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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따뜻한 날, 봄 시, 벚꽃 분
작가 : 쌍둥이자리
작품등록일 : 2017.11.29

26살 진호와 지선이 그리고 인터섹슈얼인 유아. 20대 청춘의 막바지. 꿈이 있었는지 망각하며 살아가고, 더는 느끼지 못 할 것 같던 설렘과 과거를 숨기고 살아가는 3명. 투닥거리지만 토닥여주고 힘들면 서로에게 기댈 수 있기에 청춘을 버텨나간다. 어렸을 적 따뜻한 봄 벚꽃이 피는 날에 만나 26살 따뜻한 봄 벚꽃이 피어 난 후 1년간의 이야기.

 
-9-
작성일 : 17-12-08 00:53     조회 : 270     추천 : 0     분량 : 7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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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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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선이는 그 날이 있고 의사 선생님을 만나러 자주 나갔다. 유아가 사귀냐고 물었을 때는 아직은 사귀는 단계는 아니라고 했다. 그래도 지선이가 떨어진 면접을 금방 잊은게 다행이었다. 덕분에 나는 유아와 둘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지선이의 부재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유아는 그림 학원을 등록했다. 유아의 습득력은 꽤나 빨랐고, 잠도 많이 자지 않았다. 어느 날은 간단한 만화를 그려 나에게 보여줬었다.

  그럼 나는 뭐하냐고? 그러게 말이다... 이제 내 코가 석자다. 나는 뭐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침에 일어나면 일하러 가고, 일이 끝나고 유아가 연락하면 만나러간다. 주말에는 유아가 바쁘지 않아야 만난다. 유아를 만나지 않을 때는 나는 집에서 빈둥거리는게 태반이었다. 너무 무기력한 내 모습만 본다.

  그리고 의사선생님한테 지선이를 소개해준 뒤로 한 달이 좀 넘은 뒤다. 유아와 야밤에 나와 술집에서 간단하게 술을 마시려고 했다. 유아는 술을 마시며 핸드폰에 담긴, 자신이 그린 그림을 또 나에게 보여줬다.

 “이거 어때? 귀엽지 않아? 너 생각하면서 그린거야!”

  그림은 개구리 한 마리가 있었다. 나는 물었다.

 “내가 왜 개구리야?”

  유아는 웃으며 말했다.

 “장난이야~ 그런데 잘 보면 잘생긴 개구리 같이 생겼잖아?”

  나는 유아의 장난에 웃었다. 유아는 자기 입술에 손가락을 댔다. 나는 유아의 입술에 뽀뽀를 했다. 그렇게 웃고 떠들다 유아가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아! 맞다. 나 다니는 학원 있잖아? 오늘 김태필 작가님 초청 강사로 오셨었어.”

 “아이고...”

 나는 사실 유아를 데리고 간 날 이후 작가님께 연락을 안 했었다. 유아는 다시 말했다.

 “작가님이 내 얼굴 보고 강의실에서 ‘유아야 잘 지냈니?’ 이러셨어. 그때 사람들 다 쳐다보고, 끝나고 묻더라... 아는 사이였냐고...”

  유아는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아! 그리고 쉬는 시간에 작가님이 부르셔서 갔거든. 너 그날 이후로 연락 안 해서 얼굴 보이면 죽을 준비하래.”

 “그니까... 연락드렸어야 하는데... 아...”

 “그리고 작가님이 너 꽉 붙들어 매고 있으라 그러시던데? 넌 도대체 뭔 짓을 하고 다녔던거야?”

 “...”

  나는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내가 아무 말을 못했던건 작가님이 나를 잘 못 보셨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아무 말 없는 유아가 나를 안으며 말했다.

 “내일 일어나자마 연락해봐. 좋은 분이시니까.”

 “그래야지...”

  우리는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술집에서 나왔다.

  다음날 나는 일어나 애들과 출근하려고 애들 집으로 가고 있었다. 나는 작가님께 문자를 했다.

 [작가님. 김진호입니다. 제가 너무 늦게 연락을 드려 죄송합니다. 혹시 시간 되시면 제가 전화 한통 해도 될까요?]

