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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삼차원전기
작가 : 레드레곤
작품등록일 : 2017.8.14

세개의 차원에서 각기 다른 형태의 주인공 등장.

각자의 환경에 처한 상황에 맞추어 자신들 만의 정의를 관철한다.

현대와 무림, 판타지세계

어느순간 부터인지 차원간의 길이 열리며 세개의 차원은 하나의 차원으로 통합되어지기 시작한다.

각 차원에 서서히 다른 차원의 구멍이 뚫리며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차원의 몬스터들의 침입이 서서히 진행된다.

각 차원의 여건에 맞추어 대응을 하면서 인간관계 및 사고방식에 의해 갈등과 사건이 벌어지며 다른 차원과의 전쟁이 벌어진다.

 
삼차원전기-55화 레이 깨어나다.
작성일 : 17-12-08 01:56     조회 : 243     추천 : 0     분량 : 7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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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5화 레이 깨어나다.

 

 

 "으..."

 

 머리가 무겁고 어지럽다. 온 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축 늘어지며 손가락하나 까닥하기 싫었지만..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세우고 어느 정도 익숙해진 눈으로 어두운 주위를 둘러본다.

 

 빛 하나 들지않는 어두운 석실 아니 동굴 속에 여기저기 사람들의 모습이 어슴프레 보인다.

 

 "저.. 여기는..?"

 

 "........."

 

 가장 가까이 있는 남자에게 묻지만 슬쩍 무릎 사이에 파묻고 있던 고개를 들어 바라볼 뿐.. 대답을 하지 않는다.

 

 동굴 안에 같이 갇혀있는 사람들은 얼핏 보아 스무명 남짓이다. 힘이 없어 다들 벽에 기대어 있거나 엎어져 있지만 스무 살 안팎의 젊은 또래들로 보였다.

 

 "당신.. 레이죠..?"

 

 "아.. 네.. 저. 레이에요. 레이 혼 아든."

 

 "아직.. 살아 있었네요..?"

 

 "네..?"

 

 "영주 식구들은.. 다 죽은 줄 알았는데.."

 

 레이가 없는 힘을 쥐어 짜.. 말한이에게 다가서며

 

 "그.. 그게 무슨 말이죠..! 다 죽다니..?"

 

 "다.. 죽은 걸로.. 알았다는 말이지.. 별 뜻은 없어.."

 

 "제.. 제발.. 알고 있는 걸 말해줘요..!"

 

 "크크.. 이봐.. 살아있으면 됐지.. 뭘 바래..? 하기야.. 이젠..."

 

 아까 물어봤을 땐 고개만 들던 이가 나직하게 뇌까린다.

 

 "제발.. 저희 식구들.. 소식을 알고 있다면.. 말해주세요..!"

 

 "크크.. 정말 몰라서 그러는거야.. 아니면 망각하고 싶어서.. 잊어버린 건가..?"

 

 "그만하지.. 레이님도.. 힘들어 하시는데.."

 

 "야..! 케인. 이자식이.. 아직도 영주 아들인줄 알아..? 아든영주가 카삭스와 원수라 우리영지가 더.. 짖밟힌 거라고..!"

 

 "미안.. 미안합니다..! 하.. 하지만 전.. 정말 아직 모르고 있어요..! 제발 식구들 소식을 알려주세요..!"

 

 레이는 가족의 생사가 불안하면서도..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말.. 모른단 말이에요..?"

 

 "네.. 전.. 얼마전에야.. 겨우 영지로 돌아온 거에요.."

 

 "........."

 

 "이자식.. 아무래도.. 충격에 정신 놓은 모양이다..!"

 

 "무.. 무슨..?"

 

 "레이님.. 언제부터 기억하고 있나요..?"

 

 케인이라는 친구가 그래도 차분하게 말해준다.

 

 "나.. 나는 며칠전에 우리 영지가.. 영지전에 지고.. 카삭스자작에게 가족들이 잡혀갔다는.. 말을 듣고 검은성으로 어제야.. 온 건데..."

 

 "거 봐..! 이자식.. 정신나갔잖아..!"

 

 "아니.. 저는.. 분명.."

