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잿빛세상에 뜬 붉은 달
작가 : AT하나
작품등록일 : 2017.12.6

가상세계인 'D월드'가 상용화된 현재, D월드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를 처리하는 VA수사대원으로 일하게 된 주인공 린느 후즈가 겪을 미래의 이야기

 
003. 수사대 첫 임무(1)
작성일 : 17-12-07 23:50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1055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안녕하지 못하구나, 후배님.”

  “아…죄송해요. 지금 잠을 잘 못 자서….”

 

  린은 반쯤 풀린 눈으로 비틀비틀 걸어오느라 바로 뒤에서 따라오던 윤수를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그래서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 같은 린을 보고 나서야 윤수가 먼저 린에게 말을 건 것이다. 린은 그때야 윤수의 존재를 알아채고 사과 인사를 먼저 했다. 으익. 원래도 밝은 인상은 아니었는데, 오늘은 눈 밑으로 짙은 그림자까지 드리워지니 굉장히…아파보이기까지 한다. 윤수는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뭔가를 린에게 건네며 입을 열었다.

 

  “잠을 잘 못 잔 이유가 있어? 스트레스 받아서?”

  “아……그건 아니에요. 꿈의 직장에 들어갔는데요, 뭘. 그보다 이건 뭐예요?”

  “잠 깨는 데 도움이 될 거야. 꽤 효과 좋은 거라고.”

 

  린은 자신의 손바닥 위로 올라와 있는 캡슐을 보았다. 린은 눈을 천천히 깜빡이며 그것을 보고 있다가, 별다른 생각도 하지 않고 그것을 입에 넣었다. 윤수는 린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런데 린은 잠시 인상을 찌푸렸을 뿐,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당황한 쪽은 오히려 윤수였다. 윤수가 계속 정보국 쪽으로 걸어가지 않고, 자신을 보고 있으니 린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 안 가는 거예요?”

  “…안 셔?”

  “…그러고 보니 엄청 시긴 했는데…. 레몬캡슐이었나요?”

  “그럴 수준이 아니라고! 린, 너 혓바닥에 이상 있는 거 아니지?”

  “원래 신 걸 좀 잘 먹어요. 레몬에이드 같은 걸 좋아해서.”

 

  린은 잠 깨는 것에 특효라는 게 레몬맛 캡슐이었다는 것에 아주 약간 실망했다. 계속 이런 상태면 분명히 일할 때 지장이 있을 텐데…. 린은 애초에 신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잘 먹는다. 그래서 아무래도 윤수는 장난으로 레몬맛 캡슐을 준 것 같은데, 린이 제대로 반응해주지 않으니 윤수도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 때 두 사람의 맞은편에서 반이 뛰어오고 있는 걸 발견한 윤수는 린에게 방금 그 캡슐을 하나 더 건네주었다. 린은 윤수가 턱으로 반을 가리키는 것을 보고 이 장난기 많은 선배가 뭘 요구하는지 알았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으므로 린은 반이 오자마자 손에 있던 캡슐을 반에게 건넸다. 반은 놀란 기색을 보였다.

 

  “이게 뭐야?”

  “선물.”

 

  별다른 말도 덧붙이지 않은 채 선물이라는 말만 했는데 반은 환히 웃더니만 고맙다고 말하곤 대뜸 입에 넣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을 틀어막고는 어떻게 할 바를 몰라 발을 동동 굴렀다. 그제야 원하는 반응이 나왔는지 윤수는 웃음을 터뜨렸고, 린은 머리가 띵한 걸 어떻게든 하고 싶어서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겨우 캡슐을 삼킨 반은 혓바닥이 얼얼하다는 것을 느끼며, 대체 이런 걸 왜 줬냐는 얼굴로 린을 보았다. 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아직도 웃고 있는 윤수를 보았다. 반은 멀리서 봤을 때 윤수가 린에게 뭔가 준 것이 방금 그 캡슐이라는 걸 알았다.

 

  “형, 누나한테 이걸 먹이려고 했단 말이야? 지독하다, 진짜.”

  “먹이려고 한 게 아니라 먹였어.”

  “뭐? 누나, 괜찮아?”