  문자를 보내고 나는 애들 집 앞으로 갔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보였다. 의사 선생님은 나를 보며 웃으며 인사했다.

 “아! 진호씨. 안녕하세요.”

  나는 당황해 얼떨결 인사를 받았다.

 “아...네... 안녕하세요... 어쩐 일로?”

  어쩐 일이겠냐... 개인 동물병원 의사가 양복입고, 차 끌고 여자 집 앞에 서 있는거면... 의사는 수줍게 말했다.

 “저... 지선씨 때문에...”

 “아~ 네...”

  나는 알면서 대답했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이 물었다.

 “저... 혹시 같이 출근하시나요?”

  나는 대답했다.

 “네... 뭐 항상 같이 출근하죠...”

 “아... 제가 잘 못 찾아 온건가요?”

  나는 모르겠다. 잘못 찾아온건지, 잘 찾아온건지... 나는 말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나는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의사 선생님 옆에서 지선이에게 전화했다.

 “지선아 빨리 나와. 의사선생님 기다리시잖아.”

 “응? 여기 오셨어?”

  나는 의사 선생님을 한번 쳐다봤다. 의사는 수줍어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응... 백마 타고 오셨네.”

 “왜! 왜 오셨데?”

  지선이는 놀라며 물었다. 나는 대답했다.

 “이왕 출근길 멤버 늘리고 좋지.”

  나는 놀리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웃으며 의사 선생님에게 물었다.

 “저기... 지선이 어디서 일하는지 아세요?”

  의사 선생님은 대답했다.

 “네... 어린이집 다니신다고 들었는데요?”

  나는 그걸 듣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다.

 “아니요. 위치요.”

 “아... 아니요...”

  나는 웃으며 다시 말했다.

 “차타고 가면 1분이면 도착할텐데...”

  의사 선생님은 당황했다.

 “네?”

  나는 당황하는 의사 선생님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저 애들 데리고 나올게요. 기다리고 계세요.”

  나는 당황하는 의사를 뒤로하고 애들 집으로 갔다. 그리고 문을 두드리며 빨리 나오라며 재촉했다. 애들은 내 재촉에 유아만 나왔다. 나는 물었다.

 “지선이는?”

 “화장 다시 한다는데?”

  유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휴... 이지선! 빨리 나와. 저분도 출근해야지!”

  지선이는 내 말에 대답했다.

 “아, 맞다! 좀만 기다려 달라고 말 좀 해줘. 바로 나갈게!”

  유아와 나는 의사 선생님 앞으로 갔다. 의사 선생님은 지선이가 안 나와 무슨 일인지 궁금해 하는 모습이다. 유아가 궁금증을 해결해줬다.

 “좀만 더 기다리셔야 될 것 같아요. 좀 더 이쁜 모습으로 보이고 싶나 봐요.”

  의사 선생님은 또 수줍어했다. 나참... 나는 유아를 보고 말했다.

 “유아야 우린 먼저 가자. 의사선생님 차타고 오셨어.”

  유아는 웃었다.

 “1분도 못 보겠는데?”

  나는 유아의 말에 웃었다. 그렇게 유아랑 말장난 하는 사이 지선이가 나왔다. 유아는 황당한 모습이다. 나도 황당해서 물었다.

 “유아야... 쟤 옷 왜 저래?”

  지선이의 복장이 매우 불편해 보였다. 저런 옷 입고는 일도 못할 정도다. 유아는 지선이에게 다가가 화를 내며 말했다.

 “야, 이지선! 너도 적당히 해! 그렇게 입고 무슨 일을 하러 간다고 그래?”

  그리고 유아는 지선이를 끄집고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몇 분후 지선이는 다시 편한 복장을 입고 나왔다. 지선이는 그런 모습을 의사 선생님에게 보이기 싫나보다. 느린 걸음으로 다가왔다. 의사 선생님은 그런 지선이를 보고 먼저 다가가 말했다.

 “지선씨는 그렇게 입어도 이뻐요.”

