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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새벽으로 이끄는 자
작가 : 바다그늘
작품등록일 : 2017.11.23

마족들의 세상에서 마수를 이끄는 인간 소녀의 이야기

-매일 연재-

 
04. 울타리 너머의 세상
작성일 : 17-12-06 01:15     조회 : 206     추천 : 0     분량 : 4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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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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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계의 밤은 환상계에 비해 더 어두웠다. 물론 그의 눈은 이런 어둠에 익숙했다. 그는 자신의 방 창가에 앉아 저 멀리 숲의 끝으로 보이는 사막을 바라봤다. 벌써 한 시간째 미동도 없었다. 가끔 커다란 달의 달빛이 방을 비추었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방안은 너무나 고요해서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것 같았다. 그때 방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남자의 푸른 눈이 잠깐 문가로 움직였지만,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달빛이 미치지 못한 그 곳에는 눈동자 하나가 붉게 빛나고 있었다.

 

  “에휴.”

 

  문 앞에 선 여인이 아들의 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여자치고는 큰 키에 늘씬한 몸을 가진 그녀는 새하얀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늘어놓고 있었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머리카락이 달빛에 빛나 마치 모래가 쏟아지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그에 반해 아들의 머리카락은 칠흑같이 검었다.

 

  “고집이 보통이 아니야.”

 

  판테라는 탁자 근처에 놓여있는 의자를 끌어다 아들 옆에 앉았다. 하지만 남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래도 판테라는 계속 말을 이었다.

 

  “맞는 말만 하니 더 뭐라 할 수도 없고. 네가 한 번 말려보지 그러니?”

  “제 말도 안 듣습니다.”

 

  남자가 부드럽게 한숨을 내쉬었다.

 

  “참 고집은...... 낮에는 잘 지내는 거 맞지?”

  “네.”

  “무리하지는 않고?”

  “예.”

 

  모자는 한동안 말없이 바깥을 바라봤다. 빽빽하게 서 있는 나무들 사이로 먼 곳에서 사막의 모래가 보였다. 아무것도 없는 황폐한 곳. 적들로부터 몸을 숨길 수도 없는 삭막한 곳이다. 그리고 그 너머. 이 대륙의 반대편에는 적이 살고 있다. 그들을 몰아내고 좋은 땅을 차지해 나라를 세워 풍족하게 살아가고 있다. 얼마나 강해져야 이길 수 있을까. 그 아이의 머릿속에는 항상 그것만 있을 것이다. 판테라가 다시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낮에 잘 살펴라. 무리하지 않게.”

  “알겠습니다.”

 

  그녀는 방을 나서기 전 다시 한 번 뒤돌아 아들을 봤다. 계속 그 상태였다. 이 나라에서 그녀를 걱정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조금만 고집을 줄여주면 좋으련만...’

 

  그게 판테라가 바라는 단 한 가지였다.

 

 

 

 

  ***

  같은 시각 대륙의 반대편에서는 하젠 신하 둘을 거느리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단출한 인원에 깊은 밤이라 궁 밖에서도 그를 알아보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그는 말을 타고 수도를 벗어나 흑요국 안의 거대한 평야에 들어섰다. 나무하나 없이 드넓은 평야의 한가운데에는 거대한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이 있었다. 그가 말에서 내리자 문지기가 인사를 했다.

 

  “어서 오십시오. 폐하.”

 

  곧 문이 열리고 그들은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거대한 석탑의 밑동을 한가운데에 두고 여러 개의 천막이 둘러싸고 있었다. 그는 최고 책임자의 안내에 따라 가장 커다란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천막의 안은 여러 가지 마법 연구 기계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하젠을 가장 가운데에 자리 잡은 커다란 원탁으로 데리고 갔다. 원탁에는 복잡한 마법진들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그 위로는 둥그런 무언가가 희미하게 떠 있었다.

 

  “이게 복원된 실체인가?”

  “예. 폐하. 현재 절반 정도 복구되었습니다만. 한눈에 보기에도 무엇인지 아시겠지요.”

 

  하젠은 그 구체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동그란 모양. 신체에서 저렇게 동그란 모양을 가진 것은 단 하나뿐이었다.

