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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무제
작가 : 시예랑
작품등록일 : 2017.11.19

가뜩이나 힘든 세상, 오지랖까지 넓어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치이며 고생하는 수호. 서로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세상, 사람과 깊게 엮이는 것 자체가 질색인 재인. 완전 반대성향인 이 둘의 유쾌한 로맨스.

 
27화 - 제각각의 주말(3)
작성일 : 17-12-07 00:25     조회 : 278     추천 : 0     분량 : 4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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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때 사건 이후로 처음 마주하게 되는 아들의 얼굴이었다. 다정다감하게 키운 아들은 아니었지만 한씨집안 자식들 중 가장 뛰어난 아이였기 때문에 늘 자랑스럽게 여기던 아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찌라시의 추문은 이 부부에게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당분간 돌아올 것 같지 않으시더니 금방 돌아오셨군요."

 

 "그 이후.. 너는 잘 지낸 모양이구나. 그동안 네 성과에 대해서는 아버지께 이야기 들었다."

 

 

 시작부터 목소리를 높이고 싶지 않아 일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 지훈이었다. 하지만 옆에서 주먹을 꽉 쥔 채로 앉아있던 재인의 친모인 장희라가 이내 목소리를 높였다.

 

 

 "너는 어떻게 그동안 전화 한 통화가 없을 수 있니?! 우리가 왜 미국으로 가게 되었는데!!"

 

 "여보..!"

 

 "막지 마요! 솔직히 그 날만 생각하면 내가 피가 거꾸로 솟아! 네가 나한테 어떤 아들이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뒤통수를 칠 수가 있어?! 그래도 내 아들이니까 품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널 이해하려 했다. 그런데 1년 동안 네 태도는 어땠니? 전화 한 번 있기나 했어? 우리가 전화해도 넌 받지 않았지... 그리고 어제도 오기 전에 전화했는데 받지 않았더구나."

 

 

 이 둘 사이에 앉아있던 한회장은 서러움이 폭발한 며느리를 진정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재인의 성격상 먼저 굽힐 타입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먼저 나서서 희라에게 위안이 될 수 있는 말을 건넸다.

 

 

 "아가, 그건 재인이가 국제 전화비 많이 나올까 봐 받지 않았던 거라 하더라. 나름 검소한 뜻이 있었던 거니까.."

 

 "아버님! 이 상황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세요?!"

 

 "...그렇지? 좀 말이 안 되긴 하지..?"

 

 

 딱히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한 채 머쓱해 하던 한회장은 다시 중립적인 위치에서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벌써 피곤하다는 듯 한숨을 내쉰 재인이 입을 열었다.

 

 

 "두 분께 불명예스러운 일이 생겼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런데 1년 동안 두 분이 미국에 갔다 오셔서 그런가.. 제 눈에는 두 분 사이가 제법 좋아진 것 같아 보이는데 말이죠. 아들 입장에서는.. 꼭 나쁜 일만은 아니지 않습니까? 30년을 서로 비즈니스 관계로 살아오셨으니 이참에 같은 위기를 겪으시고 동반자가 되어 사이가 좋아지는 것도.."

 

 "뭐?!"

 

 "연락을 못 드린 것은 사과드립니다. 원래 그런 주변머리도 없어서 전화할 생각은 하지도 못했거든요. 사과도 드렸으니 이젠 기분이 좀 풀리셨나요?"

 

 

 자식이 부모에게 사과하는 느낌보다는 고객에게 사과하는 것 같은 딱딱한 말투였다. 재인이 쉽게 사과해버리자 희라는 전화에 대해서 더 이상 추궁하지 못한 채 다음 말을 이어갔다.

 

 

 "후우..일단 우리가 여기까지 온 것은 하나 궁금한 게 있어서 그래."

 

 "도대체 뭐길래 그러신지 저도 궁금하네요. 말씀하시죠."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 너 정말 게이...가 맞는 거니?"

 

 "그걸 또 확인하고 싶어서 굳이 한국까지 먼 걸음 하신 겁니까?"

