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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내겐 너무 소중한 그대
작가 : 카렌
작품등록일 : 2017.10.30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마술사학교'의 최종우승자 마술소녀 윤제이. 한달 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빠의 죽음에 무언가 숨겨진 음모가 있는 게 분명하다며, 제이의 주변 사람들을 차례차례 의심하는 수상한 그놈이 나타났다. 그놈의 정체는 사생활이 철저하게 비밀에 휩싸여 있는 독일에 국민마트 CEO 강철수. #티격태격, #알콩달콩, #로맨틱코미디, #츤데레 남주, #당찬 여주 habilis21@naver.com

 
53.나도 철수 씨를 좋아하고 있었단 말이에요.
작성일 : 17-12-07 17:42     조회 : 253     추천 : 0     분량 : 8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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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나도 철수 씨를 좋아하고 있었단 말이에요.

 

 

 

 

  "나 제이와 영원히 함께 있고 싶어요."

 

 제이에게 고백할 타이밍만 노리고 있던 철수는 그녀의 머리를 말려주다가 그의 진심을 고백했다.

 

  "……."

 

 갑작스러운 그의 사랑 고백에 제이는 충격을 받은 듯 아우말도 하지 않았다.

 

 철수는 그녀에게 자신의 진심이 전달되기만을 바라며 조용히 그녀를 기다렸다.

 

  "제이, 설마 눈 뜨고 기절한 건 아니죠?"

 

  "……아니에요."

 

 무거워진 분위기를 풀어보기 위해 농담을 던졌지만 제이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지 않았다.

 

 별거 아닌 농담에도 재미있다면서 방긋방긋 웃음을 짓던 제이가 이번만큼은 딱딱하게 표정을 굳히고 있었다.

 

  "……."

 

 계속해서 정적이 흐르자 철수는 불안한 시선으로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잠시 머뭇거리던 철수가 제이의 얇은 손목을 잡았다.

 

  "제이."

 

  "네?"

 

  "지금 이거 꿈 아니에요."

 

 다정한 눈빛의 철수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제이는 벽에 걸려있는 아름다운 여인의 초상화 같았다.

 

 덤덤하게 반응하려고 했지만 자신의 고백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는 제이를 보고 철수는 입안이 바싹 말랐다.

 

 철수는 조금 더 용기를 내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꿈도 아니고 농담도 아닙니다."

 

  "……."

 

  "난 정말로 제이를 사랑해요."

 

 철수는 그동안 꾹꾹 눌러왔던 진심을 그녀에게 털어놓았다.

 그녀에게 진심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가슴이 설렜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일찍 하는 건데.

 

 그녀에게 고백하는 것이 이렇게 후련할 줄 알았으면 망설이지 말고 처음부터 하는 거였는데.

 

 철수는 잡은 그녀의 손목에 느껴지는 그녀의 맥박에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지금 이 순간, 분명 그녀의 심장은 평소 보다 훨씬 빠르고 강하게 울리고 있었다.

 

  '이거 조금 긍정적인 신호로 봐도 되는 거겠지?'

 

 제이를 바라보던 철수가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바닥을 자신의 왼쪽 가슴에 가져다 대었다.

 

  "제이의 모든 것이 내 심장을 떨리게 합니다."

 

  "……."

 

  "계속 망설이고 있었어요. 온 신경이 제이에게 쏠려서 사실 한동안 일도 제대로 못 했습니다."

 

 철수는 마른 침을 삼키며 긴장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제이는 그의 고백을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바라봤다.

 

 두근두근.

 

 자신의 가슴팍에 손바닥을 대고 있는 그녀의 맥박은 여전히 거세게 뛰고 있었다.

 

 미약하게 뛰는 그녀의 맥박에 용기를 내어 철수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처음부터 사랑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

 

  "그런데 정신을 차려 보니 내가 제이를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아주 많이."

 

 거짓없는 진심을 고백한 철수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제이의 표정을 살폈다.

