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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사명
작가 : 성소은
작품등록일 : 2017.11.24

남들의 죽음을 볼 수 있는 한 여자의 지독한 운명과
그로 인한 삶의 비극을 다룬 판타지 소설.

 
12
작성일 : 17-12-07 03:54     조회 : 207     추천 : 0     분량 : 5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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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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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보다 조금 일찍 출근한 태주가 진료실 책상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며칠 동안 통 자질 못해 태주의 눈 주변이 퀭했다. 진료실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이 선생님. 내일 모레 잡혀있던 강순영 환자 예약이 취소 돼서요. 다음 주에 잡혀 있던 다른 환자 분 예약 일을 당기려고 하는데 괜찮으시죠?”

 

 원무과 직원의 말에 태주가 모니터 옆에 있는 탁상 달력을 집어 들었다.

 

 “내일 모레요?”

 

 날짜를 확인한 태주가 입을 다물었다. 이내 생각에 잠겼다. 아무 대답이 없자 원무과 직원이 다시 한 번 태주를 불렀다. 반복되는 직원의 부름에 정신이 반쯤 나가있던 태주가 뒤늦게야 대답했다.

 

 “네, 괜찮아요.”

 “그럼 환자 분 예약 날 변경 도와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은 태주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틀 뒤가 환의 생일이라는 것을 달력을 보기 전까지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근무 시간이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이마 가운데가 저리게 아파왔다. 태주는 환이 살고 있는 곳을 알고 있었다. 어차피 둘의 관계 회복에 적극 개입하기로 다짐 한 거 굳이 숨길 거 까지는 없었다는 걸 본인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환의 얼굴이라도 먼저 봐야 마음이 덜 불편할 것 같았다. 태주가 또 한 번 한숨을 쉬었다.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 태주의 상태는 상담해주는 쪽이 아닌 상담을 받아야 하는 사람의 모습에 더 가까웠다. 환과 현서부터 영까지. 뭐하나 순조롭게 진행되는 게 없었다. 태주가 휴대폰을 꺼냈다. 잠시 고민하던 태주는 영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다섯 번 정도 반복되었을 때 태주는 전화를 끊었다. 아직 자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태주가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지 않고 바로 다른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환은 두 번의 신호음 만에 전화를 받았다. 물론 전화 때문에 깬 듯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환이 비몽사몽하다는 것은 덜 어색하게 통화를 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환아, 삼촌.”

 “…응….”

 “내일 좀 볼까 하는데 괜찮아?”

 “응….”

 

 어색하지 않은 통화는 가능했지만 의사소통은 불가능했다. 심지어는 외박을 했는지 주변에서 들리는 소음까지 두 사람의 대화를 방해했다. 태주가 입술을 쭉 내밀었다. 일어나서 다시 전화를 하라고 할까 생각도 했지만 과연 환이 만나자고 하는 태주의 말에 순순히 응답을 할지도 의문이었다. 더 고민하지 않고 태주가 빠르게 말했다.

 

 “내일 집 근처 가서 전화할 테니까 꼭 나와. 끊는다.”

 

 전화를 끊은 태주가 꼭 뭐에 쫓기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다급히 휴대폰 액정화면을 껐다. 그때 진료실 문이 벌컥 열렸고 태주가 저도 모르게 ‘악’ 하는 소리를 내며 화들짝 놀랐다. 문을 연 간호사가 태주의 반응에 그대로 굳어 버렸다.

 

 “저 노크…했는데….”

 

 태주가 얼빠진 표정을 하고서 바보처럼 간호사를 쳐다봤다. 당장이라도 전화가 오면 어떡하지 휴대폰 화면만 뚫어져라 보고 있느라 너무 집중을 했던 모양이다. 태주가 애써 태연한 척 하며 물었다.

 

 “뭐 때문에?”

 “진료 시작해도 되죠? 아무 말씀이 없으셔서….”

 

 간호사가 조심스레 되물었다. 어느덧 9시 하고도 3분이나 지나있었다. 시간을 확인한 태주가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미안하다고 말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걱정과 근심이 가득하던 태주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환자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것이 의사가 지켜야 하는 첫 번째 덕목인 만큼 태주 역시 그랬다. 사실은 그 누구보다도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태주는 잠시 그런 생각들은 덮어두기로 했다.

