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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로맨스의 첫 페이지
작가 : 현주빛
작품등록일 : 2017.11.6

현재를 살아가는 평범한 여자와 과거에 얽매여 사는 한 남자가 만들어 가는 로맨틱 스릴러! 특별한 능력을 가져 혼자가 된 추리소설가 성준은 자신의 능력이 통하지 않는 출판사 마케팅팀장 수민을 만나 직진 로맨스를 펼치다 우연히 마주하게 된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9. 길을 잃은 아이
작성일 : 17-12-07 19:21     조회 : 325     추천 : 0     분량 : 7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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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준의 고백이후 며칠은 조용히 지났다. 다행히도 수민의 부담을 느낀 모양인지 성준은 더 이상 수민에게 자신의 마음을 내보이거나 강요하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매일 만나자는 그의 독촉에 하루도 빠짐없이 만났다. 만나서 하는 얘기라곤 에세이 진행 방향이나 출간 동향에 대한 이야기뿐이었지만 아직 생소한 감정에 익숙하지 않은 수민이 그와 마주하는 것은 굉장히 괴로웠다.

 

  그녀의 마음을 알 리 없는 수민의 핸드폰은 어김없이 ‘김성준’이라는 이름이 뜨며 신나게 노래가 흘러나왔다. 수민은 이상할 정도로 얌전한 성준 때문에 긴장을 하고 전화를 받았다.

 

  [또 무슨 일이야. 나 일하는 중이야.]

  [오늘도 만나자.]

  [안 돼. 해야 될 일이 있어.]

 

  여태껏 그를 만나느라 자신의 팀원들에게 미뤄둔 일이 많았다.

 

  벤자민 출판사에 소속된 작가들의 기사와 전문가의 서평을 스크랩하는 일과 독자들의 의견을 모아 출판사가 원활히 소통할 수 있도록 피드백도 해야 했다.

 

  사실 사소한 일거리였지만 그녀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불안했다.

 

  [같이 가줘야 할 곳이 있어.]

  [어딘데?]

  [가보면 알아. 출판사로 데리러 갈게. 끊는다.]

 

  뚜뚜…… 신호가 끊겨버린 핸드폰을 계속 귀에 대고 있던 수민은 점점 분노가 치솟았다.

 

  툭하면 전화를 먼저 끊고, 제멋대로 약속을 잡는 싸가지 없는 놈! 정말로 자신을 좋아하고 있는 지도 의문이 들었다.

 

 “전 팀장! 내가 어제 다른 출판사 부장들과 만났는데 말이야. 그런 거물 작가를 어디서 물어왔는지 다들 부러워하더군. 하하하하!”

 

  타이밍 좋게 나타난 김 부장이 그녀의 분노 따위는 발톱의 떼만큼 여기듯 휘파람을 부르며 팀장실로 들어왔다.

 

  또 무슨 말로 수민의 혈압을 올릴 작정인지 그의 손에는 책과 문서가 가득 들려 있었다.

 

  “그러니, 우리가 이번 하네스 작가의 에세이를 걸작으로 만들자고! 내가 하네스 작가의 부탁 때문에 출판에 있어서 관여를 안 하려고 했는데 말이야. 불안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있어야지.”

 

  이러니저러니 김 부장도 사실은 걱정이 되긴 되는 모양이었다. 그의 손에 들려져 있는 책과 문서들은 벤자민 출판사 내에서 출간되었던 산문집 책들과 문서 양식이었다.

 

  글에 제약이 없는 에세이는 칼럼, 기행문, 산문시 등등 어떤 방식으로 쓰던 자유롭게 서술할 수 있다. 더군다나 에세이는 처음 써보는 그가 비록 산간문 형식이라고 했지만 어떻게 글을 꾸밀지는 예상조차 되지 않았다.

 

  워낙에 비밀스러운 성준 때문에 한 장뿐인 기획서만 달랑 받고서는 아무 정보도 얻지 못한 수민이었다.

 

  “오늘도 하네스 작가 만나지?”

  “네. 만나긴 하는데…… 왜요?”

 

  김 부장은 무척이나 신난 듯 책을 그녀의 책상 앞에 우르르 쏟아놓고서는 에세이집 마구 집어 들어 수민의 눈앞에 보였다.

 

  촤르륵 지나가는 수많은 에세이집들은 각양각색의 글씨체와 다양한 문장 구성들이 눈에 띄었다.

 

  “이것들 전부 하네스 작가한테 보여주고, 요즘 추세는 감성적이고 달달한 거라고 말해줘.”

 

  수민이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달달이라니, 하네스 작가의 오랜 팬으로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마 자전적인 내용이 많이 들어갈 거예요. 그냥 담담하게 3자 입장에서 보는 자신의 인생관이랄까요?”

