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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오늘 밤, 보름달이 뜬다
작가 : 인사이
작품등록일 : 2017.12.3

시간을 거스르는 그녀의 좌충우돌 로맨스!
10년 전 풋풋한 연하남은 지금의 톱 스타 배우.
같은 사람인데 양다리 걸친 기분은 왜인가요?
뒤틀린 시간 속에서 피어난 첫사랑은 10년의 시차를 극복할 수 있을까?

 
4. 고등학생 서문 눌
작성일 : 17-12-05 20:43     조회 : 260     추천 : 0     분량 : 6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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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고등학생 서문눌

 

 “누리야!”

 

 3년 전 죽은 누리가 어떻게 눈앞에 있는지는 보름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누리와 다시 만나다니.

 

 보름은 누리를 품에 꼭 안았다.

 누리가 하늘나라로 간 뒤 며칠 동안 앓아누웠던 보름이다.

 누리도 보름만큼 반가웠던 것인지 꼬리를 흔들며 보름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가만히 누리를 안고 눈물을 글썽이던 보름이 갑자기 생각난 듯 누리의 왼쪽 앞발을 살폈다.

 하얀 발등 위에 초승달 모양의 작은 갈색 점이 보인다.

 

 “누리 맞구나! 정말 우리 누리였어!”

 

 보름은 결국 흑흑하며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흐윽. 보고 싶었어. 보고 싶었어. 누리야….”

 

 얼마나 꽉 안았는지 누리가 낑낑거리며 보름의 품을 벗어나려 했다.

 

 “뭐야, 벌써 이 누나가 귀찮아진 거야?”

 

 겨우 떨어진 누리가 여전히 꼬리를 흔들며 빙글 몇 바퀴 돌았다.

 

 “큭. 진짜 우리 누리 맞네.”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내던 보름의 눈에 구형 아날로그 TV가 들어왔다.

 

 TV 뒤통수가 왜 저렇게 통통해?

 아날로그 방송 종료된 지가 언젠데…….

 

 그제야 집 안의 물건들이 익숙하면서도 낯설다는 것을 깨달았다.

 보름은 격해졌던 감정을 추스르며 거실 안을 천천히 살폈다.

 분명 우리 집이 맞는데 낯설다.

 

 노란 바탕에 연둣빛 꽃무늬 에어컨 덮개, 같은 천이 덮여있는 아날로그 TV, 체리 색상 싱크대, 같은 색의 안방 문….

 

 방문과 천장 몰드 색은 작년에 분명 하얀색으로 다시 칠했었다.

 며칠 동안 집 단장 하느라 세 식구 모두 고생했다.

 낡은 싱크대도 새로 바꾸고 새 주방이 됐다며 엄마가 얼마나 좋아했는데….

 

 “이…. 이게 뭐야? 왜 다시 옛날 집이 돼 있어?”

 

 보름은 볼을 힘껏 꼬집었다.

 

 “아씨! 아파……! 헐~ 나. 과거로 타임슬립 한 거야?”

 

 곁에는 동그란 눈을 한 누리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서 있다.

 

 “오늘 너무 많이 마셨나? 한 달에 한 번 때문에 빈혈? 아님, 나 지금 꿈꾸는 거니?”

 

 보름은 누리에게 묻듯 혼잣말을 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거실 바닥에 멍하니 앉아 있던 보름이 조심스레 TV 리모컨 버튼을 눌렀다.

 

 TV 속에서 요즘엔 케이블에서도 재방송 안 해주는 옛날 방송이 나왔다.

 구닥다리 유머에 깔깔 웃는 개그우먼 미모가 요즘보다 못하다.

 

 진짜 과거에 와 있는 건가?

 과거로 돌아온 게 확실하다면 정확히 몇 년이지?

 

 보름은 TV를 끄고 달력이 걸린 벽 앞으로 갔다.

 

 “딱 10년 전이네.”