  “지나치게 괜찮아서 재미없었어. 역시 놀리는 건 네 쪽이 더 재밌네.”

 

  윤수가 다시 킥킥거리며 웃자 반은 한숨을 내쉬었다. 린의 표정은 더욱 무표정해졌다. 어제는 새로운 곳에 왔다는 기대감, 뭐 그런 것과 뒤섞여서 그래도 표정이 밝았는데, 오늘은 정말 피곤해보였다. 어제 기계를 손 보는 게 힘들었나? 오늘부터는 수사도 해야 할 텐데 괜찮으려나 모르겠다. 반도 처음에 수사를 배울 때 꽤 힘들었다. 머리가 좋은 것과는 별개로, 단순히 수사만 해야 하는 게 수사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마 그걸 린도 경험할 거라고, 반은 생각했다. 그 때 윤수가 린과 반의 등을 퍽, 치더니만 정보국 쪽으로 앞서 걸어갔다.

 

  “얼른 올라가자. 부대장님 불벼락 떨어질라.”

 

  윤수가 먼저 가볍게 뛰어 들어가고, 린과 반이 그 뒤를 따랐다. 오늘 린은 어제 반이 가져다 주었던 수사대의 점퍼를 입고 있다. 이걸 입을 때만큼은 조금 잠이 깬 상태였다. 그저 점퍼일 뿐인데도, 긴장도 되고 기분이 달랐기 때문이다. 이걸 입을 수 있는 거야 아주 흔한 거겠지만, 가슴팍에 새겨진 자신의 이름이 가장 좋았다. 물론 지금은 피로에 지쳐 그 설렘도 많이 사라졌지만 말이다. 이내 세 사람이 9층에 도착했다. 보안부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범죄라는 건 밤낮이 없기 때문이다. 어제는 반과 린, 윤수가 모두 퇴근했지만, 분명히 당직이라는 것도 존재한다. 그리고 어제의 당직이 바로 윤수가 말했던, 부대장인 모양이다.

 

  “안녕하십니까!”

  “아, 왔어? 마침 셋이 같이 왔네. 셋 다 이리 와.”

 

  제닌 역시 피곤한 얼굴로 셋에게 손짓했다. 린은 약간 긴장했지만, 반이나 윤수는 익숙한 듯 그 앞으로 걸어갔다. 부대장인 제닌은 뭔가를 확인하듯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린의 핸드폰이 진동을 일으킨다. 린이 놀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 제닌이 웃으면서 확인하라고 했다. 메시지인 모양인지 진동은 한 번만 울렸다. 그리고 메일로 온 것은, 경찰배지였다. 린은 여태까지처럼 반만 뜨고 있던 눈을 동그랗게 떴다. 놀란 게 분명했다.

 

  “뭘 그리 놀라? 우리가 저쪽으로 넘어가면 경찰인데. 그 때 사용할 신분증이야. 실제 D월드 신분증은 지금 쓰면 안 돼. 수사대에서 사용할 ID 카드는 재발급될 거거든. 그러니까 그게 나올 때까지는 일단 그걸 쓰도록 해. 알았지?”

  “네.”

  “신난 얼굴이네. 그리고 린을 데리고 같이 수사할 사람 말인데….”

 

  제닌은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는지 윤수와 반을 번갈아가면서 쳐다보았다. 두 사람 모두 린을 싫어하는 기색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력도 좋은 편이고. 린은 제닌의 그런 생각은 전혀 모른 채 자신에게 온 신분증을 계속 보고 있었다. 아침에 이 점퍼를 입으면서 느꼈던 설렘이 다시 느껴졌다. 피로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분명히 덜해졌다. 제닌은 그런 린의 얼굴을 보다가 다시 반과 윤수 쪽을 보았다. 둘 다 긴장한 기색이 있다. 딱히 린과 일하게 되는 걸 긴장한다기보다는, 가르쳐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것 같다. 아니, 아직도 이렇게 귀여워도 되는 거야? 우리 팀 아기들 진짜 괴롭히고 싶게 왜 이래? 제닌은 혼자 웃고는, 윤수를 쳐다보았다.

