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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저승에서 왔소이다
작가 : 앤시
작품등록일 : 2017.12.5

저승 최고의 가십지인 '저승일보'의 인간출신 파파라치 기자 이은라.
그리고 염라대왕이 수명에 얽힌 저승사자들의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이승으로 보낸 암행어사 박씨가문의 현도.
거기다 차기 염라대왕으로 낙점당해 언제 저승에 끌려갈지 모르는 비운의 인간 소년 강씨가문의 진성까지.
어찌된 일인지 자꾸 꼬이고 꼬이는 세 사람의 이야기!

 
4. 선택의 시간
작성일 : 17-12-05 20:44     조회 : 253     추천 : 0     분량 : 4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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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선택의 시간

  의기양양,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히죽 웃는 염라대왕과 아닌 척 하지만 궁금해 보이는 안내인 아저씨(?), 그리고 그저 물끄러미 내려다볼 뿐인 저승사자 박겸. 그 세 사람의 시선을 받고 있자니 괜히 죄인된 심정이 든다. 더불어 염라대왕과 마주한 갓 죽은 영혼이라는 게 소문이 났는지 원래 그런건지 주위에 돌아다니던 경호원들이며 저승인들이 흘깃흘깃 보는 걸 넘어 아예 이쪽을 주시하고 있는 사람들도 여럿이라 한층 더 부담스러워진다.

  ‘할머니. 좀 더 착하게 살 걸 그랬나봐요. 왜 죽어서까지 이런 시련이.’

  또르륵. 은라는 괜히 눈물이 찔끔 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원래의 삶, 이은라로서 살아왔던 지난 시간이 아깝고 자신의 죽음이 슬펐다. 할 수만 있다면야 다시 돌아가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돌아가고 싶어요, 라는 자신의 한 마디가 가져올 파장을 생각하면 차마 입을 열 용기가 안 났다. 단란한 일가족의 행복을 깨트린다고 생각하니 자기가 어렸을 적 할머니 손에 혼자 키워지면서 겪었던 설움이 생각났다. 할머니도 엄마와 아빠의 빈자리에 늘 채워지지 않는 슬픔을 느끼며 살다 가셨다. 자신의 선택에 한 사람도 아닌 세 사람의 생명이 달려있다니. 그 중압감은 평생 선량하게 살아온 은라에게는 너무나 버거운 일이었다. 우물쭈물. 서류봉투를 껴안고서 땀만 삐질삐질, 눈만 뎅구르르 굴리는 은라와 그런 은라를 바라보며 무작정 기다리는 세 남자의 풍경. 그렇게 넷이서 얼마나 있었을까?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더 이상 못 기다리겠다 싶었는지 안내인이 슬슬 염라대왕을 빤히 쳐다보며 눈치를 주는 듯 했다. 염라대왕이 흐음- 하면서 지긋이 은라를 쳐다보다가 허리를 쭈욱 늘리며 말했다.

  “이러고 있다간 저승 해가 다 지도록 서서 기다려야될 노릇이군. 내 알았으니 그만 눈치주시지, 문 보좌관.”

  “알아차려주시니 감사합니다, 대왕.”

  지금껏 안내인으로만 생각했던 그 분이 ‘문 보좌관’이라는 직책이 있는 분이란 걸 알자 은라는 한층 더 부담이 커졌다. 한편으론 정말 조선시대 내시같은 존재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신기하기도 했다. 하도 말을 안 해서 그런지, 생각하는 시간을 주겠다는 것인지 염라대왕은 아예 몸을 뒤로 돌아 다시 꽃구경을 시작했다.

  “이렇게 된 거 하루 정도 고민할 시간을 주면 충분할 테지. 문 보좌관, 하루동안 머물 곳을 마련해주게. 원한다면 식사도 준비해주라 하고.”

  앗싸. 시간 벌었다! 은라는 후유, 하고 안도하며 한숨을 쉬었다.

  “알겠습니다, 대왕. 바로 안내하지요.”

  “감사합니다, 대왕님!!”

  당장의 위기를 넘겼단 생각에 앗싸리하고 신이 난 은라는 냉큼 대답을 했다. 문 보좌관은 곧바로 은라에게 “자, 이쪽으로.” 하며 또다시 안내인 노릇을 했고 은라는 열심히 문 보좌관을 따라갔다. 그러자 당황한 것은 박겸이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홀로 염라대왕을 마주한 채 그는 비로소 신입답게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박겸은 저승사자로서 특이한 상황에 놓인 이 영혼을 떠맡았기에 이승으로 다시 가든 아니면 이대로 저승행을 하게 되든 따라다니며 확실히 마무리를 짓고 서류 작업을 책임져야 하는데, 바로 그 자리에서 판결을 내릴 줄 알았던 염라대왕이 무려 선택할 기회를 주며 하루라는 시간까지 주어버린 것이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한가롭게 꽃구경에 한창인 염라대왕의 뒤통수만 바라보던 박겸은, 이미 문 보좌관을 따라 졸졸 가며 자신따윈 망각해버린 듯한 이은라에게도 황당함을 느꼈다. 그러다 큰 마음을 먹고 염라대왕에게 말을 걸었다.

  “죄송하지만 대왕, 저는 이 영혼을 끝까지 책임져야 할 의무가...... .”

  “아직 안 갔느냐?”

  “예?”

  시큰둥한 저 표정. 어째 이은라가 있을 때와 표정이며 분위기며 말투며 확 온도차이가 난다. 냉랭한 분위기에 익숙한 저승사자 박겸도 왠지 간이 쪼그라든다.

