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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세계를 채우는 나무
작가 : The매드해터
작품등록일 : 2017.11.26

온갖 이야기와 꿈, 기억들이 뒤섞인 특별한 세계.
당신은 세계를 관찰하는 '관찰자'가 되어, 세계의 주민이 된 이야기들을 지켜보게 될 것입니다.

 
여섯번째 이야기 - 가짜 거리의 결혼식(5)
작성일 : 17-12-05 21:22     조회 : 245     추천 : 1     분량 : 4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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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차가운 눈만 펑펑 쏟아지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벽 뒤에 남은 신부는 높다랗게 쌓인 눈더미를 바라보며 시간이 가는 것을 느꼈다.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난 지금 뭘 하는거지..."

 꿈의 신부는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끝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지만 그들은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

 1분 1초라도 후회없이 소중하게 사용해왔지만 지나가버린 시간들은 아무 의미 없었다. 그래서 꿈의 신부는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껴왔다.

 하지만 신부는 지금, 그토록 소중히 여기던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그리고 시간은 그녀를 기다리지 않는다. '끝'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갈 뿐.

 하늘엔 어느 날부터 커다란 보름달과 검은 태양이 생겨나 있었다. 검은 태양은 서서히 달을 가렸다. 그것은 일종의 신호로, 태양이 달을 완전히 가리는 순간, 그들의 꿈은 무너져 버리는 것이다.

 신부는 그 광경을 지켜보며 눈물을 흘렸다.

 "아아, 나는 이렇게 사라지는구나. 난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는데도 의미있는 삶에만 집착하다 가버리는구나... 그 사람이 없으면 나라는 존재는 무의미하다는걸 알고 있으면서도 이리 어리석게 구는구나, 차라리 계속 그 사람 곁에 있었으면... 그 사람 말대로 함께 운명을 받아들였다면 더 편했을텐데."

 꿈의 신부에게 남은 것은 외로운 탄식 뿐이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홀로 소멸을 받아들일수 없었다. 생이란 것에 집착하며 시간을 늘여온 결과, 소멸에 대한 그녀의 두려움은 걷잡을수 없이 커져버린 상태였다. 더 이상 그녀의 주변에는 신부를 달래줄 임도, 자신을 즐겁게 해줄 무언가도 존재하지 않았다.

 신부는 혼자였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신부는 종소리를 들었다. 하얀 종소리였다. 듣기만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종소리였다. 신부는 최면에 걸린듯, 그 맑은 소리를 따라 아주 오랜 시간만에 처음으로 벽을 넘었다.

 벽 뒤에 펼쳐진건 멋진 결혼식장이었다.

 신부의 길부터 주례사의 자리까지 이어진 붉은 양탄자, 그 주변으로 잔뜩 늘어선 대리석 기둥, 곳곳에 가득한 백합이 핀 푸르른 초목 화분. 그 뒤에는 멋진 종이 있는 거대한 종탑이 세워져 있었다.

 신부는 그 길을 걸었다. 손에는 부케를 들고, 치맛자락을 끌며 천천히 그 길을 걸었다. 물론 그녀는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있었다. 그들이 오랜 시간동안 꿈의 내용이었다. 그들은 '결혼식을 치르는' 꿈의 존재들이었다. 두 사람이 결혼식을 울리면 꿈은 끝나게 되어 있다.

 "나의 사랑."

 그 끝에는 꿈의 신랑이 서있었다. 그는 신부의 손을 갈구하며, 자신의 손을 뻗었다. 신부는 망설임 없이 그의 손을 잡았고, 두 사람은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었다. 그들의 세계는 무너져갔다. 꿈이 붕괴되고 있었다.

 "저희가 사라질 때가 왔군요."

 신랑이 탄식하듯 말했다. 그는 각오하고 있었다. 사실, 존재하게 된 그 순간부터 해온 각오였다.

 "삶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하찮고 의미 없는 시간이었지만 저희는 끝까지 함께였습니다."

 그들은 춤을 멈추고 서로를 마주보았다. 키스하기 직전인 자세였다. 그대로 입을 맞추면 꿈은 끝나게 되어있었다.

 "나와 함께 끝을 받아들이실 건가요?"

 신부는 신랑의 입에, 입을 맞추었다.

 "사랑해요..."

 그렇게 그들은 사라졌다'

 

 신랑은 기계장치를 건드렸다. 뒤에 있던 기구를 조작하자, 톱니바퀴가 돌아가며 장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기계는 꿈의 힘을 응집시킨 것이라네. 하객들에게 계속 이곳에 머무르도록 암시를 걸고, 흡수할 수 있도록 만들었지..."

 장치는 윗층으로 올라간다. 신랑은 당신과 함께 그 위로 올라온다. 그곳은 종탑의 최상층이었다. 뻥 뚫린 창으로 예식장에 모인 하객들이 훤히 보였다.

 "세계수의 작품들이여!"

 꿈의 신랑이 모든 하객들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는 기계장치를 조작했다.

 "나는 이 결혼식의 주인공이라네. 이건 평범한 결혼식이 아니며 그대들을 흡수하려는 계획이라네!"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진다. 당신은 그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자, 지금부터 나의 말을 듣게. 어서 이 곳을 떠나게!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말게나!"

