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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청천무가: 푸른 하늘에 노랫소리 들리지 아니하고,
작가 : TeamVariation
작품등록일 : 2017.11.30

靑天無歌
Present by Variation

방대한 발타 연대기의 시작에 어울리는 동목 대륙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물간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
Variation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명품 판타지를 제공해드립니다.

 
제 2 장: 벽아련 (2)
작성일 : 17-12-06 23:46     조회 : 270     추천 : 5     분량 : 5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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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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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날, 천율기가 하진을 찾았다. 하진는 혹여 저번의 일로 천부 사람이 오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였으나, 이런 거물이 직접 나설 줄 몰랐다. 주변인도 없이 홀로 온 모습에 행여라도 뒤탈없이 제를 제거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진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체로 율기를 맞이한다.

 

  천율기가 긴장한 하진에게 겁먹을 것 없다 하였다. 하진의 꼴이 언 천검호에 빠진 견(犬)과 비슷하여 한편으론 우습기도 하였다. 그녀가 하진을 찾아온 것은 그의 쓰임이 적절한 곳을 찾았기 때문이다. 하진에게 고생 하였는데, 휴식은 제대로 취한 것인지 제법 다정하게 물었다. 하진은 천부인의 속내를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무조건 예, 예 하면서 고개를 끄덕일 요량이었다.

 

  나름 정갈하게 꾸며 놓은 원실 곳곳에는 케케묵은 책이며, 도안 따위가 가득 꽂혀 있다. 개중에는 생소한 중음어로 쓰여진 것도 있었다. 천율기는 중음어를 알지는 못하였으나, 신기한 마음에 꺼내어 살폈다. 꽤 귀하게 구한 책이라 하진도 몇 번 들쳐보지 못한 게 천율기 손에서 마구잡이로 펼쳐진다. 사뭇 가슴이 미어지는데 내려 놓으라 말할 수도 없고 난처하기만 했다.

 

  천율기는 방문한 목적과 상관없는 질문만 반복하였다. 이 책은 무슨 내용인가? 중음어를 익힌 것인가? 의원 녹봉으로 구하기 힘들었을 텐데 사정은 괜찮은가? 근무환경은 괜찮은가? 이런 저런 질문들에 하진은 싫은 내색 없이 답하였다. 이윽고, 율기가 하진의 자리에 앉았다. 율기는 멀뚱히 자신을 바라보는 하진에게 손님이 왔건만 어찌 차 한 잔을 내주지 않느냐 농을 했다.

 

  하진은 책 잡힐까 싶어 밑사람에게 시켜 차를 내오게 하였다. 침묵만 지키고 있다가 차가 나와 직접 따라낸다. 약방과 마주하고 있어 차 맛은 장담하는 건데 뛰어날 것이라. 아니나 다를까, 천율기가 흡족한 표정으로 맞은편 자리를 건네었다.

 

  “후계가 천형을 지니고 있다니 안타깝지 아니한가?”

 

  하진이 올 것이 왔구나 하며, 물론 안타까우나 출산과정에서의 실수는 정녕 없었다 난색을 표했다. 맹인이 된 것에 책임은 누구에게도 없으며, 그저 하늘의 뜻이다 하였다. 천율기는 그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진은 흡족하지 않은 얼굴의 율기를 알아보았다. 눈칫밥으로 버텨낸 세월이 어디 가는 게 아니다. 출신도 별 볼일 없고, 뛰어난 실력도 가지지 못한 하진이 천검성 의원 중에 윗줄에 앉아 상천당도 들락거릴 수 있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줄을 잘 고르는 안목 때문이었다. 하진이 살 구멍을 찾은 듯 눈을 반짝였다.

 

  “그럼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발이라도 핥을 듯 허리를 숙인 하진을 보며, 천율기가 찻잔을 내려 놓았다.

 

  하진은 생에 처음으로 시선에 치어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가끔 의술을 공부 중인 예비 의원 생도들에게 강의 같은 걸 할 때야 제 할 만 했으면 끝났으나, 이번에는 자신 정도야 한 입이면 꿀꺽 삼켜버릴 괴물들이 입맛을 다시고 있는 자리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샅샅이 훑는 눈들이 부담스럽기만 하였다.

 

  천율기는 하진을 출산 전부터 후까지 가모와 후계의 건강을 담당한 의원이라 소개하며, 하진에게 출산당시 상황과 후계의 건강상태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하진은 미리 언질 받은 대로 답을 하였다.