 

 멍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던 제이가 흐엉, 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제이, 왜 갑자기 우는 겁니까?"

 

 제이가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어트릴 것 같은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자 철수는 살짝 미간을 좁혔다.

 

  "너무…… 바보같아서요."

 

 바보 같다고?

 

 뜬금없는 제이의 말을 듣고 철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이의 눈가에 물기가 반짝이는 걸 보고 철수가 한 손으로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감쌌다.

 

  "뭐가 바보 같다는 거예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철수가 말문을 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마음 졸일 필요 없었잖아요."

 

  "……?"

 

  "나도, 나도 철수 씨를 좋아하고 있었단 말이에요. ……흐엉."

 

 제이는 그동안 마음고생 했던 것을 떠올랐는지 서러운 눈물을 쏟아냈다.

 

  "뭐라고요?"

 

 그녀의 말에 철수가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나도 철수 씨 곁에 평생 있고 싶었어요."

 

  "정말요?"

 

  "네, 나도. 철수 씨가 힘들어하는 거 보면서 안아주고 싶었어요."

 

  "제이, 설마 이게 꿈은 아니겠죠?"

 

 철수는 환희에 찬 미소를 머금으면서 그녀를 두 팔로 끌어안았다.

 

  "정말 제이도 나랑 똑같습니까?"

 

  "……네. 훌쩍."

 

  "제이도 나랑 이렇게 눈을 맞대고 있으면 행복하고 좋아서 죽을 것 같습니까?"

 

  "훌쩍, 네, 저도 철수 씨랑 똑같아요."

 

 제이의 말에 철수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머릿속이 하얘져서 어떤 말도 꺼내지 못할 정도로 기쁘고 행복했다.

 

 철수는 쿵쿵 크게 울리는 자신의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길게 숨을 내쉬었다.

 

 철수는 그녀에게 가까이 얼굴을 내밀면서 눈을 마주쳤다.

 

 그의 얼굴이 가까워지자 놀란 제이가 질끈 눈을 감았다.

 

 철수는 눈을 감은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그녀의 입술을 보드랍게 머금었다.

 

 갑작스러운 키스에 놀란 제이의 어깨가 순간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철수는 그 동작을 멈추지 않았다.

 

 한 손으로 그녀의 손목을 잡고 있던 철수가 그녀의 허리를 조심스럽게 감싸 안았다.

 

 철수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그녀의 입안으로 파고들자 제이가 그의 옷깃을 부여잡았다.

 

 긴장한 채 바짝 굳어있는 제이를 느끼고 철수는 잠시 입술을 뗐다.

 

 제이가 눈을 깜빡거리자 철수가 그녀의 눈꺼풀에 살며시 입을 맞췄다.

 

 긴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준 철수는 계속해서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깊숙하게 입술을 맞대자 제이는 다시 눈을 감았다.

 

 말캉한 것이 그녀의 입안에서 서로 얽히자 제이의 숨이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두 사람은 부드러운 입술을 통해 서로의 따스한 온기로 나누었다.

 

 제이의 뒷목을 잡고 철수는 제이를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더 가까이, 더 깊숙이, 더 섹시하게.

 

 오랫동안 채워지지 않았던 갈증이 조금 채워지자 철수는 천천히 제이의 입술을 놓아주었다.

 

 철수와 눈이 마주치자 제이는 부끄러운 듯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철수는 가느다란 그녀의 허리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두 손으로 끌어안았다.

 

 철수의 품에 안긴 제이가 그의 가슴팍에 살며시 얼굴을 묻었다.

 

 가만히 안겨 오는 제이의 부드러운 몸을 느끼면서 철수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었다.

 

  "제이. 이제 우리 ……사랑할래요?"

 

 철수의 말에 제이는 발그레해진 뺨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수줍은 소녀 같은 제이를 보고 철수는 그녀의 이마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철수 씨. 근데……"

 

  "……?"

 

  "왜 이렇게 키스를 잘하는 거예요?"

