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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머리가 없는 여자
작가 : 덤보
작품등록일 : 2017.12.4

명품 의류 공장에서 머리가 박살난 채 죽은 여자 A. A의 자취를 쫓는 형사 B.

 
3화
작성일 : 17-12-06 19:22     조회 : 220     추천 : 0     분량 : 3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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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미미하게 남아있는 A의 살점과 그것에 엉겨있는 쥐들 옆에서. 가동이 정지된, 이것저것 엉겨서 끈적한 역겨운 리프레서.

  A는 적당히 퍼져 있다가 사라졌다. 질산화물과 황산화물로 변환되어 악취를 솔솔 풍기는 지금의 A에서, ‘명품 브랜드 옷을 납품하는 공장에서 자살한 여인’으로 싸구려 해외토픽처럼 흘러졌다가. 그러다가 없어 질 것이다. 그것은 악취처럼. 그렇게. 사람들은 잊는다. 그건 굳이 한국인이니 냄비니 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순리가 그런 것이다.

  ‘명품 브랜드 D 전속 공장 리프레서에 스스로 얼굴을 찧은 여인’

  언론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것들을 주절거리는 걸 좋아했다.

  ‘그녀는 성형 경력이 많은 것으로...’

  B는 가만히 앉아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를 것들을 쳐다봤다.

  ‘스스로 자신의 살점을 뜯어먹을 쥐를 풀었던 정신 이상자...’

  여러 패널들은 브랜드의 항변 역시 잊지 않았다.

  ‘브랜드 대변인은 공장의 위생 상태는 아주 훌륭했으며 외부에서의 인위적 유입이 없는 한 쥐 등의 이물질은 존재치 않을 것으로...’

  B는 기어다니는 쥐만큼은 기억해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전문가들은 그녀가 복합적인 정신병. 망상증, 조현병, 극도의 불안감, 불면증, 피해망상, 조울, 양극성 장애로 인한 우울증을 앓던 것으로...’

  기자들은 재미있는 단어를 좋아한다. B는 이제 팝콘을 뜯고 다시 이가을에게 전화를 건다.

  ‘죽은 A의 집에서는 잡지와 마네킹 머리가 잔뜩 발견된 것으로...’

  이가을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B는 운동을 한다.

  자기 자신을 죽일 수 있다는 건 참 거대한 용기를 요하는 일이다. 목을 매는 사람은 자신의 통제 범위 내에서 몸이 벗어나는 데도 발버둥을 멈추지 않는다. 더욱 신기한 것은 그들은 자신이 밧줄에 저항해 그토록 애타게 발을 휘저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사람을 죽일 수는 없어도 수면제, 술 따위를 같이 먹고 죽음에 달려드는 사람들이 많다. 통증만 느껴도 경기를 일으키는 인간 따위가 어떻게 감히 죽음을 생각할까? 그건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죽음. 어색한 A의 얼굴. 그리고 김현주.

  공주님 김현주와 성형자살녀 A. B는 수첩에 그렇게 갈겨 놨다. 이 수첩은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것이란 걸 B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하나를 더 했다. 이가을. 그는 김현주의 증명사진을 다시 쳐다봤다. 예쁜 얼굴. 그리고 A의 얼굴을 다시 봤다. 성형녀 얼굴. A는 죽어서도 이렇게 평가받으리라고 생각을 했을까?

  그때 전화가 울렸다. 이가을이라고 저장된 그 번호였다. B는 황급히 전화를 치켜들었다.

  “어어- 여보세요.”

  “누구세요.”

  “아 저는 00시 강력계 B형사라고 합니다. 이가을씨 맞으신가요?”

  “경찰?”

  “네, 네, 경찰이요.”

  “아, A 때문에 그런 거 에요?”

  그랬다. 그래서 B는 또다시 발품을 팔았다. 그는 카페를 갔다. 카페는 정말이지 이골이 난다. 여자들. 카페. 여자들이 하하호호대며 떠드는 곳이 바로 카페다. 그것이 B의 지론이었다. 누가 이가을인지는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알 듯 했다. B는 이가을을 알아보는 자신이 싫을 정도로 눈에 띄는 그녀를 속으로 원망했다. 김현주는 넋이 나갈 정도로 예뻤다. 그런데 이가을은 눈에 띄게-

  “추하죠.”

  “네?”

  B가 못들은 척 이가을에게 되물었다.

  “나는 못생겼어요. 나도 그걸 알아.”

  B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측은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녀는 정말... 못생겼었다.

  “부모 유전자가 엿같이 섞인 건지. 우리 엄마 아빠는 이렇게 안 생겼거든. 나는 그래도 나름은 생물과를 나와서 그런 건 아는데. 로또가 조또로 터진 건지. 아하하. 말이 많았죠. 내가 말이 많아.”

  “A를 아셨던 건 맞죠?”

  “A 당연히 알았지. A가 얼마나 불쌍한 애였는데.”

  그러고 그녀는 아메리카노를 쪽쪽 마신다. 그린 무슨 프라프치노를 먹는 김현주의 기품과 이렇게 대조될 수가 없다고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B는 그런 자신을 자책하면서도 이가을에게서 느끼는 거부감을 억누르는 데에 많은 애를 써야 했다.

