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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붉은 꽃이 피는 마을
작가 : Ki다린
작품등록일 : 2017.11.30

부모님의 행방을 모른 채 외할머니와 셋이 살고 있던 쌍둥이 희원과 수원.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그 장례식장에 수원과 희원의 외당숙이라는 남자가 찾아와 쌍둥이를 부양하겠다고 한다. 그렇게 향하게 된 시골 마을에서 희원은 자꾸만 이상한 일을 겪게 되는데…

 
06
작성일 : 17-12-05 23:32     조회 : 313     추천 : 0     분량 : 5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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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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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안은 고요했다. 주말 낮이라 다들 나들이라도 간 건지, 길을 걷고 있는 도중에 보이는 것은 나이가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나 뛰놀고 있는 아이들밖에 없었다. 평화로워 보이는 풍경 속에 무슨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인지. 나는 두리번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길을 걷다가 노인분들을 마주치기라도 하면 마을에 처음 들어설 때 보았던 그 할머니처럼 자네가 이사 온다던 그 쌍둥이냐며 나를 반겨주셨고, 나는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하는 일이 자꾸 반복되었다. 그것에 지친 나는 사람이 없는 숲길로 발을 옮겼다. 아무것도 없는 숲 안에서 무엇을 발견할 수는 있을지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잠시 숨통을 트고 싶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의 소리, 싱그러운 초록의 내음. 그 모든 것을 만끽하며 숲 안에 나 있는 오솔길을 걷고 있을 때였다.

 

  “오빠.”

 

  어린 소녀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조그마한 소녀가 보였다. 개량 한복 같은 옷을 입고, 가슴께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를 하고 있는 소녀. 아까 마을 어귀에서 나를 보고 있다가 내가 손을 흔들자 도망쳐버린 그 소녀였다. 소녀는 폴짝폴짝 뛰어서 내 앞까지 달려와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 모습이 귀여워 입가가 풀어졌다.

 

  “안녕? 여기에 사는 아이니?”

  “응. 오빠는 누구야? 처음 보는데.”

  “어라, 아까 마을 입구에서 우리를 보고 있었지 않니?”

 

  내 물음에 소녀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런 기억은 없다는 듯한 표정에 나는 당황했다.

 

  “멀리서 봐서 잘 안 보였나? 내가 손 흔드니까 그냥 가버리던데…”

  “으응, 나는 오늘 밖에 처음 나왔는걸.”

  “그, 그래?”

 

  내가 잘못 봤던 걸까. 하지만 눈에 띄는 데다가 요즘은 잘 입지 않는 개량한복을 입고 있어서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 비함 마을에 사는 아이들은 개량한복을 즐겨 입나, 하고 아까 오면서 보았던 아이들을 떠올려봐도 다들 평범한 옷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를 상대로 더 우겨서 뭐하겠어. 아까 내가 손짓해서 도망가버린 그 소녀랑은 분위기가 다르기도 하고.

 

  “아하하… 내가 잘못 봤나 봐.”

  “그래. 오빠가 잘못 봤나 봐.”

 

  그렇게 말하고는 꺄르르 웃는 소녀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가 여기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표정을 가다듬었다.

 

  “그럼 나는 가볼게.”

 

  간다는 나의 말에 소녀는 볼을 부풀리고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디가?”

  “으, 응? 볼 일이 있어서…”

  “나랑 놀아줘!”

  “아하하, 그럼 나중에 만나서 놀아줄…”

  “지금! 나는 지금 심심하단 말이야.”

 

  발을 쿵쿵거리는 소녀의 모습이 귀엽기는 하지만 곤란했다. 연이어 겪은 이상한 일 때문에 컨디션이 안 좋기도 해서 조금이라도 빨리 이 산책을 가장한 탐색을 마치고 돌아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 아이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고 거절할 수 있을까. 골머리를 앓던 중 묘안이 떠올랐다.

 

  “오빠가 지금 보물찾기를 하고 있는데, 따라 올래?”

  “보물?”

 

  보물이라는 말에 소녀의 눈이 빛났다. 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보물이라는 키워드가 소녀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리라.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있잖아. 이 마을 어딘가에 조금 특이한 거나 이상한 거 본 적 없어?”

  “그건 왜?”

  “거기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고 들었거든.”

