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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스네이크맨
작가 : 엄길윤
작품등록일 : 2017.11.8

뱀의 능력을 가진 남자가 성범죄자를 처단한다.

 
여혐? 남혐?(3)
작성일 : 17-12-08 08:07     조회 : 255     추천 : 0     분량 : 7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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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놈은 쉽게 따라잡히지 않았다. 딱 몇 발자국만 더 가면 놈의 뒤통수를 후릴 수 있는데, 그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더 멀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나란히 주택가를 내달렸다. 뒤를 돌아봤다. 사람들과 경찰들의 모습이 점점 멀어졌다. 오히려 잘됐다. 저들은 방해만 될 뿐이다.

 

 앞서 뛰던 놈이 다리가 풀려 휘청거렸다. 황급히 나를 돌아봤다. 덕분에 손만 뻗으면 바로 잡아챌 수 있는 곳까지 접근했다. 자세를 바로잡던 놈이 땅바닥을 뒹굴었다. 놈은 죽어 마땅하다. 절대 살려둬선 안 된다.

 

 바닥에 엎어진 놈을 덮쳤다. 뒷모습을 보니 잘근잘근 씹었던 목의 상처가 아까보다 더 벌어졌다. 이번에 물면 온몸이 마비될 거였다. 놈을 어떻게 죽여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몸을 굽혀 놈의 목덜미를 향해 입을 벌렸다.

 

 그 순간, 놈이 상체를 휙 틀었다. 나에게 밀착했다. 아차! 곧바로 왼쪽 목이 따끔하더니 불타는 통증으로 변했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 놈이 내 목을 물고는 좌우로 흔들었다. 피가 튀었다. 놈도 노린 거였다. 그것도 나와 똑같은 방식으로!

 

 눈앞이 흐려지면서 팔다리가 뻣뻣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븅신이었다. 안 그래도 모든 면에서 놈에게 밀리는데, 마비까지 되면 이건 도저히 살아날 방법이 없다. 다급한 마음에 놈의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좀 떨어지라고!

 

 더러운 입김이 멀어지자마자 바로 복부로 놈의 주먹이 날아왔다. 컥! 놈의 머리채를 놓쳤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놈의 힘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얼얼한 배를 움켜쥔 채 주위를 둘러봤다. 조용한 주택가에는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어쩌면 이 모든 게 다 놈의 노림수일지도 몰랐다. 도망간 것부터가 큰 그림이었던 거다. 이 새끼는 뱀처럼 교활한 놈이었다.

 

 놈을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 그렇다고 순순히 당하지는 않을 거다. 놈이 내 얼굴을 움켜쥐고는 뒤로 밀쳤다. 독이 퍼지는 바람에 손을 막지 못했다. 붕 날아가 주차된 차에 등이 부딪쳤다.

 

 “크헉!”

 

 충격을 받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놈이 달려오는 게 보였다. 이렇게 된 이상 한 방을 노려야 한다. 다른 방법은 없다. 나에게 접근하는 지금이 기회였다. 놈의 목을 물어뜯을 기회 말이다.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놈을 기다렸다. 얼마나 처맞던 상관없었다. 무슨 공격을 하든지 간에 끝에 가서 내 이빨을 놈의 목에 꽂기만 하면 된다. 놈과 내가 뒤엉킬 경우 내가 물어뜯길 확률이 높았다. 몸이 살짝 마비돼 반사 신경이 느려졌다. 손가락도 잘 움직이지 않았다. 애초에 힘에서도 상대가 안 됐다.

 

 그렇기 때문에 놈이 내 목을 물 경우 나 또한 놈을 물게 될 거다. 성공 가능성은 높았다. 놈이 나에게 접근하는 건 내가 놈에게 접근하는 거니까. 최소한 나 혼자 죽지는 않는다.

 

 놈이 달려와 내 멱살을 잡고는 옆으로 내던졌다. 상가 건물 뒤쪽 벽으로 날아가 에어컨 환풍기에 부딪혔다. 벽에서 튕겨 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환풍기에 얼굴이 긁혀 피가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얼른 고개를 들었다. 놈에게 접근할 시간조차 없었다.

 

 놈이 다시 나를 향해 달려왔다. 이번엔 뭐지? 놈이 내 앞으로 뛰어들었다. 주먹을 쥐어 놈의 얼굴에 휘둘렀다. 몸을 굽혀 주먹을 피한 놈이 내 한쪽 다리를 잡아챘다. 휘청거리는 사이 다리를 끌어당겼다.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놈은 버둥거리는 내 다리를 잡고는 몸을 한 바퀴 빙 돌려 건너편 독서실 외관으로 내던졌다. 또 던지기였다.

 

 “우욱!”

