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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잿빛세상에 뜬 붉은 달
작가 : AT하나
작품등록일 : 2017.12.6

가상세계인 'D월드'가 상용화된 현재, D월드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를 처리하는 VA수사대원으로 일하게 된 주인공 린느 후즈가 겪을 미래의 이야기

 
001. VA수사대(1)
작성일 : 17-12-06 18:51     조회 : 392     추천 : 0     분량 : 1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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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국 소속 VA 수사대 입사를 축하합니다!”

  “…어…?”

 

  물론 처음 출근한 건 맞다. 오늘 막 발령을 받았고……. 하지만 설마하니 근무시간에 이렇게 열렬히 환영해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오늘 막 새로 입사하게 된 여자는 VA수사대의 결원으로 인해 갑자기 추진된 공채로 합격한 인재였다. 그 결원도 부상으로 인해 그가 부서를 옮겼기 때문에 생긴 것이었고…. 그래서 그녀는 VA수사대가 매우 험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이렇게 훈훈한 분위기라니……. 오히려 적응을 못하는 쪽은 신입사원이었다. 게다가 그녀가 당황한 가장 큰 이유는, 맨 앞에서 환영인사를 건네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소년 때문이었다. 신입사원이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멍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 수사대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일이 바쁜 건 맞다. 하지만 신입사원이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기 때문에 아무리 바빠도 처음 출근한 날에는 환영인사를 해주자는 부대장의 의견으로 인해 이런 전통이 꽤 유지되고 있다. 신입사원을 가장 앞에서 반겨주었던 소년은 옆으로 물러나면서 다시 한 번 손을 흔들어 인사를 건넸다. 그녀의 눈은 소년을 향해 따라가다가, 소년의 뒤에서 나오는 거대한 사람을 보고 정신을 똑바로 차렸다. 거대한 사람은 거의 2m에 육박하는 키를 가지고 있는 데다, 얼굴에 흉터까지 있어서 매우 사납게 생긴 사람이었다. 민머리에, 까만 피부를 가진 그는 기백만으로도 상대를 제압하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 새로 온 그녀는, 이미 면접 때 제압을 당해봤기 때문인지 그렇게 겁에 질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는 얼굴이 나와서 그런지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 출근하게 된 린느 후즈라고 합니다. 린이라고 불러주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반갑군. 나는 VA수사대 대장 조셉이네. 자세한 설명은 부대장이 해줄 테니 그걸 듣도록 해. 급하게 채용된 거라 연수가 있어도 나중이 될 테니까.”

  “알겠습니다.”

  “안녕, 신입. 소개 받은 부대장 제닌 아스펜이야. 지금 수사대가 정신없이 바빠서, 나머지는 나중에 인사하자고. 이쪽으로 와. 반, 너도 와.”

 

  대장의 옆에서 나온 부대장은 린보다도 키가 큰 남색 머리카락의 여자였다. 머리카락이 짧아서 얼핏 보면 남자로 착각할 수도 있을 정도지만, 목소리는 높은 편이었기 때문에 여자인 건 분명했다. 같은 색깔의 눈동자를 가진 그녀는, 아까 인사할 때 가장 앞에 서 있던 소년을 함께 부르며 린을 데리고 갔다. 소년은 부대장인 제닌을 따라가면서도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린은 상황이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걸 느꼈지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뭐라고 지적해야 할지 떠오르지도 않아 한 마디도 튀어나오지 않는 상황을 경험하고 있었다. 부대장은 걸어가면서 린에게 대충 설명을 시작했다.

 

  “아까 네가 봤던 곳이 수사대원들이 모두 있는 곳이고, VA수사대의 독립된 공간이야. 저쪽 구석에 있는 작은 방이 대장실이고, 내 방은 따로 없어. 대신 대장하고 가장 가까운 자리가 내 자리야. 수사대실 말고 나머지 공간은 보안부야. 이 길을 쭉 따라가면 휴게실이 나오거든. 지금은 거길 갈 거야.”

