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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매버릭(maverick).
작가 : 박재영
작품등록일 : 2016.3.29

<원래 바둑에는 천지 방원(方圓)의 상징, 음양의 이치, 성신(星辰) 집산의 질서가 담겨있다. 또한 비와 구름의 변화, 산하(山河) 기복의 형세는 물론 세상사의 흥망, 일신의 성쇠 등 무릇 그 속에 비유되지 않는 것이 없다.
바둑은 또한 행함에 있어 인(仁)으로, 결정하는데 지(智)로, 거두는 데 예(禮)로써 한다.
이러하니 범백(凡百)의 다른 기예를 어찌 감히 바둑과 비교할 수 있으랴.
···현현기경(玄玄碁經) 중에서.>

 
1화. 무림으로.
작성일 : 16-03-29 10:40     조회 : 720     추천 : 0     분량 : 4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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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입신(入神)을 꿈꾸며.

 

 

 도민우, 나이 18세.

 거울 속 일그러진 얼굴의 남자는 바로 도민우 자신이다.

 하지만 그 모습이 낯설기만 했다.

 푸석푸석해 보이는 피부와 괭한 눈에 항상 찡그리고 있던 게 굳어져 버린 듯한 표정이었다.

 “에휴! 민우야, 민우야! 꼬락서니가 그게 뭐니!”

 도민우는 거울을 바라보며 입을 벌렸다 닫았다 하고 코를 찡긋거리기도 하다가 갑자기 히죽 웃어 보였다.

 그가 웃자 거울 속의 도민우도 히죽 웃었다.

 도민우는 오른손을 뻗어 거울을 짚고 삐딱하게 선 채 거울 속의 자신을 향해 으르렁대 듯 입을 열었다.

 “그것 봐! 웃으니까 쬐끔 나 보이잖아. 아프지 않을 때는 그렇게 웃고 있으란 말이다!”

 매사에 의욕이 없다. 어떨 때는 생각하는 것도 귀찮고 힘들 정도로 통증에 짓눌리는 삶이었다.

 도민우는 입단 당시만 해도 바둑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프로기사이다.

 나이 열다섯에 입단했으니 대부분 13세 전에 입단하는 바둑 신동들에 비하면 늦은 입단이지만 바둑을 배운 게 불과 삼년 전이라는 걸 감안하면 가히 바둑 천재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도민우는 입단 직후부터 바둑을 두기가 힘들어진 상태였다.

 꼭 이겨야 하는 중요한 시합이면 최소한 이십 여수 이상을 읽고 대처해야 한다. 손이 가는 대로 두다가는 이길 수가 없다.

 헌데 수를 읽다보면, 그러니까 머리를 쓰면 이내 두통이 찾아온다. 뒤통수에서 시작되는 두통은 이내 머리 전체로 퍼지는데 한번 시작되면 멈춰지지 않았다.

 도민우는 그 두통을 가라앉히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는데 처음에는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할 때 땀이 날 정도로 매운 음식을 먹거나,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면 두통이 가라앉곤 했다.

 하지만 점점 심해지는 두통은 나중에는 강한 두통약이 아니면 해결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몇 개월 뒤에 찾아온 알 수 없는 지독한 통증.

 CRPS, 이른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었다.

 인간이 느끼는 고통을 10단계로 나누면 가장 최상위 고통이 작열통이라 한다. 이른바 불에 타는 고통이다.

 두 번째가 절단이나 출산 시 받는 고통, 그리고 다시 고환을 가격당할 때의 통증, 만성요통이나 암, 타박상등 순위가 정해지는데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곧 불에 타는 고통이나 급소를 가격당한 고통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보통 교통사고 등의 외상이나 신경손상, 심혈관 질환 때문에 발병하는데 도민우로서는 두통 이외에는 특별한 원인이 없었다.

 “자, 가자고! 아자! 아자자!”

 잠시 거울 속의 자신을 노려보던 도민우가 주먹으로 허공을 올려치며 활기찬 태도로 몸을 돌렸다.