 

 "레이님. 영지전에 진 건.. 이미 2년 전이에요.. 지금은 타나토교단이 남부를 지배하고 있어요."

 

 "그.. 그게.. 무슨..?"

 

 "아마.. 당신은 그 당시 충격으로 정신을 놓았거나.. 타나토의 흑마법에 정신을 뺏겨.. 흑기사로 생활했는지.. 모르겠군요..?"

 

 "크크.. 당연히 철기사님.. 이셨겠지..!"

 

 "흑기사..?"

 

 "하지만 흑기사가.. 다시 정신이 돌아오는 일은 없잖아..?"

 

 타나토교단은 회유가 안되는 쓸만한 기사들은 흑마법으로 정신구속을 하여 검은 철갑을 입혀 따로 부대를 만들어 사용했다. 이지를 잃은 꼭두각시 기사들은 최전방에서 앞장서 싸웠으며, 인성 자체가 없어 맹목적이고 무자비하기 그지없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흑기사 또는 철기사라 불렀다.

 

 "그렇긴하지.. 간혹 정신을 차린 자들도 바로 미쳐 날뛰니까.."

 

 그러고보니 자신의 몸이 어제에 비해 커져 있다. 힘이 없어 겨우 버티고 있는 것 같지만.. 다시 살펴보니 근육들이 뭉쳐있는 어른의 몸이다. 그리고 팔뚝 여기저기에 흉터가 그득하다.

 

 "아무리봐도.. 흑기사였던 것 같은데.. 어떻게 정신을 차리고.. 여기에 넣어진 건지..?"

 

 "크큭.. 뭐였으면.. 어때.. 어차피 죽는 건.. 마찬가진데..."

 

 "내.. 내가 흑기사였다고..? 그.. 그럼.. 2년 동안.. 아냐..! 아니야..!"

 

 레이는 흑기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부정하고 싶지만.. 자신의 바뀐 몸이 흑기사라고 말해준다.

 

 케인이라는 친구가 다시 레이를 다독여준다. 케인은 아버지가 아든기사단의 기사였고, 자신도 어릴 때 레이를 만난 적이 있었단다.

 

 "케인형.. 우리 식구들은.. 어떻게 됐나요.."

 

 몸은 케인보다 커 보였지만.. 머리속의 기억은 어리고, 케인이 나이가 더 많기에 형이라 부르며 가족의 안부를 불안한 심정으로 다시 물어본다.

 

 "레이..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냥 모르는채.. 지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아뇨..! 알아야해요. 제발.. 알려주세요.. 형."

 

 케인이 잠시 머뭇거리고는 한숨을 내쉰다.

 

 "그래.. 나라도 그럴꺼야. 내가 아는 건..."

 

 2년 전 파밀란평원에서 제국과의 전쟁을 끝내고 돌아온 카삭스자작은 아든백작을 영지의 광장에 세우고, 재판을 하는 형식으로 아든성의 영지민들에게 아든백작의 죄을 말하게 했다. 이미 아든성의 영지민들은 살아남기 위해 어떤 짓이라도 해야했다.

 

 파밀란평원의 전투가 끝나고 남부는 이제 온전히 타나토교의 지배하에 놓이게 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대공이 되어 남부를 다스리는 카삭스에게 충성할 수 밖에 없었고, 살아남기 위해 아든백작을 성토해야만 했다.

 

 결국 아든백작은 천고의 죄인으로 낙인되었으며, 가족이 보는 앞에서 영지민들에 의해 처참하게 살해되었고.. 목이 잘려 광장에 내걸렸다.

 

 아든백작부인 또한 간악한 여자로 낙인되고, 발가벗겨져 영지민들에게 능욕당하게 하고.. 짐승우리에 던져져 잡아먹히게 된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본보기로 숙청되었기에.. 당연히 네드나 레이, 아이린도 죽었을거라 생각했다는 것이다.

 

 "끄.. 어.. 꺼꺽..!"

 

 케인의 이야기를 다 들은 레이는 불현듯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기억들에 이성이 마비되며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돌바닥을 손톱으로 긁어대어 손톱이 까지며 피가 나오는 것도 모른채 울부짖을 뿐이었다.