 

  소녀는 내가 말한 장소를 생각해내려는 듯 눈동자를 굴렸다. 나보다는 이 마을에 오래 살고 있을 소녀가 마을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특유함의 순수함으로 인해 알고 있는 것을 잘 숨기지 못한다. 그러니 이 아이는 나의 탐색을 도와줄 소중한 정보원인 셈이다. 조그만 아이가 뭘 얼마나 알고 있겠나 싶긴 하지만…

 

  “음… 아! 있어, 있어!”

  “오, 어딘데?”

  “나만 따라와!”

 

  소녀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하곤 내 팔목을 잡아끌었다. 소녀가 이끄는 곳에서 조금의 수확이라도 얻기를 바라면서 나는 그 뒤를 따랐다.

 

 

  소녀의 뒤를 쫓다 보니 나무 바깥쪽으로 드문드문 보이던 민가가 하나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산등성이를 오르고 있는 듯, 점차 가팔라지던 경삿길을 걷느라 숨이 벅차 왔지만, 소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여전히 쌩쌩한 걸음으로 앞서 걷고 있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흙길을 뛰어노는 어린아이들의 체력은 무서운 거구나. 조금만 쉬었다 가자, 라는 말도 못 하고 나는 복잡한 길을 걸어가는 소녀의 뒤를 쫓는 게 고작이었다. 그렇게 삼십 분 정도를 걸었을까, 드디어 소녀의 걸음이 멈추었다.

 

  “여기야!”

 

  기진맥진해서 땅만 바라보며 숨을 가다듬고 있던 나는 소녀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시야에 가득 차 있는 커다란 철문이었다. 굳건하게, 숲길 한가운데를 막고 있는 철문의 모습은 이질감이 가득했다.

 

  “왜 이런 곳에 철문이 있는 거야…?”

  “왜일까?”

 

  소녀는 빙글빙글 웃으며 내 주위를 빙빙 돌았다.

 

  “여긴 뭐야?”

  “으음… 어른들이 자주 가는 곳? 나는 잘 몰라!”

 

  보물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닫지 않을 만한 장소에 있는, 무언가를 가리기 위한 철문. 여기까지 오는 길은 복잡해서 다시 혼자 오라고 하면 찾아오지 못할 것 같지만, 막상 아래의 길을 보니 많은 사람의 왕래가 있는 것처럼 길이 반질반질하다.

 

  “여기 안에 뭐가 있는지는 몰라? 안 들어가 봤어?”

  “응. 엄마가 들어가지 말라고 했어.”

  “…그래?”

 

  나는 철문에 손을 대고 슬며시 밀어보았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나는 문에서 한 걸음 물러나서 철문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문 가운데에 열쇠 구멍이 있었다. 열쇠가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모양이었다. 열쇠 구멍 안으로 무언가 보일까 싶어 눈을 가져다 대보았지만 컴컴했다.

 

  다음으로 철문에 귀를 대보았다. 무슨 소리라도 들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서늘한 철문에 닿은 귀만 시릴 뿐이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여길 알려준 것은 고마운데, 들어갈 수 없나 봐. 이러면 보물을 찾을 수가 없는데…”

  “여기에 들어가고 싶어?”

  “응. 당연하…”

  “들어가지 않는 게 좋아.”

  “…?”

 

  여기가 특이한 장소라면서 안내해준 것이 소녀 본인 아니던가. 그런데 들어가지 않는 게 좋다니. 나는 의문 섞인 표정으로 소녀를 바라보았다. 소녀는 빙글거리던 웃음을 얼굴에서 지워내고 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쁜 미소.

 

  “왜? 여기에 뭐가 있길래?”

  “몰라!”

  “모르는데 왜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 거야?”

  “……”

 

  소녀는 몸을 돌리고는 다시 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급하게 그 뒤를 쫓아 소녀의 손목을 잡았다.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무더운 여름날 산길을 오른 아이의 손이 이렇게 차가울 수가 있나? 나는 당황해서 소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땀 한 방울도 나지 않았다. 그 광경에 놀라서 나는 소리를 지르곤 뒷걸음질 쳤다. 소녀는 왜 그러느냐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방금 내가 한 행동이 소녀에게 굉장한 실례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땀이 많이 나지 않는 체질이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혹시… 여기 열쇠 가지고 있지는 않니?”

 

  조심스레 다시 묻자, 소녀는 고개를 저었다. 오늘 수확은 이 장소의 존재 유무를 알게 된 것으로 그쳐야겠다.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곤 소녀에게 이만 내려가자, 라고 입을 열려던 순간. 뒤에서 끼익, 하는 소리가 들렸다.