 

 "1년동안 네가 전에 만났던 사람들을 다 조사해봤어. 물론 남자도 여럿 있었지만 모두 다 오래 만난 사람들이 아니었지.. 길어봐야 한 달이었으니까. 최근 네 행적을 살펴봐도 이렇다 할 남자도 없었고 게다가 사귄 건 아니지만 여자와 만난 정황은 있었어.. 그러면 너.. 꼭 남자가 아니라.. 여자도 만날 수 있다는 거 아니니?"

 

 "......"

 

 

 그 말에 반색하며 재인을 쳐다본 것은 한회장이었다. 그런 가능성이 있다면 한회장은 어떤 노력을 해서라도 자신의 손자를 여자와 결혼시킬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저 말이 진짜인 것이냐?! 그 말이 진짜면 다른 여자들도 한번 만나보는 것도..."

 

 "아닙니다."

 

 

 가능성을 단칼에 자르는 재인의 말에 한회장은 말문이 막혔다. 재인은 이제 진흙탕 같은 말 싸움이 이어질 것 같아 한회장에게 잠시 자리를 비켜줄 수 있냐고 양해를 구한 다음 셋만 남게 되자 다시 차갑게 말을 이어나갔다.

 

 

 "아니라고요. 원래 전 연애 따위 길게 안 합니다. 그러니 한 달이면 충분한 거고요, 또 1년간은 저도 몸을 사려야겠다고 생각해서 아무도 만나지 않았던 겁니다. 이제 슬슬 만나보려 했는데 어머니께서 먼저 물어봐 주시네요."

 

 "...뭐?"

 

 "그리고 더는 이런 뒷조사 하지 마십시오. 아무리 부모님이라고 해도 뒤에서 이런 조사를 했다고 생각하니 정말 소름이 끼치네요. 다시 한 번 이러면 저도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다신 한국 땅에 그 반반하신 얼굴 들 수조차 없게 망신을 드리는 거.. 저한텐 일도 아니거든요."

 

 "너 정말?!! 그게 부모한테 할 소리야?!! 내가 너 결혼 못 하는 것 때문에 이러는 줄 알아?! 지금 네 고모들이랑 사촌들이 너 게이라는 거 알고 1년 동안 얼마나 물어 뜯은 줄 알기나 해?! 네가 가지고 있던 것들 돌려놓으라고! 그룹의 이미지도 훼손된다고 널 후계자로 세우면 안 된다고 물어뜯더라! 그래도 네가 GIO에 해 놓은 일들이 많고 언론을 바로 내려서 다들 쉬쉬하고 있는 거지만 결국 게이인 게 확정되면 너.. 아니 우리가 잃는 것들은 상상을 초월해.. 그거 알고서 하는 소리야?"

 

 "...."

 

 "너 똑똑하잖아. 다른 친척들보다 머리가 몇 배로 빨리 굴러가니까 이 자리까지 올라와서 회장님에게 유일하게 사랑받는 손자가 된 거잖아. 그런데 왜 그걸 몰라? 그 손해를 감당하고도 괜찮다 생각하는 거야?"

 

 

 그 말에 재인은 헛웃음을 내뱉고는 더 차갑게 말을 했다.

 

 

 "결국 두 분이 가장 걱정했던 것은 그거였네요. 두 손에 쥔 것들을 다른 친척들에게 다 빼앗길까 봐.. 한씨가문이 그렇지 않습니까? 첫째인 아버지께서는 저를 앞세우시고 고모 두 분도 서로의 아들을 내세웠지만 전부 망나니들뿐이라 실패했죠. 결국 조카인 제가 오점을 보였을 때 이렇게 치고 나오는 방법밖에 없을 거고.. 막내 삼촌은 욕심없는 것처럼 구시다 이제 와서 이빨을 드러내시더군요. 이 집안 사람들 남보다 더 못한 사이라는 건 알았지만 최근 들어 더 명확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하.. 이 정도인 것을 다행으로 여겨. 그들이 발끈하다가도 네 앞에서는 잠자코 있는 게 다 네가 갖고 있는 것을 무시 못하니까 그런 거야. 아무리 아버님이 널 아끼신다 하지만 네가 가진걸 다 빼앗기면 잘나가던 너도 낙동강 오리 알 신세 된다고. 알아?"