  지선이는 고개를 떨구고 볼이 빨개졌다. 유아와 나는 한심하듯 쳐다봤다. 의사 선생님은 우리와 같이 걸어서 내려갔다. 유아는 가면서 말했다.

 “아마 거기 갔다가 다시 차 가져가도, 10분도 안 걸릴거에요.”

  나는 조용히 유아에게 귓속말을 했다.

 “유아야... 너무 어색한데? 우리가 빠져야 했던거 아니야?”

  유아도 내 말을 듣고 그랬어야 됐는지 조용히 공감해 주었다.

 “아~”

  우리는 갈림길이 나오고서야 헤어졌다. 그리고 나는 유아와 출근길에 나섰다. 그렇게 오늘도 일을 했고, 점심이 돼서야 작가님께 문자가 왔다.

 [이눔아. 간만에 서울 왔는데 너 이 녀석 얼굴은 보고 가야겠다. 난 홍대에 있으니까 일 끝나면 와서 연락해.]

  작가님께 이런 친근함이 있었나 싶다. 나는 죄송하다는 말과 바로 달려가겠다는 답장을 드리고 일을 마저 했다. 나는 일이 끝나자마자 작가님께 연락을 드렸다. 작가님은 아는 분의 술집에서 술 한 잔을 하고 계신다고 하셨다. 나는 거기로 갔다. 그곳은 홍대 외곽 골목에 매우 조용한 조금한 술집이었다. 인적도 드물어 창문 밖에서 봐도 사람이 없고 작가님 혼자 계셨다. 나는 거기로 들어갔다.

 “어! 왔네. 저 눔이야 내가 말한 놈.”

  작가님은 웃으시면서 나를 가리키셨다. 술집 주인은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뭔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인사를 하고 작가님 옆에 앉았다. 옆으로 나란히 앉는 그런 테이블이었다. 나는 작가님께 다시 사과를 드렸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늦게 연락드렸죠?”

  작가님은 웃으시면서 대답하셨다.

 “내 생각은 하긴 했냐? 녀석... 술 마시지?”

  나는 작가님의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을 하였다. 작가님은 나에게 술을 따라주시면서 말을 하셨다.

 “인연이라는건 한순간 온다고 하잖아? 그런데 관계라는건 한순간에 오던, 길고긴 세월을 지니던, 그런거 상관없더라. 오늘 보고 마음에 들어서 오래가는 사람 있고, 10년 보고 토라지는 사람이 있어. 그러니 너는 내가 마음에 들어 했고, 결정은 너가 어떡하냐 이거지.”

  나는 아무 말을 못했다. 그리고 술집 주인은 나를 기다렸는지 안주를 바로 내주셨다. 그러면서 나를 보며 작가님에게 말을 했다.

 “인상 좋네요.”

  작가님은 나를 보시며 술집 주인에게 나를 소개 시키셨다.

 “진호야, 이 친구가 누군지 알아?”

  나는 작가님의 말을 듣고 술집 주인을 쳐다봤다. 아무리 봐도 나는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이었다.

 “모르겠는데요?”

  작가님은 웃으시면서 말하셨다.

 “이 친구가 ‘집’이랑 ‘피’ 그린 애야.”

  ‘집’은 건축물 만화로 우리나라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건축물에 관하여 그린 만화이다. 건축과 만화가 만나 스토리도 좋기로 유명하여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아는 만화이다. ‘피’는 현재 웹툰에서 연재중인 판타지 액션물이고, 인기는 없지만 작가 특유의 그림체를 좋아하는 매니아 층들이 많이 보는 만화이다. 그런데 이 두 만화가 같은 작가이고, 그 작가가 현재 술집을 운영 중인 줄은 몰랐다.

 “네? 그... 근데... 왜 술집을...?”

  나는 놀라서 물었다.

 “그야 얘 맘이겠지.”

  작가님은 웃으시면서 대답하셨다. 술집 주인도 웃으면서 넘어갔다. 그리고 작가님과 술 몇 잔과 근황을 주고받았다. 작가님과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자연스레 작가님은 나에게 물으셨다.

