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에디온
작가 : 염적
작품등록일 : 2017.11.7

과거 중간계를 휩쓸었던 원인모를 악마들의 습격이 일단락 된지도 어느새 20년, 전쟁을 종식시키는데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세 명의 인간영웅 에디온 중 가장 강력한 자인 에르세데스 메데스의 아들인 에르세데스 이안은 평화속에서 평범한 삶을 살며 20살의 성인으로 거듭난다. 처음으로 맞는 방학에 떠난 첫번째 여행. 하지만 여행도중 대륙 곳곳에서 이상현상들이 발견되고, 이안과 일행의 앞에 다시 한 번 악마들의 위협이 모습을 드러낸다.

 
제 1장 : 온실 속의 영웅 (3)
작성일 : 17-12-07 01:17     조회 : 250     추천 : 0     분량 : 1373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침이 밝았다. 에스일라의 오전은 항상 그렇듯이 붐비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시끌벅적했다. 여관의 침대는 정말 환상 그 자체였다. 내 몸무게에 그대로 짓눌리지도, 그렇다고 너무 빡빡하게 지탱하지도 않는, 그 적정한 수준의 탄성력은 지난 밤 쌓였던 피로들을 전부 날려보내기에 완벽했다.

 나는 개운함에 기지개를 펴며 이상야릇한 소리를 냈다. 온몸의 근육이 이완되는 듯한 느낌이 손 끝부터 발 끝까지를 뒤덮자 느껴오는 상쾌함에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간만에 느끼는 군더더기 없는 하루의 시작이다. 학교에서는 시험에 공부에 치여 그 체력이 좋은 나마저도 말끔한 아침을 맞았던 것이 어언 몇 개월 전이었으니, 오늘의 말끔한 시작은 정말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해 거울을 보니 이리저리 뻗친 머리칼이 눈에 들어왔다. 자는 중에 얼마나 난장판을 벌였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나는 수도꼭지를 틀어 손을 바가지 모양으로 모아 물을 담아내었다. 차가운 물이 안면에 닿자 피부의 털들은 닭살과 함께 바짝 올라왔다. 이어서 머리를 감고 간단한 샤워를 하고 나왔다.

 시계를 보니 아직 채 9시도 되지 않은 채로 시계바늘들이 이리저리 시계 안을 바쁘게 돌고 있었다. 나는 간단하게 차가운 물로 아직 잠에서 덜 깬 위를 깨우고 아침을 먹기위해 밖으로 향했다. 옷은 어제 피곤에 쩔어 오면서 입은 옷을 입은 채로 잠들었으니 굳이 다른 옷을 꺼내 갈아입을 필요는 없었다.

 층계를 내려가니 어제의 그 불친절한 아주머니는 오늘도 데스크에서 만사가 귀찮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의자에 기대 앉아 돈만 세고 있었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나는 다시 그녀에게 다가가 8타렌을 건네며 말했다.

 “하루치 조식 값입니다.”

 그러자 그녀는 사람이 내려온 줄도 몰랐는지 살짝은 놀란 듯한 표정으로 잠시 나를 치켜보더니 이내 다시 자신이 세던 돈 다발로 시선을 옮긴 채 무성의하게 대답했다.

 “쭉 가셔서 층계를 한 칸 내려가시면 지하에 식당이 있습니다. 이 티켓을 제시하시고 식사 해주세요. 추가 메뉴 이용은 없으신가요?”

 그녀는 그 말과 함께 손가락 하나 정도 크기의 얇은 티켓을 건냈다.

 “네.”

 티켓에는 ‘부르크 여관 1일 조식권’이라고 적혀있었다. 불과 일 년전 주인 할머니가 여관을 맡았을 때만 해도 티켓의 디자인이 이렇게 성의없지는 않았다. 나는 불쑥 여관 할머니의 소재가 궁금해졌다. 무슨 일이길래 이런 무성의하고 게으른 사람에게 가게를 맡기고 사라지신거지?

 “저기, 여쭈어 볼 게 하나 있는데요.”

 내가 조심스레 말을 꺼내자 여자는 정말 세상에서 가장 못 볼꼴이라도 본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올려다봤다.

 “말씀하시죠.”

 짜증이 가득 섞인 말투였다. 하지만 나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이렇게 만사에 짜증과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에겐 무심함으로 대응하는 것이 최고의 대처이기 때문이다.

 “주인 할머니의 소식을 좀 알고 싶은데요, 작년 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장사를 하셨던걸로 기억하는데,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 말을 들은 여자는 얼굴 빛이 이전과는 조금 바뀐 듯 하게 보였다.