 

  후계의 출산 당시 진통시간이 몹시 길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초산이라 하지만 이미 이틀을 넘어가고 있었고, 더 길어진다면 실험적 수술을 할 생각도 하고 있었다. 정천회 소속 연풍각주가 실험적 수술에 대해 물었다. 중음에서 실시되고 있는 것으로 산모의 배를 통해 자궁을 절제하여 태아를 강제로 꺼내는 것이라 답한다. 검증되지 않은 수술을 할 정도로 당시 상황이 심각했는가?

 

  “출산이 지연되면 산모 몸속의 아이에게 숨이 닿지않아 발달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반 민들이면 모르겠으나, 천가의 후계시기에 사지가 마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실험적이지만 수술을 하는 것이 적당하다 판단되었습니다만, 다행스럽게도 그 직전 출산하셨습니다.”

 

  인지일부장 평합문이 묻기를 그렇다면 후계가 맹안인 것은 출산이 지연되었기 때문인가 하니, 하진은 그것은 반드시 그렇다 할 수 없으나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도 할 수 없다 하였다. 정청일부장 염방이 들고 일어섰다. 증인은 확언할 수 있는가? 불같이 일어나는 그의 기세에 하진은 가슴이 덜컹하였다. 천율기가 눈짓으로 괜찮다 확인해주었다.

 

  그에 용기를 얻은 하진이 이는 자신만의 의견이 아니며, 다른 의원에게 물어도 같은 답을 할거라 말하였다. 하진은 자신이 있었다. 비록 원장급은 아니어도, 의료원에서 나름 고위직에 있었고, 천율기가 뒤를 받혀준다면, 윗사람이나, 동료들에게서 반론을 구하지 못할 것이라 판단했다. 하진은 자신만만하게 이와 같은 의견은 혼자만의 판단이 아니며, 고천 의료원 상급자들이 내린 결론에 참고하여 전하는 것이라 하였다. 그가 준비한 폭탄은 이 것만이 아니다.

 

  “또한 후계의 전반적인 건강을 확인해본 결과, 맹안 말고도 다른 이상의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하진은 후계가 자극에 대한 반응이 느리고, 사지에 드는 힘이 약한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출산지연의 영향이 있었는지 약간의 마비증세가 보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회의장이 술렁거린다. 평합문이 묻기를, 후계에게 마비증세가 있다면, 지능 부분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진은 매우 높은 확률로 그렇다 하였다. 평합문이 좌중에게 말하길.

 

  “그렇다면, 이는 후계의 자질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오. 유구한 고천의 역사에 오점을 남길 생각이 아니라면, 후계 자격 박탈에 대한 건을 마땅히 의논해야 할 것이외다.”

 

  조한은 아니될 말이라 반박하였다. 조한이 하진에게 후계의 장애에 대해 얼만큼 확신할 수 있는지 물었다. 6할 정도로 확신한다 답이 들려왔다. 그렇다면 확진은 언제쯤 가능한 것인가 물었다. 하진이 답하길, 지능 발달과, 신체 발달에 문제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선 적어도 대상이 3세 이상이 되어야 한다. 그 전에는 의심되는 정황이 있을 뿐 확진이 불가능하다 하였다.

 

  “의원의 말처럼, 아직 확진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후계의 자질을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료되는 바. 인지일부장의 의견은 가신들의 분란만 야기할 뿐입니다. 철회를 요청합니다.”

 

  조한이 굳은 얼굴로 평합문의 발언에 대해 비판하자, 천율기는 한 발 물러서 그를 받아드려 합문의 의견을 철회하였다. 평합문이 고개를 숙여 사의를 표명한다. 평합문으로선 자신의 역할을 다하였다. 논점을 흐려 명확한 표적을 알 수 없게 하고, 운이 좋다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덫을 놓는 것이다. 천율방은 돌아가는 양상이 결코 재미있지 않았다. 몹시 피로하였고, 떠나고 싶은 마음 뿐 이었다. 율방이 의장석에서 내려오며 말한다.

 

  “보아하니, 쉽게 결정 날 일도 아니고, 각주회의에서만 다루기엔 사안이 너무 크니, 다음 대회의에 정식 상정하여, 결정도록 하고. 오늘은 이만 마무리 하도록.”