 “그럼 유아는 그림 그리는거네? 그럼 너는?”

  나는 작가님의 질문에 말을 못했다.

 “아... 저는... 아직...”

  작가님은 내가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차셨다.

 “으이 쯧쯧쯧... 그렇게 세월 보내면 누가 금싸라기라도 던져준데?”

 “아니요...”

 “그럼?”

  나는 작가님의 질문에 주저하며 대답했다.

 “사실... 제가 뭘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어요.”

  작가님은 그저 내 얼굴을 봐라만 보신다. 그리고 입을 여셨다.

 “넌 지금 물만 끓이고 있어... 근데 그 물을 들이부어 따뜻하게 마실 컵이 없구만. 유아는 컵만 찾고 못 부은거였고, 이눔도 유아랑 마찬가지였고...”

  작가님이 가리키신 ‘이눔’은 술집주인을 말하고 계신 것이다. 작가님은 계속 말을 이어가셨다.

 “사람들이 다 물만 열심히 끓여! 그리고 마땅한 컵을 못 찾지. 몇몇은 물이 너무 뜨거워져서 불을 꺼버리고 식혀버리지. 그리고 몇몇은 되도 안 되는 컵에다가 물을 붓고서 후회하지... 컵이 크면 물을 다 못 채우고 지쳐버리는거야. 그럼 컵이 작아야 될까? 컵이 작으면 그 물이 다 흘러 넘쳐버리지. 그럼 자만해지고 고만한 컵만 찾게 되는거야.”

  나는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우리 같이 늙어버린 것들은 물도 못 길러 이제... 근데 넌? 물 하나는 잘 길러오잖아. 후후 불어서 따뜻한 물 한잔만 마셔봐. 그럼 너를 진정 시켜 줄거다. 만약 물맛이 짜릿하다면 너의 사리사욕과 이기심만 챙긴 나쁜 놈인거고, 물맛이 달다면 그건 너가 쾌락에 빠진거지.”

  술집주인은 작가님의 말을 엿들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아무생각 없이 물었다.

 “찬물 부어서 마시면요?”

  작가님은 내 질문이 웃기셨나 보다.

 “너 내 말 이해는 하는거냐? 아니면 나 놀리냐? 지금 너가 찬물 마시고 있잖아. 안 춥냐?”

  나는 부끄러워졌다. 작가님은 그런 나를 보며 술잔을 다시 건네셨다. 나는 술 한 잔을 들이키고 말을 했다.

  “근데...”

  나는 쉽게 말을 하지 못했다.

 “근데... 어차피 돈이잖아요... 돈이 있어야 뭐든 하잖아요? 집값도 내야 되고, 식비에, 전화요금에... 모든게 돈이 필요해요. 저도 바보가 아니라 알아요... 근데... 제 친구들처럼 뭔가 확실히 할 자신이 없어요. 하기도 전에 실패할까 두렵고, 이제 제 머리 속에서는 꿈이라는 것이 안 떠올라요. 언제부터인지 꿈이라는게 사라지고 없더라고요...”

  작가님은 나를 지그시 바라보시고, 입을 여셨다.

 “맞다. 모두 그렇게 산다. 다 똑같이 살지. 다들 처음에는 꿈이 있었지... 하지만 커가면서 꿈은 잊혀져가고, 그저 그런 학교에, 그저 그런 직장에 취직해서, 그저 그런 월급 받아가며 살지. 그러면서 친구 만나고, 결혼해서 애 낳고 살잖아. 그게 소소한 행복이라고 하더라... 그 나이에 공부한다고 하면 ‘미친놈’이라고 불리는 것도 다 안다. 그런데 말이야. 내가 전에 말한 것처럼 너희 때나, 나 때나 다 똑같더라. 그런 힘듦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아. 단지 방식만 달라진거지. 그래서 나도 마음을 바꾼거고. 그들이 말하는 소소한 행복대로 살면 너무 재미없지 않냐? 돈 없다, 백 없다, 능력 없다 그거 다 핑계다. 쫄쫄 굶으면서 자기가 원하는 성공을 한 사람이 있고, 백 없어도 자존심 다 짓밟혀가며 성공한 놈 있어. 능력 없어도 그게 너무 좋아 바보같이 그것만 하고 자신만의 능력이 생긴 사람도 있다. 성공? 성공이 돈이라면 돈이나 평생 줍고, 개들이 짓는 소소한 행복이나 누리며 살어.”