 

  “일단은 선배님께서 챙겨주시는 걸로 하자. 윤수가 잘하는 게 있고, 반이 잘하는 게 있으니까. 린, 오늘은 윤수의 수사를 백업해줘. 그러면서 잘 배우고. 수습 기간은 딱 3개월뿐이야. 그 이후에도 모르는 게 있으면 사건처리 속도가 느려지니까, 확실히 배워!”

  “네! 열심히 할게요.”

 

  린은 결의에 찬 얼굴로 표정을 굳혔다. 윤수는 그런 린을 보고 다시 웃음을 터뜨렸고, 반은 아주 약간, 실망한 기색을 보였다. 윤수가 먼저 린을 데리고 자신의 자리 쪽으로 가고, 반이 그 뒤를 따라가려는데 제닌이 반을 불렀다. 반은 다시 제닌 앞에 섰다. 제닌은 피곤한지 눈을 한 번 세게 감았다가 뜨고는 반을 보고 빙긋 웃었다.

 

  “린이랑 수사 못 하게 되어서 아쉽니?”

  “네? 아닙니다. 형이 더 잘 가르쳐줄 거예요.”

  “아까 말했지? 윤수가 잘하는 게 있고 네가 잘하는 게 있다고. 상황은 좀 더 봐야겠지만 어쩌면 린은 너한테 배울 게 더 많을 지도 모르지. 그러니까 너무 실망하지는 마.”

  “알겠습니다.”

  “좋아. 난 좀 자고 와야겠다!”

 

  린이 첫 수사를 하게 되는 날이고, 누구와 함께 수사하게 할지를 오랫동안 고민한 모양이다. 세 사람이 도착할 때까지 사무실에서 버틴 걸 보면 말이다. 반이 옆으로 물러나고, 제닌은 기지개를 켜면서 접속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시 말하지만, 접속실은 굉장히 수면실 같은 구조다. 그래서 굳이 당직실이나 수면실 같은 걸 만들어두지 않았다. 눈치껏 가서 자고 올 수 있다는 얘기다. 제닌은 그걸 제일 잘했다. 아마 대장이 오기 전에 복귀해있을 것이다. 반도 이내 자신의 자리로 갔다. 반과 윤수의 자리는 붙어 있었으므로, 린은 어느 새 의자를 가지고 와서 반과 윤수 사이에 앉아 있었다. 반은 둘이 벌써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 걸 보고 슬쩍 보았다가 자신의 수사목록을 확인했다. 윤수는 린에게 컴퓨터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네가 고쳐줘서 진짜 편해졌어. 자, 화면 봐봐. 왼쪽 화면은 D월드 전방이야.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조작하면, D월드 내의 CCTV들로 D월드를 확인할 수 있어. 접속위치 같은 것도 화면 위에 나오기 때문에, 그 근처로 접속하면 돼. 참, 오프 위치 보내줄게.”

  “오프 위치요?”

  “응. 우리들이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게 D월드 사람들에게 들키면 안 되니까, 우리들이 현실로 돌아오는 ‘오프’를 할 수 있는 장소가 정해져 있어. 거기 외에서 오프를 하는 건 위험하기도 하고.”

 

  윤수는 말을 하면서 린에게 순식간에 오프 위치를 보내주었다. 좌표들이 줄지어 적혀 있다. 린도 D월드로 접속은 여러 번 해봤기 때문에, 좌표 자체로도 대충 어디인지는 알 수 있었다. 린이 그걸 확인하는 사이 윤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오프 장소들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조정돼. 정보국에서 관리하는 장소들이라 안전하고. 일단 한 군데 보여줄까?”

 

  윤수가 CCTV 프로그램을 이용해 어느 좌표를 검색하자, 의외로 아주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가 보인다. 사람들은 아주 평화롭게 다니고 있다. 시내인 모양인지 아직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닌다. 현실에서는 흔히 보기 어려운 ‘출근길의 교통체증’ 같은 모습도 보인다. 윤수는 손가락으로 어느 건물을 하나 짚었다. 1층에 동물병원이 있는 건물이었다.

 

  “이 건물 2층이 지금 오프 장소 중에 하나야. 지금 내 VA도 거기에 있고.”

