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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그 세계의 이야기
작가 : macarong
작품등록일 : 2017.10.30

[현대판타지]
일그러진 세계, 탐욕으로 물든 전쟁속에서 깨어나서는 안될 존재들이 눈을 뜬다

다가오는 그 날을 막기 위해 자신을 망가트려야만 했던 그 세계의 이야기

 
#0024 세계의 모순
작성일 : 17-12-07 01:26     조회 : 233     추천 : 0     분량 : 4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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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굴로의 진입을 막고있던 무언가가 사라졌다. 초조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단주들은 결계가 사라진 동굴의 중심을 향해 다가간다.

 

 “잠깐.. 누군가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

 

  단주들은 기척을 숨긴 채로 어둠을 주시한다. 일렁이는 어둠속에서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단주들은 그 누군가가 가주이기를 바라며 조심스럽게 몸을 숨겼다.

  온몸을 조여오는 긴장감, 단주들은 숨쉬는 것조차 잊은 채 다가오는 어둠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둠이 더 이상 어둠이 아니게 되었을 때, 단주들이 느낀 것은 깊은 절망이었다.

 

 “어째서.. 어째서 네 녀석이 그곳에 서있는 거냐!”

 

  어렴풋이 보이는 서지훈의 모습 뒤로 피로 얼룩진 길이 이어진다. 그 끝에 있는 것은 누군가의 시체였다.

 

 “가주님!!”

 “네놈!!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고 있는 거냐!!!”

 

  단주들 중 한 사람이 서지훈의 앞을 가로막는다. 오 년 전 그날, 서정욱과 함께 서지훈을 막아 섰던 다섯 단주들 중 하나이자 그들 중 유일하게 지금까지도 단주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내였다.

 

 “가주님과 나는 어떻게든 네 녀석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이것이란 말이냐!”

 “…”

 

  서지훈의 육체는 계속된 무리한 전투로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상태였다. 당장 쓰러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 하지만 서지훈은 절대로 쓰러질 수 없었다. 품안에서 느껴지는 자그마한 온기가 그를 살아있도록 했다.

 

 “비켜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서지훈을 노려보던 서경호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서경호만이 아니라 주위의 모든 조율자들이 당황하고 있었다. 숙여진 고개는 그 무엇보다 아래를 향하고 있었고 땅에 닿은 무릎은 그 어느때보다 비참하다. 모두를 두려움에 떨게 한 당사자가 자비를 구걸하며 자신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이다.

 

 “네놈.. 고작 그 따위 짓거리로 이제 와서 무엇을 하겠다는 거냐!!”

 “…”

 “젠장! 너희들은 뭘 하고 있는 거냐? 지금 눈앞에 가주님을 죽인 배신자가 있지 않느냐!”

 

  서경호가 광분하여 소리쳐보지만 조율자들은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머릿속에 각인되어버린 서지훈에 대한 공포가 그들의 움직임을 속박하고 있었지만 서경호에게는 그들의 공포를 제어할 만한 능력이 없었다.

 

 “저 딴 놈이 뭐가 두렵다는 거냐”

 

  서경호는 참지못하고 자신의 검을 뽑아 들었다. 새하얀 검신이 타오르는 분노로 붉게 물들어간다.

 

 “…”

 

  서지훈은 힘없이 고개를 들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죽음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끝인 건가, 서지훈은 결국 체념한 듯이 눈을 감았다. 감겨진 눈가로 선홍빛 눈물이 흐른다.

 

 “죽어라!”

 

  분노로 이글거리는 검이 서지훈을 향해 떨어진다.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느낀 서지훈은 하나밖에 남지 않은 팔로 품속의 아들을 힘껏 껴안았다.

 

 “큭?! 무슨 짓이냐! 어째서 네가…”

 “멈추십시오. 더 이상 어떠한 행동도 허락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저놈을 감싸겠다는 거냐!”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당황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서지훈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자신의 앞을 막아 선 이를 올려다보았다.

  흐릿한 시야로 보이는 익숙한 뒷모습에 서지훈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 이름을 불러본다.

