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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21세기 조선스캔들
작가 : 달빛별
작품등록일 : 2017.12.4

헬조선을 살아가는 21세기 취업준비생 여자와 연산군 시대에 태어난 사림파 가문의 남자가 만나다!

난세시대 출신의 은오와 삼포세대 출신의 지민은 시대를 뛰어넘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 그들은 시간이 흘러 함께 지낼수록 점차 서로의 상처를 돌아보고, 스스로의 못난 모습도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두 청춘 남녀의 시대를 넘어선 로맨스 판타지.

 
제 15화, 자꾸만 입술이 보이는데
작성일 : 17-12-06 21:48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4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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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15화, 자꾸만 입술이 보이는데. >

 

 “감기예요?”

 

 은오의 낯이 창백했다. 지민을 기다릴 적에 흠뻑 비를 맞아서 그런지 그는 눈에 띄게 몸을 떨고 있었다.

 

 “괜찮소.”

 

 은오가 고개를 저으며 지민을 밀어냈다.

 

 “옮으니 저리 가시오.”

 “에이, 사람이 정 없게 어떻게 그래요.”

 

 지민이 물에 적신 손수건을 다시 은오의 이마에 가져다댔다.

 

 “열나는 것 같은데.”

 

 재차 다가서는 지민의 입술이 은오의 시야에서 어른거렸다. 왜 이제껏 몰랐나 싶을 정도로 희고 예쁜 얼굴이 가까이 오자 은오의 심장이 달음박질쳤다.

 

 “괜찮다고 그러지 않았소.”

 

 은오가 지민의 손목을 덥석 잡으며 딱 잘라 말했다.

 

 “아니, 김은오씨 며칠 전부터 왜 이래요? 자꾸 사람 슬슬 피하더니, 이제는 아예 거절하고. 예?”

 

 지민이 손목이 잡힌 채 눈썹을 치켜떴다. 지민의 기분을 상하게 할 의도는 없었는데. 은오가 난처하게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가 시선을 깔았다가 결심한 듯 그녀를 바로 응시했다.

 

 은오는 망설임 없이 지민을 확 끌어당겼다. 갑작스런 힘에 방심하고 있던 지민이 그의 어깨에 폭삭 안겼다.

 

 “이게 무슨…….”

 

 지민이 퍼뜩 그에게서 벗어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남은 팔로 그녀의 허리를 안은 은오가 그녀를 꽉 붙들었다.

 

 “거슬리니까 그만 다가오란 말이오.”

 “뭐요?”

 “짜증나니.”

 

 그리 말하며 은오가 갑자기 지민을 훅 밀어냈다. 까칠한 말의 내용과는 달리 그의 귓불이 붉어져 있었다.

 

 그러나 아파서 그런 것이라고 단정내린 지민은 그저 이 남자가 괜스레 잠시 투정 부리는 것이라 여겼다.

 

 “알겠어요.”

 

 지민은 냉정하게 그에게서 떨어졌다.

 

 “그럼 알아서 머리 찜질하고 잘 쳐 자시던가.”

 

 하필 방이 한 칸짜리라 달리 갈 곳이 없던 지민이 홱 돌아앉아 리모컨을 움켜쥐었다. 곧이어 TV가 켜지자, 꼿꼿하게 화면을 노려보았다.

 

 은오는 지민의 뒷모습을 흘끔 쳐다보았다. 그녀에 대한 감정을 인정하니 자꾸만 제 속에서 충동적인 마음이 꿈틀거렸다. 그래서 지민을 직접적으로 대면하고 싶지 않았다. 충동적인 마음을 잠재울 수가 없어서.

 

 “흠.”

 

 은오가 깔깔해진 목소리를 다듬었다. 그는 제 앞에 놓인 꿀물을 슬며시 집어 들어 마셨다.

 

 “고맙소.”

 

 그가 따스한 잔을 손에 쥐며 말했다.

 

 “이제 비켜줄 테니 여기서 자시오.”

 “됐어요. 바닥이 편해.”

 

 은오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지민이 얼른 그의 가슴께를 밀어 앉혔다.

 

 “아픈 사람 자리 뺏을 생각 없어요.”

 “아니.”

 

 은오는 혹시 쏟을까 봐 잔을 치워놓곤 지민의 어깨를 붙들어 침대에 앉혔다. 그러고선 일어나 바닥에 깔린 이불에 주섬주섬 제 몸을 밀어 넣었다.

 

 “나야말로 바닥이 편한 사람이오.”