 신랑은 신부가 하객들이 이곳을 벗어나지 않도록 '암시'를 걸었듯, 그들에게 걸린 암시를 거부하는 암시를 걸고 있었다. 그러나 신랑의 계획과는 다르게 하객들은 아무도 예식장을 떠나지 않았다. 웅성거림은 그저 웃고 떠드는 소리일 뿐이었다. 그들은 여전히 먹고 마시며 결혼식이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성대한 결혼식인데, 하객들을 내쫓으면 안 되잖아요?"

 계단에서 구두 소리가 들린다. 혼란스러워하는 신랑의 앞에 신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임이여, 대체 무슨 짓을 한거죠?"

 "아... 당신은 언제나 옳은 결과만을 원하기에, 다른 것들을 놓치기 마련이었죠. 당신은 이 기계를 제가 조작할 수 있으니 당신도 기계를 조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겠죠? 우리는 하나나 다름없으니까."

 신부는 장치를 탁탁 쳤다.

 "하지만, 저는 이 기계를 조작할 수 있는 권한을 넘겼어요. 저분께."

 신부는 당신을 가리켰다. 신랑의 나비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당신은 기계를 이용할 수 없어요. 이걸 이용할 수 있는건 오직 관찰자님뿐!"

 신부의 치맛자락이 찢어지며, 톱니바퀴와 날카롭고 딱딱한 선 형태의 촉수들이 튀어나와 신랑을 덮쳤다. 신랑은 신부의 공격을 받고 웨딩 홀의 한가운데로 떨어졌다. 신부는 하얀 치마를 나폴거리며 사뿐히 내려왔다.

 "대체 왜...?"

 신랑이 물었다. 그는 차마 사랑하는 임을 공격할 수 없었다.

 "당신에게 기회를, 그리고 제가 옳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으니까!"

 신부는 품에서 부케를 꺼내 기묘한 장미송이들을 허공에 뿌렸다. 장미는 지면에 닿으며 우주를 고체화한듯한 결정으로 솟아나 촉수처럼 신랑을 공격했다. 신랑은 모자에서 마법의 구름을 꺼내 촉수들을 무력화시켰다.

 신랑은 당신을 조종해서 억지로 사람들의 암시를 풀려고 했다.

 "소용없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꿈의 힘이 더 강해지고 만들어뒀죠, 관찰자님이 이제 당신보다 더 강해요! 관찰자님, 당신은 저의 이야기를 들으셨죠? 당신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거에요, 그 종을 울리세요! 그게 바로 모든 계획의 기폭제니까!"

 신부가 다시 철선 촉수를 움직이자 신랑이 모자에서 무지개를 꺼내어 그걸 막았다.

 "안 되네! 그걸 잡으면 안 돼! 내 말을 듣게, 제발!"

 신랑도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그는 절대 신부를 공격하지 않고 방어술에만 치중하고 있었다.

 종을 울릴것인가 말것인가, 당신은 어떻게 할것인가?

 신랑은 다시 모자를 쓰곤 당신을 바라본다. 그는 방어를 멈추었다. 그리고 갑자기, 주변의 분위기가 쓸쓸하게 가라앉기 시작한다. 하늘에서 갑자기 차가운 눈이 펑펑 쏟아지기 시작했다. 신랑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신부는 자신의 공격을 멈추었다. 그녀는 당신으로부터 신랑을 막을 생각이지, 죽일 생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의 사랑."

 그는 신부의 손을 갈구하며, 자신의 손을 뻗었다. 신부는 망설임 없이 그의 손을 잡았고, 두 사람은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었다.

 "결국 이렇게 되는군요."

 신랑이 탄식하듯 말했다. 그는 각오하고 있었다. 사실, 존재하게 된 그 순간부터 해온 각오였다.

 "저 역시 사라진다는게 두려웠습니다. 그대와 함께할 수 없다는건, 고문이나 다름없으니까. 그렇기에 저 역시 살고 싶었습니다."

 그들은 춤을 멈추고 서로를 마주보았다. 키스하기 직전인 자세였다.

 "나와 함께 시작을 받아들이실 건가요?"

 신부가 신랑에게 물었다. 신랑은 신부에게 키스했다.

 "사랑해요..."

 그리고 신랑은 신부의 손으로 자기 심장에 구멍을 뚫었다.

 "... 어?"

 신부가 그를 어찌해볼새도 없이, 신랑은 그 자리에 털썩 쓰러졌다. 신랑은 고통에 신음하고 있었다. 구멍부터 점점 소멸되고 있었다.

 "안 돼... 안 돼!! 안 돼!!!"

 신부는 신랑을 붙잡았다. 그녀는 그를 다급하게 흔들다, 상처를 치료하려고 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모든 힘을 당신에게 주었기 때문이다.

 "관찰자님, 관찰자님!!!"

 신부는 유일한 희망인 당신을 부른다.

 "어서 종을 울리세요! 방법은 그것 뿐이에요!!"

 "안 돼... 그러지... 말... 게...,"

 신랑이 꺼져가는 목소리로 애원한다.

 "관찰자님!!"

 "안... 돼...,"

 종을 울리면 모든 하객들은 소멸된다. 울리지 않으면 신랑만 소멸된다.

 종을 울릴것인가 말것인가, 당신은 어떻게 할것인가?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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