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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완결] 생각시의 살인교사
작가 : 기쁨을아는몸
작품등록일 : 2017.10.30

국내 최초(어쩌면 그 이상으로) 국회를 배경으로 한 호러와 스릴러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미스터리. . . . .

======

#. 1506년, 9월 1일, 조선, 잉화도 양말산(현재의 여의도 국회의사당 터)

- 전날 밤 대전에서 연산군에게 겁탈을 당한 8살 생각시 꽃님이는 이날 밤 자정 박수무당 ‘천명’에게 미혹된 중전에 의해 역모(중종 반정)를 막을 주술의 산제물이 되어 혀를 잘린 뒤 10명의 다른 궁녀들과 함께 양말산 기슭에 생매장 당한다.

##. 2016년 12월 30일 자정, 대한민국, 국회의사당.

-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처리를 앞두고 여야가 극렬하게 대치하고 있던 국회의사당이 돌연 외부와 차단되며 이세계화(異世界化)된다. 그와 때를 같이 하여 나타난 생각시 유령 꽃님이는 500년 전 자신을 죽음으로 내몰았던(혹은 그랬었다고 믿어지는) 사람들에게 복수를 해 간다.
- 그때 마침 청와대 최고위층 여성으로부터 탄핵을 저지시키라는 사주를 받고서 국회에 잠입해 있던 박수무당 신민철에 의해 ‘24시간 안에 국회의원들을 11명만 제외하고 나머지 모두를 살해함으로써, 정치적 희생양이 되어 억울하게 죽은 생각시 유령의 원혼을 달래줘야 살아서 탈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
- 그러나 이후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사람들은 점점 가혹한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고, 그 과정에서 각자의 가슴 속에 감춰져 있던 욕망, 야망, 원한, 본능 등이 거리낌 없이 드러나며 사태가 점차 파국으로 치닫는다.
- 하지만 그 모든 사건들의 이면엔 ‘유령인 꽃님이조차 끝내 통제할 수 없었던 진짜 내막’이 존재하고 있었다.

 
카르마(Karma), 사랑받지 못한 ……. - ①
작성일 : 17-12-07 14:52     조회 : 364     추천 : 0     분량 : 7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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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 카르마(Karma), 사랑받지 못한 ……. - ①

 

 

 “으아아악!…….”

 

 동원은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그러나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몸이 끈으로 침대에 단단히 묶여 있었다. 어리둥절해져서 눈알을 굴려 사방을 살폈다. 새하얀 벽으로 둘러싸여 대낮처럼 환한 방이었다. 그 순간 동원의 뇌리엔 화림에 의해 최면에 걸렸을 때 사방이 새하얀 벽으로 된 병실에서 자신이 침대에 꽁꽁 묶여 있던 장면을 본 기억이 섬광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동원은 눈을 새삼 더 크게 뜨며 주위를 재차 살폈다. 그러다 문득 굳게 닫혀 있는 방문 너머에서 승희와 지혜가 문에 난 사각의 유리창을 통해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동원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승희야! 저리 가! 지혜한테서 떨어져!”

 

 그런데 동원을 바라보고 있는 건 그 둘 뿐만이 아니었다.

 

 “…… 승호 선배? …… 지인 씨? …… 학현이 형? …… 분명 다들 죽었는데 어떻게……?”

 

 동원은 그제야 자신이 환자복을 입고 있단 걸 깨달았다.

 

 “여, 여기 어디야? 왜 이래 놨어? 풀어줘! 왜 나만! 승희야! 승희야!”

 

 그러나 완벽한 방음 처리로 인해 동원의 목소리는 방문 밖으로 거의 새어나가질 못했다. 그때 하얀 의사 가운을 입은 젊은 여자가 승희 일행에게 인사를 건네며 다가왔다.

 

 “오셨어요?”

