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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너무나 특별한 소녀
작가 : 최윤슬
작품등록일 : 2017.11.5

'이대로 아무런 일도 없이 삶이 끝날지도 몰라.'
만사가 무기력한 열여덟 수연에게 너무나 특별한 찬별이 다가온다.
그들의 친구 프랑소와까지, 세 사람의 너무나 특별한 성장담.

 
-19화- 찬별의 실연 1
작성일 : 17-12-06 16:49     조회 : 282     추천 : 0     분량 : 4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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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찬별의 실연

 

  체육 시간 전의 10분은 체육복을 갈아입느라 화장실에 다녀오기도 빠듯했다.

 

  “체육 있는 날은 아예 체육복 입고 오게 해주면 좀 좋아?”

  “그니깐. 다른 교과 쌤들은 왜 체육복 입고 있는 꼴을 못 보는 걸까.”

  “교복이 예쁜 것도 아닌데. 우중충해가지고.”

 

  체육복 바지를 입고 치마를 끌어내리며 툴툴대는 아이들 사이로 멍 때리는 표정의 찬별이 있었다. 수연도 이제는 식은 죽 먹기인 체육복 안에서 셔츠 단추 풀어 벗기를 재빨리 마치고 머리를 고무줄로 묶었다.

 

  “야, 박찬별, 너 뭐 하는 거야!”

 

  수연이 뜨악한 얼굴로 찬별의 어깨를 때렸다. 찬별이 체육복 바지 속으로 교복 치마를 잔뜩 우겨 넣은 채 서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마치 찬별의 엉덩이는 도널드 덕의 여자친구 데이지처럼 거대해보였다.

 

  “아, 깜빡.”

 

  그제야 치마를 벗는 찬별이었다.

 

 

  찬별이 이상해졌음을 느낀 것은 수연뿐만이 아니었다. 선생님들은 물론 반 아이들까지도 찬별이 평소와 다르다며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수업 시간이면 빈틈없는 자세로 칠판을 응시하던 찬별이 멍하니 어딘가를 바라보다 선생님이 부르는 소리도 놓치는 일이 잦아졌다.

 

 

  참다못한 수연은 귀가 후 찬별에게 카톡을 보냈다. 찬별은 기다렸다는 듯 전화를 걸어왔다.

 

  “차수...... 나 미칠 것 같아.”

  “엉? 어디야?”

  “집.”

  “음. 지금 볼래?”

  “나올 수 있어?”

 

  수연은 9시를 가리키는 시계를 잠시 노려본 후 거실 쪽으로 귀를 세웠다. TV소리가 왕왕 울렸다.

 

  “줄넘기 들고 나갈게.”

  “어, 나도 그럴게. 놀이터?”

  “응.”

 

 

  가로등 불빛에 푹 젖은 놀이터에는 찬별이 먼저 와있었다. 회색 트레이닝복을 위 아래로 맞춰 입고 나온 찬별은 줄넘기를 얌전히 손에 쥔 채 벤치에 앉아있었다. 수연은 냉장고에서 꺼내 온 두유를 내밀었다. 찬별은 잠시 그것을 쳐다보다가 왁,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야, 야! 왜 그래, 박찬별!”

 

  엎드려서 대성통곡을 하는 찬별을 수연은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찬별이 어찌나 서럽게 우는지 수연도 덩달아 눈물이 샘솟으려 했다. 누가 울면 따라 우는 아가들의 마음이 십분 이해되었다.

 

 

  한참 닭똥 같은 눈물을 떨어뜨리던 찬별은 엉망이 된 얼굴로 수연을 바라보았다. 수연은 두유 뚜껑을 잽싸게 따 찬별에게 내밀었다. 찬별은 그것을 쥐 오줌만큼 삼키더니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끅끅거리며 말했다.

 

  “심재가, 끅, 스페인, 끅, 가, 간다고, 끅끅, 헤어, 끅, 지자고, 헤어지자고, 끅.”

  “뭐어?”

 

  수연은 올 것이 왔다는 생각으로 귀가 화악 달아올랐다.

 

  ‘설마 지욱오빠가 뭔가 말한 건 아니겠지?’