  “아…다수VA는 D월드로 들어갈 때 오프한 장소로 다시 되돌아가죠?”

 

  린이 그때야 알겠다는 듯이 말했다. 다수VA는 정해진 정보를 가진 VA를 사용하기 때문에, 일단 오프를 한 장소 외에 다른 곳에서 다시 접속할 수 없다. 다른 곳을 가고 싶으면 오프한 장소로 다시 들어가 이동해야 한다. 그래서 대체로 다수VA들은 VA들이 가까운 곳에 있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 곳곳에 VA를 오프시켜서, 사건이 발생하면 거기서 가장 가까운 VA로 움직이는 구조였다. 물론 멀다 하더라도 보안부의 도움을 받아 경찰차를 타고 빨리 이동할 수 있지만 말이다. 윤수는 린을 보고 놀란 얼굴을 했다.

 

  “뭐야, 그 말투는? 너, 다수VA 아니야?”

  “네, 변형VA예요.”

  “여러분! 우리 후배님이…!”

  “그러지 좀 마요!”

 

  윤수가 또 소리치려는 듯 하자 린이 윤수의 소매를 붙잡아 다시 자리에 앉혔다. 윤수는 물론 장난으로 그런 것이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매우 신기하다는 얼굴로 린을 보았다. 린은 오히려 속은 기분이었다. 어제 반에게 말한 대로, 특출난 능력이 있어야만 합격할 것 같아서 죽어라고 변형VA 연습을 했다. 그래서 사실 정보국 내에는 변형VA가 많을 줄 알았다. 국가소속이 아니면 변형VA는 소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번 정해진 VA를 변경하려면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그 규칙을 깨는 유일한 게 변형VA이므로 국가에서 허락한 사람들만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린도 실제로 변형VA 허가를 받기 이전까지는 만드는 연습만 했을 뿐 실제로 VA에 적용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정보국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변형VA라고 말하면 저렇게 신기해하니……. 정보국에도 변형VA가 어지간히 없는 모양이었다.

 

  “VA구성을 그렇게 빨리 한다는 말이잖아? 궁금하다!”

  “나…중에요.”

  “어? 잠깐만. 그러면 너 VA를 새로 만드는 게 가능하다는 거네?”

 

  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윤수는 뭔가 신이 난 듯 허공으로 어퍼컷을 몇 번이나 날리더니만 가지고 있던 VA 하나를 컴퓨터에 꽂았다. 그러자 VA의 모습과 정보가 떴는데, 정보는 윤수가 순식간에 가렸고, VA의 모습만이 남았다. 윤수의 VA의 모습인 것 같다. 키가 매우 큰 남성이 있다. 왼쪽 눈을 가릴 정도로 긴 앞머리를 가진 남성이었는데, 윤수와는 정말 다르게 매우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백인이다. 그 VA를 보고 있으니 윤수가 린에게 설명을 덧붙였다.

 

  “이 VA, 슬슬 변경할 때가 되었구나 싶어서 신청해뒀고 얼마 전에 허가는 받았거든? 그런데 VA 제작이 너무 돈이 많이 드니까 엄두가 안 나는 거야! 물론 내가 하라고 하면 할 수는 있는데 할 일이 이렇게 많은 상태에서 몇 날 며칠에 걸려서 만드는 것도 비효율적이다 싶고….”

 

  린은 윤수가 조잘조잘 말하는 걸 가만히 듣다보니, 윤수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알았다. 그렇게 빨리 만들어낼 수 있다면, 자신의 VA 하나를 재구성해달라는 얘길 하고 싶은 거다. 린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윤수의 말대로 VA를 구성하는 건 꽤 돈이 된다. 그럴 능력을 가진 사람도 적을뿐더러, 잘 뽑아내는 것도 능력이라 현실의 성형외과 이상으로 인기가 많다. 대부분 VA를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은 관련 기업에 들어갔거나 공무원이 되었지만, 간혹 개인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VA 제작을 맡으면 돈을 엄청 뜯어간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있다. 아마 그것일 것이다. 관련 기업에서도 싸게는 안 해주는 것 같았으니 말이다. 나는 선배님을 참 잘못 만났네…. 그런 생각을 하며 윤수의 부탁을 들어줘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윤수의 머리를 한 손으로 콱 붙잡았다. 윤수의 입이 다물어졌다.

