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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별똥별
작가 : 보장대밥수
작품등록일 : 2017.11.5

별똥별은 별 그 자신의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별똥별-20
작성일 : 17-12-07 23:44     조회 : 340     추천 : 1     분량 : 4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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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봄비가 쓰러진 모로비 씨의 등짝을 쳐다본다. 네 개의 화살. 본 적이 있다. 나바재 씨가 손수 화살을 뽑으며 말한다.

 "너럭바우의 짓입니다. 아직 숲을 벗어나지 못했을테니 추격해 죽입시다."

 "꼭 죽여야 합니까?"

 "원하신다면 숨은 붙어있는 채로 붙잡을 수도 있을 겁니다."

 "나바재 씨. 이미 너럭바우 그 아이의 복수는 끝났습니다."

 나바재 씨가 뽑던 화살을 땅에 내던진다.

 "당연하지요. 이번엔 우리 차례니까."

 "그런 식으로 복수하다가는 끝이 없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죽은 사냥꾼들의 가족에게도 똑같이 말씀해보십시오."

 봄비가 한숨을 쉰다.

 "굳이 복수를 해야겠다면 그것까지 막지는 않겠소."

 

 23.

 성난 사람들이 흩어져 대형을 이루지도 않은 채 원수를 쫓는다. 누군가는 핏자국을 쫓고 누군가는 안개가 남긴 물기운을 찾는다. 너럭바우는 웅성거리는 소리를 피해 달아난다. 그는 추적을 피하기 위해 흔적을 곳곳에 뿌려두지만 처음부터 퇴로가 막힌 터라 점점 숲 깊숙한 곳으로 몰린다.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는 너럭바우가 걱정된 잿빛양털 씨가 창을 쥐고 나선다. 허술한 토굴을 나서니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도 더 호전적인 인파가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면서 마냥 빠르게 달리는 광경이 보인다. 우선 한 번 불을 뿜어 시선을 끌어본다. 몇몇 사람들이 느려지더니 이제는 그에게로 창끝을 겨눈다.

 

 24.

 나바재 씨가 고개를 몇 번 젓더니 다시 봄비를 찾아간다.

 "너럭바우가 혼자 오지는 않았을 겁니다."

 "잿빛양털 씨도 숲에 있을 것이다, 이 말입니까?"

 "그를 죽이면 노을녘의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지겠죠. 정말 잿빛양털 씨가 여기에 왔다면 이건 기회입니다."

 "죽이지는 말고 사로잡아야겠습니다."

 그가 다시 고개를 젓는다.

 "봄비 씨. 어차피 죽이게 될 겁니다."

 

 25.

 너럭바우는 숲에 불을 질러 추격을 막으려 한다. 세 명 정도를 더 찔러죽이고 난 다음에야 사람들이 안개를 쫓아온다는 것을 눈치채고 안개를 물린다. 그리고 안개와 불을 쫓아온 사람을 마주친다.

 "일부러 은신처에서 멀리 떨어지려고 했는데, 소용없게 되었군요."

 잿빛양털 씨가 들은 체도 않고 창을 던진다. 창이 너럭바우의 관자놀이 옆을 지나 그의 뒤를 노리는 자의 왼쪽 눈을 지난다.

 "누가 누굴 걱정하니!"

 두 사람은 날아드는 화살을 피해 나무 뒤로 숨는다. 그러나 이미 화살이 온갖 곳에서 날아들고 있다.

 "혼자 죽으려고 숲 깊숙히까지 들어온 거라면 칭찬해주마."

 "처음부터 제가 어디로 달아나려 하는지 알고 있었던 듯 합니다. 제가 저들을 유인하고 도망할 길을 확보할테니 그 틈에 빠져나가십시오."

 "내가 네 도움이나 받겠다고 따라온 게 아니다! 분명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지."

 잿빛양털 씨가 이죽거리며 여태 본 적 없는 희열을 표정으로 뽐낸다.

 "퇴로는 내가 열어주마. 걱정하지 마. 우리 둘 다 빠져나간다."

 그가 가슴 깊은 곳까지 숨을 들이마신다. 너럭바우는 어느새 먹구름을 모은다. 마른 하늘에 벼락이 내리꽂힌다. 잿빛양털 씨가 약간의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 화마를 뿜어낸다. 나무 곳곳에 불이 옮겨붙는다.