 

  수사대실에서 나와 왼쪽으로 쭉 가니, 과연 휴게실이 있었다. 휴게실은 탕비실과 비슷했는데, 테이블이 있어서 카페테리아 같은 느낌도 줬다. 다만 조금…더럽다는 정도가 다를까. 청소를 안 해서가 아니라, 그냥 기본적으로 더러운 것 같다. 이미 휴게실 안에 있던 사람들은 피곤에 절어서 커피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그들이 비틀비틀 걸어가면서 쓰레기가 떨어지거나 했으니 말이다. 좀비와 다름이 없다. 린은 그걸 보면서 확실히 업무강도가 강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제닌은 테이블 하나를 잡고 린과 다른 소년, 반을 불렀다.

 

  “자세한 설명은 반이 해줄 거야. 아. 이쪽은 반 H 미네야. 그냥 반이라고 불러도 돼. 그래도 이해 안 가는 게 있으면 그 때 나한테 물어보고. 질문은?”

  “아뇨…괜찮습니다.”

  “좋아. 아주 우수한 인재라고 들었으니까 잘 부탁한다! 나중에 인사 찐하게 하자고. 반, 부탁해. 간다, 꼬맹이들!”

 

  제닌은 씩 웃더니만 두 사람의 머리를 엉망진창으로 헝클어뜨리며 쓰다듬고는 휴게실에서 나가버렸다. 린은 멍한 얼굴로 제닌의 뒷모습을 보다가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하기 위해 묶고 있던 머리를 풀었다. 린은 까만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는데, 제법 길어서 풀고 나니 가슴께까지 갔다. 여전히 긴장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던 린은, 안경 너머로 보이는 반의 웃는 얼굴을 보고 다시 한 번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머리를 다 묶고 나서 안경을 치켜 올린 린은 반을 보았다. 설명을 시작하라는 눈치를 준 것이었다. 그런데 반은, 다른 이야기를 했다.

 

  “여기에서 만나니까 신기하지?”

  “……너 알면서 일부러 아무 말도 안 한 거야?”

  “에이, 그럴 리가…라고 말하고 싶지만 어제 얼핏 들었어.”

 

  반이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웃었다. 린은 절망하며 머리를 감쌌다. 린과 반은 사실 어제 처음 만났다. 정보국과 전혀 관련 없는 곳에서 말이다. 그랬기에 방금 전에 환영인사 때 반이 가장 앞에 있는 걸 보고 린이 심하게 놀랐던 것이다. 티는 크게 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반은 이제 겨우 18살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학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설마하니 자신보다 먼저 정보국에 입사한 천재일 줄이야! 얼핏 면접 때, 린의 나이를 보고 면접관들이 놀라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 나이에 저 정도 지식이라니, 천재네요.”

  “재작년에 입사했으면 최연소 합격자가 될 수도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작년 최연소합격자는 못 이기겠군요.”

 

  그 최연소합격자가 눈앞의 이 애일 줄이야. 제닌이 꼬맹이라고 부르기는 했지만, 반은 키가 작지 않다. 제닌보다도 사실 키가 크다. 거기에 특이하게 짙은 보라색 머리카락에 약간 검은빛이 도는 파란 눈동자를 가진, 아주 화려하고 예쁘장한 외모를 한 아이이다. 그래, 아이라는 단어가 어색할 정도로 말이다. 절망하고 있는 린을 보고, 약간 미안한 생각도 들었지만 사실 반은 즐거웠다. 어제 린을 처음 만나고, 관심이 많이 생긴 상태였으니까.

 

  “그래도 오늘 또 보니까 난 좋은데.”

  “…수사대 연수 시작해주지 않으실래요, 선배님?”

  “아, 호칭은 괜찮아! 어제처럼 반이라고 불러줘. 대장님하고 부대장님을 제외하곤 따로 직급이 없어서, 그냥 불러달라는 대로 불러주고 있거든.”

