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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머리가 없는 여자
작가 : 덤보
작품등록일 : 2017.12.4

명품 의류 공장에서 머리가 박살난 채 죽은 여자 A. A의 자취를 쫓는 형사 B.

 
4화
작성일 : 17-12-08 00:39     조회 : 196     추천 : 0     분량 : 3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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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가판대에서 우리를 노려보는 패션잡지. 우리 삶에 필요한 것을 전부 다 담고 있는 종이쪼가리. 김현주는 잡지 페이지 구석을 집어 그 안의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B는 김현주를 사이렌 취급하기로 했다. 최대한 겉모습에 현혹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마침 그 표시가 브랜드인 카페에서 그들은 마주하고 있었다. 그는 그리고 그 카페를 혐오했다.

  이 페이지에서 저 페이지로 리프 한다. 첫 장에서 거대한 속눈썹을 가진 여자가 나를 응시한다. 34페이지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확인하세요. 78페이지에서 이 시대 최고의 여신의 미모의 비법을 엿보세요. 67페이지에서 XX화장품의 비밀을 말해보세요. A의 비밀을 말해보세요.

  “이가을과 아는 사이였어요.”

 김현주가 눈 하나 깜짝 안하고 끄덕였다.

 “맞아요.”

 “왜 거짓말 했죠?”

  B가 물었다.

  “굳이 알려주고 싶지 않아서요.”

  김현주가 심드렁하게 말한다.

  B는 어떻게든 알아 내야 했다. A와 김현주와의 관계를. 그 연결을. 그 이상을. 마네킹 대가리와 닮은 김현주와 그것을 수집한 A. 그리고 지금 A는 죽어 있다.

  “나를 봐요.”

  그녀는 미의 집합체였다. B는 김현주를 바라본다. 그녀와 자바칩프라푸치노를 이제 쳐다본다.

  “우리가 친하게 지내는 게 그렇게 못마땅할 일인가요?”

  B는 할말을 잃었다. 괴상한 삼총사의 그림을 굳이 떠올리며 ‘그렇다’라고 말할 수가 없다.

  전환시점이 온 건 그때였다. 김현주에게서 뭘 더 캐내야 할 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불쑥 누군가 B의 옆자리에 앉았다. 남자였다. 미남자. 김현주와 어울릴 것 같은. 김현주의 안색이 급격히 굳는다. 남자는 안절부절 못하는 것 같았다.

  남자는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는다. 눈치게임이라도 하는 듯이.

  “왜 온 거야?”

  여왕이 먼저 말한다.

  “이 남자는 누구야?”

  추종자가 반문한다.

  “잘됐네요. 이 사람 지긋지긋해 죽겠어요. 스토커처럼 나만 따라다니는 거. 이 사람 좀 어떻게 해 줄래요?”

  남자는 말이 많았다. 현주야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니 어쩌구 저쩌구. B는 할말이 없었다. 김현주는 이런 일이 일상 다반사라는 듯 남자에게 비수 같은 말 뿐이었다. 매우 차가웠다. B는 묵묵히 그런 말을 들었다. 김현주는 또다시 자바칩프라푸치노와 함께 사이렌 행성을 떠나고자 했다. 남자는 여왕을 차마 보내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냉철했다. 더 따라오면 또다시 유치장 들어갈 줄 알라면서 으름장을 놓았다. 그녀는 테이블 위 냅킨 몇 가지를 챙기고 자리를 떴다.

  “당신 누구야.”

  남자가 B에게 묻는다. B는 신원을 밝히며 김현주에 대해 물었다. 그는 A와 이가을에 대해서도 빼먹지 않았다. 남자는 그들을 알고 있었다. B는 죽어있던 세포가 살아나는 기분을 느꼈다.

  남자는 A와 이가을을 추종자라고 표현했다. 김현주의 추종자들이라고. B는 남자가 김현주를 혐오하는지 흠모하는지 알 수가 없는 지경이었다. 그는 제대로 자신의 마음이 통하지 않는 것에 강한 불만을 품었다. 남자는 김현주의 근처에 위성처럼 A와 이가을이 존재한다고 했다. 김현주가 이가을을 모른다고, A를 그다지 친하지 않다고 말했던 것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그들은 추종자라고 이야기했다. 김현주의, 여신의...

 

  시청률은 나와야 하고 누군가는 떠들어야 한다.

  고인은 광신도였어요. 미의 광신도.