 

 공중으로 날아가 건물 복도 창문에 부딪혔다. 깨진 유리 조각이 사방으로 튀고, 창문틀이 찌그러졌다. 아픔을 느낄 새도 없이 밑으로 굴러떨어졌다. 온몸에 유리 조각이 박혀 피투성이가 됐다. 특히 부딪친 어깨와 옆구리가 시큰거렸다. 이건 마치 7층에서 밑으로 떨어진 충격과 비슷했다.

 

 얼른 몸을 일으켜 세웠다. 눈앞이 빙글빙글 돌았다. 하마터면 다시 쓰러질 뻔했다. 답답했다. 이런 식이라면 놈에게 물린 상황과 별다를 바 없었다. 놈에게 접근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벌써 여러 차례 큰 타격을 입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놈이 내 상태를 살피며 저만치서 뛰어왔다. 이건 분명 의도된 거다. 놈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어쩌면, 물지 않는 게 더 효과적일지도 몰랐다. 잡아 던지면 놈이 날 물지 못하는 게 아니라, 내가 놈을 못 문다. 하나 남은 가능성이 싹 사라지는 거였다. 그게 놈이 던지기만 하는 이유였다. 이러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냥 당해야만 한다.

 

 놈은 교활하다 못해 냉정하기까지 했다. 정확히 어떻게 해야 자신에게 이득이 될지 계산하고, 그대로 행한 거다. 힘에다 지능까지 찍은 만능캐였다. 거기에다가 어그로를 끌어 여자들을 죽였으니 삼위일체라고 해야 하나?

 

 틈을 만들어야 한다. 가능성은 남았다. 달려오는 놈에게 소리쳤다.

 

 “할 줄 아는 게 그것뿐이냐? 나를 죽이고 싶지 않은가 보네. 이제 슬슬 사람들이 몰려올 텐데. 그땐 어쩔 건데?”

 

 놈이 웃으며 대답했다.

 

 “급한 건 너지. 나야 어차피 죽일 년들이 많으니까. 너 안 죽여도 상관없거든? 사람들 오면 걍 집에 가지 뭐.”

 

 말문이 막혔다. 그 말이 맞았다. 놈은 자신이 유리한 상황이라는 걸 놓치지 않았다. 내가 잠시 얼이 빠진 사이 눈앞으로 달려와 가슴을 밀쳤다. 뒤로 쭉 밀려나 데굴데굴 굴렀다. 온 세상이 뒤집혔다. 놈이 낄낄댔다.

 

 “사실 구라야. 일단 너부터 죽일 거거든.”

 

 뒤로 구르다 전봇대에 뒤통수를 부딪쳤다. 머리가 뜨거워지면서 눈앞이 컴컴해졌다.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눈을 비비며 온몸을 뒤틀었다. 머리가 너무 아팠다. 신음과 함께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 이대로 있다가는 놈에게 죽는다. 뱀은 뱀을 잡아먹는다. 이번에는 내가 먹히는 쪽이었다. 그때처럼 도와줄 동생도 없었다.

 

 놈이 알고 있을까? 뱀은 적어도 한 번 이상 허물을 벗는다는 사실을. 직접 겪어 보지 않았으니 모를 거다. 놈은 뱀 여자에게 능력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송곳니에서 독이 나온다는 사실도 내가 자신을 문 걸 보고 간파했을 가능성이 컸다.

 

 서서히 앞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두통은 가시지 않았다. 주위를 더듬었다. 건물 외관에 몸을 기대 일어섰다. 놈이 달려와 내 목을 움켜쥐고 다시 내던졌다. 반대편 다세대주택 담벼락에 부딪혔다가 튕겨 나왔다. 일어나자마자 피를 토했다. 가슴 쪽에 큰 타격을 받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놈은 방심하지 않았다. 절대 내가 접근해서 뭔가 할 여지를 주지 않았다. 놈을 죽이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 다시 한번 죽어야 한다. 두 번째도 살아날지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것뿐이다. 움푹 팬 다세대주택 담벼락을 끼고 절뚝이며 달렸다. 놈이 뒤에서 소리쳤다.

 

 “도망가는 거야? 진짜로? 나 조금 황당해서 그런데. 진짜 도망가는 거 맞지?”

 

 잡혀선 안 된다. 주위를 살폈다. 주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좁은 골목을 뛰쳐나오니 이번에는 원룸들이 밀집한 주택가가 펼쳐졌다. 사방을 살폈다. 여기에는 없다.

 

 “날 개 좆같이 보는 거야, 지금? 대놓고 꿍꿍이가 있다는 얘기잖아.”

