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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트리플 러브
작가 : 이류수
작품등록일 : 2017.11.6

한 번, 두 번, 세 번...... 수년의 세월을 뛰어넘는 완전한 사랑, 트리플 러브가 펼쳐진다.

 
제 18화. 버림받음에 대한 두려움 - 2037년, 태영
작성일 : 17-12-06 09:39     조회 : 341     추천 : 0     분량 : 4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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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아버지의 죽음을 전해 들었을 때처럼 가슴 밑바닥이 저며 왔을 뿐이다.

 

 “형, 괜찮아요?”

 “응.”

 

 담담하게 대답했지만 나도 모르게 여경의 손을 힘껏 쥐었다.

 

 서균의 자살. 예상치 못했다고 하기에는 마음에 걸리는 게 많았다. 그는 종종 죽음에 대해, 죽음의 자유로운 선택에 대해 말하곤 했었다.

 

 “죽을 때만큼은 자유롭고 싶어.”

 

 생각해 보면 우리가 처음 만난 날에도 그는 비슷한 말을 했었다. 열여덟의 내가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웠기에 어렴풋이 남아있을 뿐.

 

 “산다는 건 선택의 연속이야. 죽음도 마찬가지지.”

 

 하지만 정말로 예상치 못했던 게 있었다. 예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 그가 ‘선택’을 감행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서균 선배가 왜 그랬을까요?”

 

 여경의 눈가에 촉촉함이 서렸다. 우리는 분향소를 나와 어수선한 복도 한편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곳을 나올 수도, 머물 수도 없었다. 그가 그립기도, 원망스럽기도 했다. 언젠가 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어느 책에서 본 건데 사람 관계는 자전거 바퀴살 같대.”

 “무슨 뜻이에요?”

 “잘 생각해 봐. 자전거 바퀴가 존재할 수 있는 건 바퀴살 사이의 빈 공간 때문이거든. 그 보이지 않는 공간이 없다면 바퀴도 있을 수 없단 얘기지. 물론 자전거가 굴러갈 수도 없겠구.”

 

 나는 그때 생각했다. ‘나’라는 자전거를 지탱해주는 공간들은 무얼까. 가족으로부터 지지되지 못한 내 바큇살은 여경의 사랑이 든든히 채우고 있었다. 그 공간에는 분명 서균도 있었다. 그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을까.

 

 한 달 전쯤, 남도를 여행 중이라며 지리산에 들른 그는 뜬금없이 ‘우로보로스’에 대해 물었었다.

 

 “너 우로보로스 알지? 자기 꼬리를 물고 있는 뱀 말이야. 그 녀석을 상상할 때마다 난 몸서리가 쳐져. 창조와 멸망이라는 모순된 개념을 온몸으로 알고 있는 녀석 같거든. 한마디로 삶과 죽음을 이미 깨달은 녀석이지.”

 

 생각해 보면 그가 자살을 암시했던 대목은 너무도 많았다. 어쩌면 그는 나와 처음 만난 그때로부터 줄곧 죽음을 준비해 왔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그는 우로보로스와처럼 우리의 삶과 죽음이 맞물려 있음을 너무 일찍 깨달았는지 모른다.

 

 여전히 눈물은 나오지 않았고, 가슴은 여전히 시리도록 저며 왔다.

 

 ***

 

 “쉬는 날인데 괜찮겠어?”

 

 태율이 작업을 돕겠다며 이른 아침부터 우리 집을 방문했다.

 

 “오늘은 창틀 작업인가 봐요?”

 “응. 벽 두께에 맞춰서 며칠 동안 틀을 짜 놓았지. 진도가 너무 안 나가서 좀 힘들었지만.”

 “참 부지런하세요.”

 “임 교수 말로는 창틀 옆에 벽돌을 쌓기 전 꼭 신경써야할 게 있다더군. 틀에 철물을 고정한 다음 벽돌과 맞물리게 해서 창틀과 벽체를 한 덩어리로 만들어야 한대.”