  “그럼 자네도 선택하거라.”

  “무엇을 말입니까, 대왕?”

  이은라처럼 다시 태어날지, 말지 정하라는 말씀이신가요? 이미 저승에서 저승사자로 살고 있는데 그 말씀은 말대꾸를 했다고 절 죽이시겠다는 것인지요? 박겸의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지나갔다. 그러나 남자라서 그런 것일까, 저승사자라서 그런 것일까. 염라대왕은 이은라를 대할 때처럼 상냥하지도 굳이 고민할 시간을 줄만큼 상냥하지도 않았다.

  “저 영혼처럼 여기 하루 더 있든지 아니면 그냥 가든지. 니가 안하고 그냥 가겠다면야 대충 다른 여기서 다른 저승사자를 임명해서 붙이든지 하면 되겠지. 넌 골치아픈 일 하나 더는 것이니 좋지 않으냐?”

  게다가 말하는 걸 보면 차라리 저 영혼을 포기하고 아예 나가 버리라는 투였다. 다신 저 영혼을 맡지 말라는 듯한 모습. 그러길 바라는 듯한 모습. 이건 내 착각일까? 설마, 대왕께서 오늘 처음 봤을 저 영혼을 알기라도 하시는 걸까? 잠깐 든 가망성 없는 생각에 스스로도 당황했던 박겸은 그 생각을 휘휘 날려버렸다. 그리곤 이내 침착한 태도로 돌아와서는 말했다.

  “다른 이들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저는 한 번 맡은 이상 제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왕. 저 영혼을 제가 데리고 왔으니 나갈 때도 제가 데리고 가서 어떤 선택을 하든 마무리되는 모습을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호라. 생긴 건 날라리 한량같더니만 고집은 꽤나 있도다.”

  들으라는 듯, 들어도 상관없다는 듯, 혼잣말이라는 듯 염라대왕이 툴툴 거리듯 말했다. 그 말에 박겸은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나, 아니 하지 말아야 하고 아주 잠깐 혼란에 빠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염라대왕이 말했다.

  “그럼 너도 방 하나 줄테니 하루 있다 가거라.”

  “예? 저도요?”

  “그럼 여기에 이은라를 바락바락 쫓아가겠다 하는 저승사자가 너 말고 또 있더냐? 길 잃어버리기 전에 어서 문 보조관이나 쫓아 가거라. 걸음이 빨라 벌써 많이도 갔도다.”

  그 말에 뒤를 돌아보는 박겸. 정말 언제 그렇게 빨리 간건지 문보좌관과 이은라가 손바닥만하게 보인다.

  “알겠습니다. 명 받들겠습니다, 대왕.”

  “어허. 빨리 가래도.”

  “예, 대왕.”

  그리곤 부리나케 저승사자가 저승가기 싫다는 영혼들 잡으러 이승을 뛰어다니던 실력으로 재빨리 뛰어가기 시작했다. 암만 걸음이 빠르다고 해도 뛰는 것보다야 못하고 거기다 체력 좋기로 유명한 저승사자가 맘먹고 뛰니 금방 따라잡는다.

  “어? 왜 왔어요?”

  “염라대왕께서 저도 하루 같이 머물라 하셨습니다, 보좌관님.”

  “으음, 그럼 방을 2개 마련해야겠군요. 방이 있으려나.”

  “아, 저는 아무 방이나 주셔도 됩니다. 창고도 괜찮습니다.”

  “허허. 어쨌든 이 궁에 찾아온 손님이니 그리 홀대하지 않을 겁니다.”

  “보좌관님, 여기는 밥 언제 먹어요?”

  “아아. 방을 먼저 정한 뒤 사람을 보내지요. 먹고 싶은 것이 따로 있습니까, 처자?”

  “으음. 이 곳 음식 먹고 싶어요! 이곳 음식! 특산물!”

  “허허. 주방 사람들에게 물어보지요.”

  “앗싸!”

  “그럼, 저승사자께서는 뭘 드시겠습니까?”

  “앗. 저도 챙겨주시는 겁니까?”

  “이유야 어찌됐든 머물게 된 손님이면 제대로 대접해야 맞지요.”

  “이은라씨와 같은 것으로 주십시오. 두 번 일 하지 마시고요.”

  “일이야 내가 하나. 주방 사람들이 하지요. 부담없이 부탁해도 될 것을. 어쨌건, 두 분 모두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방이..... .”

  세 사람이 만나 이내 저편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염라대왕이 중얼거렸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간만에 맞는 손님이라 그런지 문 보좌관도 안내인 노릇을 하는 것에 제법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아 염라대왕은 피식 웃음이 났다.

  그 뒤 염라대왕은 가만히 아까 하던 모습 그대로, 아무도 다녀간 적 없다는 듯 꽃구경을 즐겼다.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염라대왕의 옷자락이 살랑 나부꼈다. 그 바람에 묻어온 어떤 향기를 맡으며 염라대왕은 눈을 감았다. 그리운 뭔가를 생각하듯, 추억하는 듯한 그윽한 눈빛. 염라대왕이 머무는 궁의 넓은 정원과 그 정원을 감싼 높은 담벼락, 그 담벼락 너머 그 어딘가에서 여기까지 흘러오는 어떤 향. 그 향을 만들어 바람결에 실어보내는 이를 생각하며 염라대왕이 사박사박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 염라대왕의 뒤를 바람같이 날쎈 경호원 사내들이 그림자처럼 소리없이 뒤따랐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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