 

 "얼간이처럼 제가 가진 걸 그런 남보다 못한 친척들에게 빼앗길 생각은 없습니다. 두 분께서만 절 건드리지 않는다면 저도 자식으로서 더는 두 분 얼굴 먹칠하는 짓 벌이지 않을 것입니다."

 

 "...너 그럼 정말 ST그룹이랑 결혼 추진하려고 했던 것 때문에 그때 찌라시를..? 하아, 그건 다 널 위한 일이었어! 네가 완전히 자리 잡기 위해 그만한 집안이 없었다고! 그래서 추진한 거지.."

 

 "말은 바로 하십시오. 그게 결국 제 행복이라고 생각했다는 겁니까? 그것도 두 분의 결혼생활을 30년간 봐온 저한테?"

 

 "....?!!!"

 

 

 예상치 못하게 자신들의 결혼생활을 공격당하자 지훈과 희라는 말문이 막혔다. 솔직히 아무리 관대하게 보아도 자신들의 결혼생활이 행복한 모습이었다 하기는 힘들었기 때문에 잠시 입을 다물고 있자 재인은 헛웃음을 내뱉고는 말했다.

 

 

 "전 두 분처럼 살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 영역은 건드리지 마세요."

 

 

 대화는 일단락 정리된 것 같았다. 한국에 있기 창피해서 1년간 미국에 도피한 줄 알았더니 그사이 자신의 행적을 조사했을 줄 상상이나 했겠나.. 희라가 조사한 대로 재인은 잠깐 스쳐 가는 사람이라면 남녀 통틀어 누굴 만나든 상관없었다. 이런 집안에서 자라다 보니 사람에게 치이는 것 자체가 질색이었던 재인은 애정이라는 것 자체를 바라는 것도 누가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도 원하지 않았고 그래서 깊은 만남 자체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서른이 되고 나서 다른 집안과의 정략결혼 제안이 슬슬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토록 도도하게 굴던 희라도 ST그룹과의 결혼은 꽤나 욕심이 생겼는지 재인에게 압박을 가했던 것이 문제였다. 한번은 그냥 흘리듯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제안이 집요해지고 독촉을 할수록 재인은 심경은 날카로워졌다.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적어도 자신의 부모들이 아들인 재인에게 정략결혼을 요구하면 안 되는 일이었다. 30년을 애정 없이 냉랭하게 살아온 이 둘은 자신들의 사이가 결코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재인도 그것을 알고 있었고 그런 삶을 아들인 자신에게도 똑같이 반복하는 이들의 행동은 분노를 자아내기 충분했다.

 

 그들의 욕심에 여태껏 휘둘렸음 되었지 이 이상의 미래까지 간섭 받고 휘둘릴 생각은 없었다. ST그룹과 인연이 끝나도 이 욕심 많은 부모들은 또다시 그럴싸한 집안과의 정략결혼을 제안할 것이다. 몇 번이나 반복할까.. 그 생각만으로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 사슬을 끊어낼 수 있는 방법은 순간 머리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결혼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으로 만들면 이들도 어찌할 수 없지 않는가? 아들이 게이라고 하면 다른 어떤 집안과 결혼의 ‘결’자도 꺼내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이들의 무너질 표정을 생각하니 묵었던 체증이 싹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사교계 모임의 여왕으로 불리던 희라는 그 이후 단 한걸음도 밖에 나가지 않았고 결국 해외로 나가 소문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소문이 가라앉았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재인은 애초에 결혼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태어날 때부터 저 둘의 결혼생활을 봐온 재인인지라 결혼은 정말 최악의 선택이라 생각했다. 결혼만 안 할 수 있다면 다른 이들에게 게이라고 손가락질 받아도 상관없을 정도였으니까...

 

 
작가의 말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항상 즐거운 하루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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