 

  “업무시간이다, 윤윤수. 신입 데리고 쓸데없는 소리를 할 정도로 여유가 있다면 사건배당 때 고려해보지.”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대장님!”

 

  윤수가 겁에 질려 급히 대답했다. 머리를 잡혔기 때문에 고개를 돌리지도 못한 채 컴퓨터 모니터를 향해 외친 것이다. 린은 뒤를 슬쩍 돌아보았다. 어느 새 온 건지도 모를 수사대장이 윤수를 붙잡고 있다. 전혀 기척도 못 느꼈어…. 윤수나 반도 그런 것 같다. 저렇게 큰 사람이 뒤에 올 때까지 전혀 기척을 못 느꼈단 말이야? 이건 이것대로 놀랄 일이었다. 수사대장 조셉이 윤수의 머리를 놓아주고는 린을 보았다.

 

  “제닌이 배정을 윤수 쪽으로 해줄 줄은 몰랐는데…뭔가 부족하다 싶으면 바로 말하도록. 반 쪽으로 바꿔줄 테니까.”

  “아닙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윤수가 다시 한 번 외치자 그제야 대장실로 돌아가는 조셉. 윤수는 대장이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기운을 모두 빨린 것처럼 책상에 머리를 기댔다. 린은 윤수가 다시 기운을 차릴 때까지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하며, D월드를 다시 보았다. 우리들이 보기에는 그저 컴퓨터 속에서 만들어낸 가짜 세계와 같지만, D월드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현실세계에는 세 부류의 사람이 있다. 하나는 D월드에 접속하지 않고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 다른 하나는 D월드에 접속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 마지막 하나는 현실세계의 존재를 모르고 D월드에서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현실세계에서 태어나 D월드의 존재를 안 것이라, 그들에게는 비밀유지의무가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언급했던 D월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서이다. D월드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 세계가 현실이고, 정보국과 린이 존재하는 이 현실은 없는 세계다. 그렇기에 정보국이 맡은 업무는 막중한 것이다. 그래서 현실세계에 대해 알고 있지만 D월드에 접속하는 사람들은 접속장소가 제한되어 있다. 그들이 D월드 사람들을 만나면 매우 곤란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정부의 결정 때문이다. D월드에서만 살아가는 사람들과는 철저히 분리되어 있다. 하지만 D월드에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욱 D월드를 담당해야 하는 사람들과는 소통이 필요하므로, 그 중간에 존재하는 것이 바로 이 정보국이다. 정보국 사람들은 그야말로, 현실세계 사람들이 아니라 D월드 사람들의 공무를 처리해주는 공무원인 셈이다. 린은 평화로워 보이는 D월드를 가만히 보았다. 바쁘게 움직이고들 있지만, 좋아 보인다. 하늘도 맑고, 식물도 많다.

  D월드의 환경이 좋은 이유는, 현실세계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린의 눈으로 뭔가 이상한 게 보였다. 푸른색의……나뭇잎? 아니면 종이인가? 사람의 손바닥 정도의 크기로 보이는 그것은 공중을 부유하고 있다. 바람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지는 않다. 린은 여전히 엎어져 있는 윤수의 어깨를 흔들었다.

 

  “선배님, D월드에서 이상한 게 보이는데요.”

  “뭐?”

 

  윤수가 고개를 번쩍 들어 화면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키보드로 뭔가를 급하게 친다. 그러자 그 파란 조각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윤수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삐죽거렸다. 린이 설명이 필요하다는 얼굴로 윤수를 보니 윤수가 방금 전 그 상황을 캡처했는지, 화면에 그 파란 것이 부유하는 영상을 틀어놓고는 손가락으로 그것을 가리켰다.

 

  “일종의 오류로 보고 있는데, 간혹 사람이 많은 곳에 나타나는 거야. 별다르게 해를 끼치거나 하지는 않는데, 뭔지 알아보려고만 하면 사라져버려. 그래서 수사대나 보안부에서도 신경은 쓰고 있는데 좀처럼 꼬리가 안 잡혀. 저쪽 사람들이 보면 갑자기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거니까, 별로 좋은 건 아니잖아.”