  이가을은 40대 후반 내지는 50대의 여성처럼 이야기했다. 그냥 속된 말로 아줌마 같았다. 30대 초반이라고는 보기 힘든 인상이었다.

  “A는 그렇게 예쁘게 생겨놓고도 늘 우울해 했어요. 애기가 얼마나 안됐든지. 늘 나와 얘기하면 울어. 자기 얼굴 갖고. 그렇게 울었어. 집에 가서도 울었겠지. 나오면 눈이 퉁퉁 불어서. 애가 그렇게 안됐을 수가 없어.”

  “A씨는 그러니까, 외모에 대한 열등감이 있었단 말인가요?”

  “있었다마다요.”

  아무리 말을 해도 기괴한 이가을의 말투는 정말이지 적응이 안 될 지경이었다. B는 머리를 문지르며 그녀에게 물었다.

  “그럼 김현주는요? 김현주라는 사람 알았나요?”

  B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추함으로 가득한 이가을의 표정에서 무언가가 분명 번뜩였다. 기괴했다.

  “A 아는 동생이잖아요. 당연히 알지.”

  김현주는 이가을을 모른다고 했다.

  B는 그림을 그린다. 아무리 봐도 김현주 쪽이 거짓임이 틀림이 없었다. 그러나 그러기 이전에 자꾸만 더 반짝이는 그림이 머리를 뒤덮는다.

  A. 아는 동생 김현주. 아는 언니 이가을.

  좀 더 사악하게.

 성형괴물 A. 자연미인 김현주. 그냥괴물 이가을.

  우리는 줄임말도 쓸 줄 안다.

  성괴A 미인현주 괴물가을

  B는 머릿속에서 이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저녁이었다. 김현주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싸구려 케이블 채널의 시사 전문 프로그램에서 안경을 쓴 정신분석 전문의가 침을 튀대며 떠들어댄다. 무척이나 진정성 있어 보이려 노력하지만, 그는 그의 번들거리는 주둥이로 책을 팔러 나왔을 뿐이야. B는 건조하게 TV를 쳐다본다. 미스터 세오울이라고 그를 부르는 다른 모두들도 마찬가지이다.

  ‘A씨를 죽인 건 그녀 스스로가 아니라 바로 그 잡지에요...’

  진보인지 현실 부정자인지 무정부주의자인지 모를 논객 하나는 열심히 정부 탓을 한다. 그들은 늘 그래왔다. 그러나 이번엔 다들 전문가의 말을 듣는다. 이건 죽음에 대한 이야기니까.

  모든 게 다 거창해 보일지 모르지만, 60억 개의 돌 중 하나가 사라졌을 뿐이다. A는 하품을 했다. A 옆의 순경은 스마트폰으로 다시 고개를 돌린다.

  ‘모든 건 고인의 수없이 많은 패션 잡지와, 경찰이 용케 찾아낸 그녀의 일기장에서 고리가 찾아내질 수 있다는 것이에요.’

  흑요석, 다이아몬드, 호박, 그딴 돌 말고. 거대한 산화규소 덩어리가 무수하게 쪼개진 그런 멍청한 돌 하나가. 아파트 현관만 나와도 볼 수 있는 그 거대하고 무미건조한 덩어리 중 어쩌다 하나가 사라진 것뿐이다.

  고인의 망상증과, 잡지와 그 일기장에서.

 

  그 일기장은 리프레서로 박살난 A의 파편과도 비슷했고, 마네킹 대가리를 가져가 장식한 A의 골방처럼 냄새가 난다.

  단순한 여자의 일기장이라기보단 증거물품에 가까웠던 A의 그것은 향수 샘플을 진하게 뿌린 것 마냥 어지럽고 복잡했다. 조잡한 숫자들부터 아름다운 연예인의 이름들이 우르르 적혀 있거나, 음악이 있거나 (음악 제목의 일부도 B는 알아 볼 수 있었다) 한 단어가 규칙적으로 반복되거나 하는 광기가 있었다.

 

  김현주와 이가을과 A가 함께한 시간이 있었을까? 이가을은 김현주와도 아는 사이라고 말했다. 이가을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셋은 아는 사이였다. 그랬다면, 얼마나 그것은 기괴했을까? B는 그것을 상상하는 자신을 자책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흉물스럽고 혐오스러운 무언가를 안전한 곳에서 상상하듯 오금이 저렸다. 김현주. 그들 중 유일한 인간. 그녀는 왜 A와 친구일까. 문자가 왔다. 김현주였다. 만날 수 있냐는 문자였다. 똑같은 광화문. B는 홀리듯 나섰다.

 

  나를 찍어줘.

  리프레서에게? 아니면 카메라 셔터에게?

  김현주의 얼굴이. A의 얼굴이 교차된다. 어지럽다. A는 정말 스스로 죽은 걸까?

 

  무정부주의자가 또다시 무의미하게 속삭인다. A를 죽인 건 바로 그 잡지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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