 “어머니의 고객이시군요.”

 나는 그 말을 듣고는 까무러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머니라고? 그렇다면 앞의 이 여자가 그 친절하시던 할머니의 따님이란 말인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단 한 구석도 닮지 않을수가! 성격에서나 겉모습에서나 그 때의 그 온화하신 할머님의 모습은 찾아 볼래야 볼 수가 없었다.

 “아, 그분의 따님이신가요?”

 “예, 그렇습니다. 어머니께선 지난 해 급작스레 발병하신 지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게 돼서 죄송하군요.”

 나는 순간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을 느꼈다. 돌아가셨다니? 그렇게 정정하시던 분이? 젠장, 내가 무언가 큰 실수를 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 아니예요. 오히려 제가 죄송하군요.”

 “죄송하실 건 없습니다. 어머니를 기억하실 정도라면 꽤나 이 여관의 오랜 고객이셨겠군요.”

 이안은 달라진 여자의 태도에 조금은 수그러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난번에 한 번 뵀을 뿐인걸요.”

 “어머니와는 상반되는 제 태도에 적잖게 낯설으셨겠군요. 처음 보는 분에게 할 필요가 있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나름 사정이 있어서 이런 태도를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니 이해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여자의 예상치 못한 조리있는 말투에 나는 적잖게 당황하며 대답했다.

 “아, 네. 귀찮으셨을텐데 대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늦으시기 전에 어서 가서 식사하세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가볍게 목례를 한 후 뒤돌아 식당으로 향했다. 그녀도 가볍게 눈짓인사를 건네더니 다시 돈다발로 눈길을 옮겨 방금 전 까지 하던 일을 계속했다.

 나는 바닥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걸으며 생각했다.

 주인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니. 친인척이나 가족같은 사람은 아니기에 눈에서 눈물이 고일 정도로 슬픈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딘가 가슴 한 구석이 아려오는 느낌에 나는 마음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다.

 층계를 내려가 코너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니 식당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식당은 여관 크기에 비해 꽤나 성대했다. 음식들은 직접 가져다가 먹는 뷔페식이었고 그 종류도 여느 레스토랑 못지않게 다양했다.

 나는 입구로 가 방금 주인 아주머니에게 받은 티켓을 직원에게 건넸다. 직원은 말없이 티켓을 받아들더니 곧 식당 안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원하는 좌석에 가서 앉으시면 됩니다. 한 분이신가요?”

 “네.”

 너무 대답이 짧았나? 조금은 예의없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런 짧은 대화에서조차 격식을 차릴 만큼 나는 힘이 나지 않았다. 배가 천재지변이라도 일어난듯 꼬르륵거렸다.

 “보시다시피 뷔페식입니다. 원하는 만큼 가져다 드시면 되고요, 음식을 남기실 경우 추가 요금 50타렌을 받으니 드실만큼만 가져가서 드시기 바랍니다. 기분좋은 식사 되십시오.”

 나는 짧게 목례를 하고 자리를 찾아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니 식당은 조금 더 넓어보였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꽤나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이나 연인이 아닌 덩치가 큰 남자들이 대부분이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가족이나 연인들, 혹은 친구들간에 여행을 온 평범한 여행객들을 찾기 힘든 풍경이었다. 그마저도 많지 않아 식당은 절반도 채 채워지지 않았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 여행객들 발길이 딱 끊긴 모양이네…”

 “그건 지금이 수입품을 들여오는 시기이기 때문이지.”

 누군가 내가 조용히 중얼거린 말을 듣고는 대답했다. 나는 갑자기 들려온 기대하지도 않은 대답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테이블이 한 개 있었다. 평범한 손님용 테이블은 아니고, 특 별한 음식을 대접하는 바(bar)같은 테이블이었다. 그 뒤에는 한 할아버지가 선 채로 와인잔을 닦고 있었다.

 “처음 보는 청년이로군, 갑작스레 말을 걸어 미안하네. 여관 주인 헨레드라고 하네.”

 할아버지는 쉬지않고 잔을 닦으면서 옅은 미소를 띄웠다.

 “네? 여관주인은 분명 헬렌 할머니셨는데…… 돌아가시면서 가게도 넘기셨나요?”

 “오, 헬렌의 고객이었나 보군. 그녀를 기억하는 걸 보면 꽤나 단골 고객인 모양인데.”

 “아, 아닙니다. 지난번에 한 번밖에 온 적이 없는걸요.”