 

  불안이 엄습했지만 지욱은 두꺼운 입술만큼이나 입이 무거우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를 믿기로 했다. 프랑도 그를 믿어보라 했으니! 아, 한동안 찬별이 전 같지 않았던 건 이유가 있었구나. 수연은 가슴이 화끈거렸다.

 

  “못살아. 대체 언제 그런 거야?”

 

  찬별은 생각할수록 서러웠는지 호흡을 가라앉히지 못하며 말을 어렵게 이었다.

 

  “일, 일주일 전에, 끅, 처음, 끅, 그랬는데, 끅, 난 그냥, 끅, 하는 말인 줄, 알고, 끅.”

 

  수연은 입을 다물고 찬별의 물기 어린 말을 해독해보려 애썼다. 그러니까 찬별의 이야기를 종합해본 즉, 일주일 전 처음 이별을 입에 올린 재연은 그 후 찬별의 연락을 서서히 씹더니 어제부터는 아예 전화기를 꺼놓고 종적을 감췄다는 것이 요지였다.

 

  수연은 심재연의 너무도 치사하고 비겁한 처사에 치를 떨었다.

 

  “그래서, 지금 연락도 전혀 안 되고 혼자 끙끙 앓고 있었던 거야?”

 

  수연의 다독거림에 조금 진정이 되었는지 찬별은 차분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수연은 꼭 자신이 실연을 당한 것처럼 손이 떨려왔다.

 

 

  두유 한 병을 나눠 마신 수연과 찬별은 각자의 집에 문자 한 통씩을 넣은 후 분식집으로 향했다. 라볶이 1인분과 어묵 국물을 앞에 두고 두 소녀는 머리를 모았다.

 

  “폰 켜진 적 아예 없어?”

  “딱 한 번 켜져서 전화 계속 했더니 5분 있다가 또 꺼졌어.”

  “아, 나쁜 놈.”

  “개새끼.”

  “시부랄 새끼.”

 

  찬별은 부은 눈으로 물끄러미 수연을 보더니 어묵을 집어먹었다.

 

  “고마워.”

  “뭐가.”

  “근데, 심재. 아마. 무슨 일이 있는 거겠지.”

  “야, 일은 무슨 일!”

 

  수연은 찬별의 너무나도 멍청한 반응에 화가 치솟았다.

 

 

  몇 년 전 수민도 지금의 찬별과 똑같은 모습을 보였던 것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때의 수민을 생각하면 지금도 수연은 손이 차가워졌다. 수민이 멀쩡한 직장까지 그만두게 만들었던, 수민의 인생 한 부분을 통째로 도려내버린 그 나쁜, 유부남!

 

 

  “왜 네가 그렇게 흥분을 하냐. 차인 건 난데.”

 

  어묵을 씹으며 웅얼대는 찬별을 보고 있자 수연은 맥이 빠졌다. 아무리 똑똑하면 뭐 해, 20대든 10대든, 사랑 앞에서는 이토록 미련해지는데.

 

  수연은 호흡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말했다.

 

  “내가 전화해볼까?”

  “응!”

 

  수연의 폰으로 전화를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5분 간격으로 총 다섯 통의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재연의 폰은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만 반복적으로 들려주었다.

 

  “어떻게 하게.”

  “일단......”

 

  찬별은 코를 훌쩍 마시고 말했다.

 

  “내일까지 연락 더 기다려보고.”

  “그 다음엔?”

 

  찬별이 입을 꼭 다물어버렸기 때문에 수연도 입을 다무는 수밖에 없었다. 지욱과 연락하고 지낸다는 이야기를 할까 말까 백 번을 고민했지만 역시나 말할 수 없었다.

 

 

  찬별을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 수연은 집 앞 벤치에 앉아 지욱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욱은 신호가 세 번도 가기 전에 전화를 받았다.

 

  “웬 일이야, 네가 먼저 전화를 하고.”

  “안녕......하셨어요?”

  “존댓말 뭐야. 이상해.”

  “미안.”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지욱이 보냈던 마지막 카톡에 대해 아직 답을 못 보낸 수연이었던 것이다.

