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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웰컴 투 뉴 월드!!!!
작가 : 안경잡이
작품등록일 : 2017.11.1

뷰티스트리머로 성공하려는 영화와 성공에 눈이 먼 친누나때문에
동성애자들의 세계인 뉴월드에 빠지게 되는 남동생(소망이)의 이야기입니다.



 
12.
작성일 : 17-12-07 18:15     조회 : 221     추천 : 0     분량 : 3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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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너무 민감했나......’

 

 2년 넘게 무일푼으로 지냈던 영화는 돈 이야기에 반사적으로 반응한 것뿐이었다. 알바한테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건 전혀 아니었다. 아니, 되레 외상으로 커피를 주는 알바는 영화한테 꼭 필요한 인물이었다. 게다가 이제 막 20살, 21살 정도로 되어 보이는 알바의 돈을 뜯어먹을 만큼 영화가 나쁜 년은 아니었다.

 

 “그래요. 같이 계산해주세요.”

 “감사합니다!”

 

 그동안 받지 못했던 외상값을 받는 것뿐이지만, 알바는 마치 로또 4등에 당첨된 것처럼 기뻐했다. 받아야 할 돈을 받으면서 저렇게 기뻐하는 알바를 보며 영화는 그동안 자신이 커피숍에서 얼마나 못 되게 굴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영화가 알바한테 좀 더 잘해줘야겠다고 다짐할 때쯤, 손에 5만원권 지폐를 든 알바는 나비처럼 가벼운 발걸음으로 카운터에 도착했다.

 

 OMG

 

 오늘까지 반납해야 무협지를 읽느라 영업을 종료한 뒤에도 불을 켜고 있었던 알바는 뒤늦게 정산이 끝났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 말인즉슨 지금 카운터에는 5만원권 지폐를 바꿔줄만한 잔돈이 없다는 걸 의미했다. 사장님이 선견지명을 가지고 금고에 1만원짜리 몇 장을 넣어봤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금고에는 이전에 했던 것처럼 1천원짜리 20장과 5천원짜리 2장만 있을 뿐이었다. 어렵게 받은 5만원을 그대로 돌려줄 위기에 놓인 알바는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미치겠네......”

 

 잔돈이 없는 상황에서 알바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다른 가게에서 잔돈을 바꿔오는 거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정이 다 된 이 시간에 문을 열고 있는 가게는 아무데도 없었다. 길가로 나가면 영업하고 있는 가게가 있겠지만, 일면식도 없는 가게에 들어가 잔돈을 바꿔달라고 할 만큼 알바가 사교적인 성격은 아니었다. 게다가 아무리 영화가 건장한 체구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여자였다. 밤늦은 시간에 여자 혼자 가게에 두고 다닐 만큼 무신경하지 못했던 알바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결국 아무것도 없었다. 언제 다시 돌려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당장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던 알바는 결국 터덜거리며 다시 영화한테 돌아갔다.

 

 “잔돈이 없어서 다음에 받을게요.”

 “그럼 내가 바꿔올게요.”

 

 영화의 반응에 깜짝 놀란 알바생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평소 영화의 행동거지를 알고 있었던 알바한테‘손수 잔돈을 바꿔오겠다.’는 말은 북한이 갑자기 핵을 포기하겠다는 말처럼 들렸다. 그만큼 충격적인 말이었지만 영화는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커피를 들고 밖으로 나가던 영화는, 방금 전 알바가 그랬던 것처럼 어둠이 짙게 밤길을 보게 되었다. 밤길을 무서워하는 건 아니었지만, 이 늦은 밤에 커피값을 지불하기 위해 굳이 대로변에 있는 상가까지 가야한다는 건 좀처럼 내키지 않는, 귀찮은 일이었다.

 

 “다음에 주셔도 돼요, 선생님. 전 선생님을 믿잖아요.”

 

 영화가 망설이는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알바생은 사람 좋은 미소로 영화를 안심시켰다. 알바가 영화를 약올릴 이유는 10원어치도 없었다. 하지만 알바의 미소가 비웃음으로 보인 영화는 미간을 찌푸렸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또다시 영화의 기분이 나빠졌다는 걸 알게 된 알바는 조용히 카운터로 향했다. 커피숍에 계속 있다가는 또다시 애먼 알바한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 영화는 가볍게 화장실만 이용한 뒤 집으로 향했다. 하루종일 바쁘게 움직였던 영화는 침대에 눕자마자 곯아떨어졌다. 세상 모르게 자던 영화는 알람이 울리자 굼벵이가 움직이듯 꿈틀거리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침대에서 내려온 뒤에도 계속 꿈틀거리며 어디론가 이동하던 영화는 햇빛이 비치는 거실 창가에 도착한 뒤에야 움직임을 멈췄다.