 사실 난 이곳에 여러번 온 적이 없었다. 애초에 에스일라를 방문한 것도 이번이 두 번째였고, 뭐 매번 이곳에 올 때마다 이곳에 묵기는 했지만, 그래봤자 지난 번에 대학에 가며 묶었던 것 한 번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 때 만났던 주인 할머니의 인자함은 너무나도 기억에 남았다. 그래서 난 그녀를 기억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헬렌을 기억하는 걸 보니 꽤나 기억에 남았나 보군?”

 “그렇죠, 정말 좋은 분이셨으니까요. 그분을 아시나요?”

 나는 궁금증을 품었다. 눈앞의 노인은 과연 누구일까. 오빠? 아니, 그렇다기엔 너무 닮은 구석이 없다. 헬렌 할머니의 코는 조금은 뭉툭한 매부리코였는데, 지금 이 할아버지의 코는 노인의 콧잔등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날렵했고. 눈매도 할머니와는 달리 꽤나 부리부리했다. 그렇다면 과연 그는 누구일까…

 “잘 알다마다, 40년이 넘게 함께 살아왔는데.”

 엥? 그렇다면 당연히.

 “남편분이시군요!”

 “정답이네.”

 나는 마치 오랫동안 풀지 못했던 문제를 푼듯이 경쾌한 목소리로 답을 말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차.

 “아, 우선 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말을 꺼내서는…”

 “아닐세. 그녀는 행복해하며 떠났어. 난 지금 그녀의 부탁을 따라 이곳의 운영을 돕는 중이지. 상당히 힘들지만 보람차더군, 그러니 헬렌도 웃으면서 떠난 것이겠지.”

 할아버지는 여전히 미소를 띄우고 잔을 닦고 있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어디가 불편하셨는지 좀 여쭐 수 있을까요?”

 “헬렌은 몸이 좀 좋지 않았네. 예전부터 앓았던 지병이있는데, 무리한 일을 하다보니 그 병이 도진 모양이야. 그래서 몸이 안 좋아지던 와중에 암에 걸려버렸네. 의사가 발견을 일찍 했다고 해서 운이 좋은 줄 알았는데 원래 앓고 있던 병이 발목을 잡더군.”

 나는 적절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 사실 주변 사람들 중 누가 세상을 떠난 적도, 떠나는 것을 멀리서라도 지켜본 적이 없는 터라, 물론 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그건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니 이별의 아픔을 겪기에는 조금 역부족이었다.

 “할머니께선 행복하게 떠나셨을거예요.”

 “그래, 실제로도 그랬네. 그러니 더 이상 미안해 말게.”

 나는 잠시 입을 다물고 생각을 하더니 무언가 말하려던게 있다는 듯이 입을 우물거리며 머릿속을 휘저었다. 뭘 말하려고 했었더라… 분명 뭘 물어보려고 했었는데…

 그리고 마침내, 아, 그렇지!

 “아, 한 가지만 더 여쭈어 봐도 괜찮을까요?”

 “뭔데 그러나? 물어보게.”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천천히 물었다.

 “그, 위층에선 따님이 데스크 업무를 보시더군요. 표정이 좋지 않으신데,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건지 궁금해서요.”

 할아버지는 그 물음을 듣고는 계속해서 입가에 띄우던 미소를 거두었다. 쉬지않고 유리잔을 문지르던 마른수건의 움직임도 멈춰섰다. 나는 그 변화를 감지 하고는 빠르게 대답했다.

 “아, 대답하시기 곤란하면 대답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제가 또 괜한 소리를 했나보군요.”

 “아닐세, 아니야. 그래서 그런게 아니네.”

 헨레드는 다시 깊게 한숨을 내뱉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사실 지금 우리 여관은 상당한 빚을 지고 있네. 사실 우리뿐만 아니라 에스일라의 모든 상인들 얘기지만.”

 “무슨 문제라도 있는건가요?”

 “있다마다. 알다시피 에스일라는 상업도시네. 무역으로 들어온 상품을 팔고, 무역을 하러 들어온 외지인들을 대접하고, 그들에게 숙박시설을 제공하면서 도시를 유지해왔지. 지난 몇 년간은 문제가 전혀 없었네. 그런데 요즘따라 들어오는 무역물자의 양이 대폭 축소됐어, 특히 발라테라스로부터 들어오는 물자들이 거의 없다시피 하네. 자네도 알고 있겠지, 로시스와 발라테라스간의 거래는 대부분 이 이벨라 비행장에서하고 로마니아와의 거래는 저 아래 시트리아 호수 근처의 항구에서 한다는걸.”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발라테라스에서 오는 물자가 몇년 전부터 점점 줄어들더니 이제는 아예 끊기다시피 하네. 덕분에 우리는 간간히 들어오는 여행객들이나 맞이하고 있지. 게다가 지금은 비수기이니 여행객들이 올리도 만무해. 이 시기가 요즘은 가장 힘들때지.”