 

 그녀의 질문에 철수는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크게 폭소를 터트렸다.

 

 철수는 그가 왜 웃는 건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키스만 잘하는 거 아닙니다. ……다른 것도 엄청 잘합니다."

 

 제이가 눈을 흘기며 철수를 쳐다보자 그는 괜히 딴청을 부렸다.

 

 제이가 피, 하고 바람소리를 내면서 소파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철수는 그녀의 팔을 잡아당겨서 다시 한번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쪼옥.

 

  "제이, 대답해요. 나랑 사랑할래요?"

 

 제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거실에 철수의 낭랑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제이는 고갯짓 하나만으로 철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

 

 

 

  "정말 제이도 날 좋아합니까?"

 

  "네, 좋아해요."

 

 철수가 다시 큭,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철수 씨도 예전부터 날 좋아하고 있었어요?"

 

  "아뇨. 좋아하진 않고…… 사랑합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제이와 철수는 다정하게 눈빛을 주고받으며 끌어안고 있었다.

 

 철수는 몇 번이나 제이의 마음을 확인하려는 듯이 되물었고, 제이도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아서 철수에게 정말 사실이냐고 되물었다.

 

  "철수 씨도 정말 나 좋아하고 있었어요?"

 

  "네, 그렇습니다."

 

  "……치, 그럼 티라도 좀 내주지. 난 철수 씨가 날 좋아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그렇습니까?"

 

  "네, 철수 씨가 저한테 요즘 너무…… 냉정했잖아요."

 

 제이는 최근의 철수 행동을 떠올리면서 입술을 삐죽거렸다.

 

 철수가 새초롬한 그녀의 표정을 뚫어져라 바라보자, 제이는 고개를 돌려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래서 많이 서운했습니까?"

 

  "그럼 서운하지, 안 서운해요?"

 

 철수가 손으로 제이의 뺨을 감싸 안으며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철수의 눈동자에는 그녀에 대한 사랑이 담겨있었다.

 

  "미안해요. 제이.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전부 다 제이 때문이었어요?"

 

 철수의 말에 제이는 뽀로통한 표정으로 눈을 흘겼다.

 

  "그게 왜 저 때문이에요."

 

  "제이를 보면 참을 수 없었거든요."

 

  "뭘 참을 수 없었는데요?"

 

 쪼옥.

 

 제이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가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박력있게 자신의 입술에 키스하고 다시 장난스럽게 웃음 짓는 철수를 보고 제이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내가 이렇게 제이한테 키스하고 싶어서 얼마나 많이 참았는데요."

 

  "……."

 

  "나도 모르게 키스할 것 같아서 일부러 제이를 멀리했습니다."

 

  "……."

 

  "그러니까 삐치지 말고 화 풀어요."

 

 괜히 쑥스러워진 제이가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가 피식하고 웃음을 지었다.

 

 뒤에서 제이를 끌어안은 철수가 그녀의 머리카락에 고개를 파묻고 숨을 들이마셨다.

 

  "샴푸 냄새가 정말 좋습니다."

 

  "그래요?"

 

  "네, 제이한테 이상한 체향이 나는 거 알고 있습니까?"

 

  "……이상한 체향이요?"

 

 제이는 팔을 틀어 킁킁대며 자신의 옷 냄새를 맡았다.

 

 강아지처럼 옷의 냄새를 맡는 제이를 보고 철수는 나지막이 미소를 머금었다.

 

  "저한테 이상한 냄새 나요?"

 

  "아니요. 이상한 냄새가 아니라 사람의 본능을 자극하는 향기가 납니다."

 

 조용히 제이의 귓가에 속삭인 철수는 그녀의 목덜미에 코를 가져다 대고 냄새를 맡았다.

 

 철수의 대담한 행동에 제이가 움찔, 하고 몸을 떨었지만, 그는 더욱 대담하게도 그녀의 옷 속으로 손을 집어 넣었다.