 “그래야 창문이 튼튼해지겠네요.”

 

 태율의 도움으로 오전에 창틀을 두 개나 세울 수 있었다. 초보답지 않게 손끝이 야무졌다. 며칠 동안 잡고 있던 일이었지만 진전이 없던 차였다.

 

 “와이프는 같이 안 왔어?”

 “장모님 병원 가시는 날이라 서울 올라갔어요. 저희 둘이 번갈아 하는 일이거든요. 물론 장모님은 제가 가는 걸 훨씬 좋아하시지만.”

 “보기 좋네. 난 장모님께 그런 사위가 못 돼드렸는데 말이야.”

 

 여경의 어머니를 처음 만난 건 수배를 받은 직후였다. 당분간 만나지 못할 거란 말을 전하려던 그날, 약속 장소에는 여경 대신 그녀의 어머니가 나와 있었다.

 

 “내가 못 나오게 했어요. 이해하죠?”

 “네.”

 “두 사람 만나는 거 난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뭐 때문이었는지 연애나 남자친구 얘긴 통 안 하길래 그런가보다 했죠. 윤호한테 듣고 좀 놀랐어요. 하지만 이 모든 게 다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녀는 침착했다. ‘과정’이라는 말에서는 무언지 모를 강한 힘마저 느껴졌다.

 

 “극복될 과정이라면 극복될 거고, 그렇지 않다면 두 사람은 헤어지겠죠.”

 “죄송합니다.”

 “태영 학생이 죄송할 일은 아니에요. 소신을 갖고 행동한 데 대해 부당한 대가가 따른다면 이 사회가 잘못된 거겠죠.”

 

 그녀의 의중을 짐작하기 어려웠다. 딸에 대한 걱정을 넘어 인생 선배로서의 위로 같은 느낌이었다.

 

 “여경이한테 안부 잘 전할게요. 어디서나 건강하구요.”

 

 마지막 말을 남기고 돌아서던 그녀의 뒷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당장 헤어지라는 모진 말을 듣는 것보다 더 가슴이 아팠다.

 

 “선생님은 어떤 사위셨는데요?”

 

 태율이 생수로 목을 축이며 물었다.

 

 “담담한 사위?”

 

 담담함의 이면에는 언제나 죄책감이 있었다. 환자가 되어 나타난 나를 외면하지 못하는 딸에게 그녀는 무슨 말을 했을까.

 

 “그때 좀 더 모질게 대했어야 했나 봐요. 수배 받았을 때 말이에요.”

 “죄송합니다.”

 “이번에도 죄송할 일은 아니네요.”

 

 그녀는 그때처럼 침착했지만 하지만 말끝에서 깊은 회한이 느껴졌다. 그녀와의 두 번째 만남은 나의 죄책감을 몇 배쯤 더 가중시켰다.

 

 “절실히 깨닫고 나면 항상 너무 늦는단 말이지.”

 

 그녀의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내 죄책감을 덜어낼 기회가 있었을까.

 

 ***

 

 “소현이가 남원에 상담실을 열었어요.”

 “잘 됐네.”

 “한번 안 가볼래요?”

 

 서균의 장례식 이후 여경은 부쩍 나의 안색을 살피고 있었다. 눈치 빠른 그녀가 나의 우울과 무기력을 간과할 리 없었다.

 

 “미안, 나중에.”

 

 여경에게 미안했지만 또다시 무력해지는 나를 들키고 싶지 않았다. 최근 들어 집짓기 작업에 지나치게 몰두하거나 밤늦도록 글을 쓰는 일이 잦았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을 다잡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형, 얘기 좀 해요.”

 “미안, 마무리할 게 있어서 지금 좀…….”

 “아니요. 지금 꼭 얘기해야겠어요.”

 

 그녀의 얼굴에 결연한 빛이 어렸다. 피해갈 수 없다는 의미였다.

 

 “지금 형 모습이 어떤 줄 알아요? 전에 재활 치료 거부하던 때랑 비슷해요. 그래서 자꾸만 불안해요.”