 

  의외로 편하네? 린은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 어느 새 꺼내든 핸드폰으로 ‘호칭은 편하게’라고 적었다. 일단 수사대장만 보고도 엄청 군대식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딱히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옷차림도 그다지 정해져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반도 지금 아주 편하게 티에 청바지, 그 위에 후드 집업을 입은 정도고, 방금 전에 나왔던 부대장이라는 사람도, 아주 편해 보이는 점퍼를 겉에 입고 있었다. 소매에 ‘VAIT’라고 써있었는데, 그 밑으로 작게, ‘Virtual Account Investigative Team’이라고 적혀 있었으니까…. 그건 수사대에서 맞춘 옷이란 이야기가 된다. 물론 린도 정복은 지급 받았다. 여성정장처럼 생긴 것으로, 입고 올 필요는 없다고 했으나 혹시 몰라 가져오기까지 했는데 정말 그럴 필요가 없는 것 같다. 반은 린이 고개를 끄덕이니 이내 설명을 시작했다.

 

  “잘 알고 있겠지만, VA수사대는 정보국 보안부 소속 특수수사대야. 정보국은 D월드에서 보안과 의학을 담당하고 있고. 그 중에서 VA수사대는 D월드와 현실세계를 오가며 범죄를 일으키는 자들을 담당하고 있어.”

 

  린도 이건 잘 알고 있다. 정보국 산하에는 보안부와 의학부가 있다. 보안부는 말 그대로 D월드의 보안을 담당하고, 의학부는 의료를 담당한다. 보안부가 주로 담당하는 건 D월드 내부에서의 범죄인데, 간혹 현실세계에 있는 사람들이 D월드를 넘나들며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생겨났다. 그들을 추적하기 위해서는 좀 더 인재가 필요했기에 VA수사대가 별도로 마련되었다. 그게 오늘 린이 입사한 수사대의 업무였다. D월드라는 건 가상세계를 가리키는 것이다. D월드라는 말 자체를 사용하면 위화감이 들기 때문에 다른 차원의 또 다른 세계라고 인정한다는 의미에서 D월드라는 말을 붙였다. 실제 D월드 내부에서도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세상을 D월드라고 부르고 있다. D월드가 상용화된 지금, VA수사대의 역할도 점차 늘어나고는 있는데, 업무강도에 비해 사람을 많이 뽑지 않고 있어서 린도 겨우 들어온 것이었다. 그래도 업무 자체가 보안부와 떨어지지는 않기 때문에, 정보국 9층에 위치한 보안부와 같은 층에 있다. 조금 구석진 곳에 조그맣게 있지만 말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대장님 주관으로 회의가 있어. 그 때 사건이 재분배되기도 해. 아, 수사대원들은 기본적으로 혼자 수사하고 있어. 각자 능력이 다 달라서, 대장님과 부대장님이 사건을 분배해주고. 근데 최근에 대원 한 명이 습격당하는 사건도 있고 해서…이건 좀 바뀔 수도 있을 것 같아. 아, 그리고 회의 때에는 꼭 유니폼을 입어야 해.”

  “유니폼?”

  “아까 부대장님이 입고 계시던 거 있잖아.”

 

  아무리 봐도 편해 보였던 그 점퍼가 유니폼인가…? 린은 일단 그 내용도 핸드폰으로 적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 점퍼라면 그냥 계속 자리에 두었다가 회의 때만 입어도 되겠는 걸? 큰 문제없겠다. 린이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반은 린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말하더니만, 어딘가로 뛰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손에 아직 포장을 뜯지 않은 점퍼를 들고 나타났다. 아주 신이 난 얼굴로 말이다.

 

  “누나 건 이거! 내가 따로 빼놨거든.”

  “고마워.”

