다. 뒤이어 딱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왼손 안에 작은 불꽃이 피어 오르고, 시우는 힘겹게 입에 문 담배 끝을 불씨에 가져가며 산소 결핍 직전의 사람 마냥 거칠게 숨을 빨아 들이고 뱉기를 반복했다. 담배 끝에 빨간 불씨가 옮겨 붙고, 연기를 깊게 한 모금 들이킨 뒤 뱉어내고서야 그는 평정을 되찾고 다시 소파의 푹신함에 녹아들 수 있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아아?! 와앗!!”

 

 마침 미소를 가득 품은 채 쟁반에 글래스에 담긴 음료를 들고 오던 유나는 코끝에 전해져 오는 익숙한 냄새에 바로 미간을 찡그리며 시우를 쏘아보기 시작했다.

 

 “또 담배예요?! 건강에 안 좋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

 

 시우는 대답 대신 담배를 또 다시 빨아들이며 허공에 공허한 한모금을 뱉어나갔다. 유나는 그런 시우의 모습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며 그에게 금연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는 적절한 표현을 찾아보려는 듯 했으나 이내 포기한 채 그저 유리 탁자 위에 가져온 음료를 올려놓으며 가능한 미소를 유지하며 말을 이었다.

 

  “오늘도 많이 무리하신 모양이예요. 까다로운 상대가 있었나요?”

  “…응, 생각보다 근성 있는 녀석이 하나.”

  “그 사람은…”

  “기체의 사지가 잘려나갔을 뿐. 죽이지는 않았어.”

 

  ‘사지가 잘려나갔다’는 표현이 귀에 전해지기 무섭게 유나의 어깨가 움찔하고 움츠러들었고, 시우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한차례 더 연기를 허공에 내뿜었다.

 

 “그 사람도, 많이 괴로웠겠죠?”

 “그렇겠지. 분명. 하지만 살아있어.”

 “그리고 이젠 시우 니… 오빠에 대한 증오로 다시 전장에 뛰어들겠죠?”

 

  또 다시 개정된 호칭이 익숙치 않은 지 진지한 표정으로 신중하게 표현을 정정하는 유나의 모습에 시우는 잠시나마 피식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글쎄, 그 녀석이 한번 각인된 마소가 역류하는 공포를 극복해낼 수 있을 거라곤 생각지 않지만. 결국 다른 사람의 일이란 건 모르는 거니까.”

 

 유나는 그가 하는 말의 의미를 눈치 채곤 쟁반을 내려놓은 뒤 말없이 그저 시우의 등 뒤로 다가와 그의 몸을 감싸 안았다. 그녀의 머릿결에 스며들어있던 샴푸 향이 아련하게 전해져 왔다.

 

  “뭐하는 거야, 그러다 담배 재가 팔에 떨어지면 어쩌려고.”

  “…그게 걱정되면 그냥 끄시면 되잖아요.”

  “그런 식으로 나오기냐?”

 

  시우는 못 당하겠다는 듯 미간을 살짝 찌푸리곤 테이블에 놓인 유리 접시 위에 담뱃불을 비벼 뭉겠다. 한 순간에 냉기에 휩싸인 불씨가 치익 소리를 내며 애처롭게 연기를 흘리며 모습을 감추었다. 꺼져가는 담배 끝에서 흘러나온 연기가 몸부림치듯 엮이며 공기 속으로 흩어져갔다.

 

 = Dark Ocean’s Rhapsod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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