 

 10년 전이라면 14살의 보름이 혼수상태로 병원에서 지낸 해였다.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갑자기 쓰러져 원인도 모른 채 열 달 동안 의식을 잃고 누워 있었던, 바로 그 해다.

 보름은 시계를 보고 자정이 막 지난 시간을 확인했다.

 10년 전 이 시간의 엄마는 병원에서 보름 곁을 지키고 있을 터였다.

 

 엄마에게 들킨 일은 없겠네.

 

 보름은 거실 한 가운데 벌러덩 누워버렸다.

 눕자마자 눈이 감기고 잠이 밀려왔다. 너무 피곤했다.

 지금 이 상황도 환상 같기만 하다.

 

 환상을 보는 것인지,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한숨 자고 일어나면 뭔가 알 수 있겠지.

 

 눈을 감은 보름은 금방 깊은 잠이 들었다.

 잠든 보름의 겨드랑이 사이로 누리가 자리를 잡고 엎드렸다.

 

 ***

 

 “으음…. 이러지 마. 누리. 좀 더 자고 싶단 말이야. 큭큭. 간지러워 누리….”

 

 누리!?

 

 보름은 벌떡 일어나 앉았다.

 손가락을 핥으며 간질이던 누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본다.

 

 “꿈이 아니었나 봐.”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단잠을 잤던 것인지 머리가 조금 개운해졌다.

 보름은 무릎 위로 올라온 누리를 쓰다듬다 일어서 신발장 옆 거울 앞에 섰다.

 뒤로 넘겨 올려 묶었던 머리가 엉망이다.

 

 퀭한 눈. 짙어진 다크 써클.

 누가 봐도 과음한 다음 날의 성인, 24살의 보름이 서 있었다.

 10년 전으로 왔다 해도 14살의 몸이 되진 않은 모양이다.

 

 “기특하네. 우리 누리. 10년 뒤 누나도 알아보고.”

 

 14살의 보름만을 알고 있었을 누리를 쓰다듬어줬다.

 

 “얼마나 잤던 거야?”

 

 TV 옆 탁상시계가 6시 반을 가리키고 있다.

 그때 현관 밖에서 인기척이 들려 왔다.

 출근 준비를 하러 들어오는 엄마인 거 같았다.

 밤엔 병원에서 보름 곁을 지키다 아침이 되면 집에 와 출근 준비를 했다던 엄마는 고단했던 10년 전의 생활을 모험담 늘어놓듯 말하곤 했다.

 

 엄마가 성인이 되어버린 나를 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아니, 내가 누군지 설명할 수나 있을까?

 

 엄마가 들어오기 전에 몸을 숨겨야 했다.

 다급해진 보름은 신발과 옷가지들을 급하게 챙겨 자신의 방으로 뛰어들었다.

 

 “누리~ 왜 누나 방문 앞에 서 있어? 누리도 보름 누나 보고 싶지?”

 

 집에 들어와 출근 준비를 마친 엄마는 누리의 사료를 챙겨주며 한마디 하곤 서둘러 나갔다.

 들킬까 봐 마음 졸이며 숨어있던 보름은 몇 분 뒤 조심스레 방 밖으로 나왔다.

 조용히 누리 곁에 앉은 보름은 곰곰이 어제 하루를 되짚어봤다.

 

 “왜 10년 전에 와 있는 거지? 아니지. 대체 어떻게 온 거야?”

 

 아침의 이상했던 기운, 벚꽃과 공산의 점괘, 그리고 보름달 교통카드.

 

 보름은 코트 주머니에 들어있던 교통카드를 꺼냈다.

 마치 자신이 과거 여행의 열쇠라는 듯 작은 거울이 반짝 빛났다.

 

 "이걸로 과거로 온 건가? 돌아가는 건 어떻게 하는 거지?”

 

 과거로 와 있는 게 신기했지만, 보름은 불안한 마음이 슬슬 커졌다.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버스에서 교통카드를 사용하면 돌아갈 수 있겠지?