 

  아이러니하게도 린은 그 편하디 편한 점퍼를 받으면서, 자신이 입사했다는 걸 실감했다. 묘하게 뺨과 귀가 빨개진 걸 눈치 채지 못했는지 반은 계속 설명을 이어갔다.

 

  “아마 오늘이나 내일 중에 주소가 지급될 거야. 기본적으로 수사대원은 세 개를 가지고 있어.”

  “아……접속할 때 사용하는 거구나.”

 

  반이 고개를 끄덕였다. VA수사대는 특성상 D월드에도 접속해야 하는 일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국 소속 VA수사대는 D월드에 접속할 수 있는 통로라고 볼 수 있는 주소를 세 개씩 지급받는다. 물론 일반인들은 그 주소를 지급받는 절차를 밟고, 단 하나만 지급 받는다. 주소는 D월드에 접속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고, 그 주소에 D월드에서의 모습, 개인 정보가 담긴 정보의 결정체를 저장한 것이 VA이다. 이때 외형도 본인이 구성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관련 회사들도 많다. 하지만 수사대는 한 가지 주소가 아니라 최대 세 개의 주소를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D월드에 접속하려면 주소와 VA만 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 접속하려는 사람도 접속포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린도 3년 전에, 포트를 달았다. 일반적으로 신경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므로 목덜미에 그 포트를 만들어둔다. 그래서 사람들은 목덜미에 네모난 구멍 모양의 접속포트를 다 달고 있다. 그걸 인간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목을 가리기도 하는데, 린은 딱히 그러지는 않았다. 애초에 구멍이 있다고 해도 항상 그 접속포트를 열고 다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때 반이 린에게 물었다.

 

  “누나도 다수VA?"

  "…아니, 변형VA."

  “진짜? 대단하다! 매번 접속할 때마다 정보를 구성해서 VA를 만든다고?”

 

  린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국에서는 접속 형태를 두 가지로 분류했다. 하나는 다수, 하나는 변형이었다. 다수VA는 지급된 세 개의 주소를 모두 다 구성해 가지고 다니면서, 접속할 때마다 VA를 교체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주소 하나당 VA를 하나만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VA 수는 최대 세 개라는 이야기이다. 이게 제일 흔한 방법이긴 하지만 어쨌든 세 개라는 한계가 있으므로 1년이나 반년에 한 번씩 VA 변경신청을 해서 변경한다. 하지만 변형VA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주소 자체가 비어있다. 그리고 접속하기 직전에, 접속하려는 사람이 외형부터 데이터를 모두 다 만들어내야만 접속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건 프로그래밍 능력부터 지식이 있지 않으면 오히려 불편하고 어려운 방법이라 정보국 내에도 인원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데, 그 안에 린도 들어간다는 이야기였다. 반이 놀라는 건 이상한 게 아니다. 린을 우수한 인재라고 말한 이유도, 변형VA가 가능하기 때문인 게 크니 말이다.

 

  “그럼 접속할 때 키보드가 꼭 있어야겠네.”

  “응. 그래서 상비하고 다니지.”

 

  린이 가져온 가방은 짙은 회색 백팩이었는데, 그 안에는 처음에 지급 받은 정복과 함께, 키보드도 들어있다. 접속을 언제 어디서 하게 될지 모르므로 변형VA는 꼭 입력장치를 가지고 다녀야만 했다. 키보드라고는 해도 커다란 형태가 아니라, 작게 접혀 있다가 펴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방 안은 아직도 넉넉하게 비어있다. 반은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린에게도 손짓해서 일어나게 하더니, 휴게실에서 나가 어딘가로 린을 데리고 갔다.

 

  “일단 접속실부터 알려줄게. 접속은 거기에서 하는 게 제일 안전하거든.”

  “따로 있구나. 하긴, 자리에서 하면 이상하겠다.”

 

  “그렇지. 일단 D월드에 접속하면 현실에 있는 몸은 꼼짝도 못하니까.”