 

 “아~ 좋다.”

 

 햇살을 받으면서 영화의 몸에선 땀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화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식물이 광합성하듯이 햇빛을 쬐고 있던 영화는 참고 견딜 뿐이었다. 누웠다가, 엎드렸다가, 옆으로 누웠다가, 다시 반대로 누우면서 온 몸에 골고루 햇빛을 받은 영화는 스스로 잘 익어가는 중이었다.

 

 “소망이 왔니!”

 “어.”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영화는 습관처럼 소망이를 불렀다. 영화가 좋은 소식을 말해줄 리가 없다는 건 소망이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심부름만 시켜먹을지언정 아무도 없는 집보다는 놀부 같은 영화라도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한 소망이는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냉장고에서 콜라 좀 가져와봐.”

 

 놀부 같은 영화라도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한 소망이였지만, 마룻바닥에 누워 있으면서 잔심부름을 시켜먹을 때에는 모르는 척 방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호랑이 없는 굴에 여우가 왕이듯, 엄마 없는 집에서 왕은 영화였다. 영화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던 소망이는 가방도 내려놓지 않고 주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500ml 콜라 위에 영화 전용 머그컵을 얹은 채 마루로 향했다. 거실로 향하면서도 소망이의 눈은 좀처럼 냉장고에서 떠나질 못했다. 거실과 부엌 사이에 어정쩡하게 선 채로 고민하던 소망이는 결국 다시 부엌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더니 신경질적으로 머그컵에 얼음을 채워 넣었다. 콜라에 얼음잔까지 가져온 소망이의 센스에 영화는 절로 ‘캬~’소리를 냈다. 더 이상 영화한테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던 소망이는 후다닥 방으로 향했다.

 

 “야, 너 여자 친구 생겼어?”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몸에서 여자 냄새 나. 너.”

 “어제 누나 방에서 잤잖아. 그래서 그런가보지.”

 

 소망이의 말에 영화는 수긍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있던 일을 떠올리며 기분이 좋아진 영화는 콜라를 마시며 배시시 웃었다. 하지만 좋은 일들만 떠오른 건 아니었다.

 

 “혹시 아침에 엄마가 너 봤어?”

 “아니, 엄마는 계속 잤어. 근데 그건 왜?”

 

 소망이는 영화에게 “?”로 끝나는 문장을 내뱉으며 대답을 요구했다. 하지만 영화는 소망이의 질문에 대답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무사히 넘어갔지만, 엄마는 영화 못지 않은 촉감을 가지고 있는 여자였다. 스트리머라는 직업을 인정하지 않는 엄마한테 소망이를 방송소재로 사용했다는 걸 걸린다면 영화는 호적에서 파이는 건 물론이고 더 이상 집에서 살 수 없게 될지도 몰랐다. 엄마에게 들키기 전에 소망이의 몸에서 풍기는 여자냄새를 없애야겠다고 생각한 영화는 주머니에서 5만원짜리 지폐를 꺼내 소망이한테 보였다.

 

 “봤지?”

 “어?”

 “누나 돈 많은 거 봤지?”

 

 뜬금없는 돈자랑 뒤에 무슨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소망이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영화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씻고 오면 누나가 케이크 한 조각 사줄테니까 얼른 씻고 와.”

 “나 아침에 씻었는데.”

 “세수 말고 샤워하라고, 샤워.”

 

 이제 막 학교에서 돌아온 소망이는 굳이 샤워까지 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못 들은 척 방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바닥에 누워있던 영화가 일어나면서 소망이는 욕실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누나! 나 잠깐 쉬었다가 학원 가야 된단 말이야. 문 좀 열어줘.”

 “샤워하면 열어줄게. 얼른 샤워해.”

 

 갑자기 샤워하란 말에 당황한 소망이는 욕실에서 나가기 위해 문을 밀었다. 하지만 온 몸으로 문을 막고 있는 영화를 이겨내기란 불가능이나 마찬가지였다. 드디어 포기한 걸까? 영화가 막고 있던 문은 몇 번 들썩이더니 곧 잠잠해지게 되었다. 그리고 잠시 후 샤워기에서 물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소망이가 포기했다고 생각한 영화는 다시 거실로 향했다. 그리고 다시 보기로 못본 예능프로그램을 재생시켰다.

 

 "얘는 왜 이렇게 안 나오는 거야?"

 

 영화는 55분짜리 예능프로그램을 시작부터 끝까지 단 1초도 건너뛰기하지 않고 다 봤지만, 소망이는 욕실에서 나오질 않았다. 샤워하기 싫다며 문까지 쳤던 소망이의 행동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었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며 잘못된 선택을 할 정도로 어리석은 아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소망이가 걱정됐던 영화는 빠르게 욕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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