 

 케인은 그러한 레이를 말없이 지켜보고, 다른이들도 무심한 눈으로 지켜본다. 어차피 이제는 모든 것이 부질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곳에 왔다는 것은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는 것이다. 누가 말해주지 않았어도 그들은 알고 있었다. 자신들은 흑마법에 생체실험용으로 사용되어 죽어갈 거라는 사실을...

 

 살아난다 하더라도 이미 인간이 아닌 마물일 것이다.

 

 마물들과 뒤섞여 키메라가 되어버린.. 인간도 마물도 아닌 것들이 전선으로 실려가는 것을 여러번 보았다. 그리고 이곳에 들어왔다 나간 인간이 다시 돌아오는 일은 결코 없었다.

 

 

 ***

 

 

 "카슬로님. 이번에 재미있는 물건이 들어 왔읍니다."

 

 동굴을 깍아만든 듯한 넓은 석실에 마치 도살장과 같이 갈고리에 고깃덩이들이 수 없이 많이 걸려있다. 그 중앙에 몇 개의 돌로 된 수술대같은 탁자가 있고, 탁자마다 형태를 알 수 없는 기괴한 생물들이 묶여서 놓여있다.

 

 탁자에 놓인 생물들과 갈고리에 걸린 고깃덩이들이 꿈틀대는 것이 아직은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나의 탁자에서 짐승의 머리에 인간의 몸을 한 기괴한 생물의 배를 가르고, 무언가를 집어 넣고 있던 이가 답한다.

 

 "뭐가..?"

 

 "흑기사로 2년 동안 살아남은 놈이.. 정신이 돌아왔는데도 폭주하지 않고, 예전의 기억을 가지고 있읍니다."

 

 "그게.. 뭐..! 그럴수도 있겠지.."

 

 "그게.. 사르미얀님이 암흑마기를 주입한 놈인데요..!"

 

 카슬로라 불린자가 사르미얀이란 말에 하던 일을 멈추고 돌아본다. 검은 후드를 뒤집어 쓴 거대한 덩치를 가진자가 눈부위에서 빛을 반짝이며 카슬로를 향해 서 있다.

 

 "사르미얀이.. 암흑마기를 주입한 놈이라면.. 여기로 보내지진 않았을 텐데.."

 

 "후후.. 마침 샤르미얀님이 탈란님의 지시로 북쪽산맥으로 가 계십니다. 그리고 이놈이 아든지역에 와 있다가.. 문제를 일으켰읍니다. 카삭스대공이 아는 놈인지.. 저에게 처리를 부탁하더군요."

 

 "카삭스가..?"

 

 "네..! 알아보니.. 이놈이 예전 아든성 영주의 아들이더군요."

 

 "아든성 영주의 아들이라면.. 여신님과 같은 피를 가진..?"

 

 "네. 맞습니다. 그래서.. 사르미얀님이 암흑마기까지 주입한 놈이지요.."

 

 "그렇다면.. 사르미얀이 직접 정신마법을 걸었을텐데.."

 

 "흠.. 저도 그게.. 사르미얀님이 직접 건 정신마법이.. 풀릴 줄은.. 아마 이놈이 특별해서 그런게 아닐까요..? 그래서 재미있다는 겁니다. 카슬로님."

 

 "그래.. 재미있는 놈이군.. 크크. 쉽게 죽지는 않겠군. 잘 됐다. 안그래도 변이된 킹슬라임의 핵을 어디다 사용하나.. 고민중이었는데.. 잘했다. 마믹."

 

 "헤헤.. 카슬로님이 좋아하실 줄 알았읍니다."

 

 "흐흐.. 사르미얀이 알기 전에.. 처리해버려야 되겠지..! 바로 가져와라..!"

 

 "여기로 가져올까요..?"

 

 "쯔쯧.. 특별한 놈인데.. 내 전용연구실로 가져와..!"

 

 "네.. 카슬로님..!"

 

 

 ***

 

 

 "야..!! 이..!! 개 ㅆ발놈아..!! 죽.. 인다..!! 죽여.. 버.. 릴꺼야..!! 그.. 만..!! 그만.. 해..!!! ㅆ발아..!!!"