  B는 A의 일기장을 현기증이 나도록 읽었다. 갖가지 정신병과 피해망상으로 점철된 그녀의 흔적은 박살 난 머리만큼 처참했다.

  텔레비전 채널처럼 한 페이지를 넘기면 완전히 단절된 세계가 여기서 저기서 튀어나온다. 천 쪼가리 하나를 쓰면 그것으로 예술이 된다. 그 천 쪼가리에 기호가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거기에 그럴듯한 구실을 덧붙이고, 정당함을 더하면 한 페이지가 완성된다.

  정당함이란 명백함이다.

  명백한 아름다움!

  내가 여기 뚫어지게 쳐다보는 이 페이지 18의 여자처럼 말이야.

  B는 페이지 18의 여자가 누구인지 알 길이 없었다.

  테마는 최대한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것으로 장식한다. 이 페이지의 처녀는 강간을 당했다. 피 묻은 하얀 옷을 입고 멍하니 나를 쳐다본다. 옷은 프라다 거야. 프라다의 기호는 여신이 입었을 때 완성된다. 강간당한 여신은 여전히 아름답다.

  여신은 김현주 일텐데. B가 생각한다.

  49페이지에서 당신의 추악함을 확인하세요.

  추악함은 이가을 이었을까?

  B는 다시 A의 집으로 향하기로 했다. 마네킹 대가리와 잡지로 가득한 그 집. 그는 염증이 났다. 불을 켰다. A의 자취. 잡지. 모델들의 얼굴들. 순간 멈칫했다.

  김현주였다. 김현주의 사진을 단순히 매끈한 코팅용 종이에 인쇄해 잡지의 한 페이지처럼 보이게 만들어 찢어 발긴 것이었다. 한 두 장이 아니었다. 진짜 모델들 사이에서 여신 김현주의 얼굴은 흔치 않게 발견되었다. 그녀 혼자 찍힌 사진으로. B는 황급히 A의 방 구석을 모두 굴러보았다. 화보같이 찍힌 그 사진들 틈에서 무언가가 있으리라는 정황이었다. 여신의 흔적은 어디에나 있었다. 특별한 것은 없이. 거만하고 기품있는 표정으로 있는 김현주의 모습뿐 이었다.

  그 공허한척 연기하는 두 눈깔 위로 거만함이 보여서 미칠 것 같아.

  거짓말 하는 온몸에서 우월감이 느껴져서 나를 너무 슬프게 만들어.

  강간당한 여신의 연기는 내 뇌를 마구 찢어버린다. 프라다를 입은 여신은 프라다를 이야기한다. 강간의 테마와 여신의 헤 벌어진 표정은 순결을 빼앗긴 채로 보호를 요하는 여자를 말한다. 확실한건, 잡지 편집자와 스폰서들은 이 망할 놈의 사진이 프라다를 팔고 있다는 사실에 기뻐했을 거라는 것이다. 하얀 셔츠에 묻은 피가 샐샐 샌다.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성을 판다. 기호는 덤으로 팔려나간다. 다들 행복해한다. 다들 이긴다.

  그리고 누군가는 지게 된다.

  B는 더 이상 그 방에 머물기를 그만하고 싶었다. 그는 잠을 자고 싶었다.

  이 페이지에서 저 페이지로.

 

  사이비 종교란 있을 수 없어. 이건 내 새로운 믿음이야. 우리 엄마는 종교광이야. 우리 엄마는 주식회사 예수의 충실한 사원이야. 그리고 나는 또 다른 종교의 노예야. 우린 둘 다 같은 책을 읽고 있어. 표지는 다르지만 본질은 같은 책을 읽고 있어. 사람들을 겁주는 책. 그래도 읽게 되는 책.

  그건 감히 책이라고 할 수 없어. 성서지.

  여신은 고개를 치켜들고 나를 쳐다본다. 기호가 그녀의 목 주변에서 똬리를 틀고 있다. 뱀처럼 부들부들한 스카프는 여신의 모가지에 감겨있다. 그건 브랜드「시스템」 거야. 50만 원 대의 소박한 「시스템」 스카프.

  아프로디테의 사유가 있는 한 여인의 모든 굴곡은 여신의 상상력 안에서 온전하다.

  개똥같은 심리학자는 분명 그렇게 말했다.

  ‘사람을 조종하려면 상대방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뭔지 생각해요.’

  김현주와 A는 사이렌의 굴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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