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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혼돈과 함께하는 나날
작가 : ghostS
작품등록일 : 2017.11.15

[현대판타지]

혼탁한 시대, 세상을 구하기 위해 어설픈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작품 소개 :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도 끊임없이 기괴하면서 위험천만한 사건사고들이 은밀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러한 혼탁한 시대, 세상을 구하기 위해 어설픈 그들이 움직인다.
아직 제대로 배운 것도 없는 초짜 ‘퇴마사’ 지망생 '선우명'.
그에게 빌붙어 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 '아애'.

그 둘이 많은 이들과 만나 우역곡절 끝에 힘을 합쳐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괴상한 일들을 해결하고, 세상을 혼탁하게 만드는 존재들과 맞서 싸워 퇴치하는 이야기.

 
#11. 혼백(魂魄)이나 귀신(鬼神)이나 그게 그거지
작성일 : 17-12-07 19:09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6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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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3. 혼(魂)과 백(魄)의 안내자

 

 #11. 혼백(魂魄)이나 귀신(鬼神)이나 그게 그거지

 

  깜깜하다.

 

  선우명은 갑자기 숨이 막혔다. 팔과 다리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갑자기 훅하고 들이닥친, 작은 빛 하나 없는 완벽한 어둠이 선우명의 정신을 마구 헤집었다.

 

  “헉헉.”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선우명은 앉은 자리에서 몸을 웅크렸다. 왜 이렇게 무서운지 알 수 없었다. 선우명은 그 출처 모를, 정신없이 몰려드는 공포심에 식은땀까지 흘리며 떨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저기, 선우명씨 괜찮아요?”

 

  홍란의 목소리는 의외로 담담했다.

 

  “하아, 하아. 아니, 좀, 괜찮지가 않은데요.”

 

  “혹시 선우명씨, 암소공포증 있어요? 잠시만 기다려 봐요, 어찌된 일인지 알아볼 테니까요.”

 

  선우명의 상태가 이상한 걸 알자 홍란이 다시 급하게 핸드폰을 찾아 들었고 때마침 홍란의 핸드폰에 벨소리가 울렸다. 벨소리가 울리는 아주 짧은 순간 핸드폰에서 붉은 형광 빛이 흘러나오자, 그제야 선우명은 조금이나마 숨을 고를 수가 있었다.

 

  “뭐라고?”

 

  홍란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방안을 가득 메웠다.

 

  “갑자기 이 클럽 일대가 다 정전이라니 말이 돼? 얼마 전에도 이 근방 전기 상태 다 검사하고 간 거 아니었어? ············, 비상 전력은? 아직? ············, 미치겠네. 사고 나면 안 되니까, 빨리 안내 방송이라도 때려. 괜히 움직이다간 사고 나니까 꼼짝 말고 제 자리에 그대로 있으라고 말이야.······················, 그리고 지금 도대체 홍단은 어디 가서 뭐하고 있는 거야? ············, 뭐? 또 쌈질하러 밖으로 나간 거 같다니? 뭐? 키 큰 여자랑?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중간 중간 상대방의 기나긴 설명이 끝날 때마다 홍란은 신경질적인 대꾸를 했다. 그리고 마지막 대사는 거의 고함치는 것이나 마찬 가지였다. 마침내 핸드폰을 거칠게 끄면서 홍란은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홍단, 이 미친 새끼가, 일 처리도 제대로 안 끝낸 상태에서 나가긴 어딜 나가? 결계도 엉망인데. 아우, 이 XX XXX XXXXX XXXXXXXXXX!”

 

  홍란의 자그마하고 예쁘장한 외적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다양한 종류의 욕설이 몇 분 동안 깜깜한 공간에 퍼져나갔다.

  여자가 그렇게 미친 듯 ‘홍단’이라는 묘한 이름의 대상에게 욕을 퍼붓는 동안, 선우명은 천천히 계속 숨을 고르며 몸과 정신을 겨우 추슬렀다.

 

  “그런데, 잠깐만요. 선우명씨, 그럼, 같이 온 일행도 혹시 우운선자의 제자인가요?”

 

  선우명은 자신의 휴대폰에 있는 손전등 앱을 켜며 고개를 가로지었다. 손전등 불빛 위로 홍단의 미묘한 표정이 떠올랐다.

 

  “왜 그러시나요? 혹시, 제 일행이 무슨 사고라도?”

 

  선우명은 덜컥 겁이 났다.

 

  ‘진짜 이 사고뭉치 아애가 뭔 사고라도 친 거야? 이 정전도 설마? 아니겠지.’

 

  그때 이번엔 사람들의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건물 전체에 울려 퍼졌다.