 

  에세이는 소설과 달리 작가 본인을 보여주는 글이다. 분명 서툴고 인기에 동 떨어진 글이라도 성준이 쓴다면 그의 팬들뿐만 아니라 하네스 작가를 모르는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수민이 알고 있는 성준이는 충분히 매력적인 사람이니까!

 

  사실 하네스 작가가 쓰는 감성에세이는 어떨지 살짝 궁금하기도 했으나 하네스 작가 본연의 특별한 글을 읽고 싶은 열망이 강했다.

 

  그러므로 출판사의 뜻대로, 김 부장의 뜻대로 성준이가 쓰고 싶은 내용을 바꾸거나 흐름을 전환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려고 마케팅부서인 자신을 담당자로 넣어 달라 한 성준의 또 다른 의도도 있을 테니까.

 

  “내용이나 형식은 모른 다 쳐도 책의 판형은 뭘 원하는지, 분량은 어느 정도 되는지 라도 알아와. 그래야 우리도 출판기획 가닥이라도 잡을 거 아냐.”

  “알겠어요. 오늘 보면 물어볼게요.”

  “그래, 그래. 그리고 글 마감 기한이 언제쯤 될지도…… 컥!”

 

  김 부장은 매서운 그녀의 눈초리에 침을 잘못 삼켜 목에 걸렸다.

 

  “알겠어요. 언제쯤 마무리할 수 있는지도 확실하게 물어볼게요. 나중에 감성이나 공감에세이가 대세니, 포토에세이가 대세니, 왈가왈부하시면 안돼요. 애초에 하네스는 추리작가인걸요.”

  “하지만, 책이란 게 말이야. 독자들의 입맛에 따라가야지……”

  “서툰 글이라도 우리는 하네스 작가를 믿어야 돼요!”

 

  새침하게 말을 이은 수민은 입맛을 다시고 서 있는 김 부장의 오지랖을 원천봉쇄했다. 사실 김 부장에게 대드는 이 순간에도 수민은 스스로가 놀라웠다.

 

  늘 출판사의 이익이나 그에 따른 효과를 먼저 생각했던 그녀였거늘 한 작가를 위해 자신의 상사와 맞서고 있는 모습이 신기했다.

 

 

 

  수민은 자신의 단호함에도 출판계의 동향이나 유행을 어느 정도 수용해야한다며 툴툴거리는 김 부장을 팀장실에서 내보내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출판계에 오래 몸담은 김 부장의 말을 허투루 듣기엔 그가 돈이 되는 곳에 감각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자신이 그의 일을 맡은 이상 성준의 뜻대로 출판이 될 수 있도록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

 

  그런 생각이 미친 수민은 그의 팬들이 하네스 작가에게 무엇을 가장 원하는 것인지 살펴보기 위해 인터넷 창에 성준의 필명을 쳤다.

 

  하네스를 치자 어마어마하게 쏟아지는 그의 기사와 감상평들이 순간 부담으로 다가왔다.

 

  ‘혜성같이 나타난 하네스 작가’, ‘추리 소설계의 다크호스’ 등등…… 그가 여태 냈던 소설들은 하나같이 성공의 궤도를 달리고 있었다.

 

  그의 글에 대한 서평도 칭찬일색으로 가득 차 김 부장에게 의기양양하게 대들었던 수민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두려움이 엄습했다.

 

  수민은 최근 벤자민 출판사에서 낸 기사를 찾아 읽다가 밑에 달린 댓글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자세를 고쳐 앉았다.

 

  댓글에는 인지도도 없는 출판사에서 거물작가를 영입한 것에 대한 불안과 의심으로 가득했다. 담당인 자신도 이렇게 불안한데, 팬들은 오죽할까 싶었다.

 

  과연 자신이 잘 이끌고 갈 수 있을지 혼자 전전긍긍하던 수민은 자신을 데리러 온 성준의 전화에 정신을 차리고 그와의 약속을 위해 황급히 팀장실을 나섰다.

 

 

  * * *

 

 

 

  부장이 붙잡고 있는 바람에 화장도 제대로 하지 못한 수민은 입이 댓 발로 나와 차 문에 기대어 서 있는 성준을 노려보았다.

 

  “입 넣어라. 흉하다.”

  “그러게 왜 또 사람을 불러내!”

 

  그녀의 툴툴거림에도 성준은 기분 좋게 웃어 보이더니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다. 수민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 배려에 쭈뼛거리다가 차 위로 올라탔다.

