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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사냥꾼 (모습을 보이다.)
작가 : 노랑병아리
작품등록일 : 2017.11.21

언젠가부터 사람들 사이에 소문이 돌았다.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을 도와준다는 현대판 홍길동이 존재한다고.
누구는 뱀파이어, 그 누구는 인간의 피를 탐하는 자라 비밀스레 불리 우는 이__

인간이 인간을 헤하는 세상.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또 다른 이들이 법으로 해결할 수 없었던 수많은 사건들과 힘 있고 빽 있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매서운 갑질에 당하기만 하는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이미 죽어버린 심장을 가진 이들이 겪는 단 하나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종족이 다른 이들에 서로의 대한 믿음에 관한 이야기다.

 
지독한 중독 (3)
작성일 : 17-12-07 22:37     조회 : 279     추천 : 0     분량 : 3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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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지금까지 해주를 탐하다 이제야 멈추는 설찬이다.

 자신의 눈길을 아직도 피하는 설찬을 돌려 앉히는 해주다.

 여전히 그녀를 탐하는 설찬이지만 자꾸 그녀의 눈을 피하는

 건 바뀌지 않았다.

 해주가 그의 얼굴을 매만지며 자신의 눈길을 마주보게 한다.

 또 다시 눈길을 돌리는 설찬이다.

 또 다시 설찬의 눈길을 자신에게 맞추는 해주다.

 설찬이 다시 고개를 돌리려 하자 해주가 말한다.

 

 “그만.. 나 좀 봐. 내 눈 좀 봐.”

 

 해주가 천천히 설찬의 눈길을 마주보게 하고 환하게 웃으며

 그를 반긴다.

 

 “봐, 여전히 난 당신을 향해 웃고 있잖아. 여전히 당신 곁에

  있는 나를 봐.”

 

 설찬이 해주의 눈길을 빤히 쳐다보며 말한다.

 

 “알아.”

 

 설찬에게 가볍게 입을 맞추며 피식 웃는 해주다.

 

 “우리, 대화가 필요한 것 같아. 얘기 좀 해.”

 

 말이 없는 설찬이다.

 하지만 해주를 향한 눈길을 피하지 않는 그다.

 

 “당신이 제일 불안한 게 뭐야?”

 

 역시 말이 없다.

 

 “말해야 내가 알 수 있어.”

 

 조심스레 설찬의 얼굴을 매만진다.

 

 “응?”

 “당신이 나를 떠나는 것, 당신이 나를 혼자 버려두는 것.

  내 몸이 원할 때 당신이 없다는 것.”

 “그리고?”

 “괴물이 된 내손에서 당신이 다칠까봐...”

 “그리고?”

 “내가 지금보다 더 당신을 원할까봐.. 갈수록 더 당신의 몸을

  탐할까봐.. 더 이상 단신이 날 받아들이지 못할까봐..”

 

 다시 설찬의 눈길에 차가운 살기가 돈다.

 해주가 그런 설찬을 품에 안는다.

 

 “그리고?”

 “당신이 날 떠나면... 당신이 날 버리면...”

 

 생각만으로도 설찬의 몸이 괴로운 듯 바르르 떨린다.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설찬이 그녀의 몸을 자신에게 바싹 끌어당기며 말을 이어간다.

 

 “당신은 인간이니까.. 나와는 다르니까...”

 

 더욱 거칠어지는 설찬의 숨소리다.

 해주가 그에 얼굴을 들어 가볍게 입을 맞추고 미소를 진다.

 

 “또..”

 

 해주를 쳐다보는 설찬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린다.

 

 “나도 당신을 원해.. 하지만..”

 

 설찬의 표정이 미세하게 바뀐다.

 

 “나는 직장을 다녀야 해. 전처럼 사람들도 만나야 하고

  기사거리도 찾아 써야하고. 나름 할 일이 있다는 거지.

  당신 말처럼 인간이니까.“

 

 말이 없는 설찬이다.

 

 “나도 이렇데 당신을 받아들이며 당신과 종일 사랑을 나누고

  싶지만.. 집에서 나가지 않고 갇혀 지낼 수만은 없어.”

 

 역시 말이 없는 설찬이다.

 

 “힘들겠지만 당신이 피를 자제할 수 있었던 것처럼 지금도

  아무 때나 나를 원하게 되는 당신의 몸을 자제할 수 있으면

  좋겠어.”

 

 갑자기 빨갛게 변하는 눈빛이 해주를 차갑게 쳐다본다.

 잠시 멈칫하던 해주였지만 다시 차분하게 말을 이어간다.

 

 “내가 도와줄게.. 지금은 이렇게 당신 곁에 있으며 당신이

  스스로를 통제 할 수 있게 도와줄게. 아무 때나 불쑥이

  아니라 그 순간, 당신의 몸이 미치게 나를 원하는 순간을

  조금만이라도 늦출 수 있게.”

 “싫어. 당신은 왜 나를 고통 속에 밀어 넣으려 하는 거야?

  왜? 도대체 왜.”

 “아니야. 고통을 느끼게 하려는 게 아니야. 우리 사랑을

  위해서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자는 거야.”