 “말은 잘하지. 그동안 침대 좋다고 극찬했잖아요.”

 

 이불을 턱 밑까지 끌어당긴 은오가 눈을 굴리다가 침대에 걸어 앉아있는 지민을 올려다보았다.

 

 “거 말이 많소. 사람이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야지.”

 

 그녀를 뚫어지라고 보던 그가 불쑥 몸을 돌아누웠다.

 

 “예예, 참 잘 나셨네요.”

 

 지민이 빈정대며 채널을 돌렸다. 지민에게서 돌아누운 은오는 얼굴로 열이 몰리는 기분이었다. 지민의 말대로 감기 탓인 건지, 아니면 지민을 보니 마음이 동해서 화끈거리는 건지.

 

 지민만 보면 몸이 반응할 정도로 감정이 앞서는 게 생소했지만 이상하리만큼 그녀에게 말을 붙이고 싶기도 했다.

 

 무슨 말을 꺼내지. 은오가 고민하다 적당한 이야기 거리를 떠올렸다.

 

 “근데 말이오.”

 “뭐요.”

 “핫 카라멜 마… 마….”

 “카라멜 마끼야또?”

 “맞소, 그거. 그게 뜨거운 것이요? 아니면 핫이 뜨겁다는 뜻이요?”

 

 은오가 상체를 일으켜 세우며 다시 지민을 돌아보며 물었다.

 

 “후자요.”

 

 심드렁히 채널을 바꾸던 지민이 턱을 괸 채 대꾸했다.

 

 “난 그게 뜨거운 것인 줄도 모르고 마셨다고 혀가 데였지 뭐요.”

 “아, 그러시구나.”

 “화났소?”

 “아니, 뭐 다가오면 짜증난다며.”

 

 지민의 입가 끝이 내려가 있었다. 모로 보나 그녀의 심기가 좋지 않음을 의미했다.

 

 “내 얼굴 보면 아예 기분 팍! 상하실까 봐.”

 

 퉁명스럽게 비꼬며 지민은 텔레비전을 확 꺼버렸다.

 

 “이제 자죠, 그냥.”

 “벌써? 아직 8시요.”

 

 지민이 밤마다 타자기를 두드리며 글을 쓴다는 사실을 떠올린 은오가 의아하게 되물었다. 지민이 미간을 좁히며 그를 흘겨보았다.

 

 “전 지금 자고 댁은 알아서 하시고.”

 

 지민이 까칠하게 반응하자 은오는 몸을 완전하게 일으켜 그녀를 쳐다보았다.

 

 “내가 짜증난다 해서 화났소?”

 

 은오의 말대로 화가 난 것이 맞았지만 지민은 대꾸하지 않았다. 못 들은 척하며 이불을 덮고 눕자 은오가 그녀의 등 뒤에서 얼씬거리는 게 느껴졌다.

 

 “기분 나쁘게 할 의도는 없었소.”

 “화 안 났어요. 얼른 자요.”

 

 지민은 눈을 감았다. 이윽고 좀 더 그녀를 풀어주기 위해 애쓸 줄 알았던 은오가 불을 끄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암흑이 내려앉았다.

 

 저 남자는 무슨 저렇게 모든 말을 정직하게 알아들어? 화 안 났다고 하니 진짜 안 났다고 생각하고, 얼른 자라고 하니 불마저 꺼준다. 이걸 친절하다고 해야 할지.

 

 “근데 머리가 좀 어지러운 것이.”

 

 조용하게 숨소리만 들리던 중 은오가 문득 입을 열었다.

 

 “열도 좀 나는 것 같고.”

 

 지민의 눈썹이 산등성이를 그렸다.

 

 “자네가 챙겨줬던 물수건도 다 말랐소.”

 “그래서, 갈아달라…고…?”

 

 지민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불을 켰다. 저처럼 누워 있을 거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은오는 침대 쪽을 보며 불을 끄기 전의 자세 그대로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사람이 어찌 그리 야속하오. 내가 아프다고 하니 그제야 일어나오?”

 

 은오가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꼼수 부린 거예요, 지금?”

 “나, 아프오.”

 

 그녀의 물음을 슬슬 피하며 은오가 화제를 돌렸다. 눈을 슬며시 감으며 이마라도 짚어보라는 양 태도를 취하는 그의 낯을 빤히 들여다보던 지민이 흠, 헛기침을 하며 얼떨떨하게 손을 들었다.

