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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용의 나라: 신수의 땅
작가 : 유람중
작품등록일 : 2016.9.3

5년째 계속된 폭설로 위기에 처한 동목국(東木國).
설상가상으로 수호신 청룡의 병세가 심상치 않다.

쇠약해져 동면에 들어버린 청룡을 위해 해결책을 찾아 떠난 그들은,
과연 수호신을 깨우고 이 땅에 잃어버린 봄을 되찾아 올 수 있을까?
.
.
.
왕실의 비극에도 눈물을 삼키며 참을 수 밖에 없었던 어린 왕자, 인수
지독한 겨울의 길 위에서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버틴 거지 소녀, 베라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 강해지기 위해 수련하는 소년 무인, 미자르

#모험 #성장 #우정 #사랑

+ 귀중한 시간을 내어 이 글을 읽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동양 신화를 중심으로 하지만 서양풍의 내용도 적절히 섞인 글입니다. 앞으로 완결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1-1. 겨울과 길 위
작성일 : 16-09-03 06:55     조회 : 339     추천 : 0     분량 : 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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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목탑사(木塔寺)는 동목국 최남단 천왕산에 위치한 고즈넉한 사찰이다. 과거 제5대 왕인 고왕이 왕 위에 오르기 전 단명한 세자빈 마 씨(氏)의 넋을 기리고자 지었기에 비록 그 규모는 작은 편이나 곳곳이 섬세하고 유려하여 한 때는 수많은 이들이 찾았던 명소였다.

 

 ‘배고픔과 추위의 무서움이 이리도 매서웠다니... 궐 안에 살 때는 몰랐던 사실이구나.’

 

 인수는 추위로 곱아든 손을 애써 주무르며 풍요롭고 즐거웠던 과거의 한때를 떠올렸다. 그러나 그마저도 하얗게 피어나는 입김에 금세 시들해졌다.

 

 방 안에서도 매서운 추위는 송곳이 되어 그의 머릿속을 이리저리 찌르고 스쳐 지나갔다. 달콤한 추억은 결코 방패가 될 수 없었다. 얼어 죽지 않으려면 몸을 움직여야만 했다.

 

 문을 열고 나가니 흰 눈으로 뒤덮인 산이 가히 절경이었다. 여전히 적응 되지 않는 추위지만 눈의 아름다움만은 대단하여 아직은 어린 소년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꼬르륵

 

 처음에는 배가 고프다는 것이 -철없어 보일까봐 조심하였지만-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궁에 살적에는 달에 따라 진귀한 식재료가 바뀌어 가며 잘 차려진 오색 빛깔의 음식이 때에 맞춰 나왔다. 그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궁녀들의 노력이 눈물 겨울 정도였다. 그러니 배가 고프다보면 종국에는 배에서 소리가 난다는 것도 얼마나 놀라웠던가.

 

 꼬르륵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소리는 인수에게 즐거움도 놀라움도 주지 못했다. 그저 자신의 처지를 되새김질 하게 만드는 아주 악독한 무언가일 뿐이었다.

 

 아버지가 폐위되던 해는 궁이 매우 혼란스러웠다. 두려운 마음에 궁녀들과 내관들을 붙들고 물어보아도 어느 누구하나 속 시원히 설명해 주는 이가 없었다. 그저 가만히 앉아 답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인수의 속을 들여다 봐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무섭기만 했던 외할아버지인 마주길이 찾아왔다. 어린 손자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그 당시 차마 헤아리지 못했던 온갖 감정들이 가득했다.

 

 인수는 그저 이렇게 늦게 자신을 찾아 준 그가 야속하여 마음에도 없는 말로 상처를 주었지만, 사찰에 유배를 오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폐위된 후, 외할아버지의 사출도 중 일부를 다른 가문으로 넘기는 대가로 그가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처음 목탑사에 왔을 때는 그를 돌봐주는 노파와 그 아들부부 내외가 있었다. 그러나 궁에서 보내오던 물품도 소식이 끊기자 그들은 그나마 값나가던 물건들을 가지고 어둠을 틈타 달아났다. 다행이라면 그가 덮고 있던 두터운 솜이불은 남겨 두었다는 거다.

 

 ‘캬악! 퉤! 확 얼어 뒈저 버려라!’

 ‘천하의 불한당! 산신령께 물려 뒈졌으면!’

 

 그날도 역시나 깊게 잠들지 못했던 인수는 힘없이 눈을 감고 누워 그들이 떠나며 남긴 저주의 말을 고스란히 얻어 맞아야만 했다.

 

 수호신을 잘 보필하지 못하였기에 나라가 이지경이 된 거라고... 자신은 비난 받아도 변명할 수 없는 거라고 위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천하디 천하다고 여긴 이들에게마저 근본 없는 욕을 듣는 현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들이 떠나고 마침내 아침이 밝아 오자, 인수는 궁을 떠나 온 이래로 처음으로 이불을 덮어 쓰고 소리 내어 울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사실이 더없이 비참했기 때문이다. 천하다고 비웃었던 그들의 도움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줄 아는게 없었다니.