 

 설찬이 해주의 눈길을 피한다.

 해주가 다시 그의 눈길을 돌린다.

 

 “그러지마. 눈을 보고 말 해. 눈은 피하지마. 그럼 내가 너무

  마음이 아파. 제발 내 눈은 피하지 마. 나는 당신이 예전으로

  돌아왔으면 해. 그대가 너무 간절하단 말이야.."

 

 순간 눈물이 핑도는 해주다.

 맞다.

 처음 사랑을 나누고 처음 그가 자신으로 들어왔을 때..

 그때가 그리워지는 해주다.

 처음 사랑한단 말을 들었을 때.. 서로의 몸을 탐하며 서로를

  느꼈을 때.. 그때가 정말 그리워지는 해주다.

 

 “힘들겠지만 노력은 해보자. 당신이 괴물이 돼서 날뛰게

  버려두지 않아. 당신이 나를 원하는 시간을 조절하자는 거야.

  내가 없을 때 당신이 고통스럽지 않게 천천히 나를 받아들일

  수 있게 그 시간을 바꾸자는 거야."

 “나.. 나는 항상 당신을 원해. 내 몸은 시도 때도 없이 당신을

  원한단 말이야. 생각만으로도 싫어. 생각만으로도 끔찍해.

  날.. 날...혼자 두지 마. 날.. 버려두지 마.."

 

 점점 더 거칠어지는 설찬의 숨소리가 본인 자신을 더욱 성나게

 만들고 본인 자신을 더욱 괴롭게 만든다.

 해주가 조심스레 그를 달래며 뒤로 살짝 물러난다.

 

 “하지 마. 가만히 있어. 제발.”

 

 안달이 나 애가 타는 지 해주를 자꾸 끌어당기려는 설찬이다.

 해주가 다시 또 물러난다.

 이번엔 설찬이 해주를 힘으로 끌어 그녀의 양팔을 세게 잡는다.

 

 “왜 그러는 거야? 지금 당신은 나를 미치게 만들려고 해.

  내가 얼마나 비참한 모습을 당신에게 보여야 하는 거야?

  그냥 있어주면 안 돼? 사랑한다며? 나를 사랑한다면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 왜.. 이제는 내가 싫어진 거야? 이제는 내가

  필요없는 거야? 당신한테 나는 이제 아닌 거야? 왜? 왜?”

 

 설찬이 이제는 잔뜩 화가 나 해주를 몰아붙인다.

 바르르 떠는 몸은 더욱 설찬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해주를 향한

 원망만 늘어놓게 만든다.

 자신의 머리를 쥐어짜며 고통에 몸부림 치고 있는 설찬이다.

 해주가 자신을 멀리한다는 생각으로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라 스스로도 어찌할까 싶은지 벌떡 일어나 구석으로 몸을

 숨기고 고함만 지르는 설찬이다.

 혹여 자신이 해주를 다치게 할까봐 벽에다 머리를 박으며 이를

 악착같이 물고 있는 설찬이다.

 피가 흐른다.

 얼마나 세게 물고 있었던지 입가에서 피가 흐른다.

 피가 흐른다.

 벽에다 박은 그의 머리에서 피가 흐른다.

 해주가 놀라 그를 바라본다.

 지금의 모습은 설찬이 아니다.

 해주가 잠시 멈칫하다 정신을 차리고 그에게 다가서려 한다.

 설찬이 손을 들어 해주를 막아선다.

 

 “오지 마. 당신은 나를 버렸어. 당신이 나를.. 나를...”

 

 해주가 빠르게 다가가 설찬의 입술에 진한 키스를 한다.

 그런 해주를 밀쳐내려 하던 설찬의 몸이 이내 가만히 그녀를

 받아들인다.

 

 “아니야. 아니야. 미안해. 미안해.”

 

 그래도 아직은 해주를 향한 원망이 가득한지 그녀를 만지는

 손이 거세진다.

 점점 갈수록 차가워지는 설찬의 눈빛이다.

 해주가 설찬을 품에 끌어안는다.

 

 “미안... 미안해..”

 

 설찬의 귓가에 스치는 해주의 떨리는 목소리다.

 설찬의 입가에 송곳니가 모습을 보이며 으르렁 소리를 낸다.

 지금 설찬은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

 해주를 잡은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가는 설찬이다.

 점점 파랗게 질려가는 해주의 얼굴을 보며 설찬이 잠시 멈칫

 하다 밖을 나가려 한다.

 해주가 빠르게 붙잡아 설찬을 안는다.

 

 “가지마.. 이렇게 가면 정말 끝이야.. 가지마.. ”

 

 절벅한 목소리로 설찬을 붙잡아두고 그의 얼굴을 매만진다.

 그의 이마에 그의 목선을 타고 입을 맞추는 해주다.

 피가 흐르는 입가를 조심스레 닦아주고, 피가 흐르는 이마에

 조심스레 입을 맞춘다.

 설찬이 해주를 세게 끌어안는다.

 

 “정말 지독한 중독이다...”

 “우리, 남은 얘기해야 해. 아직 당신의 답을 못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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