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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황녀는 날지 않는다
작가 : 여름별밤
작품등록일 : 2017.11.22

오래 전, 대악마 튀란누스에게 대륙이 짓밟히는 것을 막기 위해 네 명의 영웅들을 필두로 많은 이들이 목숨을 걸고 맞섰다. 이름도 종족도 달랐던 그들이 끝내 대악마를 쓰러트린 후 대륙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그렇게 꼭 30년이 흘렀다. 대전쟁의 네 영웅 중 하나인 제국의 황제 아르도르의 딸 레아는 자신을 암살하려는 2황후 루마에게 벗어나 제국을 떠돌고 있었다. 그러나 황궁 밖에서도 자신을 향한 암살위협이 점점 거세지던 그 때, 레아는 뜻밖의 만남을 가지게 되고, 30년 전 일어났던 대전쟁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파멸이 다가옴을 알게 되는데......

 
폭풍을 대하는 자세 (6)
작성일 : 17-12-08 00:33     조회 : 304     추천 : 0     분량 : 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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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아는 낮게 으르렁거렸다. 지금 그녀는 말 그대로 한 마리의 맹수였다. 그리고 졸지에 먹잇감 비슷한 입장이 되어버린 이는 정작 제일 태연하게 레아를 마주보고 있었다. 아마 레아가 검격을 날렸을 때, 그들 사이에 루넬리아가 끼어들어 막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비켜주세요, 루넬리아.”

 “황녀님. 우선 진정을......”

 “진정이요? 저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저 여자는 제가 가장 떠올리기 싫어하는 기억을 헤집어놨어요! 그것도 세 번이나!”

 분노에 미쳐 날뛰는 레아를 완전히 무시한 채 반대편에 서 있던 은발의 여성이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네, 아테란.”

 “헤르키나.”

 아테란과 헤르키나라 불린 여성이 잠시 서로의 눈빛을 교환했고, 짧은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먼저 입을 연 것은 아테란이었다.

 “......역시 너였군. 이 안개를 풀었던 건.”

 “흠. 예전에 만났을 때 보다 훨씬 성장했네? 아무리 옅게 풀었다지만 이렇게 쉽게 걷어낼 줄 몰랐는데.”

 “잡담은 그만두고 본론만 말해두지. 어째서 황녀님의 기억에 함부로 손을 댄 거지?”

 헤르키나는 아직도 그녀를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듯 하는 눈빛을 보내고 있는 레아를 힐끗 바라봤다.

 “난 그녀의 기억에 손댄 적 없어.”

 “뭐라고? 그렇다면 내가 겪은 건......”

 레아는 순간 자신이 베어버린 벨라가 떠올랐다. 레아의 얼굴이 창백해진 채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비틀거리는 그녀를 곁에 있던 아우카와 루넬리아가 재빨리 부축했다. 그런 레아를 바라보던 헤르키나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풀었던 이 안개는, 단순히 환각을 보여주는 안개야. 마력에 대해 저항력이 높은 엘프들과 드래곤은 멀쩡히 돌아다닐 수 있는 수준이지만, 인간과 난쟁이는 그렇지 못하지. 아까 저들이 당신들을 공격했던 이유도 그것이고.”

 헤르키나의 손가락이 나무 옆에서 힘없이 앉아있던 난쟁이들을 가리켰다가, 다시 레아 일행에게 향했다.

 “그런데, 그 환각이란 건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주로 보여주지.”

 그녀의 말에 레아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내가...... 그 기억을 두려워한다는 건가?”

 “그래. 그리고 환각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그 두려움의 원인을 쓰러트리는 것. 넌 그 벨라라는 여자를 쓰러트렸고, 그 뒤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겠지.”

 아우카가 발끈하며 소리쳤다.

 “그렇다고 당신에게 책임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잖아! 그 환각을 보여주는 안개는 당신이 풀었던 거니까!”

 헤르키나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마주보았다.

 “그리고 황녀는 그 안개 속에서 내 마법에서 널 구하다가 환각에 걸렸고. 아, 물론 내가 너에게 쏜 건 단순히 수면마법이었지만. 저 불쌍한 아가씨는 그게 공격마법인 줄 알았던 모양이야.”

 루넬리아 역시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난쟁이들을 악마들에게 팔시타스의 명령을 전달해주는 것 같이 속여서 납치하라고 시킨 이유는 뭐죠? 데려간 난쟁이들은 어디 있고? 그것도 모자라서 아우카를 공격하고 황녀님의 아픈 과거마저 떠올리게 한 건가요?”

 그리고 헤르키나가 얼굴을 찌푸렸다.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에요! 모르는 척 하지 마시죠!”

 루넬리아가 씩씩거리자, 헤르키나는 도통 영문을 모르겠다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아니, 내가 난쟁이들을 데려간 건 맞는데, 악마들이라니? 내가 난쟁이들을 납치한 건 순전히 나 혼자 데려간 거야. 팔시타스라니? 그는 지금 잠들어있어.”

 그 말에 아테란과 레아를 비롯한 일행들은 뒷목이 서늘해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아테란이 나지막이 말했다.

 “네가 이곳에 오기 전, 악마들이 왔었다. 팔시타스의 명령을 받고 왔다고 했어. 나는 그렇게 많은 수의 난쟁이들이 아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면 그런 일을 꾸밀 수 있는 사람은 너 밖에 없다고 생각했지. 그렇지만 악마들을 네가 조종할리도 없고, 조종한 흔적도 없더군. 그래서 나는 네가 팔시타스의 이름을 빌려서 그들에게 명령을 내린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루넬리아님은 그에 관해 말을 한 거고. 그런데 네가 보낸 악마들이 아니라니. 그럼 도대체 누가 보낸 거지?”