 

 깨달음은 예리한 칼날이 되어 인수를 거침없이 난도질했다.

 

 휘잉-

 

 매서운 칼바람이 인수를 현실로 이끌었다. 영원할 것 같던 고통의 시간은 지나가고, 이제 인수는 익숙하게 물을 준비하고 먹을 것을 구하며 뗄감을 모을 줄 알았다.

 

 ‘물부터 준비 해야해.’

 

 우선은 하나 남은 털옷을 꼼꼼히 여미고 신발을 단단히 고쳐 신었다. 노파가 아무것도 모르고 눈밭에서 장시간 일을 하다가 동상으로 발가락을 잘라내는 것을 보고 추위가 신체의 일부분을 앗아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처음 겪는 겨울은 너무 생소하여 실수도 많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조심하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세계의 북쪽에 위치한 짐레알다는 나라의 반절 이상이 얼음으로 뒤덮인 동토라고 들었다. 게다가 그들의 수호신인 킬바하는 아주 오래 전에 그 땅을 떠나 작금에 이르러서는 역사책에서나 그림으로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땅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했다. 그들이 한 일을 자신이라고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비록 시간이 걸리기는 할지라도.

 

 그런데 며칠 전부터 사찰 주위 눈밭 위에 자신보다 조금 큰 발자국이 찍혔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결국 누군가 자신을 죽이러 온 것은 아닌지 무서워졌다. 그대로 나두어도 얼어 죽을지 모르는 조카를 죽여 불명예를 얻기에는 그의 숙부가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는 사실이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부스럭

 

 “움직이지 마! 움직이면 쏜다.”

 

 불청객은 갑자기 찾아왔다. 물을 만들기 위해 눈을 퍼 담던 손을 멈추고 가만히 굳어서 인수는 눈알만 이리저리 굴렸다. 애석하게도 시야에 어느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어쩌지. 움직이면 안 될 것 같기는 한데.’

 

 “돌아보지 마!”

 

 용기를 내어 뒤돌아보려는 찰나 뒤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며 벼락같이 소리를 질렀다. 인수는 두려움에 전신이 덜덜 떨리는 기분이었다. 실상은 추위로 몸이 굳어 티도 나지 않았지만.

 

 “묻는 말에 대답해. 너 여기 살아?”

 “응. 여기 살아.”

 “혼자서?”

 “응. 나 혼자야.”

 “...... 뭔데 반말이야? 너 겁 없어?”

 “어?”

 

 인수는 당황했다. 존댓말이란 궁에서 아버지나 어머니, 혹은 자신보다 나이 많은 대신들에게나 써봤지 정체불명의 살인 의심범에게 쓸 법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 그게. 기분 나쁘면 미안.”

 “뭐 이런 그지 같은 게!”

 

 퍼억

 

 인수는 뒤통수를 강타하는 힘에 그만 고꾸라지고 말았다. 처음 느껴보는 고통은 강력했고 한편으로는 차가웠다. 끙끙거리며 일어나 눈을 털고 뒤돌아보자 두 뼘 정도 큰 사내아이가 그를 노려보고 서있었다. 그 손에 조악한 나무 활을 들고서.

 

 “눈깔 돌리지마라!”

 “응. 그런데 너는 누구니?”

 “시끄럽고 묻는 말에만 대답해! 아니면 알지?”

 

 소년이 여차하면 쏠 거라는 듯이 활을 흔들어대며 눈을 부라렸다.

 

 “알았어.”

 “너 먹을 거 있냐?”

 “응. 물고기 하나 잡아 놓은 거 있어. 먹을래?”

 “좋아. 가져와 봐.”

 “방에 가서 먹자. 거기에 있어. 여긴 너무 추워. 화톳불에 구워서 먹으면 그나마 좋아.”

 “지랄, 반말하지 마라! 앞장 서!”

 “......하지만 난, 존댓말 안써.”

 “뭐? 너 몇 살이야?”

 

 사내아이가 대뜸 나이를 물었다. 인수는 순간 긴장하였다. 본래 나이를 말하자니 낮잡아 보고 계속 존댓말을 쓰라 할까봐 걱정이 되었다. 그것은 모든 걸 잃어버린 소년의 보잘 것 없는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난... 16살이야. 넌?”

 “뭐? 이런 미친. 근데 이렇게 작아?”

 “못 먹고 살아서 그런가봐.”

 

 인수가 일부로 힘없이 중얼거렸다. 행여 3살이나 속인 것을 들킬까 눈치를 살피자, 소년이 묘한 표정으로 활을 내리고 사찰로 휘적거리며 걸어갔다. 인수는 눈을 급하게 마저 퍼 담고, 통을 들고 소년의 뒤를 쫓아 뛰었다.

 

 "같이 가자!"

 

 묘한 즐거움이 샘솟기 시작했다. 겨울의 재앙에서 더욱 잘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소년은 말과 달리 그리 위험해 보이지 않았다. 혼자였지만 강해보였고 튼실한 것이 먹을 것도 잘 구할 줄 아는 거 같았다. 계곡물에 그물을 넣어놓고 이제나 저제나 물고기가 걸리기만 하염없이 기다리던 자신과는 다를 지도 몰랐다.