 

 “서재현…”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한다.

  서재현은 무너져버린 친구를 바라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갑작스러운 방해꾼의 등장에 서경호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주위에 일렁이는 마력은 일종의 경고, 하지만 지금이 아니라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을 것이 분명했다. 서경호는 떨어트렸던 검을 다시 손에 쥐었다.

 

 “멈추라고 했습니다! 이건 가주로서의 명령입니다!”

 “그건…”

 

  검을 휘두르려던 손이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이 멈춰 선다.

 

 “정말이냐…”

 

  알 수 없는 물음, 서재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들어 보였다. 그의 손가락에서 빛나는 확실한 증거, 가주의 증표를 알아본 조율자들이 서재현을 향해 고개를 숙인다.

  서재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담담하게 자신의 친구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미안하다.. 모두 내 탓이야… 내가 모든 걸 망가트려버린 거야”

 “재현아…”

 “이제 와서 내가 저지른 것들을 되돌릴 수는 없겠지”

 

  갑자기 동굴밖이 소란스러워진다.

 

 “나는 여기까지 오는데 너무 많은 잘못들을 저질렀다. 왜 이제서야 깨달은 걸까…”

 

  서재현은 조심스럽게 다친 서지훈을 일으켜주었다.

  그 순간, 동굴안에 다급한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서지훈!!!”

 

  약속된 시간이 지나면 돌아가라고 했건만 어째서 여기까지 찾아온 걸까, 자신을 찾고 있는 김지현의 모습을 바라보며 서지훈은 어이없는 웃음을 내뱉는다.

 

 “이곳은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 너는 네가 있어야 할 곳으로 가라”

 

  서재현은 서지훈의 품에 안겨 있는 서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 보니 지애랑 많이 닮았네…”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바라본 적이 없었다. 동생을 죽게 만든 원인, 세계를 망가트릴 재앙, 그것이 서재현이 바라보았던 서현의 모습이었다.

  이제서야 바라보는 조카의 모습은 그저 아버지의 품에 안긴 평범한 여섯 살의 꼬마아이일 뿐이다.

 

 “다음에 만나면 또 술이나 한잔하자”

 “그래.. 다음에…”

 

  다음이 없으리라는 것은 이미 알고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웃어주었다.

 

 “다음에 보자”

 

  서지훈은 그렇게 또다시 가문과 친구를 등진 채 밖으로 향한다. 서재현은 떠나는 친구의 뒷모습을 한참동안이나 바라보며 서있었다. 그 뒷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서재현은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차가운 바닥, 그곳에는 싸늘하게 식어버린 자신의 아버지가 있었다.

 

 “아버지…”

 

  가주로서 너의 선택을 믿어라. 그것이 그가 편지로 남겨두었던 마지막 조언이었다.

 

 “이것이 저의 선택입니다.. 이것으로 된 겁니까…”

 

  아버지의 얼굴에 남겨진 미소를 바라보며 서재현은 조용히 눈물을 흘린다.

  모두가 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지 않는다.

 

 “…”

 

  서재현은 고개를 들어 자신이 이끌어가야 할 가문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시선에 담겨 있는 것은 가주로서의 무게다. 서재현은 슬픔을 묻어둔 채 새로운 가주로서 그 무게를 짊어지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새하얀 이마로 투명한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서지훈을 구해내기 위해 산을 감추고 있던 결계를 베어내고 서지훈의 기가 느껴지는 곳으로 달려왔던 것이지만 눈앞에는 그녀가 상상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동굴을 가득 메우고 있는 수백의 사람들이 서지훈을 향해 고개를 숙인다. 정확히는 서지훈의 곁에 있는 한 남자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김지현은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기를 집중하여 시야를 넓혔다. 남자는 서지훈을 바라보며 슬픈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왜 저렇게 슬프게 웃고 있는 걸까, 김지현은 알 수 없는 감정에 이끌려 멍하니 남자를 바라보았다.

  웃고있는 남자의 모습위로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

 

  멍하니 남자를 바라보고 있던 김지현은 상대와 눈이 마주친 듯한 느낌에 황급히 고개를 돌린다. 당황한 김지현의 눈가로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린다.