 

 어느새 놈이 내 뒤에 섰다. 뒤통수를 움켜쥐고는 땅에다가 처박았다. 눈앞으로 회색 콘크리트 바닥이 성큼 달려들었다. 얼른 두 손을 들어 얼굴을 막았다. 온몸이 단단한 바닥에 부딪혔다. 팔꿈치와 무릎이 콘크리트 바닥을 찍었다. 너무 아파 비명도 나오지 않았다.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팔다리가 끊어질 듯 아팠다. 그래도 움직여야 한다. 싸움에서 힘과 지능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선인 건 경험이었다. 놈은 나와의 전투가 처음이었다. 반면에 난 이미 수많은 성범죄자와 사투를 벌였다. 이 싸움은 결국 내가 이기게 될 거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좁은 골목길을 달렸다. 놈은 어디쯤 있을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골목에서 나와 큰길로 들어섰다. 바로 앞에 10층 상가 건물이 보였다. 찾았다! 주위를 살폈다. 놈이 없다. 바로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으로 향했다. 늘 건물들을 뛰어다니다가 이렇게 엘리베이터를 타려니 너무 답답했다. 직접 옥상으로 기어오르면 금방인데.

 

 10층에서 내려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랐다. 옥상 문 앞에 도착하니 역시나 문은 굳게 잠겼다. 손잡이를 부순 후 문을 열었다. 어느새 놈이 옥상 한가운데에 날 기다렸다.

 

 “뭔가 했더니만. 유인해서 날 떨어뜨리려고? 야, 그건 애새끼도 안 속겠다.”

 

 덤덤히 대꾸했다.

 

 “알면서 왜 올라온 건데?”

 

 옥상 난간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놈이 날 응시하며 말했다.

 

 “당연한 걸 왜 물어. 널 죽이러 온 거지.”

 

 난간 앞에 서서 높이를 가늠했다. 고개를 들었다. 한 블록 뒤로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의경들과 형사들이었다. 하늘을 살폈다. 경찰 헬기가 저 멀리서 날아왔다. 아직 남은 게 있었다. 사람들이었다. 많은 구경꾼이 모여야 한다. 아직 밑에서 서성이는 사람들이 몇 명 되지 않았다. 뒤돌아 놈을 쳐다봤다.

 

 “넌 날 못 죽여. 장담하는데, 내가 널 죽일 거다. 너 여자들 목 졸라 살해했지? 나도 똑같이 해줄게.”

 

 “이 새끼, 실수하네. 나보다 힘도 딸려. 머리도 빻아져서 멍청해. 네가 무슨 수로 날 죽이냐? 보빨러 주제에.”

 

 놈의 빈정거림에 진지하게 대답했다.

 

 “경험이 풍부하거든.”

 

 놈이 웃었다.

 

 “말하는 거 보소? 뭔가 있구나? 그래, 그래야지. 보니까 저 사람들을 배경으로 세워두고. 떨어져서 날 모함하겠다? 경찰들이 무슨 호군 줄 아냐? 그런 되도 않는 누명이 통할 것 같아?”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놈의 말이 맞다. 하지만, 난 스네이크맨이다. 뒤돌아 난간 아래를 살폈다. 구경꾼들이 십여 명 정도 모였다. 전경들보다 먼저 도착한 형사들이 구경꾼들을 헤치고 뛰어왔다. 이만하면 됐다. 침을 꿀꺽 삼켰다. 이제 죽어야 할 시간이다. 놈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제 네가 스네이크맨이 되는 거야.”

 

 “뭐?”

 

 다리를 굽힌 후 뒤로 힘껏 뛰었다. 몸이 난간 위를 넘어 공중으로 솟았다. 밑에서 지켜보던 이들이 비명을 질렀다. 놈이 당황한 얼굴로 재차 물었다.

 

 “뭐라고?”

 

 몸이 하강 선을 그리며 건물 아래로 떨어졌다. 달려오는 놈에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죽어버리지.”

 

 몸이 바람을 가르며 밑으로 추락했다. 어느새 놈의 얼굴은 난간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밑을 바라봤다. 시커먼 아스팔트 바닥이 무서운 속도로 덤벼들었다.

 

 사실 성범죄자들과의 사투를 통해 얻은 경험은 별거 아니었다. 단지 늘 경찰들과 형사들이 들이닥쳤을 뿐이지.

 

 사람들이 보기에 난 스네이크맨에게 당한 악당이었다. 저들 중 몇몇은 놈이 건물 외관을 타고 10층으로 올라온 걸 목격했을 거고.

 

 어쩌면 사람들은 형사들에게 스네이크맨에 대한 변호를 할지 모른다. 잔인하지만, 악을 처단하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형사들이 그 말을 들을까? 콧방귀도 안 낄 거다.

 

 시커먼 아스팔트 바닥이 무서운 속도로 덤벼들었다. 안 그래도 놈이 여기저기 던지는 통에 온몸이 부서지고, 깨졌다. 10층에서 떨어지면 죽는 거다. 잠깐의 고통만 견디면 된다. 놈이 난간을 짚고 아래를 내려다봤다.

 

 ‘탕!’

