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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BL]Daily Life
작가 : 해빛
작품등록일 : 2016.8.30

쇼타수, 황제였수X미인공, 황제공. 다른 차원에서 완벽하게 동일한 삶을 살아가고 있던 두 사람. 현은 애인의 손에 죽은 뒤 어린 아이의 육체를 입고 차원 이동을 해 클로리스를 만나게 되었다. 아이와 성인의 육체를 번갈아 지내는 현과 절세미인 황제 클로리스의 이야기

 
4화
작성일 : 16-09-03 00:25     조회 : 264     추천 : 0     분량 : 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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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레늄의 가장 깊은 곳, 황제의 침실에서는 황제가 나른하게 침대에 누워 정사를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상당히 민망한 장면임에도 시종은 익숙한 듯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여인의 봉사를 받던 황제가 나른하게 고개를 뒤로 꺾었다.

 

  “그래, 시종장. 나의 아세라께서 뭐라고 하시던가?”

 

  황제의 나른한 목소리는 봄기운과도 같고 복사꽃보다도 달달했다. 시종장은 지극히 사무적으로 대답했다.

 

  “제피로스 백작에 대해 묻더군요.”

  “흐음. 그 어린 분이 어떻게 제피로스에 대해 알았지?”

  “그건 모르겠습니다. 다만 아세라께서,”

 

  시종장이 잠시 말을 망설였다. 황제, 클로리스의 보석과도 같은 청록색 눈이 가늘게 마치 웃는 것처럼 휘어졌다.

 

  “뭐라 하셨기에 그대가 망설이는 것인가?”

  “제피로스 백작님과 전하가 연인 관계냐 물어보셨습니다.”

  “뭐?”

 

  클로리스가 황당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티를 내지는 않았으나 황제의 시종들과 황제의 아래에 있던 여자까지도 잠시 하던 일을 멈출 만큼 적잖이 놀랐다.

 

  “허.”

 

  클로리스가 어이없는 듯 탄성을 내뱉고 다시 몸을 움직였다. 여자가 아래에서 바르작거리자 여자의 몸을 손으로 꾹 눌렀다.

 

  “제피로스 백작과 하느니 죽은 내 형님의 시체와 하겠군.”

  “전하.”

  “농담이네. 그리 정색하지 말게나.”

 

  그 말을 끝내고 황제의 숨소리가 아주 잠시 거칠어졌다. 그는 숨을 한번 후, 뱉고 여자의 몸에서 일어났다. 여자는 곧바로 시종들에게 끌려 나갔다. 시종장이 미리 준비된 욕실로 황제를 안내했다. 클로리스는 수건으로 몸을 닦으며 키득키득 웃었다.

 

  “나의 아세라께서 질투심이 심하신 건가?”

  “글쎄요. 그건 아닌 듯 했습니다. 오히려 전하보다는 제피로스 백작에게 관심이 더 많아 보였습니다.”

  “그거 자존심 상하는 소리로군.”

 

  이 얼굴을 보고도 말이야. 클로리스가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준비된 욕탕 안으로 들어갔다. 확실히 황제의 미모는 극상이었다. 화가가 초상화에 그 미모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우면서도 요염하고 가련해 굳이 황제가 아니더라도 미모만으로 많은 것을 해낼 수 있었다.

 

  “아세라는 어떤 분인 것 같았더냐?”

  “잠깐 봤던 터라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었으나, 확실히 단순한 어린 애는 아니었습니다. 제피로스 백작에 대해 묻기 위해 시녀를 여섯이나 물렸습니다. 제대로 답하는 사람이 나올 때까지 일부러 기다린 듯 했습니다.”

  “흐음.”

  “게다가 제가 ‘아세라’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냐 물었더니 저를 비웃었습니다. 어린 아이에게 그렇게 적나라하게 비웃음을 당하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클로리스는 쿡쿡 웃었다. 저 시종장이 저렇게 말했으면 정말로 그럴 것이다. 클로리스는 욕조에 기대어 유리창 너머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역대 아세라 중에서는 듬직한 남자도 있었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자도 있었고 의지할만한 노인도 있었고 심지어 개나 고양이 같은 짐승도 있었다. 아세라가 어린 아이인 것은 그리 낯설기만 한 일은 아니었다. 아무튼 자신이 말과 생각을 할 수 있는 인간이긴 한 이상, 어째서 갑자기 다른 세계에 오게 되었는지 아세라라는 건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게 당연한 일인데 여태껏 아세라가 그런 것을 물어봤다는 소식은 없었다.