 

  빌라 앞에 서 있는 환의 뒷모습이 어쩐지 너무나 처량해보였다. 분명 본인의 집인데도 차마 들어갈 수가 없었다. 어젯밤, 정말 충동적이고도 어이없이 영을 자신의 집에 들여보낸 환은 점차 술에서 깰수록 자신의 실수를 자각하기 시작했다. 결국 환은 일단 오늘은 자라는 말을 남기고 집에서 나와 찜질방으로 향했다. 집을 두고 불편한 찜질방에서 그것도 아까운 돈까지 써가며 하루를 보내니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절실히 느껴졌다. 환이 용기를 내어 빌라 안으로 들어가 현관 앞에 섰다. 이 현관문 너머 가출 소녀가 자고 있다. 차라리 신고를 할까 오만가지 생각이 복잡하게 엉켰다. 백만 원은 당연히 거짓말이었고 혹시 집에 있던 짐들마저 싹 훔쳐 달아났대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다. 어쩌자고 듣도 보도 못한 생판 남을 집에 혼자 두고 나왔을까. 스스로가 그렇게 한심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환이 목각 인형이라도 된 것처럼 가만히 서있는데 옆집 문이 열리고 한 젊은 남자가 밖으로 나왔다. 오후 수업을 들으러 이제야 학교에 가는 대학생이었다. 복도로 나와서까지 신발을 신던 남자는 현관 문 앞에 서서 들어가지도 않고 가만히 서있기만 하는 환을 이상하게 쳐다봤다. 환이 저도 모르게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신발을 다 신은 남자는 아예 노골적으로 환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아무리 환한 대낮이어도 이런 차림새에 표정에 몸짓을 하는 자를 의심하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웃이랑 얼굴이라도 익혀 둘 걸.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환이 별 수 없이 현관 비밀 번호를 눌렀다. 잠금장치가 해제되는 소리가 복도 전체에 울려 퍼졌다. 환이 대놓고 서서 자신을 감시하고 있는 남자를 힐끔 거렸다. 정말 쓸데없이도 정의로운 나라구나. 환이 생각했다. 환이 남자의 눈초리에 별 수 없이 떠밀리듯 집 안으로 들어갔다. 이사를 가기 위해 쌓아 두었던 박스 더미 제일 위에 영이 들고 있던 박스 하나가 추가되어 있었다. 환이 신발을 벗고 아예 안으로 들어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영이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환이 화장실 문을 벌컥 열어보기 전에 물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왔어요?”

 

 태연하다 못해 뻔뻔스럽다고 느껴질 정도로 영은 아무렇지 않았다. 환의 입에서 실소가 세어 나왔다. 영은 화장실 문고리에 걸려 있는 수건으로 손을 닦았다. 앞머리 쪽이 약간 젖어 있는 상태로 봐서는 아예 세수까지 한 것 같았다. 상습범? 자연스러운 영의 행동을 볼수록 그 단어밖에 떠오르지가 않았다. 손의 물기를 다 닦아낸 영이 들고 온 박스에서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눈으로 그런 영을 따르던 태주가 헛기침을 하고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기 있잖아. 아무래도 내가 어제 취해서 정신이 좀 나가 있었던 거 같아….”

 

 영은 대꾸도 하지 않고 계속 박스를 뒤적거렸다. 환은 영이 듣던지 말든지 최대한 자상하고 상냥한 어투로 길게 말을 늘어놨다.

 

 “그래 역시 이건 좀 이상하지. 우리가 알던 사이도 아니고, 보시다시피 혼자 살기에도 좁은 집이고 곧 이사 가야해서 덮고 잘 이불도 없어. 반 지하라 공기도 탁하고. 그래서 말인데….”

 

 환의 시선이 영이 들고 있는 통장에 꽂혔다. 차마 뒷말을 더 이을 수가 없었다. 찍어뒀던 사진을 꺼내보는 것 마냥 어제 보고 온 집이 다시 한 번 반짝하고 떠올랐다. 영은 통장을 들고서 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별다른 말없이 통장을 내밀었다. 받으면 안 된다는 생각은 받으면 안 돼? 라는 물음으로 바뀌었고 환은 어느새 통장을 들고 있었다.

 

 “비밀 번호는 제일 앞 장에 적혀 있어요. 딱 백만 원 이에요.”

 

 환의 눈앞이 아찔해졌다. 이미 마음속으로는 돌이킬 수 없다고 판단 내렸다. 환이 통장을 냉장고 위에 올려두고 손으로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그래, 갈 곳 없는 거 알겠어. 근데 왜 하필이면 나고 이 집이야? 백만 원이면 호텔에 가도 며칠은 지낼 수 있을 텐데 굳이 이 돈을 나한테 줘가며….”