 

  “까아아아아아아악.”

  “뭐야, 이건? 으아아아악아아악.”

  “C발, 나가는 문이 어디야? 으아아아악!”

 

  선우명과 홍단은 동시에 밖으로 튀어나갔다. 다행히 4층 파티 룸에 있던 사람은 선우명과 홍단뿐이었는지, 문을 열고 복도에 나갔을 때 어둠속에서 서로 사람들끼리 부딪치는 사고는 없었다. 오늘이 주말이 아닌 평일이었기 망정이다.

 

  불과 십여 분 전까지 열정적으로 춤과 음악을 즐기던 그 사람들이 한꺼번에 질러대는 비명소리는 온 건물 내부를 뒤흔들고 있었다.

  선우명이 계단 쪽으로 다가가자 아래층 쪽의 상황이 얼마나 엉망진창인지를,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진 어둠 속에서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클럽의 사람들은 암흑이 주는 불안과 공포를 그제야 제대로 느낀 듯 극도로 흥분한 상태로 난폭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서로 밀고 넘어지고 고함치고 울고 공격하고 난리법석, 한 마디로 아비규환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것들도 보였다.

  공포에 울부짖는 인간들의 흐트러진 기운을 귀신 같이 알고, 귀신들이 나타난 것이다.

  그 역겹고 고약하고 무시무시한 것들이 사람들 사이사이에 끼어 웃고 있는 것이, 선우명의 눈에는 지나치게 선명하게 보였다. 그리고 그것들은, 지금 그 자리에 있는, 공포심에 젖은 몇몇 산 자들의 눈에도 보이는 것이 분명했다.

 

  “끄아아아악아악! 귀, 귀신이닷!”

 

  살아있는 사람들이 더 놀라고 더 두려워하고 더 정신을 잃으면 잃을수록, 죽어있는 귀신들은 더욱 더 강해지고 더욱 더 배부르고 더 행복해진다.

 

  “이것 봐요, 선우명 씨, 당신 우운선자의 제자라면서요? 뭐라도 좀 해봐요!”

 

  홍란이 다급하게, 어느새 이미 다리가 풀려 주저앉아버린 선우명을 다그쳤다. 하지만 선우명은 자신이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귀신에 관해서 사부님에게 여태 배운 거라곤, 약해빠진 자신이 귀신에게 홀리지나 않도록 그저 도망가거나 무시하거나 체념하는 방법뿐이었다.

 

  “저는 귀신 퇴치, 아직 못해요.”

 

  “뭐라고요?”

 

  “전, 아직 완전 초, 초, 초, 초짜에요!!”

 

  “뿌려서 귀신을 태우는 부적 같은 거, 그런 거 없어요? 풍 영감탱이는 그런 거 잘하던데?”

 

  “부적 못 써요!”

 

  “수인(手印) 맺어서 소환수 부르는 건?”

 

  “소설, 영화 속 내용이에요!”

 

  “퇴마 주문 같은 건 있잖아!”

 

  “아직 못 배웠다고!”

 

  부적을 쓰는 법도, 수인(手印)을 맺는 것도, 퇴마 주문 같은 것도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제대로 설명하기도 전에, 타탁타탁 거슬리는 소리가 계단 아래에서 들렸다. 뭔가가 네발로 기듯이 재빠르게 좁은 나선형 계단을 올라오는 것 같은 소리였다.

  맨 위층에도 산 자들이 있다는 것을 눈치 챈 잡귀들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4층까지 우글우글 올라온 것이다.

 

  “아우 씨P, 불검, 나와랏!”

 

  선우명의 언령에 따라 순식간에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기다란 장검이 오른손에 나타났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달려들던 잡귀들을 향해 휘둘렀다.

  ‘끄으윽으으’ 하는 괴상한 소리를 내며 귀신들은 물러났지만, 역시나 딱 거기까지였다.

 

  “뭐야? 할 수 있잖아! 진작 하면 좋았잖아?”

 

  “그냥 이 정도에요. 전 귀신을 베어 내거나 불태워 버리는 거 아직 못 한다고요!”

 

  “뭐야, 그럼 그건 완전 폼으로 들고 있는 거야?”

 

  홍란이 황망한 목소리로 선우명이 두 손으로 꼭 붙잡고 있는 불의 검을 보며 앙칼지게 물었다. 그저 폼만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었지만, 당장은 횃불 이상의 역할은 못 하고 있는 것도 맞았다.

 

  “아까 그 괴물 닭은요? 홍란님이 부릴 수 있는 거면, 지금 불러서 저것들 다 잡아먹으라고 시켜보라고요!”

