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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여우는 사악하지 않다.
작가 : 나흘째곰탕만
작품등록일 : 2017.12.2

하디레님과의 공동창작소설입니다. 주 내용은 과거가 아닌 현대를 살아가는 사미호 연화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공모전 기간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2
작성일 : 17-12-07 13:07     조회 : 268     추천 : 1     분량 : 4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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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깨물면 알알이 터지는 석류와 같다. 코끝이 시큼하지만 그 속에 녹아든 단맛에 홀려 다시 취하게 된다. 시험보다 어렵지만 대비는 할 수 없다. 줄 수는 있지만 받을 수는 없다.

 

  사랑이란, 늘 그런 것이다.

 

 2::

 

 ”미쳤어? 이종족인 내가 어떻게 인간의 사랑을 얻을 수가 있겠어? 아직 수련이 다 끝난 게 아니라서 사람으로 변할 순 있지만 꼬리랑 귀는 여전히 눈에 보이는 걸?”

 

  꼬리를 세 개나 더 얻을 수 있는 이 수련법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것. 장사로 치면 꼬리 세 개를 조건 한 번에 묶음으로 할인해주겠다는데 마다할 여우는 없다. 그러나 세월에 질기고 드세진 아주머니의 심줄처럼 연화가 할인상품을 카트에 담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 사미호인 자신이 사람의 사랑을 얻기가 과연 쉬운 일일지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연화는 채찍과 당근을 함께 주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한참동안 발만 동동 굴렀다. 사람에게 사랑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사람을 만나야 한다. 사람을 만나려면 밖에 나가야 한다. 이 세 가지의 연역법 끝에 연화는 현관문 앞에 섰다.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연화는 결국 나래에게 SOS를 치기로 결정했다.

 

  스마트폰을 찾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 연화는 노트북을 닫고, 그 옆에 있던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찾아볼 것도 없이 자주 사용하는 번호에 나래의 번호가 떡하니 적혀있었다. 연화는 나래의 번호를 누른 후 쫄쫄쫄 침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여보세요?”

 

  다시 침대에 걸터앉았을 즈음, 스마트폰 너머로 익숙하지만 왜인지 귀찮은 톤이 들려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연화는 얼른 수화기를 두 손으로 곱게 받쳐 들고 얼른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나래야, 나 연환데 꼬리가 많이 생길 수 있는 방법 좀 가르쳐주라….”

 

  연화의 꼬리와 귀가 축 늘어졌다.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없는 이상 새 방법을 구해야 하고, 그렇다면 나래에게 잘 보여야 한다. 어떻게든 비굴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복사본 줬잖아. 그거 보고 꼬리 늘리면 되지, 갑자기 왜 그래?”

 

  나래는 오히려 놀라는 눈치였다. 연화가 이런 질문을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는 듯, 어째 어이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무려 자신의 비기인 비전서의 복사본까지 나누어주었는데 다시 질문이라니, 나래야 고개를 갸우뚱할 따름이다.

 

 “아니, 그게 아니라…. 구미호로 성장하려면 경전을 읽고 청결한 생활을 하는 거랑…. 또…. 음…. 그게…. 하여튼 세 가지 방법이 있잖아.”

 “그렇지. 근데 왜?”

 

  퉁명스럽기까지 한 나래의 목소리에 연화는 조금 서러워지려는 마음을 꾹 눌러 참았다. 이후 인간세계에 와서 느꼈던 힘든 일을 동족인 나래에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세 번째 방법이 인간의 사랑을 얻으라는 건데…. 진짜 나 아직 인간세계 익숙하지 않거든? 너도 알다시피 구미호가 되지 못한 여우는 생후 십 년 후에 인간세계에서 살아야 하잖아. 근데 나 사실 인간세계에 온 뒤로 인간을 마주친 적도 없고, 밖으로 나간 적도 없어. 그냥 여기에만 있었다고. 근데 어떻게 인간의 사랑을 얻어. 나는 인간만 봐도 무서운데….”

