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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별똥별
작가 : 보장대밥수
작품등록일 : 2017.11.5

별똥별은 별 그 자신의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별똥별-19
작성일 : 17-12-06 05:42     조회 : 302     추천 : 1     분량 : 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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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14.

 너럭바우가 울창한 숲을 걸어다니며 흔적을 읽는다. 발자국이 수없이 찍혀있는 오솔길에 이르러 잠시 멈추어서는 주위를 살핀다. 그는 몸을 숨기기 좋은 자리를 찾아 키작은 나무 사이로 숨어들어간다. 그리고 아씨에게 화살을 쏘아댄 녀석의 생김새를 다시 떠올린다. 볕을 쬐면 갈색이 되는 검은 머리칼에 검은 눈동자, 창백한 살갗, 키는 그렇게 크지 않다. 그가 숨을 죽이고 바라보는 저 아낙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소쿠리가 가득 차도록 열매를 담아 누구를 먹이려는 것일까. 너럭바우는 자기도 모르는 틈에 시위를 당기고 있음을 깨닫고 화살을 거둔다.

 

 15.

 얼어죽은 나무들 사이로 불길이 일렁인다. 나무들보다 키가 큰 한 짐승이 입으로 불을 뿜으며 길을 밝힌다. 그는 타거나 박살난 나무조각들을 밟으며 구덩이로 걸어들어가더니 앞발을 뻗어 완전히 식어버린 별똥별을 훑는다. 이번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썩지도 못하고 버려진 사람들이 있는지 확인한다. 불길이 꺼지더니 곰의 몸뚱아리가 들썩인다. 눈가에 흐르는 눈물도, 낮은 울음과 함께 퍼지는 입김도 이내 얼어버린다.

 

 16.

 너럭바우가 한동안 노을녘으로 돌아오지 않는 바람에 잿빛양털 씨는 졸지에 꽃사슴을 돌보아야 한다. 이런저런 말들을 가르쳐보려 무진 애를 쓰지만 소용이 없는 것 같다. 말을 할 줄은 모르지만 알아듣는 건 곧잘 하는지 앉으라고 하면 자리에 앉고 일어나라 하면 그대로 일어난다. 처음 마음먹었던 바와는 다르게 잿빛양털 씨는 다 자라가는 이 짐승을 잡아먹을 생각이 들지 않는다.

 

 17.

 버들가지 씨가 봄비의 흉터에 이상한 약을 바른다. 봄비의 표정이 잔뜩 구겨진다.

 "이 정도면 다 아문 것 아닙니까?"

 "그래보이지만 아직도 진물이 나오고 있어요. 내버려두면 새살이 차는 게 아니라 썩을지도 모릅니다."

 "오래도 가는군요."

 "죽지 않은 게 다행이지요. 배에 창을 맞았는데."

 모로비 씨가 방 안으로 들어온다.

 "척후대원들이 돌아왔습니다."

 "그래요?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잿빛양털 씨의 부족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온한 움직임이 보입니다."

 "이번엔 누굽니까..."

 "날이 화창한 데도 숲 한 귀퉁이에 안개가 끼거나 구름이 모일 때가 있다고 합니다."

 "너럭바우군요. 두고 온 것이 있거나, 짐승들을 구하러 온 것일 테니 방해하지 말라 이르세요."

 "군사를 일으키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노을녘에서는 아무 움직임이 없다고 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지금은 의도를 감추는 자를 의심해야 할 때입니다."

 버들가지 씨는 이미 물러났지만 봄비는 여전히 찡그린 채다.

 "어떻게 해야겠소?"

 그녀가 무릎을 꿇고 봄비와 눈을 맞춘다.

 "잿빛양털 씨가 우리와 적대한 이후로 단 한 번의 사절도 오고 가지 않았습니다. 이제라도 보낼 수야 있겠지요. 하지만... 화친할 수 없다면 쳐야 합니다."

 봄비가 일어나 헤진 옷을 걸친다.

 "일단 나무그늘 한가운데로 돌아간 뒤 결정하겠습니다. 너무 오래 비워두었군."

 

 18.

 '회개하는 자'들이 터전을 떠나는 봄비의 군대를 배웅한다. 누군가는 살던 곳을 버리고 바뀐 물줄기를 따라 떠난다. 남은 이들은 우물을 보수하고 흙담을 허문다. 모로비 씨가 그들 사이에서 포도버섯 씨를 발견한다.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갈 생각입니까?"