 

  오류.. D월드는 어쨌든 ‘만들어진’ 세계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세계이기 때문에 오류가 존재할 수 있다. 특히나 저 D월드 자체를 만든 과학자가 한 명이기 때문에 오류의 가능성은 언제나 있었다. 린은 핸드폰에 파란 색의 오류에 대해서도 적어두었다. 이내 윤수가 핸드폰으로 수사목록을 보여주었다. 핸드폰에서 홀로그램이 나와 수사목록 자체가 공중에 뜨도록 하니 보기가 편했다.

 

  “이게 한 명당 맡는 수사목록이야. 간단한 것도 있지만 몇 날 며칠이 필요한 사건들도 있어. 일단은, 이 사건부터 해볼까?”

 

  윤수가 꼽은 수사대의 임무는 어이없게도…수색임무다. 그래, 말이 좋아서 수색이지, 솔직히 말하면 그냥 동물찾기다……. 린의 표정이 이상해지자, 윤수는 웃었다. 자신이 표정관리를 하지 못했다는 걸 알아 챈 린이 다시 표정을 어떻게든 풀어보려고 했지만 사건을 보는 순간 다시 기분이 이상해졌다. 나쁘다기 보다는……너무 기대한 탓이려나. 린은 표정 고치기를 포기하고 윤수를 보았다.

 

  “원래는 우리 쪽에서 맡을 만한 사건은 아니야. 그런데 신고접수자가 이쪽 사람이라 어쩔 수 없이 우리가 맡게 된 거지.”

  “…하지만 이 사람이 찾는 이 ‘고양이’라는 건, 실존하는 게 아닌 거죠?”

 

  린의 질문에 윤수는 린을 잠깐 보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D월드에 존재하는 동식물들은 모두 데이터일 뿐이다. 실존하지 않는다. 인간이 D월드에 접속하도록 만드는 VA도 복잡한데, 동물이나 식물까지 그렇게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동물용 데이터인 셈인데, 그것을 찾아달라고 누군가가 신고한 것이다. 린 스스로는 기운이 안 났지만, 윤수는 그런 린을 보다가 화면을 움직였다. 아까 윤수가 가르쳐주었던 CCTV 화면이다.

 

  “하지만 그 사람한테는 하나뿐인 ‘키티’인 거잖아? 그럼 우리가 찾아줘야지. 없어졌다고 접수된 건 이 부근이야.”

 

  CCTV 위에 좌표가 찍혀 있다. 린은 CCTV 화면을 보여주는 윤수를 보며, 경악했다. 이렇게 CCTV를 강조한다는 건, CCTV를 통해 찾으라는 말이다. 설마? 진짜로? 린은 좋은 생각을 꺼냈다.

 

  “데이터라면 조회할 수 있잖아요. 그러면 쉽게 찾을 수 있지 않나요?”

  “정답! 역시 엘리트. 하지만 지금 너한테 이 사건을 맡기는 건 조회하라는 게 아니야. 수사에서 제일 중요한 게 현장관찰이니까, 지금 네가 할 일은 네 눈으로 ‘키티’를 찾는 거야. 제한 시간은 1시간. 자, 네 자리에서 해봐.”

 

  이게 무슨 장난인가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윤수를 보았는데, 윤수는 린이 일어날 때까지 린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진짜구나…. 진짜로 눈이 빠지도록 찾아야 하는 거구나…? 린은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 반의 맞은편 자리로 갔다. 핸드폰으로 윤수가 아까 그 CCTV 좌표와 그 근방 지도를 보내주었다. 그리고 린의 고생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렇게 노동에 가까운 일을 먼저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잘 해내고 싶은 게 린의 생각이었다. 고양이의 데이터가 아니라 사진을 보았다. 흰색 털에 노란색과 파란색 오드아이를 가진 고양이다. 예쁘게 생겼는데 왜 도망쳤을까…. 왜 내가 이런 일을 하게……안 돼! 린은 다시 한 번 부정적으로 생각하려던 것을 멈추고 이 눈에 띠는 고양이를 찾기 위해 CCTV를 뒤지기 시작했다. 윤수는 자리에서 슬쩍 일어나 린의 자리를 보았다. 린은 컴퓨터에 들어갈 기세로 지역을 뒤지고 있었다. 윤수는 씩 웃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반이 윤수의 팔을 살짝 쳤다. 반은 윤수를 좋지 않은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형, 너무 한 거 아니야? 굳이 저렇게까지 할 필요 없잖아. 데이터조회로 금세 끝날 일을..”