 

 승희 일행도 그녀를 알아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그녀의 목엔 ‘백화림’이라는 이름이 적힌 의사 신분증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이름 옆엔 ‘정신과 전문의’이라는 직함도 함께 적혀 있었다. 화림은 지혜를 보더니 물었다.

 

 “혹시 김지혜 씨?”

 

 “아, 네.”

 

 “강동원 씨가 휘두른 칼에 다치셨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보니 상태가 그렇게 나빠 보이진 않으시네요?”

 

 “다행히 상처가 깊지 않아서요. 심장도 운 좋게 비켜갔대요.”

 

 “그것 참 불행 중 다행이네요.”

 

 승호는 걱정스런 얼굴로 화림에게 물었다.

 

 “동원인 괜찮을까요?”

 

 그러나 화림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글쎄요, 유감스럽게도 아직은 별로 진척이 ……. 다만 최면 치료를 하다가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어요.”

 

 “흥미로운 점이요?”

 

 “네. 강동원 씨의 무의식 속에서 자신이 강동원 씨의 500년 전 전생이라고 말하는 두 사람의 인격을 발견했는데요. 특이하게도 그 둘이 서로 쌍둥이더군요.”

 쌍둥이라는 말에 학현은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쌍둥이라면 ……, 혹시 이게 도움이 될까요?”

 

 “뭐 짚이는 거라도 있으세요?”

 

 “예. 전에 동원이한테 들은 건데요.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께서 ‘제 형 잡아먹은 놈’이라고 말씀하시는 것 때문에 엄청 시달렸었대요.”

 

 “형을 잡아먹은 놈이요?”

 

 “예. 원래 어머니께서 쌍둥이를 임신하셨는데 중간에 동원이 말고 다른 한쪽이 뱃속에서 사라져버렸대요. 얼핏 무슨 자연 유산 같은 거라고 그랬었는데 …….”

 

 그러자 화림이 바로 생각났다는 듯 되물었다.

 

 “혹시 배니싱 트윈(Vanishing Twin)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배니싱 트윈이요?”

 

 “네. 다른 말로 쌍생아 소실이라고도 하는데 …….”

 

 “아, 맞아요. 쌍생아 소실. 그거라고 했어요.”

 

 승희는 어리둥절했다.

 

 “배니싱 트윈이 뭔데요? 정말 다른 쌍둥이 형제를 엄마 뱃속에서 막 잡아먹고 그런 거예요?”

 

 화림은 피식 웃었다.

 

 “네? 아니요. 그런 건 아니에요.”

 

 “그럼요? 방금 오빠 말로는 동원 오빠 어머니께서 형을 잡아먹은 놈이라 말씀하셨다고 …….”

 

 “그건 쌍생아 중의 어느 한쪽이 임신 초기에 쪼그라들면서 소멸되는 현상을 뜻해요. 임신부 10명 중 1명에서 발견될 정도로 흔한 현상이죠. 더군다나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상태인데 누가 형이고 누가 동생인지 구분하는 것도 말이 안 되고요.”

 

 “그럼 유산인 건가요?”

 

 “굳이 말하면 그렇긴 한데, 그렇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유산하고는 달라요. 죽은 상태로 몸 밖으로 유산되어 나오는 게 아니라, 어느 한쪽의 태아가 모체나 다른 쪽 태아에게 흡수돼서 말 그대로 사라지는 걸 뜻하는 거니까요.”

 

 그때 승호가 조심스레 둘의 대화에 끼어들며 화림에게 말했다.

 

 “저, 갑자기 든 생각인데요 …….”

 

 “네, 뭔데 그러세요?”

 

 “그게, 선생님께서 아까 500년 전에 살았던 쌍둥이 형제가 동원이 한 사람 몸으로 동시에 환생했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음, 뭐 강동원 씨의 무의식 속 인격들이 그렇게 주장하고 있으니까 그런 셈이라 할 수도 있겠죠.”