 대국시간까지는 아직 두 시간 넘게 여유가 있는데도 자신도 모르게 서두르게 된다. 그만큼 긴장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원익배 십단전(圓益杯 十段戰) 결승 3번기,

 경향신문과 바둑TV가 주관하고 원익그룹이 후원하는 프로 바둑 기전으로 우승 상금 5000만원.

 그 첫 번째 대국이 바로 오늘이다.

 56강이 피라미드 토너먼트를 치루는 본선에서 8연승을 거두며 결승까지 올라왔는데 도민우로서는 입단 이후 처음으로 타이틀을 딸 수 있는 기회였다.

 ‘운이 좋았어. 강자들이 중도에 탈락한데다 본선 첫판에서 김휘철 9단을 꺾은 게 결정적이었지.’

 도민우는 택시를 타고 대국장으로 가면서 문득 지금까지의 경과를 떠올려 보았다.

 운도 실력이라는 말이 있다. 행운이 찾아와도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행운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없는 것이다.

 도민우는 새삼 주먹을 불끈 거머쥐었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

 CRPS의 지독한 통증 속에서도 대국을 치러 결국 결승까지 오른 귀중한 시합이었다.

 

 

 3국으로 결판나는 승부 중에서 첫 번째 대국이 가장 중요하다는 건 이미 통계로도 입증된 사실.

 흑을 쥔 도민우가 우하귀 화점에 돌을 놓자 상대는 포석을 무시한 채 대뜸 날일자로 걸쳐왔다. 이런 경우가 드물긴 했지만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원래대로라면 걸쳐온 쪽에 응수를 해야 한다.

 후수이면서도 먼저 공격했으니 선수가 바뀐 셈이지만 나머지 큰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수를 진행시킨 뒤에 결국 포석의 수순을 밟지 않을 수 없다.

 도민우로서는 걸쳐온 걸 무시한 채 나머지 귀를 차지하는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귀중한 귀를 선점하는 이점이 있는 대신 무시하고 손을 뺀 자리는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되던 한판의 바둑인 건 마찬가지···

 포석을 무시한 채 첫수부터 공격해 오던 상대는 도민우가 손을 빼고 또 다른 귀를 차지하자 한쪽 귀에서부터 전투를 걸기 시작했다. 긴 승부가 아니라 아차 한수만 잘못두면 불계패로 끝나는 시합이 된 것이다.

 아마도 상대는 도민우가 지난 이 년 동안 공백이 많았다는 걸 노리고 초반부터 혼전으로 이끌 계산인 것 같았다.

 과연 도민우는 채 십여 수도 되기 전에 치열한 전투에 휩쓸려 들어 상대의 의도대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한 사람은 집요하게 공격 일변도로 나가고 또 한 사람은 방어에 치중한다.

 한 수라도 실수하게 되면 판세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바둑은 결국 누가 실수를 적게 했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시합인 것.

 

 중원을 텅 비어 둔 채 변방 한구석에서 벌어진 싸움은 어느새 50여 수로 치달리고 있었다.

 도민우가 승기를 잡은 건 바둑이 50수를 넘었을 무렵이었다.

 상대방의 공격은 완벽했고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악수를 둔 적이 없었다.

 하지만 백의 56수가 너무 느슨했다. 선수로 듣게 하려는 시도였지만 도민우는 기다렸다는 듯이 공격을 받고 있던 귀의 흑세력에 두 눈을 내고 살아버렸다.

 이렇게 되자 두 개의 귀가 흑의 차지가 된 건 둘째 치고 흑을 공격했던 백대마 전체가 위태롭게 된다.

 물론 살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험난해 흑은 천천히 추격하면서 널려있는 빈 땅들을 차지하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이미 승부가 기운 것이다.

 백을 잡고 있던 양승호 5단이 바둑판에 얼굴이 닿을 듯한 자세가 되어 장고에 들어갔다.

 이제부터는 시간을 잡아먹는 긴 승부가 될 게 분명했다.

 도민우는 양승호 5단이 장고에 들어간 걸 보고 자세를 바로한 채 눈을 감았다. 짧은 순간을 이용해 운기조식을 하기 위해서였다.