 

 갑자기 훅 들어온 철수의 스킨십에 놀란 제이가 덥석 그의 손목을 잡아 제지했다.

 

  "잠깐만요."

 

  "왜 그럽니까?"

 

  "철수 씨 자꾸 이러시면 경고에요. 경고."

 

 철수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더니 살짝 울상을 지었다.

 

  "경고라고요?'

 

  "네."

 

  "내가 왜 경고를 받아야 하는 겁니까?"

 

  "……아니, 그게, 지, 지, 진도가 너무 빠르잖아요."

 

 고백하자마자 대뜸 키스라니.

 

 제이는 자신의 허리를 감고 있던 그의 팔을 풀면서 슬금슬금 그에게 멀어졌다.

 

 자동차에도 안전거리가 필요한 게 아니라 남녀사이에도 안전거리가 필요했다.

 

 철수가 황당한 표정으로 눈을 꿈뻑거렸다.

 

  "아직 키스밖에 안 했는데 경고라고요?"

 

  "네, 경고에요. 한 번만 더 경고 먹으면 퇴장인 거 알죠?"

 

  "퇴장이라니요."

 

 살짝 미간을 좁힌 철수가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항의했다.

 

  "키스할 때 얼마나 내가 많이 참았는데. 아직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거는 시작도 안 했습니다."

 

 철수 씨가 진짜로 하고 싶은 거? 그게 뭐길래?

 

 제이가 당황한 표정으로 철수를 바라보면서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이가 눈에 띄게 그를 피하자 철수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봤다.

 

 그런 철수가 귀여워서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지만, 제이는 아랫입술을 깨물면서 억지로 웃음을 참았다.

 

  "알았습니다. 퇴장당하지 않도록 조심하겠습니다."

 

  "……."

 

  "대신 뽀뽀 한 번만 더 하면 안 됩니까?"

 

 잠시 망설이던 제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철수가 얼른 그녀에게 다가와서 살짝 입을 맞추었다.

 

 다시 옷 속으로 파고드는 손목을 잡자 철수의 눈빛이 너무나도 슬퍼져서 제이는 자꾸 웃음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브레이크를 걸지 않으면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달려들 것이 뻔했기에 제이는 그에게 냉정하게 대했다.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오늘은 그냥 봐주는 겁니다."

 

 귓가에 속삭이는 허스키한 철수의 목소리를 듣고 그녀의 새하얀 피부는 목 끝까지 빨개졌다.

 

 

 

 ***

 

 

 

 한가로운 주말.

 

 제이는 계속 집 안에 있으려는 철수를 데리고 번화가 근처로 나왔다.

 

 철수는 그녀의 뒤를 따라오면서 계속 툴툴댔다.

 

  "난 집에 있는 게 더 좋습니다. 그런데 왜 밖으로 나오자는 겁니까."

 

  "오늘같이 날씨 좋은 날 집에만 있으면 너무 답답하잖아요."

 

  "오늘같이 더운 날 집에 있는 것만큼 좋은 피서는 없습니다."

 

 철수의 불평에 앞서가던 제이가 우뚝 걸음을 멈춰 세웠다.

 

  "철수 씨."

 

  "왜 그럽니까?"

 

  "자꾸 그러면 경고 하나 더 날려서 퇴장시킬 거예요."

 

 그녀의 경고에 철수가 슬픈 듯이 눈꼬리를 아래로 내렸다.

 

  "가죠, 갑시다. 제이가 하자는 대로 다 합시다."

 

 제이의 손목을 이끌고 앞장서서 걷는 철수를 보면서 그녀는 살며시 미소를 머금었다.

 

 사실 제이가 철수를 데리고 번화가로 나온 것은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그의 공격을 피해서이기도 했다.

 

 집안에서 철수는 그녀를 바라볼 때 언젠가 먹고 말겠어, 라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물론 그가 싫은 건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그와 키스를 하면서 정말로 몸이 달아올랐지만, 제이는 천천히 진도를 나가고 싶었다.