 

  “우리 홍탁이는 귀신같은 건 안 먹어!”

 

  “아우 씨, 홍탁은 또 뭐야? 그럼 아까 내가 본 것 진짜 뭐였는데요?”

 

  어느 새 대놓고 짜증을 부리고 있는 홍란에게 선우명도 자신도 모르게 화난 말투로 반말, 존댓말이 섞여 튀어나오고 있었다.

 

  “우리 홍탁인 아직 더럽히지 않은 순수한 혼백(魂魄)만 먹을 수 있다고!”

 

  “뭐요? 혼~백? 순수한 혼백? 아니, 무슨 말도 안 되는! 혼백(魂魄)이나 귀신(鬼神)이나 그게 그거지!”

 

  선우명이 할 수 있는 건 좁은 계단 끝에서 불검을 계속 휘저으며, 웅성웅성 밀려 올라오는 잡귀들을 몰아내는 게 한계였다.

 

  “이러다간, 사고 나서 사람들이 다친다고. 정말이지 방법이 없어요? 도사 제자라면서요?”

 

  “내가 할 수 없는 건 진짜 이 정도에요.”

 

  “아앗!”

 

  선우명이 홍란에게 몸을 돌리다가 선우명의 불꽃이 홍란의 손에 닿아버린 것이다.

 

  “이게 뭐야? 이거 귀신들에게나 영향을 주는 도깨비불 같은 게 아니라 진짜 불 인거에요? 이런 건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살짝 화상을 입은 손등을 보며 홍란의 목소리는 혼란에 빠져있었다.

 

  “불이면 불이지, 도깨비불은 또 뭐에요?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잖아요!”

 

  “뭐, 어쨌든 그 진짜 불, 조심하라고요. 자칫 잘못 하면 여기서 불까지 나겠어. 진짜 사람들 다 죽어 나간다고.”

 

  하기사, 이 어둠 속에서 불까지 번져 버리면 큰일이었다. 게다가 귀신들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들을 상대로는 사용할 수도 없었다.

  선우명과 홍란은 계단 아래를 보며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엔 아예 정신줄을 놓고 귀신들에게 빙의 되어 버린 듯, 여자 남자 수십 명이 좀비영화속의 좀비들처럼 비틀대며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그들의 안광이 희번덕거렸고 진짜 귀신들 마냥 괴상한 형태의 웃음이 얼굴에 그려졌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에게 그 진짜 불을 휘두르는 건 안 돼! 여기서 다치거나 죽으면 안 된다고.”

 

  “하아, 씨P, 나도 안다고요.”

 

  선우명의 머릿속으로 어제 사용에 성공했었던 물의 힘이 떠오르긴 했다.

  하지만, 당장 언령조형술로 물을 불러내는 것 자체의 성공여부를 확신 할 수도 없을뿐더러, 어제처럼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없다면 이 건물과 건물 속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부서지고 다치고 상할 터였다.

 

  “그럼 이젠 어떡할 거냐고?”

 

  “아니, 애초에, 도대체 왜, 이런 곳에다, 혼백이든 사람이든, 뭐든 잡아먹는 괴물 닭 같은 걸 풀어놨냐고? 저런 불길한 걸 키우면서 이런 사고 한 번도 안 날 줄 알았어요? 왜 이런 일을 애초에 시작했냐고요? 그것도 사람들이 차고 넘치는 곳에서, 위험하게!”

 

  “웃기지마! 사악하게 변한 오염된 귀신들은 애초에 여기에 들어올 수 없도록 풍 영감탱이가 결계를 쳐 놨었다고! 선우명 당신이 뭔가를 끌고 들어오는 바람에 귀신을 막아주던 결계가 부서 진거야, 알아?”

 

  역시나 아애가 뭔가 문제가 되긴 했나 보다.

 

  악귀에게 이미 정신이 잡혀버려서, 거의 좀비인간화 되어버린 사람들이 비틀거리며 4층으로 몰려오자 선우명과 홍단은 어쩔 수 없이 다시 파티 룸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하지만 어느 샌가 룸 안까지는 들어와 있는 귀신을 보고는 비명을 지르며 다시 나올 수밖엔 없었다.

 

  “아오, 진짜 아애는 어딨는 거야?”

  “홍단님은 이럴 때 어디 갔어?”

 

  둘은 동시에 말하고 동시에 서로를 마주 보았다. 하지만 바로 4층으로 들이닥친 빙의인간들 때문에 서로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뭔가 좀 해보라고!”

 

  “확 불로 다 태워버리는 수가 있다고요!”