 “그렇다면 따님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겠군요.”

 “그래, 수지가 맞질 않아.”

 “발라테라스에서 공물이 들어 오질 않는다니,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요?”

 “흉년이 크게 들었다고 하더군, 병인지 뭔지, 작물들이 도통 자라지를 않고 토양이 전부 갈라지기만 한다고 해. 물고기들은 병으로 죽고 가축들도 비실비실해서 먹기는 커녕 서있지도 못한다고도 하고.”

 헨레드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헬렌의 유산이나 다름없는 곳이니 나는 이곳을 어떻게든 유지시키려고 하고, 딸은 지금 현실적인 선택을 하자고 나를 설득하고 있네만, 나는 아직 이 가게를 처분시킬 생각이 전혀없네. 그러니 표정이 좋지 않을 수 밖에.”

 “의견 충돌이 원인이로군요.”

 “그런 셈이지. 가족간에 금전문제란 원래 더 예민한 편이잖나.”

 헨레드는 크게 숨을 들이 쉬더니 땅이 꺼질 듯 한숨을 뱉어냈다.

 “늙은이의 오랜 한풀이를 들어줘서 고맙네. 자 받게나.”

 그는 능숙하게 포도 와인 한 잔을 담더니 그 잔을 곧장 내게 건넸다.

 “보답일세. 게르에서 직접 공수한 포도주일세. 맛이 끝내주지. 선물로 주겠네, 어서 받게나.”

 나는 조심스레 와인잔을 받아들었다. 아침부터 와인 한 잔이라니, 이제 고작 스무살이 된 나는 그닥 술에 능숙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술을 꺼리는 편도 아니었다.

 나는 와인잔을 입에 대 가볍게 한 모금을 삼켰다.

 “상쾌한 맛이군요.”

 혀 끝을 훑고 목구멍을 알싸하게 감도는 상큼한 포도맛과 씁쓸한 와인 특유의 맛이 입 안을 맴돌았다. 평소에 마시던 싸구려 술들과는 격이 달랐다.

 “수십년을 와인 감별사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품격없는 술을 손님에게 대접할 수는 없지.”

 헨레드는 은근히 어깨를 으쓱해 하면서 대답했다.

 “이거 원, 내가 너무 오래 붙잡아 두었군. 어서 가서 식사하게나.”

 헨레드는 와인잔 하나를 다 닦고 찬장에 넣어두었다. 나는 받아든 와인잔을 가볍게 들어 올리며 고개를 숙여 인사의 뜻을 전했다. 헨레드는 이번에도 미소로 그 인사를 받아들었다.

 나는 그제야 식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빈자리가 생각보다 많아 자리를 어렵지 않게 넓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요리들은 생각보다는 별로였다. 메뉴는 여관 규모에 맞지 않게 큰 편이었지만, 그 많은 메뉴 수가 무색하게 맛있게 먹을만한 메뉴는 채 다섯가지도 되지 않았다. 그나마 지금 썰고 있는 포크 커틀릿이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다. 역시 뷔페만 이용하는 건 무리가 있었나.

 그 때 웅성거리는 소리가 식당의 뒤편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고요한 식당안을 갑작스레 채운 사람들의 말소리에 난 뒤를 돌아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민머리의 젊은 남자가 한 명 서있었다. 그는 두터운 로브를 온 몸에 두르고 있었고, 발에는 볼품없는 샌들을 신고 있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그의 이마에 새겨진 마크였다. 태양을 형상화 한 듯한 그 문양은 빛이 잘 들지 않는 식당안에서 옅은 빛을 내고 있었다. 그가 몇 걸음을 더 다가오자 그의 숨겨진 용모가 몇가지 더 드러났다.

 그는 맹인이었다. 그는 짙은 갈색의 띠를 눈에 두르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눈이 전혀 보이지 않음에도 그는 앞을 가로막는 책상들을 이리저리 피해다니며 전혀 문제 없이 식당 안으로 들어와 빈자리에 앉았다.

 “사제로군.”