 

 제이는 철수와 함께 인터넷에서 보고 한번 와보고 싶었다고 찜해두었던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주문하시겠습니까?"

 

  "네, 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부탁합니다. 제이는 뭐 마실 겁니까?"

 

  "저는 다르질링이요."

 

  "그럼 아이스 아메리카노랑 따뜻한 다르질링 하나 주시……."

 

  "아니죠, 철수 씨!"

 

 제이가 손바닥으로 그의 팔뚝을 아프지 않게 꼬집었다.

 

  "왜 그러는 겁니까?"

 

  "철수 씨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말고 따뜻한 홍차 드세요."

 

 철수가 황망한 표정으로 제이를 바라보자 그녀는 방긋 미소를 지었다.

 

  "여름이라고 너무 차가운 거 먹으면 배탈 나요. 그러니까 차가운 거 말고 다뜻한 거드세요."

 

 제이는 바로 종업원에서 따뜻한 다르질링 두 잔을 주문했다.

 

  "난 아이스 아메리카노 먹고 싶습니다."

 

  "안돼요. 절대 안 돼요."

 

 제이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오늘 낮 기온이 얼마지 압니까? 40도가 넘어가는 날씨에 따뜻한 홍차라니요."

 

  "바깥은 더워도 카페 안은 에어컨 때문에 시원하잖아요."

 

  "……흠."

 

 철수가 불만스러운 듯이 입을 국 다물었지만 제이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여름철에는 냉방병에 주의해야 해요. 덥다고 차가운 것만 먹으면 건강에 안 좋아요. 이열치열이라는 말도 못 들어보셨어요?"

 

 속사포 같이 쏟아지는 제이의 말을 듣고 철수는 픽, 하고 웃었다.

 

  "요즘 나한테 너무 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제가요?"

 

  "네, 아침에 뽀뽀도 안 해주고."

 

  "아이, 참……!"

 

 제이가 주변을 둘러보면서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런 얘기를 사람들 많은 데서 하면 어떡해요."

 

  "그럼 우리 같이 사람 없는 데로 갈까요?"

 

 철수가 끈적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제이의 손목을 붙잡았다.

 지이잉.

 

 제이가 들고 있던 진동벨이 울리자 그는 계산대로 가서 다르질링 차가 두 잔 올려져 있는 쟁반을 들고왔다.

 

  "내가 들겠습니다. 다칠 수도 있으니까요."

 

 쟁반을 든 철수가 앞서 나가자 제이는 생긋 미소를 지었다.

 

 

 *

 

 

  "솔직히 말해봐요. 벌써 권태기가 온 겁니까?"

 

  "권태기라니요."

 

 햇살이 잘 들어오는 자리에 앉은 제이는 철수의 말을 듣고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커피보다는 차가 건강에 좋으니까 그런 거죠."

 

  "아니요. 그거 말고 오늘 아침에요."

 

  "……?"

 

  "오늘 아침에 왜 나한테 뽀뽀 안 했습니까?"

 

 철수의 황당한 말에 지는 웃으면서 넘어가려고 했지만, 그는 진지한 표정이었다.

 

 뭐야, 농담인 줄 알았더니 진담인 거야?

 

  "그거야 그때는 제가 양치질을 안 했었잖아요. 그래서 피한 거예요."

 

  "난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전 상관있어요."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뽀로통한 철수의 표정은 풀어지지 않았다.

 

  "알았어요. 철수 시. 다음에는 제가 꼭 아침에 뽀뽀해드릴게요."

 

  "정말요?"

 

 철수가 제이에게 새끼손가락을 들이밀며 말했다.

 

  "그럼 약속해요."

 

  "약속까지는……."

 

  "약속하면 오늘 아침에 내 뽀뽀 거절한 거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철수의 성화에 제이는 못 이기는 척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하루에 한 번은 꼭 뽀뽀해주기 알았습니까?"

 

  "네, 알았어요. 약속할게요."