 

 "클클.. 고놈 참.. 아는 욕이.. 그거 밖에 없냐..?"

 

 "악..!! ㅆ발놈..!! 죽어..!! 죽어..!! 크악..!! 개 ㅆ발..!!"

 

 "계속 그 말만 하니.. 재미가 없잖아.. 머리 좀 굴려봐..!"

 

 "크.. 흐흑..!! 할아버지.. 어르신..!! 제발.. 제발.. 그만..!! 허어엉...!!"

 

 "아니.. 흑기사까지 해먹은 놈이.. 왜 이리 호들갑이야..?"

 

 "엉.. 엉..! 할아버지..!! 살려주세요.. 제발..! 너무.. 너무.. 아.. 파요..! 허어.. 엉..!!"

 

 "아마.. 흑기사때의 기억은 사라지고, 예전 기억만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클클.. 아무리 그래도.. 영주 자식이었으면.. 어느정도 독기는 가지고 있어야 되는거 아니냐.. 부모 원수도 갚아야하고 말야.. 크큭.."

 

 "헝.. 허엉..! 나.. 나.. 원수 안갚아요..!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허엉..! 너.. 너무 아파.. 아파요..!!"

 

 제법 큰 석실에 천장에선 마법으로 빛을 내게 했는지 밝은 빛이 방사형으로 쏟아지고, 바로 그 밑엔 철제로 만들어진 침상같은게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있다. 철제침상은 주문제작된 것인지 각도조절 및 회전기능과 이동도 가능하게 바퀴도 달려있다.

 

 그리고 지금 그 위에는 레이가 목과 어깨 허리 손목 발목에 철제띠로 구속되어 울부짖고 있다. 레이의 상반신이 벗겨진채 마치 수술이라도 하는 것 마냥.. 배거죽이 해부실의 개구리마냥 다섯갈래로 뒤집어져 집게 같은 것에 찝혀있다.

 

 특수한 처리를 했는지 마법을 사용했는지 모르겠지만.. 배거죽이 벗겨져 있는데도 창자들이 흘러내리지도 않고, 피도 쏟아져 나오지 않는다.

 

 정신을 잃지도 마취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배거죽을 갈라 놓았으니.. 레이는 그 고통과 공포감에 욕과 악을 바락바락 지르고 있다. 정신을 놔버리고 싶은 데도 어떤 술수를 부려놓았는지 머리가 더 맑아지고.. 생생한 감각과 고통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

 

 "허어엉.. 할아부지..! 제발.. 살려주세요..!! 아파요.. 너무 아프다고..!! 이.. ㅆ발 ㅆ끼야..!!!"

 

 레이의 욕과 울부짖음에도 아랑곳없이 레이의 배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헤집던 카슬로가 명치 부위에 공간을 확보하고는

 

 "크크.. 걱정마라.. 죽이려는게 아니라.. 널 더 강하게 만들어 주려는 거니까..!"

 

 맞은편에서 보조를 하던 마믹이 카슬로가 공간을 확보하자.. 큰 유리병에 든 커다란 눈알과 같아 보이는 물체를 꺼내든다.

 

 마믹의 소매에서 나와있는 건 팔과 손이 아니라 촉수이다. 여러가닥의 촉수가 엉켜 팔처럼 보이고 끝부분이 풀어져 손과 같은 역활을 해낸다.

 

 "시끄러운데.. 말을 못하게 할까요..?"

 

 "아냐.. 들으면서 반응도 살펴야 돼..!"

 

 "그럼 지금.. 넣겠읍니다."

 

 "잠깐..! 고통이 더 심해질 거니까.. 캬큐룸의 양을 더 늘려라.. 이놈이 말짱한 정신으로 느끼는 반응을 살펴야 되니까."

 

 레이의 목부위 가슴부위 팔부위에 여러가닥의 링겔호스 같은 것들이 연결되어 무언지 알 수 없는 약물들이 주입되고 있다. 마믹이 커다란 눈알같아 보이는 물체를 든 반대쪽 소매를 들자 촉수가 뻗어나가서 기계장치와 비슷한 물건들의 레바를 조절한다.

 

 레이는 계속해서 욕과 악을 써대고, 안되자 울부짖으며 사정을 해보지만.. 카슬로와 마믹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다.