 

  혹시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발각되면 일이 꼬이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서 나는 소녀의 팔을 잡고 숲속으로 뛰쳐 들어갔다. 숨바꼭질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인지 소녀는 꺄르륵 웃었다. 그런 소녀를 향해 쉬잇, 하고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대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곤 소리죽여 철문을 바라보았다.

 

  열린 철문 안쪽에서 많은 사람이 나오고 있었다. 마을을 둘러보기 시작할 때, 청, 장년층이 보이지 않아서 어디 나들이라도 갔나 하고 생각했더니 다들 여기에 있었나 보다. 꽤 많아 보이는 사람들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산길을 내려갔다. 그중에는 내 또래로 보이는 청소년들도 있었다. 도대체 저 철문 안에 무엇이 있길래 저렇게 무더기로 나오는 걸까. 호기심이 머리를 쳐들고 저 철문 안에 들어가 보자, 라고 소리치고 있었지만 겨우 참아냈다.

 

  마지막으로 나온 사람은 피곤한 얼굴로 품에 가지고 있던 열쇠를 꺼내어 철문을 잠그더니 문이 잠겼는지 몇 번이고 다시 확인했다. 그러고 나서야 길을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결국에 저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알아낼 수 없었던 건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제 갈까…?”

 

  여자아이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다가 시야에서 사라졌을 때, 나는 옆에 있을 소녀를 향해 말을 걸었다.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고, 옆을 바라보니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아무 기척도 들리지 않았는데… 그렇게 생각하자 갑자기 온몸에 우수수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아무리 저 철문에 집중하고 있었다고 해도, 내가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여기서 사라지는 것이 가능한가? 아니, 불가능하잖아. 그 꼬마가 귀신이라도 되지 않는 한.

 

  귀신, 귀신? 갑자기 떠오른 가설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를 뻔했다. 아니, 오히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귀가 맞다. 산등성이를 올라오면서 숨 하나 흐트러지지 않던 아이의 모습, 땀도 흘리지 않고 차갑던 손. 그리고 기묘하게 웃던 모습. 그 사실들이 모여서 서서히 하나의 결론을 만들어 간다. 하지만 그것이 틀렸기를 또 바란다.

 

  바람이 불고 찌륵, 하는 벌레 소리가 들린다. 이 평범하디 평범한 자극에도 흠칫 놀라 어깨를 떨었다. 돌아가고 싶다. 덜렁거리는 나에게 자상하게 웃어주는 할머니와 핀잔을 주는 수원이 있던 그 과거로. 하지만 돌아갈 곳도 없고 돌아갈 수도 없다. 나는 어깨를 떨어트리고 내리막길을 걸었다.

 

  마을로, 외당숙네 집으로 돌아갈 길을 나 혼자 찾을 수는 있을까. 일단은 갈림길이 나오면 더 닦인 길을 택해서 걸어야겠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해가 어둑어둑하게 지고 있어서 걸음이 빨라졌다.

 

  그렇게 한참을 걸었건만, 나는 여전히 숲 한가운데였다. 여름이라서 늦게 질 해가 벌써 땅 언저리에 걸쳐져 있어서 길을 찾기가 힘들었다. 이미 눈앞에 보이는 길은 수풀이 무성히 자라서 길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것이었다. 주머니를 뒤져서 핸드폰을 켜보았지만, 통화권 이탈. 나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사 온지 하루 만에 길을 잃어서 미아가 되어버렸다. 그것도 귀신이 나오는 숲에서. 숲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돌리니 수풀 안에서 고양이가 튀어나왔다.

 

  “뭐야… 고양이었나.”

 

  나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고양이는 나에게 걸어오더니 주저앉은 나의 무릎에 얼굴을 비비기 시작했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걸 보니 들고양이는 아닌 것 같다. 털상태도 깔끔하고. 나는 그 등을 쓰다듬으며 어디서 왔니, 혹시 내려가는 길을 알고 있니? 라며 중얼거렸다. 다른 사람이 보면 웃을만한 광경이겠지만, 나는 고양이의 손이라도 빌리고 싶었던 것이다. 고양이는 내 말에 화답하듯 야옹, 하고 울었다.

 

  “포도!”

 

  태평한 모습의 고양이를 부러운 듯 바라보고 있을 때, 갑자기 여자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와 나는 화들짝 놀랐다. 몸을 움찔거리고 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보자, 손전등에서 나오고 있는 빛 때문에 눈이 부셔 나는 손으로 눈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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