 

  천율기가 그 말을 받아, 폐회를 선언한다. 염방은 천율기를 쫓아 도망치듯 사라지는 하진의 뒤통수만 바라보고 있었다. 머릿속이 엉망으로 뒤엉키고 있었다. 괜찮냐고 묻는 운연의 말이 어깨 너머로 들려왔다.

 

  능천사당을 나온 천율기가 천율방 뒤로 바짝 붙었다. 율방은 이국을 시켜 말을 대령하라 하였는데, 어슬렁거리는 천율기가 껄끄럽기만 하다. 율방이 첨언할 게 있느냐 하고 물었다. 율기는 뜬금없이 근래에 내성에서 뵙지 못해 혹여 일신의 안위가 상하신 게 아닌가 걱정되어 그렇다 한다. 율방은 인내심이 끊어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달려들었다. 그녀의 목이 짓눌린다.

 

  “잘리고 나서야 그 독사 같은 혀를 그만 놀리겠지. 하고 싶은 말이 무어냐 물었다.”

 

  목이 졸려 시야가 흐려지는 와중에 천율기는 평상심을 잃지 않고 이름만 말했다. 벽아련.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장에 천율방은 힘을 풀었다. 갑작스레 몰려오는 공기가 반가워 율기는 쓰러져 숨을 몰아 쉬었다. 그래도 나름 사촌 누이인데 너무한 것 아니냐며 너스레를 떨어도 율방의 표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율방이 어찌 그 이름을 언급하느냐 물었다. 천율방은 말을 몰고온 이국에게 자리를 피해 대기하고 있으라 명했다. 천율기의 미소가 불길하게 보였다. 이국이 눈짓으로 인사를 건네고 사라지자, 천율기는 입을 떼었다.

 

  “가주와 본인. 모두가 만족할 만한 방도가 있는데, 어찌 한번 들어 보시겠습니까?”

 

  염방은 좀처럼 깊게 잠들지 못한다. 설마하니, 가모를 표적으로 둘지는 몰랐다. 기껏해야 후계 아가씨를 경질 시킨다 던지. 한편으론 안도감도 들었다. 이번 위기만 어떻게 넘어간다면, 후계도 지키고, 자리도 보전할 수 있을 것이다. 염방은 그렇게 생각했다.

 

  명두천이 찾아왔다. 속에서 천불이 끓는듯 낯빛이 붉은 두천은 지금이라도 늙은이들의 엉덩이를 걷어 차자며 역정을 낸다. 따라 들어온 운연이 두천을 만류하면서, 염방의 안색을 살핀다. 괜찮으십니까? 묻는 운연에게 애써 미소를 보여준다. 운연은 믿지 않았다. 회의장에서 당황에 하얗게 질렸던 모습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일단 염양각주께서 혼미하시니, 나중에 찾아 뵙고 이야기 나누시지요.”

 

  운연이 어렵게 두천을 돌려보내고 염방 앞에 마주 앉는다. 운연은 처음에 보았던 앳된 모습이 아직 남아있다. 처음에나 명두천 뒷바라지를 한다고 얼굴이며 머리카락이며 푸석푸석하게 가라앉았으나, 만날 놀 궁리에 정신 없는 두천을 대신해 높은 자리에 앉혀 놓자 제 세상인듯 했다. 생기가 가득했고, 적극적이었다.

 

  언젠가 다른 자리에서 취기가 올라온 운연이 말하기를 금보지방이라 하더라도, 자기 같은 볼 것 없는 출생의 여자가 중한 자리에 앉아 일을 한다는 것은 차라리 별을 따는 게 쉬울 것이라고. 어여삐 여겨 후계 곁에 앉혀 주신 명가 어르신이나, 염양각주께는 항상 고마운 마음이다 하였다. 농으로, 명가 도련님이 사고만 안 친다면 더 바랄 게 없다 하였다.

 

  그런 운연의 얼굴에 수심만 가득하다. 염방은 그것이 자신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운연이 설마 도련님도 생각이란 걸 할 텐데 답답한 마음에 그런 소릴 할 것이라고 되려 위로를 건넨다. 그 정도 사리분별이 안된다면 뒷목이라도 쳐서 기절 시켜 놓을 테니 각주는 아무런 걱정 하지 말라 하였다.

 

  “운연아.”

 

  염방이 오랜만에 이름을 불러 보았다. 공기가 뭉친 듯 동글동글한 것이 사방으로 부딪친다. 조명이라고 있던 촛불이 흔들린다. 운연의 가슴도 분탕질을 치고 있었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Write Legends. Variatio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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