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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트리플 러브
작가 : 이류수
작품등록일 : 2017.11.6

한 번, 두 번, 세 번...... 수년의 세월을 뛰어넘는 완전한 사랑, 트리플 러브가 펼쳐진다.

 
제 20화. 끝나도 끝나지 않은 - 1997년, 태영
작성일 : 17-12-08 09:40     조회 : 352     추천 : 0     분량 : 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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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퍼스에 봄이 만개한 오후, 청년 광장은 온종일 들썩이고 있었다. 축제였다.

 

 “선배, 무대 세팅에 문제가 생겼어요.”

 

 축제 집행위원장을 맡은 병국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문제?”

 “어제 세팅해 놨었는데 누군가 무대를 건드린 모양이에요. 무대 한쪽이 많이 기울어졌어요.”

 “우리 과 후배들 데려올 테니까 여럿이 한번 해보자.”

 

 과방 문을 여니 경호를 포함한 대여섯 명의 남자 후배들과 지영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다들 좀 도와줄 수 있을까? 내일 전야제 행사 때 쓸 무대에 문제가 생겨서.”

 

 후배들이 흔쾌히 일어섰다.

 

 “지영이 너도 가려구? 됐다, 됐어.”

 

 남자 후배들이 우르르 빠져나간 과방에는 그녀와 나만 우두커니 남겨졌다. 무슨 말이든 해야 할 것 같았다.

 

 “형.”

 “잘 지냈어? 얼굴이 많이 안 좋아졌네.”

 “…….”

 

 그녀가 소파에 널브러진 물건들을 주섬주섬 정리했다. 내게 앉으라는 눈짓을 보냈다.

 

 “축제 때 뭐 할 거야?”

 “몸이 좀 안 좋아서 쉬려구요.”

 “어디 아파?”

 “그렇다기 보단…….”

 

 어색한 공기가 비좁은 방 안을 가득 메웠다.

 

 “지난번엔 미안했어요.”

 “뭐가?”

 “그렇게 불쑥 말하는 게 아니었는데. 형이 많이 당황했을 거 같더라구요. 후회 많이 했어요.”

 “뭐, 그럴 거까진.

 

 대꾸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에게 위로를 건네는 것이 맞는지도 의문이었다.

 

 “신경 쓰지 마세요.”

 “글쎄, 입 밖에 나온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구. 솔직히 신경이 쓰이긴 해.”

 “신경 쓰인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

 

 그녀가 커다란 눈망울을 굴리며 반문했다. 자신의 짝사랑을 고백한 이에게 강한 여지를 주는 말이었다. 내 경솔함이 이내 후회되었다.

 

 “지영아. 우리 앞으로도 좋은 선후배 사이로 지내자. 그게 편하잖아.”

 “…….”

 

 그녀가 뚱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어색한 기류는 더욱 증폭되었다. 여린 후배, 그것도 오랫동안 나를 좋아해왔다는 후배에게 상처를 준다는 건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니었다. 곤혹스럽지만 단호해야 할 것도 같았다.

 

 “미안하다. 일이 많아서 그만 가봐야겠다.”

 

 ***

 

 『3시부터 아르바이트예요. 북두칠성에서 봐요. 바람 맞혀도 용서하겠음!』

 

 우편함 속에 두고 간 그녀의 쪽지를 늦은 오후가 되서야 읽었다. 오후 5시 10분. 지금이라도 당장 그녀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끝내지 못한 일들이 산더미였다.

 

 “선배, 축제 마지막 날 프로그램이 하나 비는데 어쩌죠?”

 “생각해둔 거 있어?”

 “주점 열기 전에 학과별 게임 같은 게 있으면 좋겠는데.”

 “돼지 잡기 어때? 이번에 지리산 형님들이 기증한 거 있잖아.”

 “오케이!”

 

 지리산으로 농활을 가면서 그곳에 계신 농민들과 지속적인 유대를 이어가고 있었다. 축제를 맞아 주점에 필요한 각종 식재료와 아기 돼지 세 마리까지 기증받은 참이었다.

 

 “나 잠깐 나갔다 올게.”