 

  D월드에 접속하는 건, 신경계를 연결하는 것이므로, 현실의 몸은 전혀 움직이지 못한다. 그러니까 누군가는 이렇게 묘사하기도 했다. 현실세계에 있는 사람의 영혼이 D월드로 넘어가는 것과 같다고. 매우 비과학적인 설명이긴 하지만 얼추 맞는 말이기는 하다. 정말 영혼이 없는 몸처럼 꼼짝도 하지 않으니까. 반은 휴게실에서 나와 다시 수사대가 있는 파티션을 지나고, 반대쪽 끝으로 걸어갔다. 보안부와 수사대는 어느 새 일하느라 정신이 없다. 뛰어 다니는 사람들, 굉장한 속도로 타자를 치는 사람들…. 린은 진풍경이라고 생각하다가, 반이 접속실 문을 열고 손짓하기에 그쪽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접속실은 기본적으로 매우 어두웠다. 그리고 침대가 매우 촘촘하게 놓여있다. 그래, 얼핏 보면 수면실 같은 곳이다. 하긴, 수면실이라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다. 접속실에는 이미 접속하고 있는 인원이 몇 명 있었다. 그 사람들을 피해 안쪽으로 걸어간 반은 침대에 걸터앉고는 베개가 있는 쪽에서 잭을 뽑아냈다. 그게 접속할 때 사용하는 잭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주머니를 뒤지더니만 USB 하나를 꺼냈다. 아마 저기에 주소와 VA가 저장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안 정도나 포트 형태 같은 것이 USB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그래서 호칭이 따로 있지만 다들 그냥 USB라고 불러도 뭔지 다 알았다. 포트 모양만 봐도 구분이 가능하니까 말이다. 반은 잭을 뽑아낸 작은 상자 모양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여기에 USB를 꽂으면 돼. 연결될 때 자동으로 암호화가 되기 때문에 해킹 염려는 안 해도 돼. 그리고 이 잭을 목에 꽂는 거지. 접속은 해봤지?”

  “응. 변형VA를 연습하려면 아무래도.”

  “그러네. 나중에 누나 접속할 때 모습 보면 진짜 까무러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난 아직 변형VA가 접속하는 모습을 못 봤거든.”

  “흔하지 않다고는 하더라. 그런데 특출난 능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입사하지 못할 것 같았어.”

  “…루나 누난 왜 정보국에 지원한 건데?”

 

  반의 뜬금없는 질문에 린은 입을 다물었다. 린이 아니라, 루나라고 부른 것 때문에 매우 기분이 나빴다. 반이 린의 저 다른 이름, ‘루나’를 알고 있는 것도 어제 다른 장소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린은 그 호칭으로 불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걸 반은 전혀 모르기 때문에, 궁금하긴 했지만 더 물으면 실례일 것 같아 나중에 이야기해달라고 하곤 미련을 버렸다. 린이 반에게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다그치려는 그 때, 누워 있던 사람들 중 한 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접속한 후에는 후유증이 있어서, 조금 누워 있다가 천천히 일어나는 게 맞는데 저렇게 벌떡 일어나는 사람이 있다니! 전혀 예상도 못해서 린과 반이 모두 놀라 흠칫하는 사이, 그 사람은 기지개를 펴며 아주 어색하게 입을 열었다.

 

  “으…어지럽구만. 아니, 이게 누구야? 루나 아니야?”

  “……세상에….”

  “국장님?”