 

  “눈인가.”

  “예. 아직 절반밖에 완성되지 않아 색은 알아볼 수 없지만 형태나 기운으로 봤을 때 인간의 안구입니다.”

 

  인간이라는 말에 하젠은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구체를 바라봤다.

 

  “그럼 어느 정도 뽑아낸 거지?”

  “이 정도의 주술을 풀어낼 제물이면 아마 한쪽 눈이 멀었을 것입니다.”

 

  하젠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더 복원하면 나이나 성별같이 신상을 자세하게 알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수고했다.”

  “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책임자는 예상치 못한 칭찬에 표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를 향해 여러 번 허리를 숙였다. 하젠은 그만큼 연구 성과에 만족했다.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마계 소환사라.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사실을 그들에게도 전할까요?”

 

  신하가 물었다.

 

  “아니. 일단은 우리만 알고 있는 사실로 하지. 아직 그들을 완전히 믿는 건 아니니까. 좀 더 기다려보지.”

  “...예. 알겠습니다.”

 

  하젠은 조명 빛을 반사하며 거대한 자태를 뽐내는 돌무덤을 바라봤다. 아주 오래전. 그가 어렸을 때 그의 아버지가 붙잡은 마수들의 우두머리, 판테라의 봉인 탑은 이제 그 위상을 잃어버린 채 흉물스럽게 무너져 버렸다. 당시 최고의 결계사들이 만들어낸 봉인을 한순간에 무너뜨린 자. 제물로 힘의 근원인 자신의 눈 한쪽을 바친 자는 누구일까. 어떻게 흑요국 한가운데에 있는 봉인탑에 아무런 흔적 없이 도달할 수 있었을까. 마수가 아닌 인간이 어째서 그녀를 깨웠을까. 무슨 이유로 마수 사냥꾼들을 습격하는 것일까. 하젠은 어서 빨리 누구인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

  울은 눈을 번쩍 떴다. 어렴풋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방안을 밝혔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 검은 머리는 묶은 채로 잠이 들어 산발이 되어 있었다. 옆 침대에선 티아가 곤히 자고 있었다. 멍한 눈으로 다리를 내려다보니 잠옷을 입고 있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학교에 갔다 와서 잠이 든 이후의 기억이 없었다.

 

  ‘에이씨.’

 

  울은 다시 침대에 누웠다. 새벽 다섯 시 반. 그동안 잠이 부족했는지 정신없이 자버렸다.

 

  ‘하긴 그동안 좀 무리하긴 했지.’

 

  울은 다시 이불을 덮고 눈을 감았다. 새벽 다섯 시 반. 7시에 만나기로 했으니 삼십 분 정도는 시간이 남았다.

 

  ‘조금만 더 잘까?’

 

  울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었다. 심호흡을 여러 번 반복할 때마다 몸이 물속으로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 순간 울의 호흡이 편안해졌다.

 

 

 

  ***

  검은 숲. 마족들은 사막 너머에 펼쳐진 거대한 숲을 그렇게 불렀다. 그 어떤 누구도 탐내지 않는 쫓겨난 마수들의 서식지. 하늘을 찌를 듯 높게 솟은 검은 나무들 사이에는 결계로 숨겨진 탑이 하나 있었다. 흐릿한 회색의 돌과 칠흑같이 검은 기와로 지어진 그 거대한 궁은 기이했던 과거와는 달리 안에서 흘러나오는 빛 덕분에 신비하고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했다. 탑 안은 쌀쌀한 밖과는 달리 따뜻하게 유지 되었고, 을씨년스러운 바깥과는 다르게 이른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시녀들과 하인들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자~ 빨리빨리! 오랜만에 오셨는데, 이렇게 늦어서야 되겠어?”

 

  날카로운 목소리가 1층에 울려 퍼졌다. 시녀장으로 보이는 중년의 여성이 중앙에 서서 양손을 허리에 얹고, 젊은 시녀들에게 호령했다. 비녀로 틀어 올린 그녀의 금발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단정했다. 그녀의 머리의 양쪽에는 사슴뿔이 우아한 곡선을 이루며 뻗어있었다. 세로로 찢어진 바다색 눈은 시녀들을 따라 바쁘게 움직였다.

