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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가장 사랑스러운 해시태그
작가 : 정서유
작품등록일 : 2017.11.16

소문난 SNS 중독자, 백설희!

비싸서 사지도 못 할 가방을
SNS에 올려 제 가방인 척 하거나,
매 끼니 마다 핫한 맛집을 찾아다니며
맛있는 음식 사진을 업데이트 하는 게
바로 설희의 일상이다.

그녀의 앞에 SNS 극혐자, 성진욱이 나타나고
설희는 서서히 진욱과 사랑에 빠지며
SNS 밖 세계의 소중함을 깨닫기 시작하는데

 
11화, 철벽이 너무해
작성일 : 17-12-07 11:50     조회 : 217     추천 : 0     분량 : 4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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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설희를 데려다주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진욱은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으려

 셔츠의 단추를 풀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싸우는 중년 사내들을 보며

 유독 이를 갈던 설희의 모습이

 진욱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싫어할 일인가?”

 

 진욱이 의아한 표정으로 혼잣말하며

 티셔츠 안으로 목을 집어넣으면,

 진주가 문을 벌컥 열며

 신경질적으로 진욱을 불렀다.

 

 “오빠!”

 

 “으악, 깜짝이야.”

 

 그런 진주에 놀란 진욱이

 당황해 재빨리 티셔츠를 다 입으면,

 진주가 스치듯 진욱의 알몸을 봤음에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방에 성큼성큼 들어왔다.

 

 “노크 모르냐? 노크?”

 

 당황한 진욱이 버럭 소리쳤지만,

 진주는 오히려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남매 사이에 그런 게 어디 있어?”

 

 진주의 말에 진욱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체념하듯 말했다.

 

 “내가 이 지긋지긋한 남매 사이

 쫑내든가 해야지….”

 

 하지만 진주는

 구태여 자신을 외면하는 진욱의 앞에 서며

 그런 진욱에게 일침을 날렸다.

 

 “언제는 오빠가 출장 간 아빠 대신이라며!

 어떤 아빠가 이렇게 쉽게 딸을 버려?”

 

 진욱이 떽떽거리며 자신을 몰아붙이는 진주를

 성가신 얼굴로 보다가

 체념한 듯 진주를 마주보며 말했다.

 

 “그래서, 불만이 뭔데?”

 

 진주가 그런 진욱을

 한껏 못마땅하게 쳐다보다가

 내내 이를 갈고 있던 이름을 뱉었다.

 

 “백설희!”

 

 진주의 입에서 나온 설희의 이름에

 진욱이 예상한 듯 놀라지 않았다.

 

 “도대체 오빠랑 백설희 지금

 둘이 뭐하고 있는 건데?

 나 진짜 둘이 나란히 서있는 것만 봐도

 짜증나 미쳐버릴 것 같거든?”

 

 진욱은 오히려 그렇게 말하는

 진주가 이해되지 않는 듯 말했다.

 

 “도대체 왜 그렇게 짜증나 미쳐버릴 것 같은데?”

 

 “그냥!”

 

 “그냥?”

 

 진욱이 그런 진주를 빤히 쳐다보며 되물으면,

 진주가 진욱의 시선을 피하며

 우물쭈물 말했다.

 

 “재수 없으니까….”

 

 진욱이 그렇게 말하는 진주를

 계속 쳐다보고 있으면,

 진주가 민망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못생긴 주제에 나보다 팔로워도 많고!

 옷, 가방도 죄다 싸구려뿐인데 ‘좋아요’ 수는 매번 역대급!

 사람들은 왜 그런 애한테 열광하는지 몰라….”

 

 진주가 심술궂은 얼굴로

 퉁명스레 말했다.

 

 그런 진주를 어이없게 보던 진욱이

 진주를 걱정하며 말했다.

 

 “뭐 고작 그런 이유로 사람을 싫어하고 그래.

 그 사람이은 그 사람이고, 너는 너지!

 진주 너 진짜 오빠가 SNS 금지 시켜야

 남이랑 비교하는 심술궂은 버릇 버릴래?”

 

 진욱의 말에 양심에 찔린 진주가

 더 큰소리로 대꾸했다.

 

 “내가 애야? 오빠가 하라면 하고,

 말라면 말게?”

 

 진욱이 그런 진주를

 한숨을 쉬며 심란하게 보다가

 피곤한 듯 침대에 털썩 누우며 말했다.

 

 “언제 이렇게 머리만 커가지고….

 그래, 네 맘대로 해라.

 SNS를 하든 말든.”

 

 진주가 그런 진욱을

 못마땅하게 노려보다가 말했다.

 

 “진짜 말 안 해 줄 거야?”

 

 진욱은 진주의 물음에도

 아무 대답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후회 안 하지?”

 

 불길한 진주의 말에 진욱이

 그 때서야 감았던 눈을 살짝 뜨면,

 진주가 있는 힘껏 소리치기 시작했다.