 

  수민은 조수석 문을 닫고 차 앞 유리로 성준이 둘러가는 모습을 가만히 주시했다. 오늘은 또 무슨 말을 할지, 어떤 행동을 할지 눈앞이 캄캄하지만 요즘은 잠잠했기에 긴장이 조금 풀렸다.

 

  “도대체 어딜 가는 거야? 에세이랑 관련된 장소가 아니면 두고 봐. 담당자를 확 바꿔 버릴 거야.”

 

  차 시동을 거는 성준에게 수민은 나름대로 제법 무섭게 경고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을 협박이었다.

 

  “사진 찍으러 갈 거야."

  “사진?”

  “에세이 쓸 때 참고 하려고."

  “그럼 나보다 사진작가가 낫지 않아? 너랑 일하고 싶어 하는 작가들은 줄을 섰을 텐데……”

  "사진집을 낼게 아니야. 그저 내 글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사진이면 돼."

  "목적지가 어딘데?"

  "별이 잘 보이는 곳."

 

  수민은 안전벨트를 꽉 쥐며 마른 침을 삼켰다. 저 말인즉슨 밤까지 자신을 끌고 다니겠다는 것 아닌가. 그런 수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 지 성준은 제 할 말만 해대었다.

 

  "근데 추리작가가 왜 갑자기 에세이를 쓴다는 지 궁금하지 않아?"

  “궁금해. 하지만 안 물어 볼 거야."

  “왜?"

  "사적인 질문이니까. 난 그저 네가 에세이를 완성할 수 있도록 돕기만 하면 돼."

 

  수민은 일부러 성준이 섭섭해할만한 말을 뱉었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아보였다. 그런 사소한 것을 마음에 담아 둘 위인이었다면 수민을 이렇게 제멋대로 끌고 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맞아. 잘 부탁해."

 

  성준의 미소가 차창으로 비춰 들어오는 햇빛에 더욱 반짝였다. 순간 묘한 감정이 떠오른 수민은 표정을 숨기고 입술을 꾹 깨물었다. 수민은 일렁이는 감정을 숨기고자 차를 타고 가는 내내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렇게 몇 시간을 달렸을까. 겨우 도착한 곳은 수민의 눈에 익숙한 납골당이었다. 수민의 고향에 위치한 이 곳은 두 사람의 아버지와 금희 할머니가 함께 안치되어 있는 곳이었다.

 

  금희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한국에는 아무 연고가 없던 성준은 이곳이 항상 눈에 밟혔다. 성준 외에는 아무도 찾지 않았을 그들의 유골함이 늘 마음에 걸렸다.

 

  자연스럽게 아버지와 금희 할머니가 위치한 구역으로 들어 간 성준은 뜻밖의 광경에 말을 잃고 말았다.

 

  금방이라도 누군가 다녀간 듯 그들의 유골함에는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고 안개꽃과 아기자기한 장식품들이 소소하게 꾸며져 있었다. 그는 놀란 눈을 하고서 당연하듯 수민을 쳐다보았다.

 

  “아, 엄마랑 자주 왔었어. 나도 금희 할머니를 많이 좋아했으니까.”

 

  그의 눈빛에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며 웃어 보이는 수민이었다. 순간 수민의 눈앞에 성준의 가슴팍이 보임과 동시에 숨 막히는 포옹이 이어졌다.

 

  당황한 수민은 그를 밀어내지도 못하고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몰라 눈알만 이리저리 굴렸다.

 

  사실 그의 진심이 느껴져 매몰차게 밀어낼 수가 없었다. 그가 최대한으로 표현해 낼 수 있는 감사의 표시임을 모를 리 없는 그녀였다.

 

  키가 큰 성준 덕분에 수민의 귀는 자연스럽게 그의 심장과 가까워졌다. 두근두근……! 제멋대로 뛰는 심장소리가 과연 성준의 것인지 자신의 것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성준은 힘껏 껴안은 수민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 성준의 표정은 평소 다른 이의 머리카락이 닿았을 때와 달리 어떠한 통증도 죄책감도 없었다.

 

  한참을 말없이 수민을 껴안고 있던 성준은 그녀를 살며시 떼어내 싱긋 웃어보이고서 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인사를 건넸다. 뒤에서 그의 모습을 지켜보던 수민은 그가 홀로 인사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웠다.

 

  같은 납골당에 안치되어 있는 자신의 아버지에게로 간 수민은 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바라보며 늘 있는 일인 듯 자신의 일상에 대해 비밀스럽게 말을 했다.

 

  “아빠, 성준이라고 고등학교 친구인데…… 12년 만에 만났어. 근데……”

 

  수민은 요 며칠 사이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려다 낯부끄러워져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미안. 아빠, 비밀을 만들어서……”

  “가자.”