 

 “그렇다면 그건 그 쌍둥이 형제들이 애초에는 동원이 형제의 태아들로 각자 따로 환생한 상태였다가, 나중에 배니싱 트윈이 일어나서 서로 하나로 합쳐질 때 그 전생들도 같이 합쳐져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요?”

 

 화림은 눈가로 살짝 눈웃음이 번졌다.

 

 “흥미로운 말씀이시네요. 하지만 의사인 저로서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좀 ……. 정신분석학에선 그 인격들이나 그 인격들이 가지고 있는 기억들은 모두 강동원 씨의 무의식이 필요에 의해 만들어낸 결과물에 불과하다고 봐요. 이를 테면 어떤 부정적 감정이나 기억 때문에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을 때, 그것을 정당화하거나 외면하기 위해서 여러 인격들을 가지고 그럴듯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는 것 같은 거죠. 그렇기 때문에 전생이란 개념도 애초부터 성립될 여지가 없어요.”

 

 “그럼 …….”

 

 “이 경우는 제가 보기엔 오히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에게서 배니싱 트윈을 가지고 시달림을 받는 사이에 저도 모르게 무의식 속에 자신과 꼭 닮은 쌍둥이의 인격을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싶어요. 실제로 그 쌍둥이 인격 중 동생 쪽은 500년 전에 자신의 형을 죽인 기억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마 그것도 ‘쌍둥이 형을 잡아먹고 태어났다’는 트라우마가 은연중에 반영됐기 때문일 거예요.”

 

 “그렇군요.”

 

 “그런데 강동원 씨 어머님은 배니싱 트윈 현상을 왜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셨을까요? 보통은 의사의 설명을 듣고 금방 납득을 하기 마련인데 …….”

 

 그러자 학현이 바로 대답했다.

 

 “그건 아마 동원이 어머님께서 무당이라 그러셨을 거예요.”

 

 “무당이요?”

 

 “네. 그래서인지 그걸 가지고 동원이가 형을 집어삼키고 태어났다면서 동원일 대할 때 항상 두 사람을 대하듯이 했었대요. 밥상에 밥그릇과 수저도 두 개씩 놓고, 옷도 같은 옷으로 두벌을 사고, 심지어 생일상도 두 개를 차렸죠. 그래서 언제 한 번 저한테 그런 것에 너무 오래 시달리다 보니까 이제는 정말 어머님 말씀처럼 자기 안에 쌍둥이 형이 들어와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고 하소연한 적이 있었어요.”

 

 승호도 이야기를 보탰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식당에서 빈 테이블에 수저가 올라가 있는 걸 보고 되게 불안해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곳에 꼭 누가 앉아 있는 것 같다면서. 그땐 그냥 장난친 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지금 듣고 보니 어렸을 적 트라우마 때문에 그랬던 것 같네요. 안 그래도 무당집 아들이라고 하도 놀림을 받아서 우릴 만나기 전까진 제대로 된 친구도 없었다고 그랬는데. 성격이 그토록 소심해진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거예요.”

 

 화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군요. 동원 씨가 저한텐 어머님이 무당이었다는 얘기랑 쌍둥이 형제가 있다는 얘기는 하지 않던데. 트라우마가 그쯤 되면 감추고 싶었을 만도 하네요. 아, 유승호 의원님. 혹시 고향 후배 중에 신민철이라는 사람이 있나요?”

 

 승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금시초문인데요?”

 

 “역시…… 신민철도 강동원 씨가 무의식 속에서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일 가능성이 높겠군요. 흐음, 그런데 왜 굳이 무당으로 설정한 걸까? 신민철과 강동원 씨 어머님 사이엔 딱히 그럴만한 연결 고리도 없는 것 같은데 …….”

 

 그러자 학현이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실은 동원이도 무당이에요.”

 

 “네?”

 

 화림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놀란 것은 화림뿐만이 아니었다. 학현을 제외한 나머지 이들도 모두 금시초문이라는 표정이었다.