 

 “엄마! 오빠 여자 친구 있다는 거 다 뻥이….”

 

 “야, 야!”

 

 진욱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손으로 진주의 입을 막으며 말을 끊었다.

 

 진주가 진욱에게 입이 막힌 채

 눈알을 굴리며 승리자의 표정으로

 그런 진욱을 올려다봤다.

 

 “너 진짜!”

 

 당황해 말한 진욱이 결국

 진주에게 두 손, 두 발을 다 든 심정으로

 막았던 진주의 입을 풀며 말했다.

 

 “알았다, 알았어!”

 

 진주가 자신의 입에서 손을 떼며

 침대에 털썩 앉곤 말하는 진욱을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쳐다봤다.

 

 진욱이 그런 진주를 보다가

 설희를 제 여친 인 척 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진주에게 풀어놓았다.

 

 “선 보기 싫어서 거짓말 한 거야.”

 

 “뭐?”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묻는 진주에

 진욱이 신경질적으로 답했다.

 

 “알잖아, 엄마. 내 연애에 목숨 거신 거.”

 

 진욱의 말을 들은 진주가

 미옥의 편을 들며 말했다.

 

 “그거야, 오빠가 첫사랑한테 차이고

 내내 미련스럽게 혼자니까.

 엄마가 속 터져서….”

 

 생각 없이 말을 잇던 진주가 문득

 굳은 표정으로 무섭게 자신을 보는 진욱에

 멈칫해 말을 멈췄다.

 

 “어찌됐건 오빠는 그게 답답하고 싫었다고.

 때 되면 어련히 알아서 할까….”

 

 “어느 세월에?

 대시도 안 하고,

 오는 여자도 다 밀어내면서….”

 

 진주의 말에 진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진욱을 답답한 표정으로 보던 진주가

 여전히 이해가 안 가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그런 이유였으면

 차라리 나한테 말하지!

 왜 생판 모르는

 백설희를 끌어 들이고 그래?”

 

 “네가 무슨 수로?”

 

 진욱이 진심으로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내 친구들한테 부탁했으면 될 거 아냐!”

 

 진주의 외침에 진욱이

 심각하게 진주를 보며 물었다.

 

 “부탁할 친구는 있고?”

 

 정곡을 찔린 진주가

 당황해 진욱의 시선을 피했다.

 

 “내…내가 친구가 없었나?”

 

 그런 진주를 한심하게 보던 진욱이

 진주에게서 뒤돌아 누우며 말했다.

 

 “하여튼 이제 궁금한 거 다 캐냈으면 나가.

 덕분에 마지막 남았던 에너지까지

 탈탈 털렸다.”

 

 진욱의 말에 새삼 미안해진 진주가

 방밖으로 향하며 말했다.

 

 “알았어….”

 

 방문을 잡고 나가려던 진주는

 그래도 영 불안한 듯

 진욱에게 엄포를 놨다.

 

 “혹여라도 백설희한테 정주고 그러면 안 돼?

 백설희가 내 새언니로 들어오면,

 나 시집살이 이 악물고 시킬 거야.”

 

 진주의 말에 진욱이 눈을 감은 채

 무심하게 말했다.

 

 “오는 여자도 막는 남자라며,

 못 믿어?”

 

 진욱의 말에 진주가

 그 때서야 애써 고개를 끄덕이며

 방밖으로 나갔다.

 

 진주가 방밖으로 나가면,

 진욱이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

 무기력한 표정으로 눈을 떴다.

 

 그리곤 회의적인 목소리로

 공허한 혼잣말을 읊조렸다.

 

 “사랑이 뭐라고 다들 사랑, 사랑….”

 

 한편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진주는 그래도 찝찝한 듯

 고심하는 표정으로 방 안을 돌아다니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는 표정으로

 핸드폰을 들어 설희의 별스타에 들어갔다.

 

 그리고 아무 게시물이나 클릭해

 악플 수준의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부디 주제를 알았으면 좋겠네요, 백설희 씨.

 넘보지도 못할 남자 넘보다가

 가랑이 찢어지지 말고.'

 

 "이 정도는 써줘야 경각심을 갖지….”

 

 진주가 그렇게 말하며

 뿌듯한 얼굴로 자신이 올린 댓글을 확인했다.

 

 하지만 진주의 댓글이 달리자마자

 설희의 팬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진주의 댓글 밑에 순식간에

 답글을 달기 시작했다.

 

 '당신 주제나 알아요.

 이런 데서 할 일 없이

 악플이나 달지 말고.'

 

 '네가 백설희 보다 예뻐? 그럼 인정.'

 

 '인격 모독 오지네요.

 신고해도 됩니까?'

 

 순식간에 달리는 수십 개의 답글에 놀란 진주가

 자신을 향한 비난에 더 놀라 당황하다가

 '신고'라는 단어를 보며 휘둥그레해졌다.

 

 "시…신고?"