 “미안해.”

 “미안하단 말 듣고 싶은 게 아니잖아요. 사람 마음도 몸처럼 종종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그럴 땐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돼요. 전부터 갖고 있던 마음의 문제라면 더더욱 그렇구요.”

 “무슨 뜻이야?”

 

 그녀가 잠시 주저했다.

 

 “살면서 한 번도 입 밖에 내지 못한 상처가 있다면 언젠간 꺼내야 해요. 서균 선배 가고 나서 형이 부쩍 우울해하는 것도 무관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었다. 언젠가 책에서 본 ‘전이감정’에 관한 얘기일 것이다. 어린 시절의 상처가 훗날 다른 누군가에게 투사되는 현상. 나의 경우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서균에게 전이감정으로 발생한 게 아닐까 짐작하던 터였다.

 

 “신경 쓰이게 해서 미안해. 서균 형 가고 나서 좀 우울했던 것뿐이야. 좀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나는 방으로 들어가 옷장 깊숙이 넣어둔 낡은 배낭 하나를 꺼냈다. 20여 년 전, 환자복을 입은 나를 격려하고자 서균이 챙겨다준 배낭이었다. 그 안에 든 앨범과 책들도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었다. 그것들을 꺼내려는데 갑자기 오른쪽 팔이 찌릿했다. 힘없이 떨어지는 물건들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목울대가 뜨거워졌다.

 

 “형! 잠깐 해나 씨 집에 다녀올게요.”

 

 그녀가 내 울먹임을 눈치 챈 모양이었다. 어느새 물줄기가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버지를 잃었을 때보다 더 강렬한 상실감이 찾아든 이유는 뭘까. 나의 상처는 영영 아물지 않게 될까.

 

 문득 두려웠다. 내가 눈을 감기 전 여경을 잃게 된다면? 상상만 해도 두려운 일이었다. 누군가로부터 버림받는 고통. 그 누군가가 여경이라면 죽는 날까지 헤어 나올 수 없을 것 같았다.

 

 ***

 

 “태영 선배!”

 

 나의 등장에 소현은 적잖이 놀라는 얼굴이었다.

 

 “개원 축하해.”

 

 들고 있던 다육이 화분 네 개를 상담실 옆에 어정쩡하게 내려놓았다. 무작정 집을 나섰지만 이곳으로 발길이 닿으리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서균 선배 일 때문에 상심이 크죠?”

 “…….”

 “저를 후배나 여경이 친구로 생각하지 마세요. 어떤 면에선 오히려 더 편할 수도 있어요.”

 “그래, 고맙다.”

 

 어디서부터 얘기를 시작해야할지 몰랐다. 그나마 행복했던 짧은 어린 시절부터? 무책임하게 떠나버린 아버지로부터? 나를 지리산에 맡겨두고 돌아서던 어머니로부터?

 

 “서균 선배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따뜻하고 든든한 사람이었지. 내 인생의 멘토 같은 사람.”

 “아버지는 어떤 분이었어요?”

 “냉담하고 매정한…… 이기적이고 바람 같은 사람.”

 

 이기적이고 바람 같았지만 언제나 그리웠던 사람.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따뜻하고 든든한, 아버지 같던 사람이 떠난 거군요.”

 “버렸다는 점에선 매한가지군.”

 “선배를 버렸다고 생각하세요?”

 “…….”

 

 나도 모르게 ‘버렸다’는 말이 튀어나온 모양이었다. 그녀의 되새김에 나 자신도 놀라고 말았다.

 

 “누군가 또 선배를 버릴 거라 생각하는군요.”

 “글쎄.”

 

 그녀의 머릿속에도 여경이 떠오르는 걸까.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들이 선배를 버릴 거란 두려움. 지금 가장 힘든 게 그 두려움 맞죠?”

 “그런 것도 같아.”

 “그런 두려움이 상대방을 정말로 떠나게 할 수 있어요.”

 “무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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