 

 “이름이 뭐니? 나이는 몇이야?”

 “시끄러워! 생선이나 구워!”

 “응, 알았어! 그래서 몇 살이야?”

 “조용히 해! 그지 같은 게!”

 

 소년이 위협적으로 주먹을 들어올리며 눈을 번뜩였다.

 

 “혹시 내가 형님이라서 말 못하는 거니? 그럼 이름은 뭐야?”

 “이 썅! 닥치고 들어와서 생선이나 구워!”

 “잠깐만. 눈만 들여놓고!”

 “그건 내가 할 테니 생선이나 구워!”

 

 게다가 스스로 나서서 인수를 돕기까지 했다. 인수 정도의 덩치는 쉽게 제압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 때문에 그럴지도 몰랐다.

 

 때 아닌 소년들의 떠들썩한 목소리가 고요한 사찰의 적막을 깨웠다.

 

 *****

 

 겨울의 거리는 죽음과 맞닿아 있었다. 김연철은 눈밭에 절반이 뭍인 푸르딩딩한 시체를 보지 않으려 애써 시선을 멀리했다. 재앙이 닥치기 전이나 후나 그는 항상 첨성각에서 지내왔기에 궁 밖을 나서는 것은 생소한 일이었다.

 

 아주 어린 날,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걸어 왔을 길을 지나며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그 시절에 대한 감상은 그에게 조금의 감흥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

 

 그의 걱정이라면 스승이자 대사제인 저유광을 모시고 사택을 찾아가는 길에 굶주림을 이겨내지 못한 누군가가 그들을 공격하지 않을까 하는 것뿐이었다.

 

 이미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노쇠한데다 고뿔의 기운마저 약간 있는 저유광의 걸음은 지나치게 느렸다. 저석만이 만들어 놓은 변명도 딱히 필요 없이 진정으로 스승이 앓아누울 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김연철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스승님, 제가 얼른 나귀라도 얻어 나오겠습니다.”

 “그냥 가자꾸나. 지체할 시간도 없고... 무엇보다 나귀를 데려오면 그걸 지킬 수나 있을지 모르겠느니. 네 녀석과 살아서 집에 도착하려면 부지런히 움직이는 수밖에 없지. 어허허허."

 

 저유광이 미안함을 담아 웃어보이고는 조금 더 빨리 걷기 시작했다. 김연철은 행여나 스승이 빙판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살피며 보조를 맞추어 따라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코는 서서히 감각이 사라지고 귀는 마치 떨어져 나간 것만 같았다.

 

 그때 저유광의 걸음이 멈추었다. 순간 온몸에 힘이 빠진 듯 그가 휘청거렸기에 김연철이 놀라 얼른 부축해야만 했다.

 

 “스승님, 괜찮으십니까? 그러게 무리를 해서라도 나귀를 하나 얻어 올 걸 했습니다.”

 “아니다. 아니야. 그것 때문이 아니다. 어허, 저기를 보아라. 연철아. 우리가 따듯한 곳에서 별자리를 보며 고민할 적에, 저 어린 것은 길 위에서... 어허, 그러하였어. 그러하였어.”

 

 저유광의 목소리에는 감출 수 없는 슬픔이 흘러 넘쳤다. 대체 무엇을 보고 그러나 싶었는데, 스승의 시선 끝에는 죽어 가는 아낙의 손에 쥐어진 정체불명의 검은 덩어리를 지켜보며 그 마지막 한모금의 숨이 넘어가길 기다리는 거지 아이가 있었다. 혹여 몸이 얼어붙을까봐 이리저리 몸을 비틀어 대며 아낙의 앞에서 이리저리 방방대는 꼴이 마치 신이라도 들린 듯 괴이했다.

 

 “마음 쓰지 마십시오, 스승님. 지금 나라에서 고통 받지 아니하는 백성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저희는 하루 빨리 별자리를 돌리고 수호신을 깨워 이 땅에 봄을 되찾아 오도록 노력하면 되는 겁니다. 저들의 죽고 사는 문제를 지금 당장 해결할 수는 없을지언정 저희가 하는 일이 종국에는 저들을 살리는 길이니 우선의 순위만 다를 뿐입니다.”

 “그래. 네 말이 맞지. 어서 빨리 사택으로 가야겠다. 너는 길을 잃지 않도록 조심하여 따라 오너라.”

 “여부가 있겠습니까.”

 

 저유광을 위로하며 거지를 지나가려는 순간, 알 수 없는 매서움이 김연철의 전신에 내리꽂혔다. 마침내 아낙의 숨이 꼴딱이며 넘어가자 그 검은 덩어리를 귀신같이 낚아채어 입에 욱여넣으며 그들을 노려보는 거지의 눈빛은 오로지 생존본능만이 남아버린 짐승의 그것과 같았다.

 

 사택에 도착 할 때까지 일정 속도로 걷는 저유광과 김연철의 뒤로 거지가 따라왔다. 그들은 애써 모른 척 걸어가야만 했다. 평생 별 만을 지켜보며 살아왔는지라 도대체 어찌 해야 하는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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