 포도버섯 씨가 맨손으로 바윗덩이를 던져버리며 대답한다.

 "여태 살던대로 살 겁니다. 살아있는 것들을 보살피는 어머니 나무의 마음에 부응하고, 나의 탐욕 때문에 죽은 이들을 잊지 않으며 참회할 뿐입니다."

 "그것이 일전의 제안에 대한 답이라면 별 수 없군요."

 모로비 씨가 포도버섯 씨를 껴안는다. 서로 등을 토닥인다.

 

 19.

 나바재 씨가 헐레벌떡 뛰어오며 봄비와 나란히 걸으려 한다. 봄비가 그를 보며 너럭바우를 떠올린다.

 "따로 시킨 일은 없었는데 꽤 늦으셨습니다."

 "네. 능금아재의 집에 두고 온 목판들이 몇 개 있었거든요."

 "이번엔 무엇을 새겨놓았습니까?"

 그는 이번엔 설명하는 대신 목판을 건넨다.

 "알아맞춰보십시오. 그리 어렵진 않습니다."

 봄비는 목판의 내용을 하나도 알아볼 수 없다.

 "그냥 말로 하셔도 됩니다."

 "여기 이 둥근 무늬는 바퀴입니다. 토기만드는 물레를 보다가 떠올린 거죠."

 다시 보니 그렇게 보인다.

 "이 바퀴를 이용해서 한 번에 많은 짐을 운반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들 겁니다. 다 낫기 전까지는 봄비 씨도 싣고 다닐 수 있습니다."

 "좋은 생각이긴 한데, 누가 이 무거운 걸 끌고 다니려고 하겠습니까?"

 나바재 씨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잊으셨습니까? 가둬둔 송아지와 망아지들이 다 자랐습니다."

 

 20.

 너럭바우는 아낙들에게 엿들은 이야기대로 흑단들소 벌판에 있는 군대들을 살피기 위해 방향을 바꾼다. 아니다. 발각된 듯 하다. 따라붙은 이가 있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봐도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낙엽 밟는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화살을 쏜다. 화살이 수풀 속에 숨은 사람의 종아리를 뚫고 지나간다. 비명을 지르지 않기 위해 입을 틀어막지만 흡 하고 새어나가는 소리까지는 막지 못한다. 그를 둘러싼 세 사람이 창을 들고 모습을 드러낸다. 나머지 한 사람은 잽싸게 도망친다. 너럭바우는 그가 보고하러 갈 수 없도록 먼저 화살을 쏜다. 뒤통수에 화살이 박힌 사람은 세 걸음을 채 가지 못하고 쓰러진다.

 "네놈이 너럭바우냐?"

 그는 대답하지 않는다. 대신 활을 내려놓고 투창을 던지지만 가죽방패 너머의 몸뚱아리를 맞추지는 못한다.

 "우리는 너와 싸우러 온 게 아니야! 조용히 우리를 따라오렴. 염통먹는 자께서는 너를 보고 싶어하신다!"

 너럭바우가 불을 뿜자 낯선 이의 창을 꼬나쥔 자세가 흐트러진다. 그는 틈을 놓치지 않고 가죽방패에 꽂힌 창을 쥐고 힘껏 밀어넣는다. 낯선 이가 무릎을 꿇고 거꾸러진다.

 "이런 미친 놈! 싸우러 오지 않았다고 말했잖느냐!"

 너럭바우는 시체가 들고 있던 창을 빼앗아 다시 자세를 갖춘다.

 "창과 방패를 들고 와서 그런 말을 한들 누가 믿겠어?"

 그가 몸을 반대로 돌려 창을 던진다. 뒤를 노리던 자가 쓰러진 것을 확인한 뒤 손에 돌칼을 쥔다.

 "봄비 씨는 이미 잿빛양털 씨의 손에 죽었어. 내가 바보로 보이나?"

 "그렇지 않아! 아직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았지만, 분명 살아계신다."

 "그런가. 우리 아씨만 불쌍하게 되었네."

 너럭바우가 찔러오는 창대를 붙잡고 돌칼로 괴한의 배를 연거푸 찌른다. 그는 다시 활을 집어들고 방금 전 종아리를 쏘아맞힌 자에게로 걸어간다. 화살맞은 아이가 눈물콧물을 쏟으며 살아보겠다고 반대편으로 기어가는 것을 쫓아 기어이 손등에 돌칼을 박아놓는다. 숲에 비명이 메아리친다.