 

  “뭐 할 말 있어서 건 거 아니야?”

 

  지욱의 말에 비로소 수연은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단도직입적으로 재연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를 물었다. 지욱은 찬별에게서 무슨 말을 들은 게 있느냐며 역으로 물어왔다.

 

  “찬별이가 아무리 연락해도 전화기 끄고 잠적이라 해서.”

 

  수화기 저편에서 한숨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수연은 두근거리는 기분으로 들었다.

 

  ‘친구는 차이고 난리 났는데 난 설레기나 하고, 잘 한다, 차수연.’

 

  지욱은 자신이 알고 있는 선에서 재연의 연락두절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수연은 결국 한숨도 못 자고 등교를 하고 말았다. 새벽 내내 지욱과 통화를 한 것이다. 찬별 역시 밤을 새웠는지 눈가가 퉁퉁 부어있었다.

 

  4월도 중순이 되면서 다들 2학년 첫 중간고사에 대한 긴장감으로 휩싸인 이때에, 각자 상대와 사연은 다르지만 ‘남자’ 때문에 얼굴이 푸석푸석해진 여고딩들이라니. 수연은 자신의 인생에서 이토록 불량(?)하고도 뜨거운 시절이 있었던가 떠올려보려 애썼다.

 

  없었다.

 

  ‘드디어 내 인생도 스펙타클해지고 있구나.’

 

  그런 설렘도 찬별의 굽은 등을 보면 쑥 들어가고 말았다. 이 이상 지욱과의 관계(아직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를 숨기는 것은 가장 친한 친구에 대한 배신인 것 같았다.

 

  ‘하지만 한창 실연의 아픔을 겪고 있는 찬별에게 썸 타는 설렘을 내보이는 것이 과연 우정인가?’

 

  생각할수록 수연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늘 찬별이 자신보다 몇 발자국 나은 곳에서 재미난 경험들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자신이 좀 더 화사한 분위기 속에 둘러싸여있다는, 이상한 우월감을 수연은 느끼고 있었다.

 

  ‘우월감?’

 

  수연은 자신의 생각에 불에 닿은 듯 놀랐다.

 

  ‘나 설마 찬별이의 아픔을...... 재미있어하고 있는 걸까.’

 

  수연은 머리를 세게 흔들어 그 생각을 털어버렸다.

 

  얼마나 못났으면! 그렇다면 찬별이 예쁘고 똑똑하다는 이유만으로 미워하는 다른 여자애들과 자신이 다를 게 뭐란 말인가.

 

  수연은 본인의 머리통을 주먹으로 세 개 두 대 쥐어박았다.

 

  “왜 그래, 주먹 괜찮아?”

 

  찬별이 걱정스러운 눈을 하며 물어왔다.

 

  “보통 이럴 땐 머리 괜찮냐 묻는 거 아니야?”

  “더 약한 쪽이 걱정되는 게 당연하잖아.”

  “예, 예, 고마워요, 친구님. 농담할 기력이 있는 것 보니 좀 나아지셨나 봐요?”

 

  찬별은 수연의 책상 위에 엉덩이를 털썩 내려놓으며 한숨을 뱉었다.

 

  “여전히 꺼져있어. 이제 슬퍼할 기력도 없다.”

 

  수연은 밤새 통화를 나눈 지욱의 목소리가 지금도 귓전에 웽웽대는 것 같았다. 지욱이 재연에 대해 해준 이야기가 수연의 머릿속을 마구잡이로 헤집었다. 얘기를 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입술을 깨물고 고민하는 수연에게 찬별이 비장하게 말했다.

 

  “집으로 찾아가볼까?”

  “뭐어?!”

 

  찬별의 눈빛은 단단했다. 후우, 수연은 한숨이 나왔다. 아무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찬별이 너무 큰 충격을 받고 만신창이가 될까 두려웠다. 예전의 수민처럼.

 

  “찬별아.”

 

  수연이 목소리를 깔고 이름을 부르자 찬별의 눈이 동그래졌다.

 

  “내 말 잘 들어. 지금부터 내가 중요한 이야기를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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