 "먼저 가라! 나는 일단 길부터 막아놓고 뒤따라가마!"

 "지리도 모르면서 어떻게 뒤따라오신다는 겁니까!"

 "이젠 네놈이 남긴 흔적도 못 읽는 사냥꾼 취급을 하는구나!"

 잿빛양털 씨는 말을 아끼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불을 질러댄다. 사람들이 섣불리 다가가지 못하는 틈을 타 너럭바우가 다시 안개를 불러온다. 그는 화살을 쏘아대며 잿빛양털 씨를 엄호하더니 노래를 부르며 거센 바람을 불러온다. 불길이 사방으로 번져나가고 두 사람을 향해 날아오는 창과 화살은 힘을 잃는다.

 "아저씨! 그쯤 하면 됐어요! 돌아갑시다!"

 대답이 들리지 않는다. 잿빛양털 씨가 불길에 휩싸여 알아보기 힘들다. 다시 보니 정강이에 화살이 박힌 채로 날아오는 창을 잡아 되던지며 저항한다.

 "아저씨!"

 "아직도 안 갔냐!"

 "그게 지금 화살맞은 사람이 할 소립니까!"

 "별 수 없지. 먼저 탈출해라! 뒤따라간다고 하지 않았니!"

 너럭바우가 평정심을 잃자 곳곳에 벼락이 내리친다. 소나기가 내리자 불길이 조금씩 사그라든다.

 "더 말 안 한다! 내 복수같은 건 생각도 하지 마라!"

 비 때문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26.

 봄비는 울적하다. 그는 자기 기분을 숨긴 채 잿빛양털 씨에게 창을 겨누고 있는 병사들을 물리치고 다가간다. 잿빛양털 씨는 온 몸에 화살을 맞고도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았는지 나무에 등을 기대고 널부러져 있다.

 "잿빛양털 씨. 어쩌다 이렇게 된 겁니까."

 "봄비 씨. 아직 살아있었군요."

 "당연하죠. 당신이 일부러 빗맞추지 않았습니까."

 "무슨 소리. 죽일 각오로 던진 건데. 다만 망설임이 스며들었을 뿐이오."

 봄비가 그와 눈높이를 맞추려 주저앉는다.

 "항상 사냥꾼이라 자부하던 당신이었는데, 오늘은 사냥감 신세가 되었으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잿빛양털 씨는 피딱지가 굳어버린 입꼬리를 올려 이죽댄다.

 "사냥꾼은 언제나 사냥감에게 사냥당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그런 각오가 있었으니 당신에게 창을 겨눈 것이오."

 그가 콜록거린다.

 "하지만 봄비 당신은... 사냥감이 되는 것을 끝까지 거부했지."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니까."

 "착각하지 마시게. 지금 편한만큼 나중에 더 위험해질거야."

 "그런 것쯤은 각오하고 있소."

 잿빛양털 씨의 코에 피가 주륵 흐른다. 봄비가 소매로 피를 닦아준다.

 "말하는 걸 보니 전혀 알아듣지를 못했군. 봄비. 당신은 분명 동족들 때문에 모든 일을 시작했다고 변명할거야."

 봄비의 표정이 굳는다.

 "하지만 사냥감이 모두 사라지고 나면 새로운 사냥감을 만들어내야 하는 법이오."

 잿빛양털 씨가 손을 까딱거린다. 그가 가까이 다가가 귀를 기울인다.

 "봄비. 나는 사냥꾼이었고, 미련없이 죽는다. 너는 과연 어떻게 죽을 것 같나?"

 

 27.

 너럭바우는 벌판 한가운데서 노을녘으로 돌아가려던 발걸음을 거두기로 한다. 잿빛양털 씨의 목숨과 맞바꾸고 살아돌아온 자신을 부족 사람들이 받아줄 리가 없다. 설사 받아주더라도 머무를 수가 없을 것만 같다. 앞으로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보지만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차라리 다시 숲으로 돌아가 죽기로 싸우는 건 어떨까? 이제 와서? 아니. 애초에 왜 싸우기로 한 걸까. 봄단풍 씨가 그것을 원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이미 죽었지. 그래서 원수를 갚았다. 그리고 그 때문에 잿빛양털 씨가 죽었다. 그는 별로 싸우고 싶어하지 않았지만 너럭바우 때문에 싸웠고 너럭바우 때문에 죽었다. 그가 창과 활과 화살을 내려놓는다.