 

 눈 돌아가게 잘생긴 얼굴에 지민이 손을 올렸다가 내리는 것을 반복했다. 곧장 이마를 짚지 못하고 한참을 뜸들이자 은오가 한쪽 눈만 슬며시 뜬 채 지민을 쳐다봤다.

 

 “이제 이마 짚어주는 것도 싫소?”

 “눈이나 감아요!”

 

 민망함에 지민이 왁 소리쳤다.

 

 은오는 태클을 걸면서도 지민의 말은 또 잘 따랐다.

 

 슬며시 눈꺼풀을 내린 그를 확인한 지민이 제 손을 그의 얼굴로 가져갔다. 그러면서도 시선을 어디에 둬야할지 알 수 없어 슬쩍 고개를 돌렸다. 은오의 이마로 바로 향했어야 할 손이었지만 시선이 닿지 않으니 엉뚱한 곳을 더듬었다. 무심코 그의 얼굴을 스쳐가던 지민의 시원한 손이 도톰한 입술에 닿았다.

 

 “잠깐.”

 

 갑자기 은오가 눈을 뜨더니 지민을 붙잡았다.

 

 “입술은 왜.”

 “내가요?”

 “방금 내 입술 더듬었잖소.”

 “내가 언제요? 이거 이상한 사람이네.”

 

 지민이 화들짝 놀라 부정했다. 은오가 한쪽 눈썹을 매끈하게 치켜떴다.

 

 “그럼 내가 거짓을 말한단 거요?”

 “그, 그럼요!”

 

 믿지도 않을 말을 하며 지민은 마른 침을 삼켰다.

 

 “하긴 그럴 수도 있겠소.”

 

 그런데 은오는 금방 믿어오는 거다.

 

 “내 눈에 자네 입술 밖에 안 들어와서, 착각한 것이겠지.”

 

 뭐? 은오의 입 밖으로 나온 소리라고 믿기지 않을 말에 지민이 헉, 하고 소리를 뱉을 때였다.

 

 그 순간, 잠잠하던 폰이 울렸다. 문자였다.

 

 미묘한 분위기라 지민은 서둘러 화제 전환을 위해 문자를 확인했다.

 

 [안녕하세요. 구지민님, 투고해주신 작품이 공모전 우수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문자 보시면 연락 바랍니다.]

 

 그저 스팸 문자일 거라 여겼던 그녀의 낯이 밝아지는 순간이었다.

 

 “말도 안 돼….”

 

 지민이 휴대폰을 제 눈앞까지 가져가 작은 휴대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중얼거렸다.

 

 “은오씨 이거 보여요? 아, 한글 모르지.”

 

 은오 앞에 화면을 들이밀었던 지민이 이내 깨닫곤 제 두 눈으로 메일 내용을 재차 확인했다.

 

 틀림없이 그녀가 한 달 전 투고한 소설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자그마치 6년 동안 글을 쓰고 도전해왔다.

 

 작가가 되고 싶단 꿈을 가졌던 고등학교 때부터 꾸준하게 소설을 쓰고 준비했지만 취업준비생이 된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가 없어 반 이상은 꺾였던 꿈이었다.

 

 그런데 오늘 투고했던 플랫폼에서 연락이 온 거다. 지민의 소설을 잘 읽었으며 그들과 계약하자는 내용의 문자였다.

 

 “대박….”

 

 지민이 한 층 들뜬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그녀는 더 이상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은오를 보기 민망해서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문자 내용이 믿기지 않아서였다.

 

 서둘러 공모전 홈페이지에 들어간 지민은 그녀의 작품이 우수상 목록에 올라있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모든 것이 거짓이 아님을 인정했다.

 

 “무슨 소식이기에 그러시오?”

 

 머리 위로 은오의 물음이 들렸다. 지민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우수상에서 제 이름을 확대해보았다. 이건, 꿈이 아니다. 그녀의 목소리도 덩달아 얕게 떨려왔다.

 

 “그러니까, 제가… 직업을 갖게 됐어요.”

 “직업?”

 “제가 댁 먹여 살릴 여유가 좀 더 생겼단 소리죠.”

 

 지민이 마른 침을 삼켰다.

 

 “제가 드디어 꿈을 이뤘다고요!”

 

 예고 없이 번쩍 고개를 든 지민이 잠시 후 몰캉하게 와 닿는 무언가에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녀 앞에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덩달아 놀라 보이는 그는 은오였고, 그녀는 현재 그와의 첫 입맞춤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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