 

  린이 다시 한 번 절망하는 얼굴을 하고, 반은 놀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국장이라고 하면, 이 정보국 전체를 관할하는 정보국장을 칭하는 호칭이다. 그러니까 이 정보국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라는 말이다. 반도 국장 얼굴은 몇 번 본 적 없다. 그런데 이 어둠 속에서 그를 알아본 건, 그나마 정보국장이 최근에 몇 번 수사대장을 찾아온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국장은 아주 자연스럽게 너무 어두우니 밖에서 얘기하자면서 먼저 접속실에서 나가버렸고, 반은 얼떨떨한 얼굴로, 린은 두통이라도 오는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면서 접속실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가니, 세상 인심 다 가진 것 같은 사람 좋은 얼굴로 서 있는 남자가 있었다. 그는 갈색 빛에 가까운 금색 머리카락에 녹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턱수염을 조금 기르고 있었는데, 지저분해보이지는 않았다. 국장이 이렇게 환히 웃는 건 반도 처음 봤기 때문에 여전히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린은 반의 눈치를 슬쩍 보았다가 반이 자신을 전혀 보고 있지 않은 걸 보고 국장을 노려보며 조용히 하라는 듯 오른손 검지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 앞에 가져다댔다가 순식간에 치웠다. 아주 빠른 속도였다. 즉,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걸 알아들은 건지 아닌 건지, 국장은 먼저 반에게 인사를 건넸다.

 

  “최연소 수사대원이지? 이름이 반이고.”

  “네, 맞습니다.”

  “그렇게 딱딱하게 굴 것 없어. 편하게 대해도 돼.”

  “아니, 그래도 국장님이신데….”

  “이쪽은, 이번에 새로 온 수사대원인가?”

  “아, 네. 누나, 인사 드려. 체첸 정보국장님이셔.”

  “안녕하십니까, 국장님. 린느 후즈라고 합니다. 린, 이라고 불러주세요.”

 

  아까와 수사대원들에게 자신을 소개한 것과 같은 말인데, 묘하게 좀 더 낮은 톤이다. 아무래도 일부러 그렇게 말한 것 같다. 게다가 ‘린’이라고 불러달라고 아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조금 이상했다. 아까 전에 국장은 분명히 린을 ‘루나’라고 부르지 않았나? 그 호칭은…….

 

  “린느, 라면 ‘달’이라는 뜻이잖아? 그럼 ‘루나’라고 불러도 괜찮지 않을까? 달의 여신이라는 아주 좋은 뜻이 있는데.”

  “린, 이라고 불러주세요.”

  “루나 쪽이 더 어울리는데.”

  “국장님. 린, 입니다.”

  “국장님도, ‘세잎클로버’에서 봉사활동 하신 적 있으세요?”

 

  체첸 국장과 린의 신경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반이 끼어들었다. 린과 체첸의 시선이 모두 반에게 꽂혔다. 그리고 린의 시선은 다시 체첸에게로 돌아갔다. 체첸은 꽤 멍청한 얼굴을 한 채 반의 말을 잘 못 알아들은 얼굴을 했다. 세잎클로버도 모른단 말이야? 봉사·배려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네…. 린은 그런 체첸 국장을 원망하면서 먼저 입을 열었다.

 

  “설마 전국에서 제일 유명한 NGO 단체인 ‘세잎클로버’를 모르시는 건 아니시겠죠?”

  “아, 그, 그럴 리가! 하하.”

  “저도 거기서 누날 처음 만났어요. 거기 대표님께서 누나를 ‘루나’라고 부르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그렇게 부르고 싶었는데!”

  “뭐? 넌 안 되지.”

  “…네?”

  “둘 다 부르지 마세요….”

 

  대뜸 반에게 정색하는 체첸을 보며 반이 되묻는 사이, 린은 가운데서 인상을 찌푸린 채 중얼거리듯 말했다. 반의 말이 맞긴 했다. 반과 린이 처음 만난 어제는, 린이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가는 날이었다. 가장 큰 NGO 단체인 ‘세잎클로버’와 린은 인연이 있었기 때문에 꽤 오래 전부터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고, 어제는 진짜 우연히 반도 그 자리에 있었다. 그래서 알게 된 것이었다. 린이 다시 한 번 두 사람에게 ‘루나’라고 부르지 말 것을 못 박으려는데, 체첸의 핸드폰이 울렸다. 체첸이 핸드폰을 보곤 그 발신인을 확인했는데, 금세 얼굴이 새하얘졌다. 그리고는 두 사람에게 매우 아쉬워하는 얼굴로 작별인사를 건넸다.

