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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너무나 특별한 소녀
작가 : 최윤슬
작품등록일 : 2017.11.5

'이대로 아무런 일도 없이 삶이 끝날지도 몰라.'
만사가 무기력한 열여덟 수연에게 너무나 특별한 찬별이 다가온다.
그들의 친구 프랑소와까지, 세 사람의 너무나 특별한 성장담.

 
-20화- 찬별의 실연 2
작성일 : 17-12-06 16:54     조회 : 301     추천 : 0     분량 : 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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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 쳐서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었다. 수연은 문학 수업 내내 노트에 필기를 하는 척 찬별에게 편지를 썼다.

 

  실은 지욱과 그동안 연락을 주고받았으며, 어제 지욱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물어봤다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고민하다가 지욱에게 고등학생인 것을 이실직고했다는 이야기는 쏙 뺐다.

 

 

  (상략)

  ......하여간에 지욱오빠 말로는 그날 파티에서 봤던 임아영이란 여자 있잖아...... 그 여자네 외삼촌의 친구인가 하는 사람이 스페인에서 한인 게스트하우스를 하는데 심재연이 거기에서 일손 돕는 대신 무료로 숙식할 기회를 제안 받았다는 거야. 그리고...... 임아영도 마침 스페인으로 여행을 갈 거래. 나쁜 년이, 따라가려는 거겠지.

 

 

  선생님이 판서를 하는 사이 수연은 노트를 찬별에게 넘겼다. 수연의 노트를 전달 받은 찬별은 그것을 우아하게 넘긴 후 읽기 시작했다. 수연은 펜 끝을 딱딱 씹으며 찬별의 등을 지켜보았다. 찬별은 그 어떤 동요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이 부분은 시험에 무조건 나온다. 이렇게 알려줬는데도 못 주워 먹으면 머저리여, 알았니.”

 

  아이들의 ‘네.’ 하는 맥 빠진 목소리와 동시에 종이 울렸다. 수연은 찬별이 먼저 이쪽으로 달려오겠거니 생각하며 엉덩이를 붙이고 기다렸다. 하지만 찬별은 수업 시간과 똑같은 포즈로 책상에 붙박여있었다.

 

  ‘너무 심한 충격에 부딪쳐 멘붕에 빠진 건가?’

 

  수연은 걱정이 되어 찬별에게 다가가 어깨를 흔들었다.

 

  “찬별......”

 

  찬별은 고개를 들어 수연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 눈동자 속에는 물기가 반짝반짝 고여 있었다.

 

  “수연아.”

  “응.”

  “차수연.”

  “응.”

 

  찬별은 수연의 배를 갑자기 세게 꼬집었다. 수연의 비명 소리에 모두가 잠시 주목을 했다. 수연이 찡그린 얼굴로 헤헤 웃자 다시금 자기들의 수다 삼매경으로 돌아갔다. 찬별은 방금 수연의 배를 꼬집은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딱딱 부딪쳐 보이며 싸늘하게 말했다.

 

  “요망한 년. 이 언니 몰래 썸을 타? 이건 절교감이야.”

 

  수연은 뜨거운 배를 어루만지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사과했다.

 

 

  그나저나, 이게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괜찮아?”

 

  수연의 질문에 찬별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도통 속에 무슨 생각을 담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는 표정이었다.

 

 

  문제는 방과 후 벌어졌다.

 

  종례를 마치자마자 교실을 뛰쳐나가는 찬별을 아이들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수연이 뒤늦게 쫓아가봤지만 찬별은 이미 운동장 저만치를 혼자 뛰어가는 중이었다.

 

  “야! 박찬별!”

 

  교문 밖까지 제 이름을 부르며 쫓아오는 수연을 무시하고 찬별은 택시를 잡아탔다. 수연은 폐가 입 밖으로 쏟아져 나올 것 같은 통증을 느끼며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헉, 헉, 기집애, 달리기까지 잘 해, 나쁜 년.”

 

 

  찬별은 재연의 집 앞에 내린 순간에서야 자신이 교복 차림이란 것을 깨달았다. 그만큼 경황이 없었다. 수연의 편지를 읽는 내내 온 몸의 피가 줄줄 새어나가는 기분이었다. 수연 앞에서는 애써 담담한 척을 했지만, 피가 거꾸로 솟는 바람에 나머지 수업 시간 동안에는 도대체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기억이 전혀 안 날 정도였다.

 

  당연하지만 재연의 현관문을 아무리 세게 두드려도 나와 보는 이는 없었다. 아직 세 형제 모두 알바를 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찬별은 현관 앞에 쪼그리고 앉아 다시 한 번 재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전히 전화기는 꺼져있었다.

 

  ‘나쁜 새끼.’

 

  찬별은 저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손바닥으로 대충 훔쳤다.

 

 

  자존심이 상했다.

 

  무엇보다 수연에게 자존심이 상하고, 어떻게 보면 화가 나는 것 같기도 했다. 자기에게 비밀로 하고서 썸을 탔다는 점도 서운했지만 무엇보다 자신보다 먼저 재연의 변심 단서를 잡았다는 것, 그것을 염려하는 눈빛으로 알려주었다는 점이 무척이나 자존심 상하게 느껴졌다.

 

  때마침 수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찬별은 가슴이 화로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수신거절 버튼을 눌러버렸다.

 

 

  사방이 깜깜했다. 자꾸만 눈물이 비어져 나왔다. 멍한 머리로 간신히 엄마 은희를 떠올릴 수 있었다.

 

  ‘오늘은 아빠가 찾아왔었다고 하자.’

 

  가장 안전한 거짓말을 찾은 찬별은 은희에게 문자를 보냈다.