  작가님의 언성은 높아지셨고, 마치 화를 내시는 것 같았다.

 “너 유아한테 타블릿 선물했다며?”

  유아가 학원에서 말했나보다. 나는 그렇다고 말했다. 그리고 작가님은 다시 말하셨다.

 “금공 선물해줬으면, 이제 너도 하나 찾아다녀라. 물만 끓이지 말고.”

  오늘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깊은 밤이 돼서야 술자리가 끝났지만 나 자신과의 술자리는 끝나지 않았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계속 생각했다. 이상이라는 세상을 망각하고 현실만 바라보며 생각 없이 사는 나를 봤다. 잊혀진 나를...

 

 ※

  어느 한 남자가 술집에 들어온다.

 “아이고. 작가님 오래간만입니다.”

  어느 술집의 주인이 작가를 반긴다. 작가는 웃으며 자연스레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입을 연다.

 “술 하나 줘봐.”

  술집 주인은 아무 말 없이 술을 바로 내온다. 술집 주인은 작가의 테이블에 조심스럽게 술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작가는 술집 주인에게 말을 건다.

 “오늘 중요한 손님 오니까 안주 좀 끝내주는걸로 하나 내줘. 내가 낼 테니까...”

  술집 주인은 의아한 표정을 짓고 남자에게 묻는다.

 “갑자기 무슨 일이래요? 누군데요?”

  작가는 술집 주인을 보고 웃으며 말한다.

 “심성 착한 미친놈 있어.”

  술집주인은 웃어넘긴다. 그리고 도마에 야채를 올리고 야채를 썰며 말을 한다.

 “그림 그려요?”

 “걔 친구가 그려. 근데 너랑 닮았더라고...”

  술집주인은 야채를 냄비에 넣고 육수를 끓이고 재료를 준비한다. 작가는 술 한 잔을 들이킨다. 그리고 술집주인은 육수가 끓는 동안 작가 앞에 선 뒤, 입을 연다.

 “그 친구도 그림 그릴까 고민하고 있어요?”

 “그렇지?”

 “저 예전에 그림 배우고 싶다고 작가님 찾아갔잖아요. 고생만 했죠...”

 “하하하”

  작가는 술집주인의 말에 웃는다.

 “그러고 그림 그려서 돈 못 번다고 나간다메?”

 “웃긴건, 제 발로 나가고 제 발로 다시 들어왔잖아요? 그것도 오래됐네요...”

  술집주인과 작가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작가가 입을 열었다.

 “너 나한테 그림 배우고 싶다고 찾아 왔을 때 얼마나 당황한 줄 알아? 보이지도 않는데...”

 “하하하... 그 놈의 돈이 뭐라고 남들처럼 집짓겠다고 설쳤던 것이 잘못이었죠. 80년대 한창 아파트 열기였을 때 건축학과 나왔잖아요? 그런데 건설현장에서 발 헛디뎌가지고 후두엽 시각중추 손상이 올 줄 누가 알았을까요... 이놈의 병은 아직도 기억나네... 그러고 작가님께 그림 배우러 갔는데,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제 자신이 한심하더라고요... 그런데 나갔다가 들어온 날, 작가님이 그림 하나를 저에게 주셨잖아요. 아직도 잊을 수 없네요. 그 입체그림... 그 뒤로 정말 열심히 했죠. 손으로 붓을 따라가며 그림 하나하나 만지며 느끼고, 생각하고... 그 뒤론 보이지 않아도 평범한 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더라고요. 남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작가님의 그 그림은 스탕달신드롬이었죠...”

  작가와 술집주인은 그렇게 웃으며 과거 이야기를 했다. 보이는 눈과 보이지 않는 눈을 마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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