 무역 상인처럼 보이는 옆자리의 남자가 중얼거렸다. 그의 말이 맞았다. 저런 복장을 지닌 사람은 이 대륙에 평범한 수도승들을 제외하고서는 사제뿐이니까. 게다가 저 이마에 박힌 선명한 태양의 문양, 저건 태생부터 사제가 될 운명을 타고난 사람들에게만 새겨지는 징표다. 어머니의 배에서 나올 때 부터 저 증표를 이마에 새기고 태어난다는 사실은 아무리 생각해도 신비롭다. 나는 그 사실을 이미 책에서 읽어 알고 있었다만 사제를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정말 신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가 보다.

 그는 자리에 앉은 채로 메뉴판을 집어들었다. 그는 두건을 둘러 쓴 두 눈으로 그 메뉴판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보이는 건가…?’

 그는 한 십여초간 메뉴판을 쳐다보더니 곧 이어 직원을 불렀다. 직원은 그의 뒤편으로 다가오더니 그의 앞에 서더니 그가 맹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라 조금 주춤했다.

 “저… 손님, 메뉴판을 읽어드릴까요?”

 직원이 조심스레 메뉴판에 손을 갖다 대며 물었다. 그러나 사제는 조심스레 내미는 그 손을 부드럽게 밀어내더니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형제님.”

 그는 지긋이 웃음을 지었다.

 “버섯 스테이크 한 조각만 주시지요.”

 “아, 안심 버섯 스테이크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 말을 잘못했군요. 안심 버섯 스테이크 하나만 주십시오. 대신 고기는 좀 빼 주시겠습니까?”

 “네? 고기를 말입니까?”

 종업원은 적잖게 당황했다. 고기가 중심인 스테이크에서 고기를 빼고 달라니. 이 무슨 황당한 말인가?

 “보아 하니 이곳에는 전부 육류로 된 메뉴 뿐이더군요. 제가 보시다시피 육류는 섭취할 수 없는 몸이라, 번거로우시다면 주문받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는 이마에 있는 태양 마크를 가리키며 말했다. 느렸지만 지조있었고, 작았지만 전달력있었다. 종업원은 그제야 그의 이마에있는 태양마크의 의미를 깨우쳤는지 허둥지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아, 죄송합니다 형제님. 제 무지를 탓하세요.”

 “미안해 하실 필요 전혀 없습니다. 충분히 그러실 수 있습니다.”

 나는 멀리서 들려오는 두 사람간의 대화를 들으면서 흥미로움을 느꼈다. 사제라는 자들은 쉽사리 도시에 나타나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들은 속세에 떨어져 살고, 모든 구속과 족쇄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것도 자본주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상업도시 에스일라에서 사제를 볼 수 있다니, 이건 매우 희귀한 경우다.

 종업원은 꾸벅 인사를 하더니 곧 주방으로 후다닥 달려갔다. 이제야 말을 알아 들었나보다.

 나는 고개를 돌리고 본인의 식사에 집중하려고 했다. 그런데 어쩐지 뒤통수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나는 뒤를 돌았다.

 아무도 자신을 쳐다보고 있지 않았다. 헌데 아직도 이마빡에 느껴지는 이 따가운 시선은 어디서 느껴지는 거지? 그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냐, 저기도 아니고… 없는데 아무리 봐도…. 아차!

 아까 그 사제가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로 나를 향해 앉아있었다.

 ‘날 쳐다보는 건가?’

 그는 두 눈이 두건으로 가려져 있어 시선을 확인 할 수는 없었지만, 왜인지 모르게 두건 뒤의 두 눈이 마치 나를 향해있는 것만 같게 느껴졌다.

 더는 따가운 시선을 참을 수 없던 나는 허리를 숙였다. 그 순간.

 “어이, 주인장! 여기에서 제일 맛있는 메뉴 몇 개만 좀 읊어봐!””

 어디선가 큰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입구쪽이었다. 사제와 나는 동시에 서로를 향하던 시선을 거두고 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우락부락한 몸집의 험상궂은 장정 세 명이 탁자하나를 두른 채로 앉아있었다. 어찌나 몸집이 크던지 내게는 그 큰 의자가 마치 장난감이 된 것만 같이 보일 정도였다.

 ‘의자가 불쌍하게 느껴지는 건 처음이군.’

 의자는 커다란 엉덩이에 꽉 껴서 신음을 내뱉는 것 처럼 보였다. 불쌍한 의자.

 “종업원, 내 말 못들었나? 우리가 멀리서 걸어온 모험가들이라 그러는데, 몇 가지좀 추천해줘봐, 어서!”