 

  동물 사이에서,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사람은 무조건 경계하라’는 내용의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 심지어 어떤 전설에서는 이종족이 사람 앞에서 변신하는 모습을 보였다가 실험실 혹은 서커스단으로 잡혀간 내용도 적혀있었다.

 

  그 전설을 본 이후, 연화는 깜짝 놀라 두려움에 떨었다. 며칠을 해부실 위에서 발버둥치는 끔찍한 악몽에 시달린 연화는 그 이후 인간의 눈에 절대로 띄지 말자고 굳게 다짐했다.

 

 “에이, 뭐 그런 거 가지고. 안 그래도 나도 한 달 전부터 인간에게 사랑 받으려고 노력하고 있거든? 한 달 전에는 너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조금밖에 나가지 않았다고. 근데 나도 지금은 점차 인간과 친근해지고 있어. 생각보다 인간이란 그리 나쁜 존재는 아니더라. 그러니까 너도 친해지길 바랄게. 나 지금 밖이라서. 그만 끊….”

 “잠깐, 나래야!”

 “아, 또 왜?”

 

  최대한 빨리 전화를 끊으려는 나래를 연화가 급하게 막았다. 그러자 나래는 귀찮은 티가 역력한 목소리로 연화의 뒷말을 받았다.

 

 “있잖아, 밖에 나가면 내 귀랑 꼬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잖아. 근데 너는 안 그래?”

 “응? 나는 오미호니까 꼬리는 못 숨겨도 귀는 숨길 수 있더라고. 그러니까 꼬리는 치마나 바지 안으로 숨기면 된단 말씀! 이제 됐지? 끊어!”

 “야, 잠깐만!”

 “또 왜 그래?! 나 바쁘단 말이야…!”

 “무슨 일 땜에 바쁜데?!”

 “사실 나…. 소개팅인데 오늘 완전 내 취향인 남자를 만났다? 나랑 한 살 차이밖에 안 나고 공부도 잘한데! 게다가 얼굴까지 잘생겼어!”

 

  나래는 연신 탄성을 자아내며 자신의 소개팅남을 소개했다. 꺄아, 소리 이후에는 칭찬과 덕담만 덕지덕지 붙어있어서 연화는 이것이 소개인지 찬사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근데 전화 오는 바람에 잠깐 자리를 뜬다고 했거든? 하지만 너무 오래 전화하면 실례잖아. 그러니까 얼른 가려고 한다고! 끊어!”

 

  행복이 가득하던 목소리는 뚝 끊기고, 느닷없이 차갑고 정 없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진짜로 전화를 끊으려하는 나래를 말리기 위해 연화는 최후의 수단을 사용했다.

 

 “야, 잠깐, 잠깐만! 너 지금 끊으면 절교다.”

 “아이참, 또 할 말이 뭐야? 일 분 안에 빨리 말해!”

 “…. 아니, 나중에 밖에서 시간 잡아서 만나자고….”

 “알았어!”

 

  나래는 시리도록 차갑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가장 오래된 친구가 자신에게 대하는 행동에 연화는 섭섭한 마음이 물씬 차오른다. 연화는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화면에는 나래와 함께 찍은 사진이 깜빡이고 있었다. 계속 쳐다본다 해도 이미 끊긴 전화가 기적적으로 이어지는 마법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연화는 스마트폰을 침대 옆 탁상에 내려놓았다.

 

 ‘그냥 한 번 나가볼까? 만약에 사람들이 우리를 공격하지 않고 친해지려고 할 수도 있잖아.’

 

  마침 할 일도 없겠다, 연화는 포근한 침대위에서 뒹굴뒹굴 굴러 다녔다. 몸이 편하면 마음도 편해진다는 건 사실인 걸까. 생각마저 부드럽게 반죽되는 기분이었다. 폭신한 생각도 잠시, 연화는 벌떡 일어나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 아니야! 천미호이신 옥유님께서도 그러지 말라고 하셨잖아. 인간은 항상 경계해야 하는 생명체라고 하셨는데.’