 

 스스로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지자 환이 숨을 고르고 조금 더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 이 돈 정말 필요해. 그래서 거절은 못하겠어. 근데 그냥… 이해가 안 돼서 그래.”

 

 저를 죽여야 하니까요. 영이 차마 환에게는 말하지 못할 대답을 속으로 외쳤다. 환이 답을 원한다는 눈으로 영을 바라봤다. 무작정 찾아와 돈으로 집 안 까지 들어오긴 했는데 마땅히 어떤 식으로 변명을 해야 하는지가 떠오르지 않았다. 무섭게 정적이 흐르던 그 순간 다행히 진동소리가 들렸다. 환의 주머니에서 나는 소리였다. 두어 번 무시하던 환이 신경질적으로 휴대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했다. 발신자는 태주였다. 영의 눈에 ‘삼촌’ 이라 저장된 이름이 보였다. 환은 전화를 받지 않은 채 휴대폰을 무음모드로 돌리고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순식간에 생각 정리를 끝낸 영이 다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족이랑 같이 살았던 집이에요.”

 “뭐?”

 “부모님 돌아가시고 나서는 바로 고모 집에서 살았고 그 주변을 벗어난 적이 없어서 여기 말고는 올 수 있는 곳이 없었어요.”

 

 환의 동공이 흔들렸다. 영이 한 발자국 환에게 조금 더 다가갔다.

 

 “좁고 습한 반 지하여도 저한테는 소중한 곳이에요. 부탁이에요. 며칠 만 이라도 여기서 지내고 싶어요.”

 

 환의 시선이 점차 아래로 내려가더니 바닥을 향해 꽂혔다. 한 번 죽어보겠다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수경과의 추억을 멋대로 지어내야 한다는 사실이 결코 내키지 않았고 하늘에서 보고 있을 수경도 싫어했을 것이 분명했지만 이것만이 환의 입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아픈 가족사는 그 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부분이다. 아니나 다를까 환은 더 이상 입을 열지도, 영을 뚫어져라 쳐다보지도 않았다. 환이 영을 지나쳐 박스 더미 쪽으로 걸어갔다. 영이 통장을 찾는다고 열어둔 박스 안에 엄마와 함께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이 들어 있었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환의 뇌리에 영의 간절함이 더 강하게 박혔다. 환은 영의 짐 박스를 들어 바닥에 내려두고 그 밑에 있던 박스에서 자신의 옷 한 벌을 꺼냈다. 영은 여전히 그곳에 서서 환의 행동을 지켜보기만 했다. 환이 영의 쪽으로 몸을 돌렸다.

 

 “곧 방이 빠지기 때문에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집을 자주 보러 올 거야. 그때는 요 앞에 편의점에 가든 친구를 만나러 나가든 어쨌든 나가 있어줘야 돼.”

 

 영이 고개를 갸웃했다. 한 번도 혼자 살아본 경험이 없는 영은 그런 쪽으로는 아무 지식이 없었다.

 

 “계약 할 땐 분명히 나 혼자 산다고 했는데 집에 웬 여자애가 있으면 뭐라 생각하겠어.”

 “아….”

 “나 없을 때 보러 온다고 하면 연락 줄 테니까 좀 있다 번호 알려줘.”

 

 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환이 더 해야 할 말이 없을까 눈을 치켜뜨고 생각했다. 그러다 ‘아’ 하고선 다시 영을 쳐다봤다.

 

 “네 사정이 아무리 그렇다 해도 지금은 내가 사는 집이야. 너 여기 있는 동안 계속 나가서 잘 순 없어. 뭐…. 어떻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알 것 같았지만 영은 먼저 말 하지 않았다. 다소 곤란해 하던 끝내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 사람도 아니고, 그럴 일도 절대 없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그리고 이건 내가 불안해서 하는 말인데.”

 

 영의 침 넘어가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돈까지 받았겠다. 나중에라도 이상한 쪽으로 엮어버리면 나로선 방법이 없으니까. 녹음 같은 거라도 좀 해뒀으면 좋겠는데.”

 

 환의 표정은 굉장히 진지했다. 영이 입을 벌리고 넋 나간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짧은 순간 이 정도로 생각을 정리 했다는 게 놀라울 정도였다. ‘나를 죽이는 사람.’ 그 외의 정보는 딱히 필요 없었지만 영은 아주 조금 환의 인생이 궁금해졌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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