 

 겁 먹은 진주가 마우스를 더듬거리며

 기껏 단 자신의 댓글을 황급히 지웠다.

 

 "우씨…."

 

 그리곤 설희한테 진 것 같은 기분에 짜증이 나는지

 울상을 지으며 침대 위에 얼굴을 묻었다.

 

 

 *

 

 다음 날, 설희의 ‘루이비찌’ 매장 안.

 전표 정리를 하던 설희가

 심란한 표정으로 혼잣말을 했다.

 

 “이거 영 넘어올

 필(feel)이 아니란 말야….”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하던 설희가

 잠시 전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머리를 굴리다가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곤 진욱에게

 카톡을 보내기 시작했다.

 

 ‘오늘 진료 끝나고 뭐해요^^?’

 

 언제나 그랬듯 이번에도

 진욱의 답장은 칼이었다.

 

 ‘집에 가는데, 왜요?’

 

 설희가 딱딱한 진욱의 답장을 보며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모티콘이라도 하나 붙여주지….”

 

 하지만 설희는 자신의 퉁명스러운 말과는 달리

 다시 사근사근한 내용의 카톡을 쓰기 시작했다.

 

 ‘아니, 어머님 문제로 상의 드릴 게 있어서^^;’

 

 ‘카톡으로 하면 안 돼요?’

 

 전송하자마자 도착한 진욱의 답장에

 설희의 표정이 자존심 상해 굳어졌다.

 

 “지가 뭐 톱스타야? 대통령이야?”

 

 열 받은 마음을 잠시 심호흡으로 달래던 설희가

 다시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카톡을 전송했다.

 

 ‘카톡으로 하긴 좀 그런데….’

 

 그렇게 보낸 설희가

 긴장된 표정으로 핸드폰을 보고 있으면,

 역시나 바로 진욱의 답장이 도착했다.

 

 ‘알겠어요, 그럼.

 일 끝나고 백화점 앞에서 봐요.’

 

 “예쓰!”

 

 결국 진욱에게서 오케이를 얻어낸 설희가

 기쁨의 환호를 질렀다.

 

 그 소리에 창고에서 재고를 세던 주란이

 다급히 창고에서 뛰쳐나와

 설희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

 

 갑자기 등장한 주란에

 급하게 핸드폰을 숨긴 설희가

 애써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 일을 열심히 해보자는 취지로 혼자….

 기합을 넣어 봤달까….”

 

 말도 안 되는 설희의 말에

 주란이 설희를 흘겨보곤

 다시 창고에 들어가며 말했다.

 

 “백 날 기합만 넣으면 뭐해?”

 

 그 말을 토씨 하나 안 빼놓고 들은 설희가

 민망한 표정으로 다시 전표정리를 시작했다.

 

 그 때 동호가 매장을 천천히 둘러보며

 ‘루이비찌’ 안으로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루이비찌’입니다.”

 

 그런 동호를 발견한 설희가 카운터 밖으로 나오면,

 동호도 고개를 들어 설희를 쳐다봤다.

 

 “어?”

 

 “그 쪽은….”

 

 설희와 동호는 금세

 서로를 기억해내곤 말했다.

 

 설희는 오늘도 어김없이

 가죽 자켓과 가죽 바지를 챙겨 입은 동호를 보며

 애써 떨떠름한 미소를 지었다.

 

 “여기서 일하는 거였어요?”

 

 동호가 그런 설희를 보며

 반갑게 말했다.

 

 “아, 네. 뭐….”

 

 “다행이다! 안 그래도 어머니 생일 선물,

 어떻게 골라야 하나 걱정이었거든요.”

 

 동호의 말에 설희가 동호의 차림을 보며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기에서…. 사시게요?”

 

 설희의 물음에 동호가

 당연하지 않느냐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려고 들어왔는데?”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말하는 동호에

 설희가 난감한 표정으로 답했다.

 

 “여기 비싼데….”

 

 “아, 그건 걱정 마요!

 저 돈 있으니까.”

 

 동호는 그 말과 함께

 가죽 백 팩을 앞으로 매며

 가방에 쳐 박혀 있던 꼬깃꼬깃한 현금들을 꺼내

 설희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런 동호에 당황한 설희가

 가방에서 현금을 꺼내는 동호를

 만류하며 물었다.

 

 “카…카드, 카드는 없어요?”

 

 설희의 말에 동호의 표정이

 곤란하게 굳어지며 말했다.

 

 “카드 없는데….

 카드가 꼭 필요해요?”

 

 점점 심각해지는 동호의 표정을 보며

 설희가 황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 아니. 그건 아니지만….”

 

 설희가 그렇게 말하며

 현금이 쓰레기처럼 가득 찬

 동호의 백 팩을 내려다봤다.

 

 그리곤 고개를 들어

 어이없는 표정으로 동호를 보며 말했다.

 

 “무슨…. 조선시대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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