 

 손가락을 걸고 엄지손가락으로 도장까지 찍은 제이는 그의 손과 마주 대면서 야무지게 사인, 복사, 코팅까지 해야 했다.

 

  "어라? 강철수 대표님 아닙니까?"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고 조금은 마르고 안경 슨 중년 여성이 철수와 제이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이 선생님,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그냥 날씨가 좋아서 기분 전환 좀 하려고 밖에 나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대표님을 만날 줄은 몰랐네요."

 

 제이가 시선을 돌리자 철수가 바로 그녀에게 닥터 리를 소개했다.

 

  "제이, 여기는 오래전부터 저의 주치의를 맡아주셨던 이 선생님이십니다. 이 박사님, 저랑 같이 사는 제이입니다."

 

 닥터 리와 처음 만난 제이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이분이 윤제이 양이군요. 실제로 보니까 훨씬 더 예쁜 아가씨군요."

 

 하지만 닥터 리는 그녀와 달리 제이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두 분 다 똑같은 걸 시키셨네요?"

 

  "네, 아무래도 커피보다는 차가 건강에 좋아서……."

 

  "커피보다는 차가 훨씬 맛있고 건강에 좋죠."

 

 앞에 놓여 있는 찻잔을 입으로 가져가는 철수를 보고 닥터 리는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이 선생님, 그만 웃으시지요."

 

 끝나지 않는 닥터 리의 웃음소리를 듣고 철수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대표님이 제이 씨한테 꼼작 못하는 걸 볼 줄이야. 정말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네요."

 

 닥터 리의 지적에 철수는 머쓱해했다.

 

  "역시 제이 씨가 보통 여자는 아닌가 보군요."

 

  "그럼요. 제이는…… 나한테 정말 특별한 여자입니다."

 

 태연하게 낯간지러운 말을 하는 철수를 보고 제이는 수줍게 웃음 지었다.

 

 Rrrrr.

 

  "거래처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제이 잠깐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겨우 웃음을 멈춘 닥터 리가 제이의 옆자리에 앉았다.

 

  "제이 양, 대표님이랑 정식으로 사귀는 겁니까?"

 

  '네? ……네,"

 

 제이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조용히 대답했다.

 

  "정말 다행이군요. 아까 철수 씨가 말씀하셨다시피 저는 3년 전부터 철수 시의 주치의를 맡은 정신과 의사 닥터 리 입니다."

 

 제이는 닥터 리가 건넨 명함을 조심스럽게 받았다.

 

  "사실 철수 씨가 상담하면서 제이 양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저에 관한 이야기를요?"

 

  "네, 제이 양을 마음에 품고 있지만 사랑을 시작하는 게 두려워서 망설여진다고 이야기했었죠."

 

  "……."

 

  "제이 양이 철수 씨에게 큰 힘이 되어주는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

 

  "어떠한 고난과 고통이 있더라도 두 사람 사랑은 변치 않길 바라요."

 

 철수의 주치의로서 하는 말이기보다는 인생 선배로 그와 그녀에게 해주는 따뜻한 말이었다.

 

 제이는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으면서 고개를 아래로 주억거렸다.

 

  "저도 어렵게 시작한 만큼 소중하게 가꿔나가고 싶어요."

 

 제이는 닥터 리의 어깨너머로 보이는 철수의 등을 보면서 따스한 미소를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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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3.나도 철수 씨를 좋아하고 있었단 말이에요. 2017 / 12 / 7 254 0 8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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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9.영원히 그와 함께 하고 싶어. 2017 / 12 / 2 253 0 7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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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7.무릎과 무릎 사이에 2017 / 11 / 29 628 0 8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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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슬프면 슬프다고 말해요 2017 / 11 / 26 260 0 8563   
44 44.나중에는 내가 너 구해줄게. 2017 / 11 / 24 260 0 8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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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2.미래의 남편이요? 2017 / 11 / 22 251 0 8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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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품에 안긴 가녀린 몸 2017 / 11 / 16 240 0 7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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