 “7시까진 와야 되는 거 알죠? 전야제 때 연설해야죠. 강연자들 소개도 있구요.”

 “알고 있어. 시간 맞춰 올게.”

 

 오늘따라 여경이 유난히도 그리웠다. 전야제 연설을 앞두고 밀려드는 긴장감 탓일까.

 

 서점 창을 통해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출입문 쪽으로 다가서는데 서가 한편에 기대어 선 혁수가 눈에 띄었다. 볼수록 신경 쓰이는 녀석.

 

 “형!”

 

 여경이 활짝 웃으며 반색했다. 그 소리에 놀란 혁수가 자세를 고치며 내게 눈인사를 보냈다.

 

 “바빠서 못 올 줄 알았는데. 이따 전야제 있지 않아요?”

 “응, 잠깐 나왔어. 근데 뭐 읽고 있어?”

 “아, 혁수 선배가 추천해준 책이에요.”

 

 그가 우리 쪽을 힐끔거리는 게 느껴졌다.

 

 “교대시간 언제야?”

 “7시요.”

 

 1시간 동안 그와 그녀가 같은 공간을 지킬 거라 생각하니 심히 거슬렸다.

 

 “고시 준비하신다면서 꽤 한가하신가 봐요.”

 

 듣기에 따라서는 고까울 수 있는 말투가 나도 모르게 흘러나왔다.

 

 “하루 종일 공부만 할 순 없으니까요.”

 

 그 역시 만만치 않았다.

 

 “일찍 오신 김에 여경이랑 지금 교대해 줄 수 있나요? 나가서 저녁 먹으려는데.”

 “글쎄요. 별로 내키진 않네요.”

 

 얄궂은 녀석. 내 의중을 알면서도 외면하겠다는 거부의 표시였다.

 

 “형, 난 괜찮아요. 엄연히 약속된 시간이 있는데 그러면 안 되죠.”

 “그, 그런가?”

 “그러지 말고 도시락 같은 거 사와서 셋이 같이 먹으면 어때요?”

 

 여경의 제안으로 우리 셋은 본의 아니게 저녁식사를 함께 하게 되었다.

 

 “형, 경식 선배 연애한대요.”

 “뭐?”

 

 금시초문이었다. 가슴 아픈 이별 이후 그의 연애 세포는 좀체 움틀 줄을 몰랐었다.

 

 “지난번 찾아왔던 여자 분이랑 데이트한대요.”

 “뭐? 수진이 누나?”

 “아는 분이에요?”

 

 두 사람이 헤어진 후 수진은 곧바로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 최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두 사람이 다시 만나리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정말 다시 만난대?”

 “아까 나가면서 그러던데요. 앞으로 연애하느라 바빠서 자기 얼굴 보기 힘들 거라구.”

 

 사랑이란 모름지기 끝나도 끝난 게 아니라더니. 경식과 수진의 질긴 사랑이 어쩐지 슬프게 다가왔다.

 

 “정말 멋지지 않아요? 만날 사람들은 결국 다시 만나게 되나 봐요.”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에 여경이 연거푸 감탄사를 내뱉었다.

 

 “글쎄요. 그게 멋진가요? 지나간 사랑은 그저 지나간 사랑이죠.”

 

 말끝에 언제나 냉소를 싣는 녀석. 저 녀석의 비뚤어진 속내를 한번 들여다보고 싶었다.

 

 “다시 시작한다 해도 모든 걸 다 돌이킬 수도 없구요.”

 

 혁수의 도시락까지 사들고 오는 게 아니었다. 녀석의 입으로 들어가는 돈가스마저 얄궂게 느껴졌다.

 

 ***

 

 “태영이 형! 여기예요, 여기!”

 

 청년 광장과 이어진 산책로에는 학과 주점들이 오밀조밀 들어차 있었다. 고소한 파전과 막걸리 향, 지글지글 고기 굽는 소리들, 젊음의 취기와 아우성들…… 축제의 밤은 무르익어 갔다.

 

 “형, 저희 맛있는 것 좀 사 주세요. 우리 과 수익도 팍팍 올려야죠.”

 “그래, 맘껏 시켜라.”