 

  어제 저녁에 몹시 일찍 잠들었다는 말 이후로 처음 들은 소식이 제피로스 백작에 대해 물어본 것이라……. 게다가 시녀를 그렇게나 많이 물렸다는 것은 듣겠다는 의지가 몹시 확고했다는 것이다. 아세라는 제피로스 백작을 알 시간이 전혀 없었을 텐데 어떻게 알게 되었단 말인가.

 

  “알아봐.”

  “네, 전하.”

 

  클로리스가 욕탕에서 일어났다. 시종들이 수건을 가져와 몸을 닦았다.

 

  “그리고 제피로스에게 오라고 해.”

  “네.”

 

  시종장이 대답하며 눈짓을 보내자 시종 하나가 소리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제피로스가 완전무장을 한 채로 들어왔다. 황제는 그가 들어오자마자 가벼운 어투로 물었다.

 

  “찾았어?”

  “송구합니다.”

  “흐음. 그냥 어제 바로 잡을 걸 그랬나?”

 

  어제 저녁에 황태자의 제복을 입고 하이레스 뒤뜰에 있던 남자에 관한 이야기였다. 오랜만에 하는 술래잡기가 신나 놓아줬더니 도망가 버렸다. 안으면 꽤 괜찮을 것 같은 몸이었는데.

 

  이번 아세라가 어린 아이의 모습이기는 하지만 클로리스는 남자고 여자고 가리지 않았다. 아세라가 오기 전까지 허락되는 자유와 방종을 클로리스는 정말 아낌없이 쓴 편이었다. 하지만 맹세컨대 그 중에서도 저렇게 어린 아이는 없었다. 클로리스는 최소한의 윤리와 도덕을 겸비한 황제였다.

 

  “제피로스.”

  “네, 전하.”

  “나랑 잘래?”

 

  제피로스의 얼굴이 노골적으로 찌푸려졌다. 무엄한 행동에 시종들이 제피로스를 노려보았다. 클로리스는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클로리스가 웃자 꽃이 만개하듯 주변이 환해졌다.

 

  “농담이야. 흠. 그런데 그 분은 왜 그러셨을까?”

 

  클로리스가 농담이라고 했지만 제피로스는 믿는 얼굴이 아니었다. 도리어 경계 태세에 들어간 살쾡이처럼 털이나 세울 뿐이었다.

 

  “전하.”

 

  시종장이 갑자기 클로리스를 불렀다.

 

  “아세라께서 전하를 뵙기를 원하신답니다.”

  “그래?”

 

  클로리스가 그 말에 새벽 이슬 맺힌 장미꽃 같은 미소를 지었다. 클로리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팔을 벌리자 시종들이 옷을 입혀주었다.

 

  “아세라를 만나려고 하십니까?”

  “그래. 어린 아이를 괴롭히는 취미는 없지만.”

  “저, 송구하오나 직접 뵙는 것이 아니라 먼발치에서 볼 수 있냐고 물어봤다고 합니다.”

  “흠.”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클로리스는 당연하다는 듯 싱긋 웃었다.

 

  “아세라의 뜻을 어찌 거역할까.”

 

  그와 동시에 제피로스와 일부 시종들의 얼굴이 와작 일그러졌다. 클로리스가 또다시 소리내어 웃었다.

 

  ***

 

  “왜 안 된다는 것이냐.”

  “아세라께는 그럴 권리가 없으십니다!”

  “그대가 말했듯 나는 아세라다. 그것으로 권리는 충분하지.”

 

  현이 차분하게 말하자 시녀가 이를 악물었다. 맞는 말이었는지 시녀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다만 얼굴에는 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세라만 아니었으면 당장 던져버렸을 얼굴이다. ‘아세라’가 정확히 뭔지는 모르나 현은 그것을 들먹였다. 이 시녀들은 아직 제대로 된 시녀가 아니라 발칙하지만 다루기가 편했다.

 

  “아세라가 뭔지는 알고 그러시는 겁니까?”

 

  시녀가 악에 받쳐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반면에 현은 태연했다.

 

  “모른다. 하지만 자네보다 내가 높은 사람이라는 건 잘 알고 있지.”

  “맞는 말입니다.”

 

  그때 현의 뒤에서 어떤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시녀가 얼굴이 사색이 되어 공손하게 손을 모으고 물러났다. 현은 의아함에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문이 열려 있었는지 화사한 꽃미모를 뽐내며 황제가 호위기사들과 시종들을 줄줄이 달고 서 있었다. 현은 황제와 가장 가까이 서 있는 제, 아니. 제피로스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아직 소문이 안 퍼진 건가?