 

  다행히 자신을 찾아 온 성준 덕분에 황급히 수민은 황급히 그곳에서 빠져나왔다. 수민이 문을 나서면서 흘깃 바라본 아버지의 영정 사진은 웬일인지 더 환하게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의아한 수민은 이미 저만치 앞서나간 성준을 뒤따라 뛰어가며 스스로의 기분 탓이려니 생각했다.

 

  용건을 마친 성준은 그녀를 이끌고 사진을 찍기에 좋은 근처 한 호숫가로 장소를 옮겼다.

 

  눈에 익숙한 산림과 청량한 호수 빛이 차에서 내린 수민의 눈에 내리박혔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놀던 곳이었다.

 

  미국에 있었을 성준은 물론이오, 오랜만에 호수를 본 수민 역시 어렴풋이 떠오르는 추억에 젖어들었다.

 

  수민은 재빨리 호숫가 근처로 내달렸다. 늘 바쁘게 살아왔던 그녀에게 뜻밖의 휴식이었다. 수민은 양 팔을 벌려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자신을 이곳까지 데려와준 성준을 향해 해맑게 웃어보였다.

 

  “여기 너무 오랜만이야! 정말 좋다.”

 

  성준은 호수의 푸른빛에 반사되어 더욱 찬란한 그녀의 미소에 자신의 이곳에 온 목적을 잠시 잊었다.

 

  성준이 늘 꿈꿔왔던 장면이었다. 성준은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카메라를 꺼내어 들었다. 자신의 에세이에 모든 감정을 투영시킬 사진하나 하나를 정성스레 찍었다.

 

  열심히 그녀의 모습을 찍어대던 성준은 자신의 바짓단을 잡아끄는 느낌에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8살 남짓으로 보이는 남자 아이 하나가 울상을 지으며 성준의 바짓단을 잡고 있었다.

 

  “길을 잃었니?”

 

  성준은 남자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쭈그려 앉으며 다정하게 물었다. 아이는 그의 다정함에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무슨 일이야?”

  “길을 잃었나봐.”

 

  어느새 그들의 옆으로 온 수민에게 성준이 답했다. 길을 잃었다는 성준의 말에 남자 아이는 더욱 세차게 울기 시작했다. 수민은 아이를 안아 달래보았지만 겁에 질린 아이는 좀처럼 울음을 그치질 못했다.

 

  “부모님을 찾아줘야겠는데? 주변에 미아보호소 없나?”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한적한 호숫가에는 미아보호소는커녕 사람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수민이 주위를 한참 살펴볼 동안 성준은 자신의 커다란 손을 내려다보다가 머뭇거리더니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성준은 일순간 이어지는 두통에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왜 그래? 어디 아파?”

  “하……”

  

  힘겹게 숨을 내쉬는 성준의 머릿속에는 아이의 과거가 스쳐지나갔다. 애정 가득한 엄마 아빠의 목소리, 눈빛, 말투 등 많은 사랑을 받아 행복하게 자라온 아이의 감정이 고스란히 그에게 투영되었다. 하지만 마지막 기억 속에 아이를 향해 소리치는 엄마의 모습이 잔상으로 남았다.

 

  “이름이……세운이니?”

 

  식은땀을 닦아내며 아이의 이름을 물어보는 성준의 모습에 수민은 의아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아이의 몸 구석구석을 뒤져도 미아방지 팔찌나 목걸이를 찾을 수가 없었건만 어찌 아이의 이름을 알아냈는지 알 턱이 없었다.

 

  “응. 정 세운.”

 

  아이는 그제야 눈물을 닦고서 자신의 이름을 또박또박 말했다. 아이의 이름을 정확히 맞췄다는 것에 더욱 놀란 수민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성준을 쳐다보았다. 성준은 그녀의 시선은 신경 쓰지도 않고 말을 이었다.

 

  “집을 왜 나온 거야?”

 

  생각지도 못한 그의 질문에 수민은 영문을 몰라 성준과 아이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어딜 보아 이 어린 아이가 집을 나왔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그의 생각을 읽을 수조차 없었다. 그의 질문에 아이는 그쳤던 눈물을 다시 쏟아내었다.

 

  “아저씨랑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배고프지?”

  “부모님을 먼저 찾아줘야지!”

  “지금 엄마한테 가고 싶지 않아요.”

 

  아이는 울먹이며 수민에게 사정을 했다. 난처해진 수민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성준을 쳐다보았다. 성준은 양쪽 어깨를 으쓱하더니 아이를 안아들고 자신의 차로 향했다. 수민은 혹시나 호숫가 근처에 부모님처럼 보이는 이들은 없는지 한참을 두리번거리다가 그를 따라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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