 헤르키나 역시 얼굴이 굳어졌다.

 “그 악마들이 흘린 정보가 따로 있나?”

 아테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중요한 걸 알아냈지.”

 그의 이가 으드득 갈리며 불협화음을 만들어냈다.

 “우리 아버지를 죽일 무기를 만들기 위해 난쟁이들을 데려갔다는 것.”

 

 

 

 

 카렌 살리아. 대륙의 다섯 소드 마스터 중 하나이자, 대전쟁 당시 시데랄리스 왕국군을 이끌고 나타나 악마들을 몰아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고 대륙 남서쪽에 위치한 드넓은 이노파쿠스 사막에서 전사했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현재 멀쩡히 살아서 불타고 부서진 가옥 사이를 빗속을 뚫고 뛰어가는 한 남자에게 업혀서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녀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제리...... 이렇게 해 봐야......”

 “말씀하지 마세요! 지금 그 상태로 거기 놔두고 가면 그 흉측한 뱀의 먹잇감밖에 더 됩니까!”

 카렌은 쓰게 웃으며 대꾸했다.

 “이렇게 가면 둘 다 먹잇감이 되겠지요. 저야 먹혀도 아쉬울 게 없지만, 제리는 가족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촌장님을 거기 두고 가면 평생 죄책감도 같이 가져갔을 테고요!”

 그리고 제리는 뜀박질을 멈췄다. 카렌은 흐릿해진 시야에 들어온, 허공에 떠 있는 두 개의 불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거대한 뱀의 눈동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젠장......”

 제리가 탄식을 내뱉었고, 카렌은 비틀거리며 제리의 등에서 내려왔다.

 “촌장님!”

 “물러나 있으세요, 제리.”

 그녀는 두 손으로 검을 잡고 자세를 잡았다. 검은 뱀이 혀를 날름거리며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카렌은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아무리 봐도 믿기지 않는군. 레툼의 뱀이라니.”

 동시에 카렌은 옅은 초록색 독액이 뚝뚝 떨어지는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는 뱀을 향해 달려들었다. 상처 입은 먹잇감 정도로 생각하고 있던 카렌이 갑작스럽게 달려들자 뱀은 당혹스럽다는 눈빛으로 몸을 틀었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뱀의 몸통을 가볍게 밟고 뛰어오른 카렌이, 뱀의 등에 검을 꽂았다. 격한 움직임으로 인해 온 몸이 타오르는 것 같은 격통 속에서 카렌은 이를 악물고 검을 찔러 넣은 손에 힘을 주었고, 뱀 역시 고통의 비명을 내지르며 거세게 몸을 뒤흔들었다. 그 바람에 카렌이 힘없이 나가떨어졌고, 꽤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그녀를 간신히 받아낸 제리가 이내 분노에 찬 뱀이 휘두른 꼬리에 맞지 않기 위해 카렌을 안은 채 몸을 굴렸다. 목표물을 놓친 꼬리는 그들의 곁에 있던, 제국군의 무차별적인 기습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제 형태를 유지하는 가옥을 박살냈다. 그 바람에 제리와 카렌은 굉음과 함께 무너지는 지붕의 잔해에 묻혀버렸다. 동시에 검은 뱀은 몸을 뒤틀더니, 이내 형체가 희미해졌다.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리페가 털썩 주저앉아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고 있었다.

 “이 망할 놈의 비는 그치지를 않네.”

 카렌의 검에 베인 어깨의 상처에도 불구하고 무리해서 소환마법, 그것도 금지된 마법까지 써 가면서 레툼의 뱀을 불러냈건만 하필 이럴 때 그녀의 어깨는 말을 듣지 않았다. 피가 엉겨 붙은 어깨와 가녀린 몸을 차갑고 축축한 것들이 사정없이 두드려댔다. 혼미해진 정신을 애써 붙잡은 채 자신이 아까 버렸던 스태프를 지지대 삼아 후들거리는 다리를 일으켜 세웠다.

 “이대로는 소환마법이......”

 억지로 몸을 추스르고 일어선 그녀가 다시 정신을 집중하던 그 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마법, 네 생명력을 깎는 마법이잖아. 그만 두는 게 좋을 거야.”

 고개를 돌린 리페의 두 눈에 한 엘프가 들어왔다. 빗속에서 우산 하나 들지 않았는데 멀쩡하게 서 있는, 바람에 흐트러지는 하얀 머리카락 사이로 언뜻 보이는 연한 녹안이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어디서 나타난......”

 순간 리페는 자신이 불러낸 검은 뱀과의 정신적 교감이 완전히 끊겼다는 것을 느꼈고, 동시에 엄청난 피로와 고통이 그녀의 전신을 두들겼다. 그대로 쓰러지는 그녀를 누군가가 부축했다. 어느새 곁에 다가온 낯선 엘프에게 리페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전...... 아직......”

 그러면서 억지로 마력을 쥐어짜내는 리페를 바라보던 엘프가 한숨을 내쉬었다.

 “마력을 더 쓰면 진짜 죽어. 그러니까 잠시 잠들어있으렴.”

 리페의 이마에 따뜻한 손이 닿았다. 손쓸 새도 없이 밀려오는 졸음에 리페는 눈을 감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서서히 잃어가는 감각 사이로 희미하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거야 원. 아투스에게 뭐라 말해야할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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