 

 28.

 능소니가 노을녘의 한 협곡에 들어선다. 아래를 죽 훑으니 가공한 흔적이 있는 나뭇가지, 새끼줄, 하나도 썩지 않은 짐승들의 가죽과 백골들이, 고개를 들어 멀리 내다보니 전에 없던 벽이 보인다. 그는 서서히 자신이 자리를 비운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한다. 그는 실망하고 싶지 않은 탓인지 흑단들소 벌판의 벽으로 선뜻 다가서지 못하고 그저 주위를 맴돌 뿐이다.

 

 29.

 봄비는 실로 오랜만에 어머니 나무로 돌아온다. 그동안 해온 일 때문에 그의 이름은 점점 더 외우기 힘들어진다. 이제 사람들은 봄비를 염통먹는 자, 적을 부수는 자, 만인의 옷을 입는 자, 죽지 않는 자라고 부른다. 매번 마지막이라고 외치며 일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좀처럼 쉴 수가 없다. 나바재 씨가 쉴새없이 일을 벌리는 탓이다.

 "봄비 씨. 자운영 씨가 찾아와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처음 듣는 이름인데, 어디서 온 사람입니까?"

 "죽은 능금아재의 동생이라고 하는데요."

 봄비가 벌떡 일어난다.

 "어서 들어오라고 하세요."

 나바재 씨가 자운영 씨를 안내해 방으로 데려온다.

 "능금아재에게 누이가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일찍이 동백꽃 씨족의 사람과 혼인하여 그 곳에서 살았습니다. 모르시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를 잊지 못할 겁니다. 정중히 장사지내주지 못한 것이 아직도 마음에 걸리는군요."

 봄비가 장독에서 술을 떠 그녀에게 건넨다.

 "능금아재가 남긴 마지막 술입니다."

 자운영 씨가 술을 단숨에 들이킨다. 꽤 독한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꼴깍꼴깍 넘기는 것을 보고 나바재 씨가 내심 감탄한다.

 "술을 제법 잘 마시는군요."

 "네. 동백꽃 씨가 술을 거르면 항상 제가 처음으로 맛을 봤지요."

 봄비가 다시 자리에 앉으며 모닥불에 불쏘시개를 집어넣는다.

 "그럼 동백꽃 씨가 그 술로 별을 만들고자 했던 것도 알고 계시겠네요."

 자운영 씨가 머뭇거리다 대답한다.

 "되지 않을 일이었습니다."

 봄비는 여전히 모닥불을 쳐다보고 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자운영 씨도 어느새 시선을 모닥불로 향하고 있다

 "이 곳에는 왜 찾아온 겁니까?"

 "제 친척과 오라비의 유품을 챙겨가셨잖습니까. 돌려받으러 왔습니다."

 나바재 씨가 즉각 대답한다.

 "죄송합니다만, 그건 안됩니다."

 "어째서죠?"

 봄비가 고개를 든다.

 "그 물건은 지금 우리가 쓰고 있습니다."

 "도둑과 강도도 앗아간 물건을 쓰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계승자는 당신이 아닌 나요. 옛 주인이 하던 일을 이어받아 하고 중이거든."

 봄비가 술잔을 채우더니 천천히 비운다.

 "그래요. '되지 않을 일' 말입니다."

 
작가의 말
 

 1. 등장인물의 이름은 가급적이면 자연과 순우리말에서 따오려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나바재 씨라는 이름이 조금은 생소하게 느껴졌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나바재는 납(申)+아재. 그러니까 원숭이아저씨라는 뜻입니다.

 원래는 같은 규칙으로 능금아재도 능그마재라고 이름을 지어야 하는데,

 그러면 읽을 때 좀 패드립같이 느껴져서 바꾸지 않았습니다.

 

 2. 잿빛양털 씨가 죽었습니다. 아마도.

 잿빛양털은 먹구름을 이르는 다른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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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객 17-12-08 03:17
 
증오가 시작되었군요. 봄비씨, 무리의 통제가 어렵겠네요. 증오는 또 다른 권력을 낳는 법인데.... 계속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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