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문을 열고 여느 일상과 다름없이 흘러 나오는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라디오 디제이의 소개로 인해 수십년 터울을 가진 노래들이 속속 들려오고 있었다.
라디오 프로그램이 두개가 바뀔때 까지 아직 손님은 없었다.
시간도 흐르고 흘러 점심때가 다가오고 있었다.
오늘도 그냥 어제처럼 중국음식이나 시켜 먹을까하는 생각으로 책자를 뒤적인다.
배고픔은 여전한데 맛있는 음식을 먹은후에 오던 그진한 감정은 없었다. 그저 먹을만 하네 그정도. 뭐를 먹든 그저 배만 채우면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그렇게 책자를 한참 이리저리 뒤적일때 한쌍의 남녀가 손님으로 들어왔다. 얼른 책자를 덮고 손님들을 응대했다.
두손님은 결혼서류를 들고 등록을 하러온 손님이었다.
결혼을 증명하는 서류가 있으면 두사람을 위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등록하고 판매할수 있다.
이혼율을 줄이고 출산을 장려하기위해 시행했다지만 과연 그럴까하는 생각이든다.
두사람의 등록은 무사히 마치고 감정도 판매를 마쳤다.
유효기간인 한달동안 두사람은 지금 문을 나섰던 모습처럼 어떠한 일에도 서로를 믿으며 바라 볼것이다. 그리고 그뒤 연장을 할지 어쩔지는 알수 없다.
정부의 무리한 세금땡기기로 유효기간이 생겨버린 감정. 그로 인해 예전보다 오히려 이혼을 더쉽게 쉽게 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나만 알고 있진 않을 것이다.
더나은 조건 더나은 누군가가 보이면 너무 쉽게 떠나고들 있었다.
사랑등록의 조건은 이제 서류상으로 보이는 조건과 숫자들이었다. 나또한 혼자지만 결혼을 안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알수 없다.
그저 이런 조건에 찌든 서류절차가 역겹다 정도만 하고 싶다.
아까의 연인이 우리가게의 얼마나 오랜 단골이 될지는 알수 없다.
내가 사랑등록을 역겨워 하면서도 이 제도가 나의 가장 안정적인 수입임은 부정할수 없다.
그래도 평균 3년 정도는 단골들이 되어 주니깐.
이런 생각의 괴리감도 그럴수도 있다고 넘기는 내가 사람일까 인형일까.
그저 난 지금 고픈 배를 채우고 싶다. 책자를 다시금 펴서 음식을 먹어야겠다.
나의 가장큰 일은 지금 세상의 나태함도 시대의 조용함도 아닌 내배의 굶주림이다.
간단히 밥을 주문하고 조금전 손님들의 정보를 다시금 입력하고 등록했다.
사랑... 나 어릴적엔 이두단어에 세상을 다가진듯 날던사람, 죽을듯 슬퍼하다 죽는사람. 정말 많은 일들을 가진 단어였는데, 지금은 그저 서류속의 명칭이다.
흘러나오는 줄도 몰랐던 라디오에서 끝사랑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끝사랑... 진짜 그때가 끝사랑일 줄은 몰랐었는데... 노래를따라 어느덧 하루도 내길었던 배고픔도 끝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의 생각도 귀기울여지지 않는 라디오 소리처럼 흘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