 

 “정말이야? 승희야, 너 알았어?”

 

 “아니, 나도 처음 들어.”

 

 하지만 학현은 그들의 호들갑엔 아랑곳 않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동원이 어머니께서 매일같이 동원이한테 ‘신내림을 받지 않으면 니가 집어삼킨 형의 업보가 널 다시 집어삼킬 거’라는 식으로 몰아붙이셨대요. 당연히 동원인 계속 그러지 않겠다고 버텼고요. 하지만 대학에 두 번이나 연거푸 떨어지고 나니까, 정말로 그 쌍둥이 형제에게서 떠안은 업보 때문에 그런 건 아닌가 싶어 괜히 마음이 약해지더래요. 그래서 결국 신내림을 받았죠. 그랬더니 우연인지 필연인지 정말로 그 해에 대학에 붙었고요. 하지만 그 이후엔 다시 무속과 거리를 뒀고, 그것 때문에 어머님과 사실상 의절을 한 뒤 집에서 나와 여태껏 혼자 살아왔어요.”

 

 화림은 그제야 뭔가 풀리는 듯했다.

 

 “그렇다는 건 역시 신민철은 강동원 씨가 자신이 무당이라는 콤플렉스를 투사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인물이 틀림없겠군요. 둘이 똑같이 무당에, 소심하고 예민한 성격까지 비슷하니 …….”

 

 그때 별안간 승희가 학현에게 슬그머니 팔짱을 끼는 것이 화림의 눈에 들어왔다. 화림은 깜짝 놀라며 승희에게 물었다.

 

 “두 분 설마, 사귀는 사이셨어요?”

 

 그러자 승희는 보란 듯이 학현에게 더 꼭 달라붙으며 말했다.

 

 “네, 저희 이번 봄에 결혼해요.”

 

 그런데 화림은 축하해주기는커녕 오히려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요?”

 

 그때 지인이 느닷없이 이상한 행동을 하는 동원을 발견했다.

 

 “동원 씨가 갑자기 왜 저러죠?”

 

 동원은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허공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죽도록 발버둥을 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사시나무처럼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화림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아마 꽃님이를 보고 있는 걸 거예요.”

 

 “꽃님이요?”

 

 “네, 꿈속에서 동원 씨를 따라다니는 꼬마 귀신이죠.”

 

 “귀신……이라고요?”

 

 “동원 씨 말로는 500년 전에 살았던 생각시 아이의 귀신이래요.”

 

 “500년 전이라면 설마 …….”

 

 “맞아요. 동원 씨의 전생이라고 주장하는 인격들이 살았던 시기와 같죠. 동생 쪽의 말로는 형을 죽이게 된 까닭이 꽃님이를 구하려다 실수를 했기 때문이랬는데 ……, 뭐 아무튼 동원 씨는 매번 같은 꿈을 꾸고 나서는 좀 있다가 항상 저 상태가 돼요.”

 

 “같은 꿈이요?”

 

 “네. 흥미로운 점은 그 꿈속에선 유승희 씨가 남학현 씨가 아닌 강동원 씨 자신과 애인 사이라는 거예요. 게다가 강동원 씨는 저한테 꿈 이야기를 할 때 두 분이 애인 사이라는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죠. 오히려 유승희 씨가 무서워서 자꾸만 싫다고 그러는데도 남학현 씨 혼자 짝사랑에 빠져서 계속 따라다니며 괴롭힌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어요. 그렇다는 건 아마도 유승희 씨가 자신이 아닌 남학현 씨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차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는 뜻이겠죠. 그렇지 않나요?”

 

 그러자 화림을 제외한 모두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다 함께 안색이 어두워졌다.

 

 “네, 맞아요. 실은 동원이가 승희를 짝사랑하고 있었어요. 며칠 전 승희가 학현이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부터는 부쩍 더 힘들어 했고요.”