 

  “내가 급한 일이 있어서, 아무래도 먼저 가야겠네. 나중에 또 보자고.”

  “네, 국장님.”

 

  국장이 손을 열심히 흔들며 멀어지는 모습은 참으로 진풍경이었기에 보안부 사람들도 체첸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물론 체첸이 평소에도 위엄 있는 국장이었던 건 아닌데, 그렇다고 저렇게 헤실헤실 웃고 다니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잘 대해주는 건 맞지만 말이다. 국장이 사라지고 나서 반은 린에게 물었다.

 

  “누나, 국장님하고 알아?”

  “……그게…응. 좀 알아. 근데 그런 건 별로 안 밝혀졌으면 해서….”

  “알았어, 아무한테도 말 안 할게.”

  “고마워. 그리고 아까도 말했지만…‘루나’라고 부르지 말아줘. 그냥, 린이라고 불러.”

  “그렇지만…분명히 ‘세잎클로버’ 대표님은 그렇게 불렀고, 별말 안 했잖아.”

 

  반은 그저 묻고 싶어서 물었을 뿐인데, 린은 반이 수긍하지 않자 입을 다물어버렸다. 물론 이러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었다. 오늘 처음 나온 일터에서 만난 사람이고, 앞으로 지낼 사람이기 때문에 잘 설명해주고 달래야하지만……린에게 ‘루나’라는 이름은, 쉽게 입에 담을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린의 표정이 매우 어두워진 걸 보고 나서야 반은 린에게 사과를 했다. 린은 그 후로 말수가 급격하게 줄었다. 그 때 수사대 쪽에서 누군가가 반을 불렀다.

 
작가의 말
 

  SF 장르로 볼 수 있는 '잿빛세계에 뜬 붉은 달'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설명할 것이 많네요ㅠ 아마 보다보면 익숙해지실 거라 생각하지만 너무 어렵게 느껴지지만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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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019. 센트럴 경찰서장 상해사건(1) 2017 / 12 / 16 252 0 7818   
18 018. B-15 창고(3) 2017 / 12 / 14 254 0 9047   
17 017. B-15 창고(2) 2017 / 12 / 14 234 0 6253   
16 016. B-15 창고(1) 2017 / 12 / 13 245 0 9223   
15 015. 붉은 달 스캐너 사건(2) 2017 / 12 / 13 235 0 11770   
14 014. 붉은 달 스캐너 사건(1) 2017 / 12 / 12 230 0 9406   
13 013. 리슈베르 사 테러방지팀(4) 2017 / 12 / 12 240 0 11789   
12 012. 리슈베르 사 테러방지팀(3) 2017 / 12 / 11 248 0 11192   
11 011. 리슈베르 사 테러방지팀(2) 2017 / 12 / 11 259 0 9964   
10 010. 리슈베르 사 테러방지팀(1) 2017 / 12 / 10 231 0 9061   
9 009. 세잎클로버(3) 2017 / 12 / 10 250 0 9279   
8 008. 세잎클로버(2) 2017 / 12 / 9 246 0 12680   
7 007. 세잎클로버(1) 2017 / 12 / 9 262 0 9112   
6 006. 수사대 첫 임무(4) 2017 / 12 / 9 233 0 4911   
5 005. 수사대 첫 임무(3) 2017 / 12 / 9 227 0 10289   
4 004. 수사대 첫 임무(2) 2017 / 12 / 7 238 0 7314   
3 003. 수사대 첫 임무(1) 2017 / 12 / 7 241 0 10554   
2 002. VA수사대(2) 2017 / 12 / 6 257 0 6350   
1 001. VA수사대(1) 2017 / 12 / 6 393 0 1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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