 저런 파렴치한, 지금 저 자식은 고작 해야 스무살을 좀 넘어보이는 종업원의 허리를 휘감고는 음흉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명령조로 말하고 있었다. 저런, 불쌍한 종업원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저,저… 그, 우, 우리 식당에서는… 그, 그러니까…”

 “어이 거참 드럽게 말 더듬네.”

 이번에는 또 다른 놈이다. 허리를 더듬 더듬 거리는 저 치한 같은 자식 옆에 있는 또 다른 놈이 으르렁거리며 지껄이고 있었다. 누구 저놈을 말려줄 사람은 없으려나? 나 혼자서는 역부족인데. 물론 힘을 좀 쓴다면 저 덩치 세 명정도는 제압할 수 있겠지만(이마저도 확실치 않다.) 그랬다가는 에디온이라는 사실이 전부 떠벌려질 것이 뻔했다. 귀찮아지는 것은 질색이다. 게다가 힘의 운용이 아직 풋내기 수준에 불과한 내가 힘을 맘껏 써버렸다간 이 가게 안까지 싸그리 망가뜨려버릴 가능성이 농후했다. 헨레드 아저씨 헬렌 할머니를 위해서라도, 그런일은 절대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밀레는 항상 내게 정체를 들키지 않을 것을 당부했다.

 “아 거 참, 답답하게 구네!”

 불한당 같은 덩치의 손이 이번엔 엉덩이로 향했다. 아, 더는 안 된다. 우선 저놈들을 혼쭐을 내주고 봐야겠…… 어라?

 갑자기 그 파렴치한 사내가 으르렁 거렸다. 누군가 종업원의 엉덩이를 더듬으려는 그 남자의 손목을 붙잡고 있었다.

 “네놈은 무어냐?”

 그 사제였다. 덩치 큰 세 장정앞에 서니 그 사제는 마치 바위 앞의 개미마냥 작아보였다. 게다가 그 놈들은 전부 무장을 걸치고 있었으니, 그 사이에서 오는 위압감의 차이는 말 할 것도 없었다.

 “적당히 하시지요.”

 사제의 한 마디는 짧았지만 굵직했다.

 “이 자식이 끼어들 데 안 끼어들 데 구분 못하는구나!”

 남자는 전혀 위축되지 않고는 사제를 향해 반대편 손을 크게 휘둘렀다. 마치 큰 통나무를 휘두르는 것 같은 그 일격은 정말 놀랍게도 사제의 움직임 한 번에 간단하게 막혀버렸다.

 사제는 손가락 하나로 그 공격을 막아냈다. 자신의 얼굴만한 주먹을 간단하게 막아버린 그를 바라보며 주위 사람들은 모두 영혼이 빠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그 둘의 싸움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멍청하긴, 평범한 모험가 주제에 사제한테 대들다니. 나는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밀레와 나를 제외한 권능자를 보게 되니 왠지 모를 신비로움이 느껴졌다.

 그의 손 끝에서는 옅지만 분명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평소에 보던 붉은 빛의 불꽃과는 분명히 다른 황금빛의 불꽃. 나는 거기에서 풍겨 나오는 전혀 다른 힘의 파동을 느낄 수 있었다. 분명 사제들이 사용한다는 그 성스러운 불꽃, 이슈타르의 불꽃임이 분명했다.

 “이, 이 자식이!”

 사내는 분한 듯 종업원을 추행하던 반대편 손까지 가담시켜 어떻게든 사제를 두들겨 팰 심산인듯 보였다. 다행히도 그 폭주는 옆에서 가만히 아무말도 안하고 유일하게 앉아있던 마지막 사내가 그를 붙잡으면서 끝이났다. 물론, 어디까지나 그 파렴치한 추행범에게 다행이라는 말이다. 동료가 그를 말리지 않았다면 그는 어떤 형태로던 분명 망신을 당했을 것이다.

 “적당히 해, 사제를 상대로 싸움을 걸 생각이야?”

 생각보다 저 마지막 남자는 생각이 있는 모양이다. 아냐, 그럼 진작에 좀 말리지 뭐 때문에 지켜만보고 있었던거야? 다시 생각하니 생각 없는 건 매한가지다. 전부 정신 나간 놈들이다.

 “쳇, 운 좋은 줄 알라고 성직자 나으리!”

 저 놈이? 끝까지 센 척이다. 지금이라도 가서 한 방 먹여줘야 하나.