 

 승호의 말에 학현은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강동원, 이 바보 자식.”

 

 승희도 마음이 무거워졌다.

 

 “동원 오빠…….”

 

 지인은 그런 승희를 다독이며 위로했다.

 

 “네 탓이 아니야. 원래 동원 씨처럼 지나치게 소심하고 내성적인 사람은 조금만 친절하게 대해줘도 금방 그 사람에게 빠져들곤 하잖아.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마.”

 

 그런데 그러는 사이 화림은 혼자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지혜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아, 꽃님이 때문에요.”

 

 “꽃님이요?”

 

 “네. 제대로 된 치료를 하려면 강동원 씨가 어떤 기억 때문에 꽃님이를 무의식 속 세계에 만들어냈는지 그걸 알아낼 필요가 있거든요.”

 

 “꽃님이가 그렇게나 중요한가요?”

 

 “네, 현재로선 그래요. 실은 꿈속 이야기나 무의식 속 인격들의 사연에서 꽃님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거든요. 아니 어쩌면 그 모든 이야기들이 그 아이에게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죠.”

 

 “그럼 뭐 알아내신 거라도 …….”

 

 “글쎄요. 지금까진 딱 이거다 하고 떠오르는 게 없네요. 혹시 여러분들께선 따로 짐작 가는 데가 없으신가요?”

 

 그러나 지혜를 포함한 모두는 서로의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볼 뿐 별다른 말이 없었다. 그러던 중 학현이 화림에게 물었다.

 

 “저, 그런데 꽃님이는 왜 동원일 따라다니는 거죠?”

 

 하지만 화림의 대답은 영 시원치가 않았다.

 

 “글쎄요. 딱 정확치는 않은데, 일단 제 짐작으론 꿈속의 꽃님이는 강동원 씨를 두고 뭔가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혼란스러워한다고요?”

 

 “네. 실은 강동원 씨가 자신의 500년 전 전생이라고 하는 쌍둥이 형제와 똑같이 생겼거든요. 그것 때문에 꽃님이는 현세에서 만난 강동원 씨가 500년 전에 자신을 죽이려 했던 쌍둥이 형 쪽인지, 아니면 자신을 구하려 했던 쌍둥이 동생 쪽인지 헷갈려하고 있는 듯해요.”

 

 “그럼 설마 지금 동원이가 저렇게 겁먹고 있는 것도 귀신이 된 꽃님이가 복수를 할까봐서 ……?”

 

 “네, 바로 보셨어요.”

 

 그러자 승희가 나서며 물었다.

 

 “그러면 꽃님이보고 ‘동원 오빤 널 죽이려 했던 쪽이 아니라 구하려 했던 쪽이 환생한 거’라고 알려주면 되지 않을까요? 어차피 꽃님인 오빠의 무의식 속에 있는 존재니까, 동원 오빠보고 계속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보라고 해보면 언젠간 효과가 나타날 지도 모르잖아요?”

 

 그러나 화림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유감스럽지만 그건 거의 불가능해요.”

 

 승희는 이해가 잘 안 갔다.

 

 “왜요?”

 

 “그건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꽃님이가 만들어지고 존재하고 있는 곳이 바로 강동원 씨의 무의식 속이기 때문이에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

 

 “무의식이란 건 말 그대로 사람이 의식이나 의지를 가진다고 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거든요.”

 

 “마음의 병인데 의지로 안 된다니요?”

 

 “강동원 씨가 배니싱 트윈과 꽃님이로 인해 갖게 된 감정은 ‘두려움’이에요. 두려움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 감정 중 하나죠. 그렇기 때문에 의지만 가지고는 극복하는 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기껏해야 잠깐 잊거나, 아니면 속으론 벌벌 떨고 있으면서 겉으로는 안 무서운 척 하는 게 다일 뿐이죠.”