 

 “어라.. 나 어째서…”

 

  어째서 눈물이 흐르는 것일까, 김지현은 자신도 알 수 없는 감정에 혼란스러웠다.

 

 “너 말이야…?”

 

  무작정 이곳까지 찾아온 그녀에게 한마디 하려고 했던 서지훈은 갑작스런 그녀의 눈물에 입을 다물었다.

 

 “왜 울고 있냐”

 “아무것도 아니야.. 그것보다 이걸로 끝인 거야?”

 “아마도… 큭”

 

  서지훈의 몸이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휘청거린다.

 

 “잠깐?!”

 

  김지현은 서둘러 쓰러지려는 서지훈을 붙잡았다. 김지현은 그제서야 서지훈의 몸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너…!”

 “별 거 아니야. 애초에 이렇게 살아있는 것도 기적이겠지”

 

  서지훈은 아무렇지 않은 척 균형을 잃은 몸을 바로잡는다.

 

 “가자…”

 

  서지훈은 죽어가는 몸을 억지로 움직이며 발을 내딛는다. 그 모습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웠지만 등 뒤로 느껴지는 절박함에 차마 도와주겠다는 말조차 꺼낼 수가 없었다.

  산을 내려갈수록 서지훈의 숨소리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한계는 이미 한계로써의 기능을 잃은지 오래였지만 그럼에도 서지훈은 멈추지 않는다.

 

 “하…”

 

  자신이 이곳에 서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 듯이 서지훈은 멍하니 주변을 둘러본다. 두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이 얼룩진 핏자국을 닦아 내린다. 분명 죽어가고 있었지만 지금만큼 살아있다는 것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잠시만 기다려”

 

  김지현의 검이 허공을 가른다. 어둠이 갈라지며 숨겨져 있던 그녀의 차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가자. 어서 타”

 “…”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황급히 뒤를 돌아본 김지현은 아들을 끌어안은 채 쓰러져 있는 서지훈을 발견했다.

 

 “서지훈!!!”

 

  죽어가는 육체에 기를 주입해보지만 육체를 타고 흘러가던 기는 순식간에 허공으로 흩어져갔다.

 

 “안돼.. 정신차려 인마!!”

 

  기가 허공으로 흩어진다는 것은 그것을 담아낼 그릇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지현은 서지훈에게서 느껴지는 희미한 온기를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서둘러 서지훈을 차에 태운 김지현은 그 와중에도 품에 안은 아들을 놓지 않는 서지훈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어서.. 어서!”

 

  서둘러 키를 꽂는다. 유난히 차갑게 느껴지는 자그마한 쇳조각에서 알 수 없는 섬뜩함이 느껴져 왔다. 시동이 걸린 것을 확인한 김지현은 곧바로 엑셀을 밟았다.

  어둠을 가르며 나아가던 차는 이내 어둠에 동화되며 빠르게 사라져갔다.

 

 

 

 

 “너..!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소년을 꾸짖는 소녀의 목소리에는 황당한 분노가 담겨있었다.

 

 “그들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만족스럽지 못한 소년의 대답에 소녀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쉰다.

 

 “설마 그런 멍청한 생각이 성공해버릴 줄이야.. 더군다나 그런 게 나타나다니…”

 

  잠시 고민에 빠져 있던 소녀는 이내 자포자기한 듯 소년에게서 등을 돌렸다.

 

 “어쩔 수 없지. 그 아이는 내가 맡겠어”

 “라이시나!”

 “어차피 지금 네 상태로는 그 아이를 감당할 수 없잖아! 그 아이는 충분히 위험해. 만약이라도 일이 잘못되어버린다면 사라지는 건 너뿐만이 아니란 말이야”

 “… 알겠습니다”

 

  소년은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야기를 마친 소녀는 어둠을 향해 걸어간다. 어둠은 꿈틀거리며 소녀의 몸을 집어삼켰다.

  기나긴 어둠속에 홀로 남겨진 소년은 망가져버린 자신의 몸을 바라보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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