 남자 셋은 결국 한 명의 만류끝에 모두 식당밖으로 나갔다. 그들은 그들 스스로의 선택으로 밖에 나간 듯 그럴듯하게 꾸며댔지만, 결국은 저 사제한테 쫄아 뒤꽁무니 빠지게 도망간 꼴에 불과하다. 제대로 된 정신의 모험가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격언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결국 잠시 일어난 식당안의 소동은 일단락 됐다.

 젠장, 접시위의 음식이 전부 식어있다. 방금까지는 전부 따끈따끈했는데. 기분이 또 확 다운되는 느낌이다. 이게 전부 아까 그 허세가득한 모험가 삼인방 때문이다.

 그때 그 사제가 천천히 나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종업원은 언제 무슨일이라도 있었냐는 듯이 웃고 있었다. 아마도 사제가 축복을 내린 모양이지. 사제의 축복은 상처 뿐만 아니라 기분까지도 회복시켜 준다는 말이 있다던데, 사실인 모양이다. 그건 그렇고, 저 사제는 지금 왜 내게 다가오는거지?

 그는 점점 나에게 가까워지더니 이제는 서로 마주보고 있다고 말 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에까지 다가왔다. 그는 그 자리에서 멈춰서더니 가만히 서서 나를 훑어봤다. 아니, 훑어 본 것 같다. 두건에 눈이 가려져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생생하게 눈길이 전부 느껴지는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솔직히 말해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저기, 무슨 볼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당신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로군요.”

 순간 나는 흠칫했다. 이를 단번에 알아차릴 사람이라면 분명……

 “당신, 심안(心眼)을 가지고 있군요.”

 “바로 맞추시는군요. 이것만 봐도 당신이 평범한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죠.”

 “그저 조금 박식한 사람일 뿐이라면요?”

 나는 혹시나 해서 한 번 거짓말을 늘어놓아보았다. 사제는 그 조차도 바로 간파 했는지 콧방귀를 끼었다. 신기하게도, 나는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럴리가요, 제겐 당신의 아니마가 보입니다.”

 오 이런, 이 사람은 평범한 사제가 아니다. 그것도 아주 대단한 사제가 틀림없다. 권능자들의 심장에 있는 힘의 근원인 ‘아니마’ 를 관측할 수 있는 경지의 심안이라니. 이거 제대로 걸렸군.

 “더 이상 거짓말을 할 수가 없군요, 아니마까지 보실 수 있는 심안의 경지라니.”

 “나이에 비해 말투도, 지식도 상당히 성숙하시군요, 메데스의 아들이여.”

 어라? 내가 누군지까지 알아? 에라이! 될 대로 되라!

 “반갑습니다, 에르세데스 메데스의 아들이자 한참 부족한 풋내기 에디온 에르세데스 이안입니다.”

 휴우! 더듬지 않고 잘 말했다. 혹시나 하는 상황에 써먹으려고 외워둔 인삿말이었는데, 이걸 에스일라의 여관 식당에서 써먹을 줄이야. 학교에서까지 꼭꼭 숨겨둔 정체를 아침 식사하면서 탄로 시킬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저도 반갑습니다, 상급사제 벨트메리온 조나단이라고 합니다.”

 나는 한 번 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상급사제라니! 지금 눈 앞의 인물이 전 세계에서 채 100여명 밖에 되지 않는 사람들 중 한명이라는 사실에 나는 비현실적인 경이감을 느꼈다.

 조나단은 손을 내밀었다. 나는 잠시 정신을 팔고 있다가 다행이 금새 내민 팔을 발견하고는 재빠르게 그의 손을 잡아들었다. 덕분에 악수가 꽤나 우스운 꼴이 되어버렸지만.

 “굉장히 젊어보이시는데,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 지 알 수 있을까요?”

 “서른 둘입니다. 상급사제치고는 젊은 편이죠.”

 그의 말이 맞았다. 그와 같은 상급사제들의 나이는 보통 나이 50을 넘기는 편이 보편적이다. 아마도 그의 나이가 이렇게 어릴 수 있었던 탓은 그의 이마에 새겨져 있는 마크때문일 가능성이 크겠지.

 “선택받은 자이시군요.”

 “그렇습니다. 어머니께서 이 문양을 달고 태어난 절 보시더니 곧장 주변의 신전으로 보내셨죠. 덕분에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상급사제가 될 수 있었습니다.”

 “에스일라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아, 대사제가 되는 의례를 치루는 중입니다. 먼저 인간들의 세 도시를 도는 임무를 수행중인데, 먼저 가장 가까운 아케도니아를 돌고 있습니다.”

 “대, 대사제요?”