 

 “그럼 어떻게 해야 꽃님이를 무의식 속에서 지울 수가 있는 거예요?”

 

 “그건 제가 처음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현실의 어떤 기억이 무의식 속에 꽃님이를 등장하게 만들었는지 그걸 찾아내는 방법밖엔 없어요. 무의식을 관장하는 것은 ‘의지’가 아니라 바로 ‘기억’이거든요. 그 기억을 긍정적으로 재해석해서 스스로 새롭게 의미 부여를 할 수 있도록 해주면 아마 증상이 단번에 호전될 거예요.”

 

 “만약 끝까지 찾아내질 못하면요?”

 

 “그럼 생각할 수 있는 결론은 둘 중 하나겠죠. 꽃님이와 관련된 기억이 있긴 있는데 안타깝게도 찾지를 못한 것이거나, 아니면 정말로 전생이란 게 있어서 그 모든 기억들이 과거에 진짜로 있었던 일이고 꽃님이란 귀신도 지금 저 병실 안에 있는 걸로 말이에요.”

 

 어딘지 모르게 살짝 냉소적이기까지 한 화림의 대답에 모두는 괜스레 오싹해했다. 그러면서 얼떨결에 눈들이 동원이 있는 병실 쪽으로 향했다.

 

 동원은 여전히 바짝 언 채 허공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휘둥그레져 있는 눈동자 속엔, 마치 천장에 드러눕듯이 달라붙은 채 부릅뜬 눈으로 동원을 내려다보고 있는 꽃님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동원은 꽃님의 눈빛에 질린 나머지 차마 숨 쉬는 것조차 힘겨워 하고 있었다.

 

 그때 돌연 꽃님이 그 자세 그대로 강림하듯 옷자락을 하늘거리며 동원을 향해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동원은 기겁했다.

 

 “흐억!”

 

 동원의 눈엔 그 광경이 단순히 꽃님이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마치 천장 전체가 숨통을 조이면서 서서히 덮쳐오는 것처럼 보였다.

 

 “오, 오지 마! 저리 가!”

 

 그러나 동원의 그런 처절하기까지 한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꽃님은 멈추기는커녕 오히려 부릅뜬 눈을 더욱 휘둥그렇게 뜨며 동원을 집요하게 노려왔다.

 

 동원은 숨을 마구 할딱댔다. 흡사 보이지 않는 손이 목을 조르고 입과 코를 틀어막고 있는 것 같았다.

 

 “끄으윽! 끅! 끄허억! …….”

 

 온몸의 근육이 뻣뻣하게 굳어지고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그때 불현듯 왼쪽 손바닥이 따끔했다. 그래서 바라보니, 날카로운 것에 베여서 생긴듯한 흉터가 손바닥 한가운데를 기다랗게 가로지르고 있었다.

 

 동원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눈동자가 마치 원형의 파문이 이는 것처럼 활짝 열리면서, 무의식 속에 꼭꼭 감춰져 있던 기억들이 뇌리에서 섬광이 터지듯 잇따라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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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대한민국] 반목(反目) - ② 2017 / 11 / 17 333 0 5311   
18 [대한민국] 반목(反目) - ① 2017 / 11 / 16 356 0 4443   
17 [대한민국] 생각시의 살인교사 (1) - ⑧ 2017 / 11 / 15 333 0 6913   
16 [대한민국] 생각시의 살인교사 (1) - ⑦ 2017 / 11 / 14 334 0 5259   
15 [대한민국] 생각시의 살인교사 (1) - ⑥ 2017 / 11 / 13 327 0 4286   
14 [대한민국] 생각시의 살인교사 (1) - ⑤ 2017 / 11 / 12 305 0 4157   
13 [대한민국] 생각시의 살인교사 (1) - ④ 2017 / 11 / 11 331 0 4914   
12 [대한민국] 생각시의 살인교사 (1) - ③ 2017 / 11 / 10 320 0 5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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