 

  “미쳤어요? 사람들이라도 안전하게 묶어둘 방법 없냐고요?”

 

  묶어둔다고? 안전하게? 어떻게?

  순간적으로 선우명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었다. 지금 이 급박한 상황과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평화롭고 아름답고 고요한 이미지였다.

  수리오래 못에만 가면 볼 수 있는 아름답고 신기한 바로 그것. 신목神木!

 

  “신목! 신목의 나무뿌리!”

 

  수리오래 못에 가면 이름을 알 수 없는 커다란 나무가 하나 있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냥 쉽게 신목(神木)이라고 불려졌다.

  그것은 나무 본체와 줄기가 기이한 형태로 우아하게 뻗어 나가서 전체적으로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특이한 점은 바로 뿌리가 몸체보다 훨씬 더 길게 뻗어나간다는 것이다.

  마치 덩굴인 것처럼, 여러 줄기의 가느다란 뿌리줄기가 땅 속 깊숙이 뻗어나갔을 뿐만 아니라 주위의 다른 나무 여러 그루들도 다 휘어감을 정도로 길고 질기고 강했다.

 

  선우명은 머릿속으로 그 나무의 뿌리를 하나하나 섬세하게 그려냈다. 신목의 뿌리는 강하고 섬세하다. 무엇보다 안전해야 했다. 그 덩굴 같은 뿌리로 사람들을 묶어두되 상처를 입혀서는 안 된다.

 

  “뿌리, 나무뿌리야, 제발 나와 주라!”

 

  거의 기도하는 마음으로 외친 선우명의 언령은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실행되었다.

  선우명의 오른손 위로 가느다란 줄기 하나가 흘러나오는 가 싶더니, 뿌리줄기가 나오는 속도가 순식간에 빨라졌다. 그리고는 끊임없어 뻗어 나갔다.

 

  수리오래 못의 신목 나무뿌리는 이미 선우명의 코앞까지 와 있던 사람들의 몸과 발을 휙휙 감아서 움직임을 잡아둔 상태였다. 그리고 아래층까지 쉴 새 없이 장악해가서는 패닉에 빠져 몸부림치는 사람들을 일일이 감싸주었다.

  물론 갑자기 자신의 몸을 둘러싸는 길고 가느다란 무언가에 사람들은 더 놀라 기겁을 하며 고함을 더 질러대긴 했지만 말이다. 적어도 더 이상 다치지는 않을 터였다.

 

  “선우명씨. 이거 진짜 대단한 술법이잖아요?”

 

  이전까지 선우명이 들었던 그 어떤 홍란의 목소리보다 더 놀란 목소리였고, 심지어 경외에 차 있었다.

 

  게다가 신목 뿌리가 사람들의 움직임을 묶어두는 것에만 효능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선우명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힘이 신목에게 있었다. 바로 잡귀들이 신목에게 접근을 하지 못한다는 거였다.

  물론 선우명이 그런 것 까지 미리 예상하고서 신목을 상상해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떠오른 것이 수리오래 못의 평화로운 한 장면이었을 뿐.

  선우명이 운 좋게 신목을 불러낸 덕분에 더 이상 귀신들이 사람들에게 붙어서 생기를 빨아대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선우명이 만들어낸 신목 뿌리줄기에 사방으로 가로막힌 채, 잡귀들은 처음엔 그저 웅성대기만 했었다. 그러다가 이내 들으면 귀가 찢어질 것만 같은 무시무시한 귀성(鬼聲)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잡귀들이 뱉어대는 소름끼치는 굉음들은 선우명의 귀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선우명은 그 끔찍한 소리로 인한 고통을 참지 못한 채 귀를 막으며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이대로 선우명의 정신과 기운이 흐트러지면 언령조형술로 불러낸 신목의 뿌리가 사라져버릴 수도 있었다. 선우명은 이를 악물고 버틸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이에 물린 아랫입술에서 피가 배어나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푸다다닥 요란한 날개소리와 함께 거대한 괴물 닭이 4층 복도로 날아올라왔다.

 

  “홍탁! 너 지금껏 어디에 있었던 거야?”

 

  홍란의 반가운 외침소리에 선우명은 고통에 감겨졌던 눈을 억지로 떠 보았다. 그리고는 저도 모르게 헉 하며 뒤로 발라당 넘어져버렸다.

 

  선우명은 이제껏 살아오며 닭이라는 동물을 아름답다고 생각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징그러우면 징그러웠지.

  처음 보았을 때의 3M에 달하던 크기는 어느 순간 줄어들어 있었지만, 홍탁은 선우명이 먼발치에서 보고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아름답고 우아했으며 웅장한 기운을 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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