 

  “어서어서! 오늘 급하게 가셔야 한다니까 빨리해야 해!”

  “라희님!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놓았습니다.”

 

  이층의 목욕탕 담당인 시녀가 계단 위에서 보고했다.

 

  “그래. 내가 알려드릴 테니까, 비야, 하비, 진, 너희들은 시중들고, 포포! 가서 치니한테 아침준비 10분 이내로 안 끝내면 받아버린다고 말해!”

  “넵!”

 

  그녀의 명령에 시녀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시녀장 라희는 그들이 바쁘게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 계단을 올라갔다. 대낮처럼 환한 1층과는 달리 2층 복도는 작은 불씨들이 은은하게 밝혔다. 그녀는 검소하게 꾸며진 복도를 지나 제일 커다란 문 앞에 도착했다. 깊게 심호흡을 한 후 문을 두드렸다.

 

  “라희 입니다.”

  “들어와요.”

 

  안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라희는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 어두운 복도와는 달리 방안은 환했다. 그녀는 오늘이야말로 꼭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굳게 마음먹고 입을 연 순간 상대가 먼저 선수 쳤다.

 

  “복도엔 사람도 없는데, 굳이 낭비할 필요 없잖아요?”

 

  라희의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하지만 너무 어두우면 자객들이 숨어들기 쉽습니다. 여기 계시는 동안만이라도 밝게 해 두겠습니다.”

 

  고집스러운 말투에 방 안에 있던 여자는 읽고 있던 서류를 놓고 라희를 바라봤다. 그녀의 검은 눈에서 고집이 보였다. 눈이 마주쳤지만 라희는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그건 걱정 말아요. 내 한 몸 내가 잘 지키고, 밖에 경비도 많은데...”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 경비를 잘 하기 위해서 밝은 빛이 필요한 겁니다.”

  “아! 그런가?”

 

  어색한 그 웃음을 보고 있자니 속이 터져나갔다. 이것도 안 돼 저것도 안 돼. 도대체 되는 건 뭡니까! 라는 소리가 목 끝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말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오늘도 라희의 패배였다.

 

  “목욕물 준비해 두었습니다. 아이들의 정성이니 이건 받으시겠죠.”

  “어차피 다시 돌아가면 또 씻어야 하는데... 이게 본체도 아니고...”

  “정.성.입니다. 안 하시면 이를 겁니다. 판테라님께.”

 

  판테라라는 말에 여자의 얼굴빛이 싹 변했다. 라희는 그 틈을 이용해 한 번 더 못 박았다.

 

  “아침식사도 있습니다.”

  “이 시간에 먹으면 학교 가서 아침 또 먹어야 하는데요....”

  “살도 안 찌시는데 그냥 드십시오.”

  “그건 살의 문제가 아니라 위의 문제인데....”

  “그럼 전 갑니다.”

 

  라희는 방문을 열었다. 여자는 라희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봐다 한마디 툭 던졌다.

 

  “근데 라희, 지금 일 시키면서 즐기고 있는 거 아니죠?”

 

  라희는 멈칫하더니 뒤를 돌아봤다. 그녀는 날카로운 바다색 눈빛에 여자는 움찔했다.

 

  “아, 아니. 그냥 제 생각이 그런 것 같아 보이는 것 같아서. 아하하.”

  “곧 뵙겠습니다.”

 

  그녀는 방안의 여자에게 예의를 갖추어 인사하고 문을 닫았다. 복도가 그녀만의 공간이 되자 라희의 얼굴에는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녀가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성안이 활기로 가득 찼다. 모두들 바쁘지만 기쁜 마음이었다. 라희는 두 손을 맞잡고 앞으로 쭉 뻗었다. 이른 아침의 서늘한 공기가 상쾌했다. 그녀는 다시 1층으로 내려갔다.

 

  “곧 내려오실 거니까 완벽하게 준비해!”

 

  날카로운 목소리로 주방장을 향해 소리 지르는 라희의 얼굴에는 미소가 어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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