  “물론이지. 위치야 내가 파악해뒀어.”

 

  윤수의 핸드폰으로 신고자가 찾았던 고양이 키티의 위치가 시시각각 나타나고 있다. 반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윤수는 가끔 장난이 심하다.. 물론 윤수가 말한 대로 관찰력이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보통 저렇게 할 때까지 눈으로 직접 찾는 일은 없다. 조회를 하면 백발백중이니까. 게다가 1시간 제한시간이라고는 해도 그 때까지 화면만 보는 것도 굉장히 힘들 것이다. 윤수는 린이 지쳐 나가떨어지거나, 1시간 동안 고생하기를 바라는 것 같다. 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윤수가 린을 가르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반은 린이 어떻게 해낼지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그렇게 30분쯤 흘렀을까? 갑자기 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윤수와 반은 놀라서 린을 쳐다보았다. 설마, 벌써 찾았나? 그런데 린의 시선은 화면에서 떨어지지 않은 채였고, 반과 윤수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리고는 갑자기 냅다 자리에서 벗어나 뛰기 시작했다! 반은 놀라 자리에서 따라 일어났고, 윤수는 멍한 얼굴로 린이 뛰어간 쪽을 보았다. 저쪽은…….

 
작가의 말
 

 기계를 고치던 것 말고 드디어 수사를 시작했는데.. 고양이 수색이라니 린도 기운 빠지겠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4 024. 센트럴 경찰서장 상해사건(4) 2017 / 12 / 18 227 0 14962   
23 023. 센트럴 경찰서장 상해사건(3) 2017 / 12 / 18 232 0 7831   
22 022. PA(접속금지) 판정(2) 2017 / 12 / 16 244 0 7680   
21 021. PA(접속금지) 판정(1) 2017 / 12 / 16 230 0 6803   
20 020. 센트럴 경찰서장 상해사건(2) 2017 / 12 / 16 240 0 9706   
19 019. 센트럴 경찰서장 상해사건(1) 2017 / 12 / 16 252 0 7818   
18 018. B-15 창고(3) 2017 / 12 / 14 255 0 9047   
17 017. B-15 창고(2) 2017 / 12 / 14 235 0 6253   
16 016. B-15 창고(1) 2017 / 12 / 13 246 0 9223   
15 015. 붉은 달 스캐너 사건(2) 2017 / 12 / 13 235 0 11770   
14 014. 붉은 달 스캐너 사건(1) 2017 / 12 / 12 230 0 9406   
13 013. 리슈베르 사 테러방지팀(4) 2017 / 12 / 12 240 0 11789   
12 012. 리슈베르 사 테러방지팀(3) 2017 / 12 / 11 248 0 11192   
11 011. 리슈베르 사 테러방지팀(2) 2017 / 12 / 11 259 0 9964   
10 010. 리슈베르 사 테러방지팀(1) 2017 / 12 / 10 231 0 9061   
9 009. 세잎클로버(3) 2017 / 12 / 10 251 0 9279   
8 008. 세잎클로버(2) 2017 / 12 / 9 247 0 12680   
7 007. 세잎클로버(1) 2017 / 12 / 9 262 0 9112   
6 006. 수사대 첫 임무(4) 2017 / 12 / 9 233 0 4911   
5 005. 수사대 첫 임무(3) 2017 / 12 / 9 227 0 10289   
4 004. 수사대 첫 임무(2) 2017 / 12 / 7 238 0 7314   
3 003. 수사대 첫 임무(1) 2017 / 12 / 7 242 0 10554   
2 002. VA수사대(2) 2017 / 12 / 6 258 0 6350   
1 001. VA수사대(1) 2017 / 12 / 6 393 0 10339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