 

  이제 삼백년을 산 아름다운 천미호, 옥유는 여우족들 사이에서 수호자와 같은 존재로 통했다. 붉고 푸른 보석으로 치장된 관을 얹고, 새하얀 머리칼을 찰랑이며, 오른손에는 평화를, 왼손에는 정의를 지니고 있는 새벽의 여신. 여우족은 옥유를 그렇게 불렀다.

 

  여우들은 옥유가 하는 말을 대부분 믿고 따랐다. 여우족 사이에서 옥유가 지니는 영향력은 인간들이 만들어낸 수량을 표현하는 언어로는 감히 표현이 불가능했다.

 

  하루는 옥유가 이렇게 말했다. 내 사랑하는 것을 너희가 사랑할지며, 멀리하는 것을 마땅히 멀리하여라. 꿀을 넣은 우유처럼 달콤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그 다정한 눈빛에 여우들은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 연화도 군중 속의 고독자는 되지 못했다.

 

  연화는 옥유의 경고를 떠올렸다.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꾸짖음이었다. 그 목소리에 홀린 듯 연화는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문득 ‘왜’ 라는 생각이 들어 도리질을 쳤다.

 

  정말로 인간은 위험한 종족일까. 왜 멀리해야만 하는 것일까. 오미호인 나래는 그토록 즐겁게 인간과 어울리고 있는데. 한번 물어본 ‘왜’는 하늘로 솟은 콩나무처럼 끝도 없이 자라났다. 연륜의 충고와 미숙의 패기 속에서 혼란스러워하던 연화는 갈대 같은 마음을 결국 한 곳으로 주섬주섬 모아 묶었다.

 

 “아이, 모르겠다. 그냥 한 번 나가봐야지…!”

 

  한복 차림의 연화는 침대에서 조심스레 내려와 맨발로 마룻바닥을 디뎠다. 연화는 자신의 옷장을 헤집어 외출복을 찾아보았다. 생각 외로 제대로 된 옷이 없었다. 유구한 역사의 이종족은 사람으로 변했을 때 늘 한복 차림이었고, 그렇기에 현대식 의복은 구입할 일이 없었다.

 

  입을 옷이 없는 상황에서도 연화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연화에게는 초능력과 유사한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화는 두 팔을 벌리고 하늘로 뛰어들어 구름을 실처럼 풀어헤치며 날아다닐 수 있었다. 또 비에 젖어 축축한 몸을 순식간에 말끔하게 말릴 수도 있었다. 모두 사미호가 되면서 생긴 능력이 발현된 덕분이었다.

 

  아쉽게도 이 능력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미호인 연화는 이 능력을 하루에 최대 네 번까지만 사용할 수 있었다. 궁극의 경지에 도달한 천미호라면 이 능력을 얼마든지 써도 괜찮았지만, 꼬리가 아홉 개 이하인 여우들은 하루에 능력을 쓸 수 있는 횟수가 정해져있었다. 만약 정해진 횟수를 넘어 능력을 사용하게 되면, 목숨에 무리가 가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한 번이니까 괜찮겠지.’

 

  불안한 마음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지만, 연화는 용기라는 이름으로 두려움을 지긋이 내리눌렀다. 거울 앞에서 머뭇거리던 연화는 결국 자신의 능력을 사용했다.

 

  조심스레 눈을 떴을 때, 연화가 입고 있던 옷은 고전적인 느낌이 물씬 나던 한복이 아니었다. 어깨가 노출된 하얀 블라우스가 팔목까지 내려왔다. 무릎길이의 검은 치마는 연화의 각선미를 그대로 들어내고 있었다. 살색 스타킹이 연화의 다리를 가볍게 감싸 안았고, 검은 부츠가 코디의 마무리를 장식했다.

 
작가의 말
 

 공모전 분량 때문에 1화를 나누어 올렸습니다. 독자분들의 너그러운 이해를 바랍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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