 나는 깜짝 놀라 소리를 쳤다. 덕분에 주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했다. 덕분에 나는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져버렸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하하. 이안군은 참 재미있으신 분이군요.”

 조나단이 웃으며 말했다.

 “놀라실만하죠, 겨우 서른 둘 먹은 놈이 대사제가 되는 의례를 통과하고 있다니. 그것도 전세계에 25명 밖에는 존재하지 않는 대사제의 직위를 말입니다. 이해합니다.”

 “정확히 짚으셨네요. 능력이 상당히 뛰어나신가 봅니다.”

 “아니요, 제가 뛰어난 것이 아닌 이슈타르께서 하사하신 은총 덕분이죠. 제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 그분의 율법을 따른게 전부죠.”

 겸손하시군요. 그말이 그말인데, 사제들은 자신의 능력조차도 자신의 것으로 치부하지 않는다. 모든것이 이슈타르의 권능이고, 그의 은총이다. 뭐, 사실 틀린말도 아니긴 하다만, 나같이 신의 존재에 대해 완벽한 믿음을 갖지 못한 사람에게는 때로는 조금 맹신적으로 비추어질 수 있었다.

 “이안님께서는 어디로 가시는 중입니까?”

 “아, 저는 아버지가 계시는 본드로 돌아가던 중이었습니다.”

 “아버지라면…?”

 “아, 양아버지말입니다. 절 맡으신 분.”

 조나단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에라니스 밀레로군요.”

 이번에는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출발하실 예정이었습니까?”

 “오늘 11시에 나가서 마차를 타고 출발할 예정…… 으악!”

 순간 나는 아차하는 마음과 함께 식당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보았다. 오 불꽃이시여, 벌써 시계는 10시 50분을 족히 넘겨가고 있었다.

 “이런, 제가 너무 오랫동안 붙잡아 놓고 있었군요. 어서 가십시오, 늦겠습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나는 인사도 없이 뒤를 돌아 쏜살같이 달려가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그때 무언가가 머리를 퍼뜩 스치고 지나갔다. 무언가를 빼먹었다. 맞다, 그거.

 “따스한 생명의 불씨가 당신안에 함께하길.”

 “자비로운 태양의 햇살이 당신을 쫓기를.”

 조나단은 오늘 본 것중 가장 활짝 웃으며 답했다. 그래, 밀레가 항상 말하고 학교에서도 항상배우고는 했었다. 성직자와의 작별인사로는 고대의 시구를 노래하는 것이 예의라고. 용캐도 그 사실을 기억해내다니, 조금은 스스로 자랑스러웠다.

 나는 그렇게 뒤를 돌아 밖으로 나가 빠르게 계단을 오른 후 쏜살같이 방으로 올라가 짐을 챙겼다.

 짐을 다 챙기고 나니 11시까지 채 3분도 남지 않았다. 제길, 여기서 마차장까지는 전속력으로 뛰어도 족히 15분은 걸리는데, 나는 밀레에게 몸을 강화하는 법을 배우지 않은 나 자신에게 욕설을 퍼부으면서 빠르게 계단을 내려갔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6 제 2장 : 전조 (12) 2017 / 12 / 15 210 0 9046   
15 제 2장 : 전조 (11) 2017 / 12 / 15 232 0 4942   
14 제 2장 : 전조 (10) 2017 / 12 / 15 240 0 3755   
13 제 2장 : 전조 (9) 2017 / 12 / 15 204 0 6007   
12 제 2장 : 전조 (8) 2017 / 12 / 15 226 0 15608   
11 제 2장 : 전조 (7) 2017 / 12 / 13 243 0 10606   
10 제 2장 : 전조 (6) 2017 / 12 / 13 245 0 4608   
9 제 2장 : 전조 (5) 2017 / 12 / 13 226 0 8836   
8 제 2장 : 전조 (4) 2017 / 12 / 13 228 0 5264   
7 제 2장 : 전조 (3) 2017 / 12 / 12 219 0 5325   
6 제 2장 : 전조 (2) 2017 / 12 / 12 205 0 8547   
5 제 2장 : 전조 (1) 2017 / 12 / 12 208 0 10208   
4 제 1장 : 온실 속의 영웅 (4) 2017 / 12 / 8 234 0 7567   
3 제 1장 : 온실 속의 영웅 (3) 2017 / 12 / 7 251 0 13730   
2 제 1장 : 온실 속의 영웅 (2) 2017 / 12 / 7 214 0 9567   
1 제 1장 : 온실 속의 영웅 (1) 2017 / 12 / 4 378 0 543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