 진기를 일주천((一周天) 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때문에 도민우는 15분 정도에 끝낼 수 있는 소주천(小周天)을 할 생각이었다.

 일반적으로 운공 중에 누군가가 몸을 건드리거나 말을 걸게 되면 주화입마에 빠질 수가 있다.

 하지만 대국중인 기사가 잠시 눈을 감고 있을 때 건드리거나 말을 걸 사람은 없었다.

 

 도민우는 어릴 때부터 한 가지 운기토납법(運氣吐納法)을 익혀 왔는데 오랜 세월동안 꾸준히 이어와 지금은 아침에 눈을 뜨면 거의 반사적으로 연공할 정도였다.

 도민우는 자신이 언제부터 이 토납좌공을 연공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외조부에 의해 강제적으로 해왔기 때문이었다.

 ···마음을 써야 한다.

 ···네가 이끄는 대로 기(氣)가 움직인다고 믿어야 해.

 도민우의 머릿속으로 아주 오래전 처음 운기를 할 때 외조부께서 들려준 말이 떠올랐다.

 희귀성난치병인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라는 고약한 병에 걸렸으면서도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게 있다면 운공을 하고 나면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두 시간 정도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도민우는 지난 이년 여 동안 통증이 발작할 때마다 운공을 해 왔는데 하루에 서너 번은 물론이고 삼사일씩 침식조차 잊은 채 운공에 빠져 있었던 적도 많았다.

 기실 도민우가 한 시간이나 먼저 대국장에 도착한 것은 대국을 하기 전에 소주천이라도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연구생 동기들이 응원한다고 대국장에 몰려와 북적거리는 바람에 운공을 하지 못해 이미 통증이 시작되고 있던 중이었다.

 도민우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단전의 기를 끌어냈다.

 이런 상황에서 집중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침묵의 소란이라고 할까.

 대국장은 그야말로 쥐죽은 듯 조용했지만 관전하고 있는 사람들의 수많은 생각들이 시장 통의 소음보다 더 시끄럽게 귀로 파고드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도민우는 통증이 발작하는 와중에도 운공에 든 경험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몸이 불에 타는 듯한 극렬한 통증 속에서 운공을 한다는 건 초인적인 정신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엄청난 통증을 가라앉히려면 어쩔 수 없이 운공을 해야만 했다.

 그런 과정을 이 년 이상 겪다보니 단련이 되었다고 할까.

 도민우 스스로도 집중력 하나만큼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믿을 정도였다.

 이내 단전에서 풀려난 기가 정해진 경로대로 체내를 휘돌았다.

 이제 다시 단전으로 갈무리하면 일단 소주천이 끝나는 상황,

 헌데 기이하게도 소주천을 끝낸 진기가 돌연 일주천의 경로를 밟기 시작했다.

 도민우는 내심 깜짝 놀랐지만 진기를 통제할 수 없었다.

 거대한 진기가 경혈을 넘나들며 일주천하기 시작했다.

 그 속도가 기이할 정도로 빨랐다.

 도민우는 크게 당황했지만 그로서는 어쩔 방법이 없었다. 경혈들을 휘돌고 있는 진기는 살아있는 생명체인양 스스로 움직일 뿐이었다.

 어느 한 순간, 그 진기가 두 개로 갈라져 임독 양맥으로 치달려가기 시작했다.

 마치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거칠기 이를 데 없는 흐름이었다.

 ‘안, 안 돼--!’

 퍼억!

 이내 몸 깊숙한 곳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듯한 강렬한 충격이 전해졌다.

 도민우는 그 충격에 바둑판에 얼굴을 쳐 박으며 아득히 의식을 잃어갔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박재영 16-03-29 10:47
 
아직 아무 싸이트에도 올리지 않은 따끈따끈한 신작입니다.
오, 탈자는 물론이고 어색한 문장에 대해 지적해 주시면 은혜를 잊이 않을 생각이며 나아가 스토리에 대해 도움을 주시며 더욱 감사히 여기겠습니다. ^^
그럼.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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