 "아까 죽은 저 놈이 그러던데. 봄비 씨가 아직 살아있다고. 그게 진짜야?"

 화살에 이어 칼까지 맞은 아이는 고분고분하게 대답하지 않으면 고통이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지만 발을 동동 구르며 비명을 질러대는 것을 멈추지는 못한다. 너럭바우가 한숨을 쉬며 칼을 뽑는다.

 "울음 그치고 대답하지 않으면 반대쪽 손도 뚫어줄 거다."

 그 말을 듣고도 아이는 한참을 서럽게 울어대지만 너럭바우는 차마 엄포를 놓은대로 칼을 휘두를 수가 없다. 몇 차례 어르고 다시 묻자 아이가 히끅거리면서 사실이라고 대답한다.

 "그래. 대답 잘 했다. 원래는 다른 질문을 하려 했는데..."

 너럭바우가 돌칼을 땅에 꽂아놓고는 아이의 종아리를 뚫어버린 화살을 부러뜨리고 뽑아낸다. 천으로 상처를 묶고 지압하며 봄단풍 아씨를 쏜 사람의 인상착의를 설명하는 동안 아이의 다 쉬어버린 울음소리가 잦아들어간다.

 "모로비 씨는 사냥꾼들을 인솔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그 분의 지시를 받은 척후대원이구요. 이제 곧 본대가 이 곳을 지날 겁니다."

 

 21.

 선발대의 모로비 씨는 숲 속 오솔길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옅은 피 냄새가 거슬려 주위를 둘러보니 먼저 보낸 척후대원들의 시신이 줄에 묶인 채 나뭇가지에 매달려있다.

 "전투태세를 갖춰라!"

 모로비 씨의 지시와 함께 갑자기 짙은 안개가 드리운다. 화살이 한 발씩 날아든다. 당황한 사냥꾼들이 소리를 쫓아 활을 쏜다.

 "화살을 함부로 쓰지 말아라! 모두 대기해! 내가 쏘면, 그 곳을 향해서 쏘아라!"

 그녀가 눈을 감는다. 화살이 한 발씩 날아드는 것으로 보아 적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어디서 날아드는지 확인해봐야 소용이 없을 것이다. 위치가 발각되는 것을 막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려 할 테니까. 사냥꾼들이 시위에 화살을 얹어놓은 채로 그녀의 지시만을 기다린다. 낙엽밟는 소리가 들린다. 동시에 모로비 씨가 당긴 시위를 놓는다. 사냥꾼들이 뒤따라 화살을 쏘아댄다. 그 순간 언덕에서 돌덩이들이 굴러떨어져 사람들을 짓이긴다.

 "수풀이 아닙니다! 이 쪽입니다!"

 뒤를 돌아보니 너럭바우가 커다란 불길을 뿜으며 날아드는 화살들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그는 사냥꾼 너덧 명의 울대를 순식간에 걸레짝으로 만들어놓고는 다시 짙은 안개 속으로 숨는다. 당황한 사냥꾼들은 더 이상 지휘에 따르지 않고 멋대로 활을 쏘아댄다.

 "되는대로 쏘지 말고 대기..."

 말을 끝내기도 전에 모로비 씨의 어깨에 넓은 나뭇잎모양 화살촉이 박힌다. 그녀가 통증을 참으며 급하게 화살을 부러뜨리고 내던지는 동안 남은 사냥꾼들도 너럭바우의 손에 죽고 만다. 모로비 씨는 더 이상 당길 수 없는 활은 집어던지고 창을 손에 쥔다. 그 순간 그녀의 울대에 화살이 날아든다. 그녀가 목을 부여잡고 콜록대자 핏덩이가 흘러나온다.

 "어깨 다음은 울대. 내가 순서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어."

 너럭바우가 천천히 모로비 씨의 등 뒤로 돌아간다.

 "그 다음은 너도 기억하고 있기를 바랄게."

 그가 시위를 당긴다. 거칠게 떼어낸 넓은 화살촉이 등에 한 대씩 파고든다.

 
작가의 말
 

 너럭바우의 화려한 액션과 속이 뻥 뚫리는 통쾌한 복수를 즐기세요!

 오늘도 별 생각 없이 읽을 수 있는 소설 별똥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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