 

 귀를 찢는 총성이 사방을 뒤흔들었다. 이어서 수십 발의 총성이 연이어 터졌다. 놈을 올려다봤다. 머리에서 피가 솟구쳤다. 동시에 아스팔트 바닥에 맨몸으로 떨어졌다. 온몸이 찢어지고 뜯기는 고통이 밀려들었다. 마치 수많은 벌레가 한꺼번에 몸을 파먹는 것 같은 촉감과 맛이었다. 이어서 머릿속으로 시커먼 어둠이 밀려왔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완벽한 어둠이었다. 쏟아지는 총성이 머릿속에서 멀어졌다. 그렇게 나는 두 번째 죽음을 맞았다.

 

 

 

 

 

 아무런 감각도 없는 상태에서 온몸이 야금야금 채워지는 걸 느꼈다. 이건 다시 살아나는 거였다. 온몸에 두꺼운 진흙 같은 게 덕지덕지 붙었다. 바로 허물이었다.

 

 얼굴 쪽으로 손을 뻗었다. 얇은 천이 얼굴을 뒤덮었다. 우선 천을 치우고, 얼굴의 허물을 뜯어냈다. 몸을 일으켜 세우자 온몸에서 허물 터지는 소리가 났다.

 

 “꺄아아악!”

 

 누군가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는 게 보였다. 주변을 살폈다. 아직 사건 현장 근처였다. 옆에는 119구급차가 세워졌고, 나는 간이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상태였다. 얼굴에 천이 덮인 거로 보아 이미 사망진단을 내린 모양이었다.

 

 서둘러 몸의 허물을 벗겨냈다. 시간이 없다. 놈도 총을 맞고 아마 죽었을 거다. 내가 죽기 직전까지 대략 스무 발 넘는 총성이 들렸다. 말 그대로 벌집이 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놈이 허물을 벗고 다시 살아나기 전에, 그 전에 놈을 찾아내 죽여야 한다.

 

 몸의 허물을 다 벗고 나니 알몸만 남았다.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주위 사람들의 온도를 살폈다. 다행히 떨어져서 죽은 지 오래 지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날이 아직 밝았다. 이러면 놈을 찾는 게 쉽다.

 

 바로 앞에 또 다른 구급차가 보였다. 간이침대에 시퍼런 체온을 한 사람이 누워있었다. 놈이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천으로 얼굴을 가렸다. 아직 허물을 벗지 않은 상태였다. 어쩌면 놈을 죽일 마지막 기회였다.

 

 내 얼굴을 덮었던 천으로 얼굴을 꽁꽁 싸맸다. 다시 스네이크맨이 놈에서 나로 바뀐 거다. 바로 놈에게 달려갔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놈을 덥석 안고, 주변을 살폈다. 어디가 좋을까? 열려있는 구급차 문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여기다!

 

 놈을 안으로 던져 놓고, 구급차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구석에 널브러진 놈을 살폈다. 이제 막 몸에서 하얀 껍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역시 놈도 나처럼 허물을 벗는 거였다.

 

 놈의 목을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놈은 여자들의 집에 침입해 강간하고, 목 졸라 살해했다. 똑같이 죽음으로 갚아야 한다. 두 팔에 힘을 줬다. 열 손가락이 놈의 목으로 깊게 파고들었다. 온몸으로 희열이 느껴졌다. 성범죄자들을 때려잡았을 때의 쾌감과는 비교조차도 안 됐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몸이 부르르 떨렸다.

 

 이제 알았다. 다시는 죽이는 걸 멈추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다. 멈출 수 없으면 멈추지 않으면 된다. 이제 죽어도 싼 놈들만을 골라서 죽이면 되는 거다.

 

 내 손에 목이 졸린 채 축 늘어진 놈을 살폈다. 온몸을 뒤덮은 하얀 껍질이 어느새 시커멓게 변했다. 놈의 몸 온도가 서서히 올랐다. 그걸 보고 확신했다. 뱀은 이제 죽었다.

 

 구급차 문을 살짝 열어 밖을 살폈다. 경찰 몇 명이 어딘가로 걸어가는 게 보였다.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바로 밖으로 나왔다. 근처 건물로 뛰어올랐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은밀하게 활동할 거다. 그래야만 한다. 누군가를 죽이는 건 지금까지 해온 행동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더는 유튜브에 동영상도 올릴 수 없다. 어쩌면 온 세상이 날 쫓을지도 몰랐다. 그래도 상관없다. 죽일 놈들만 찾아내면 된다. 그걸로 모든 고통과 번민은 사라질 거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뱀 여자였다. 그녀는 뒤에서 여혐 남혐을 조장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절대 살려둬서는 안 된다. 그녀는 악의 화신이었다. 세상 누구보다도 무섭고 잔인한 사람이었다. 그녀가 있는 한 세상은 절대 안전하지 않다. 죽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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