 

  아빠 ‘찬식’은 찬별이 써먹을 수 있는 가장 든든한 카드였다. 미리 마련해둔 알리바이가 없을 때마다 찬별은 ‘찬식’ 카드를 꺼내들었고 은희는 별 다른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은희는 두 부녀의 만남에 대해서는 일절 터치를 안 하기로 마음먹은 것 같았다.

 

 

  은희에게 문자를 보내둔 찬별은 비로소 수연의 카톡을 열어 확인했다.

 

 

  [찬별아, 신림이야?]

  [찬별! 연락 좀 받아.]

  [죽을래? 걱정 시키지 마.]

  [만나서 얘기하자.]

  [나도 가고 있어, 신림. 너 거기 맞지?]

  [같이 있자, 찬별아.]

  [내가 속였던 것 미안해, 무릎이라도 꿇을게.]

  [찬별아......]

 

 

  찬별은 카톡창을 물끄러미 보다가 수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채 한 번을 떨어지기가 무섭게 수연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어디야?”

  “......오빠 집 앞.”

  “후, 그래. 나 신림역 거의 다 왔어. 조금만 기다려.”

 

  찬별은 전화를 끊고 모은 두 무릎 위에 이마를 대고 울었다. 심재는 정말 스페인으로 떠나버리려는 걸까? 그것도 임아영 그 기집애랑?

 

  ‘심재연, 너한테 난 대체 뭐야?’

 

 

  교복 차림의 수연과 찬별을 마주한 지욱은 혀부터 끌끌 찼다. 사실이야 알고 있었지만 막상 ‘여고생’으로서의 두 아이를 직접 눈으로 보니 기분이 남달랐다. 한 명은 금방이라도 세상이 끝장난 것 같은 얼굴로 훌쩍이고 있고, 한 명은 친구의 떼인 곗돈을 대신 받아주러 나온 사람과 같은 얼굴이다.

 

  세 사람 앞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커피가 한 잔씩 놓여있었다. 음악 소리가 까페의 공기를 말랑말랑하게 주물렀다.

 

  “뭐 어쩌려고 집까지 찾아왔어.”

 

  지욱의 무심한 목소리에 수연이 더 발끈해서 쏘았다.

 

  “답답하게 연락두절인데 찾아오게 되는 게 당연하지.”

  “넌 얘 대변인이냐?”

 

  지욱이 얼굴을 찡그리며 묻자 이번에는 찬별이 톡 쏘았다.

 

  “썸은 둘이 있을 때나 타시지?”

 

  수연이 삽시에 빨개진 얼굴로 찬별의 등을 때렸다. 지욱은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으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요새 나도 까페 일로 바쁘고 형들도 바빠서 얘기 나눌 시간은 별로 없었어. 그래서 찬별이랑 헤어진 것도 난 몰랐고.”

 

  수연이 인상을 썼다.

 

  “남자들끼린 그런 얘기 안 해?”

  “여자애들처럼 막 미주알고주알 늘어놓진 않지.”

  "너 그거 되게 차별적인 발언이거든?"

  "그래? 미안."

 

  찬별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수연과 지욱은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지욱씨가 아는 바로는, 심재가 스페인에 가게 됐다는 거지?”

 

  비로소 정신을 차렸는지 제법 이성적인 얼굴로 상황을 따져보는 찬별이었다. 지욱은 수연이 편지로 찬별에게 전한 내용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었다.

 

 

  “그 임아영이라는 여자 말이야.”

 

  찬별은 잠시 망설이더니 물었다.

 

  “심재 좋아하지?”

 

  지욱은 흐음, 하고 눈썹 모양을 일그러뜨렸다. 그리고는 툭 던지듯이 말을 했다.

 

  “아니라곤 못하겠다.”

 

  수연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찬별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인상을 쓴 얼굴로 골똘히 테이블을 내려다 볼 뿐이었다.

 

  “어쩐지! 그 날도 첫인상이 안 좋더라니!”

 

  그렇게 말하는 수연을 보며 지욱은 어깨를 으쓱 들어 보였다. 그리고 약간은 빠른 어조로 말을 덧붙였다.

 

  “그렇다고 해서 이상한 오해는 미리 하지 마. 재연형이 아영 누나한테 무슨 마음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형 입장에선 게스트하우스에서 무료 숙식하면서 지내는 기회가 흔한 것도 아니고, 충분히 도움 받고 싶을 거라고 봐. 박찬별 너랑 이렇게 된 건, 그거랑은 별개로 생각해야 한다는 거야.”

 

  찬별은 발끈했다.

 

  “임아영이 게스트하우스 소개만 안 해줬어도, 이렇게 금방 날아갈 생각은 안 했을 거야.”

 

  지욱은 차갑게 말했다.

 

  “스페인에 안 가면 너랑 안 헤어졌을 거란 거야?”

  “적어도 한국엔 있으니까 볼 수는 있잖아.”

 

  지욱은 천천히 말을 골랐다.

 

  “......좀 이기적으로 느껴진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면 그 사람이 가고 싶은 곳에 가도록 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

  “가버리면! 좋아할 기회도 없는 거잖아.”

 

  지욱은 살짝 인상을 썼다.

 

  “난 찬별이 네가, 지나치게 아영 누나 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외부의 탓으로 돌려야 네 문제 때문이란 생각을 안 할 수 있으니까 그런 것 같단 말야, 내 눈에는......”

 

  찬별은 지욱의 너무나도 날카로운 말에 입을 다물었다.

 

  “아니야?”

 

  셋 다 입을 다물었다. 누구도 앞에 놓인 커피잔에 손을 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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