 

 여경을 포함한 1학년 후배들 틈에 지영이 끼어 있었다. 제법 술이 들어간 듯 이미 발그레한 얼굴이었다. 여경에게 슬쩍 눈인사를 보내고 후배들과 연신 술잔을 부딪쳤다.

 

 “축제가 처음일 텐데 다들 어때?”

 “끝내줘요.”

 “생각보다 시시해요.”

 “맨날 축제하면 안 될까요?”

 

 멋대로 조잘대는 후배들. 그들 덕에 축제 준비로 쌓였던 피로가 가시는 듯했다. 나는 여경이 남몰래 챙겨준 파전을 오물거리며 막걸리 한 잔을 들이켰다. 어느새 그녀와 나는 한적한 구석 자리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형, 어제 전야제 때 멋있었어요.”

 “넌 맨날 뭐가 그렇게 멋있냐?”

 “난 형이 무대에 있으면 참 멋지더라구요. 이상해요, 정말.”

 “내가 좀 무대 체질이긴 하지.”

 

 간질대듯 속삭이는 우리의 대화를 누가 들을 새라 나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이런 데서 데이트하니까 기분이 새롭네요.”

 

 어스름한 가로등 아래서 그녀의 얼굴이 눈부시게 빛났다. 나의 취기가 술 때문이지, 그녀 때문인지 헷갈렸다. 그 몽롱함 속에 가슴 가득 차오르는 이 벅찬 기분. 이런 게 사랑인 걸까.

 

 “이게 누구야?”

 

 귀청이 떠나갈 듯 큰 소리를 내뱉으며 다가오는 이, 바로 지영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여경이랑 태영이 형 아냐? 에이, 둘이서만 마시기에요? 그러면 섭섭하지.”

 

 지영이 비틀대며 여경의 옆 자리에 앉았다. 그녀의 한손에는 소주잔이 들려 있었다.

 

 “언니! 너무 많이 마신 거 아니에요?”

 “많이 마시긴. 아까 파전 부치는 거 도와주고 겨우 몇 잔 얻어 마셨는걸.”

 “몸도 안 좋다면서 무리하지 말아요.”

 “나 생각해 주는 건 역시 여경이 뿐이구나.”

 

 나는 지영의 안색을 살폈다. 그녀의 눈은 촉촉이 젖어 있었다.

 

 “언니, 혹시 우는 거예요?”

 “울긴. 원래 술 마시면 눈가가 촉촉해지는 거 모르는구나?”

 

 알 수 없었다. 술이 눈물을 부른 것인지, 눈물이 술을 부른 것인지. 나는 말없이 그저 앉아있었다.

 

 “형. 어제 참 멋졌어요. 최고예요, 최고!”

 “최고는 무슨. 너 많이 취한 거 같다. 이제 그만 마셔.”

 “정말 최고였다니까요. 형은 무대에 있을 때 참 멋있단 말이죠.”

 

 그녀도 여경과 같은 말을 했다. 기분이 묘했다.

 

 “어머, 언니도 그렇게 생각해요? 나도 그런데.”

 “그치? 네 생각도 그렇지? 여자들이 괜히 가슴앓이 한 게 아니라니까.”

 

 어쩐지 불안했다. 지영의 발언은 아슬아슬하게 수위를 넘어설 것만 같았다.

 

 “이제 그만 하자. 경호 부를 테니까 얼른 집에 들어가.”

 “내가 왜요? 내가 왜 형 말을 들어야 돼요?”

 “지영아, 그만 해. 너무 취했어.”

 

 일으키려 하자 그녀는 허공으로 팔을 내둘렀다.

 

 “취해도 정신은 멀쩡하다구요.”

 “언니, 조금만 더 있다가 나랑 같이 가요.”

 “그럴까?”

 

 여경의 말에 그녀의 목소리도 이내 잦아들었다.

 

 “내가 형 좋아하는 게 잘못인가요?”

 

 그녀는 급기야 마지막 말을 남기고 탁자 위에 머리를 박았다. 악쓰듯 내던진 그녀의 마지막 한마디는 주점에 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놀란 여경을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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