 

  “아세라께서는 이 제국에서 가장 높으신 분이지요.”

 

  황제가 생긋 웃으며 가까이 다가왔다. 현은 가만히 그를 보다가 손등을 내밀었다. 주변에서 헉, 하고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렸다. 클로리스도 반짝거리는 청록색 눈동자로 놀란 듯 현의 손을 바라보다가 숨 막히도록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현의 손을 잡았다. 황제가 무릎을 꿇고 한 손으로 현의 작고 오동통한 손을 잡고 그 위에 키스했다. 현은 부드러워 보이는 연분홍빛 머리칼을 보며 물었다.

 

  “자네보다도?”

 

  스릉. 이번에는 황제의 호위 기사들이 검을 뽑았다. 하지만 클로리스는 여전히 현의 손을 잡은 채로 고개를 들어 화사하게 웃었다. 그것이 신호가 되었는지 호위 기사들이 칼을 집어넣었다.

 

  “물론입니다, 아세라시여.”

 

  현은 황제의 손에서 천천히 자신의 손을 빼냈다. 답지 않게 오기가 생겨 말도 안 되는 짓을 했는데 상대의 반응이 아무렇지도 않아 김이 샜다. 황제는 우아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은 예의없는 행동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황제를 쳐다보지 않고 딴청을 피웠다. 뭐랄까. 괜히 심술을 부리고 싶었다. 어린 남자애들이 그렇듯. 결국 클로리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세라께서 저를 만나고 싶다고 하셨다 들었습니다.”

 

  현이 혀를 찼다. 그냥 제피로스가 옆에 붙어있나 멀리서 지켜보려던 거였는데 이렇게 바로 올 줄은 몰랐다. 생각보다도 소식이 빨리 들어갔다.

 

  현이 아침부터 시녀들을 부르고 물리고를 반복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자신이 제를, 제피로스를 경계한다는 사실을 황제와 권력자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자신이 언제 사라지게 될지, 제피로스가 언제 황제를 죽일지 모르는 이 상황에서 현이 가장 빠르게 취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였다.

 

  “들어와.”

 

  현이 제 몸만한 의자에 등산하듯 올라가 앉았다. 클로리스가 가만히 서 있자 낯익은 시종이 클로리스가 앉을 수 있도록 의자를 빼주었다. 현에게 제피로스에 대해 얘기했던 시종이었다. 현이 그에게 눈길을 주자 클로리스가 알아차렸다.

 

  “오늘 시종장이 아세라께 변변찮은 도움을 드렸다고 들었습니다.”

  “변변찮았지.”

 

  현이 이죽거렸으나 시종장은 자신의 방에 배속된 시녀들과는 달랐다. 바늘로 찔러도 비명도하나 지르지 않을 것 같은 얼굴로 그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오랜만에 이곳에 오는 군요. 제가 예전에 쓰던 방입니다.”

 

  클로리스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현은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클로리스는 이불로 가려진 바닥에 한번 시선을 주고 다시 현을 보며 빙긋 웃었다.

 

  “하지만 옛 추억을 돌이키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일 것입니다.”

  “…….”

  “앞으로는 아세라와 제가 만날 일이 없을 거란 뜻입니다. 알아들었습니까?”

  “그래.”

 

  현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와 앉은 지 채 1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클로리스는 볼 일이 끝났다는 듯 여전히 화사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참, 아세라께서는 되도록이면 이곳에서 벗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죽을 때까지.”

 

  만면에 짙게 어린 미소에 언뜻 증오와 환멸이 보였다. 현은 그것을 보며 이번에는 진심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클로리스가 과장되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아세라께서 이렇게 저와 말이 잘 통하니 기쁘군요. 그럼 제 궁에서 몸 건강히 지내시지요.”

  “클로리스.”

  “……!”

 

  현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처음으로, 황제의 얼굴이 굳어졌다. 도자기 같은 얼굴로 서 있던 호위 기사들과 시종들도 마찬가지였다. 태어나면서 받은 이름이나 불린 세월보다 불리지 않은 세월이 더 긴 이름이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지금은 그 누구도 부르지 않는 이름이었다.

 

  “저 자를 멀리 하라.”

 

  현의 손가락이 정확하게 제피로스를 가리켰다. 제피로스는 안색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어쩌지도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 클로리스를 제외한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닿았다. 클로리스만은 현을 똑바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현은 클로리스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리하면 그대가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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