 

 레이는 태어나서 처음 느껴본 공포와 고통에 당장 이 아픔을 멈춰주기만 한다면.. 무슨 짓이라도 해달라는대로 다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부모의 처참한 죽음도 형과 동생의 생사라도 상관이 없었다. 카삭스의 발가락이라도 핥으라면 핥을 수 있었다. 아니.. 부모형제라도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레이의 상태와는 무관하게 카슬로와 마믹은 조심스럽게.. 변이된 킹슬라임의 핵을 레이의 몸 속에 안착시키는데 집중하고 있다. 변이된 킹슬라임의 핵은 구하고 싶다고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닌 것이다.

 

 그야말로 우연에 우연이 겹쳐 만들어진 것이다.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갈피조차 잡을 수 없었던.. 사라진 고대기간트에 대한 비밀의 한자락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레이는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머리속이 온통 하얘진다. 이젠 소리도 제대로 나지않는 악을 질러보지만.. 또 무언가 몸 속에 들어오며 또다른 자극적인 고통이 뒤따르자 온 몸을 뒤틀어댄다.

 

 구속된 철제띠에 손목과 발목의 살들이 찢어지고 뼈가 부딪혀도 알 수가 없고, 목에 구속된 띠에 차라리 숨을 막아버리고 죽고만 싶다.

 

 크아아아아악...!!

 

 이젠 말도 나오지 않고 오직 비명만이 전부이다.

 

 "되었군..! 후.. 겨우 안착시켰다..! 크카카카.."

 

 "카슬로님. 축하드립니다."

 

 "크크.. 그래. 고맙다.. 마믹. 니 공도.. 잊지않으마..!"

 

 레이의 명치부분에 눈모양의 커다란 킹슬라임의 핵이 마치 살로 땜질이 된 듯 박혀있고, 눈의 실 핏줄들이 주위로 뿌리가 뻗어나가듯.. 레이의 장기를 비롯해 심장까지 침투하여 하나가 되어있다.

 

 카슬로가 배거죽을 덮어주자 자연스럽게 실핏줄들이 뻗어오며.. 찢어진 살들을 땜질하며 재생시킨다.

 

 "크카카카카.. 봐라..!! 마믹. 제대로이지 않냐..!!"

 

 "네.. 다시한번 경하드립니다."

 

 "이제.. 이놈에게 뭘 입혀줘야 될까.. 크크크."

 

 카슬로가 너무나 기쁘고 흥분되는지 손을 마주 비비며.. 행복한 고민에 빠져든다.

 

 레이의 온 몸은 핵의 눈동자에서 뻗어나온 실핏줄 같은 것에 온통 뒤덮이고, 레이는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고통은 혼이 빠질 지경인데도.. 머리는 그럴수록 더 맑아지는 모순적인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레이는 온 몸을 푸들푸들 떨어대며 소리없는 아우성을 치고 있다. 한껏 치껴 뜬 눈은 눈동자가 위로 숨어버려 백태만이 어딘가를 잔뜩 노려보고 있다.

 

 "마믹. 정리하고 나오너라. 이놈이 안정되려면.. 한참 걸릴거야. 난 이 놈에게 입힐 만한 적당한 재료를 찾아봐야겠다."

 

 "네. 카슬로님.. 한데 그냥 둬도 괜찮을까요..?"

 

 "괜찮아. 이곳엔.. 흡수할 만게 없잖아."

 

 "알겠읍니다."

 

 카슬로가 쓸만한 재료를 찾아 즐거이 나가고, 마믹은 약물의 양과 기계장치들을 살피고는 주위를 정리해 놓고.. 철제침상 위에서 붉은 실핏줄에 뒤덮힌채 푸들푸들 떨어대는 레이를 다시한번 살피고 밖으로 나간다.

 

 한참 후..

 

 "너.. 너는 누구..? 나.. 나는......... 이다.."

 

 푸들푸들 떨어대며 입만 뻥긋거리던 레이가.. 돌연 누군가에게 물어보고는 혼자 답한다.

 

 그리고 온 몸을 덮다시피한 실핏줄들이 레이의 몸을 벗어나 철제침상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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