 밤에 타면 과거로. 낮에 타면 돌아가고. 뭐 그런 거 아닐까?

 

 오는 길이 있다면 가는 길도 있겠지.

 

 보름은 이 카드로 다시 버스를 타보기로 했다.

 집 밖으로 나오며 누리에게 혹시 모를 작별의 인사도 잊지 않고 해두었다.

 

 ***

 

 당장 버스를 타려 했던 보름은 10년 전의 거리가 너무 신기해 잠시 시내 구경을 하기로 했다.

 천천히 걸으며 마치 서울을 처음 방문한 외국인처럼 두리번거렸다.

 이곳에서 보름은 모든 것이 낯선 이방인이었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 건물 간판의 디자인, 상가의 진열된 물건들까지 약간씩 모두 촌스럽게 느껴진다.

 영화 세트장에 들어선 것처럼 신기했다.

 

 사람들은 미래에서 온 이방인에게 관심 주지 않았다.

 각자의 생활 속에서 분주히 오갈 뿐이다.

 보름은 아무도 알아보는 사람 없는 거리에서 느긋하게 과거의 사람들을 구경했다.

 이 사람들은 10년 뒤에 어떻게 변해 있을까 상상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을 걸었다.

 

 -꼬르륵~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보름의 뱃속이 요란하게 허기를 알려왔다.

 그러고 보니 어제 회식 자리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사람 구경이고 뭐고 이제는 그만 돌아가야겠다.

 보름은 버스 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른 카드 없어요? 거, 카드 없음 현금 넣어요.”

 

 버스에 오른 보름은 버스 단말기 앞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난감한 얼굴로 서 있었다.

 단말기가 보름달 교통카드를 인식하지 못했다.

 

 “제가 지갑을 집에 두고 와서…….”

 

 “뒤에 사람들 기다리는데 그럼 빨리 내리던가 해요.”

 

 문 앞을 가로막고 안절부절못하는 보름에게 기사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재촉을 했다.

 하지만 바로 뒤에 줄 서 있는 사람 때문에 내리기도 쉽지 않다.

 

 “제가 이 사람 거 대신 찍을게요.”

 

 보름은 반가운 마음으로 뒤를 돌아봤다.

 뒤에 서 있던 고마운 은인은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다.

 기사 아저씨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두 명의 요금을 인식하도록 단말기를 조작했다.

 인사도 못 하고 서 있기만 한 보름을 지나쳐 학생은 버스 중간 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버스가 출발해서야 정신을 차린 보름이 학생 옆으로 가 꾸벅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저기…. 정말 고맙습니다.”

 

 “내가 답답해서 그런 거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남학생은 보름을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그리곤 가방에서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는다.

 무안해진 보름의 얼굴이 뾰로통해졌다가 이내 울상이 되었다.

 카드가 안 먹히면 어떻게 되는 거야.

 나 이제 현재로는 못 돌아가는 거야?

 갑자기 막막해져 한숨이 절로 난다.

 

 “아휴~”

 

 어찌나 크게 쉬었는지 앞에 앉은 남학생이 기분 나쁜 표정으로 보름을 노려봤다.

 몸이 절로 움츠러드는 눈빛이다.

 

 보름은 말없이 또 꾸벅 고개 인사를 했다.

 학생의 시선이 창밖을 향하자 까칠한 학생을 천천히 훑어봤다.

 앞머리를 위로 다 올려세우고 이마를 훤히 드러내고 있어 얼굴 옆선이 잘 보였다.

 

 매끄럽게 솟은 콧날, 굳게 다물었지만, 살짝 올라간 입꼬리.

 성격은 까칠해도 얼굴에 잘 생김이 덕지덕지 붙었다.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낯이 익었다.

 

 어디 학교의 꽃돌이 일까?

 교복을 훑어보다 왼쪽에 달린 명찰에 시선이 멈췄다.

 이름을 확인한 보름은 황급히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서문혁

 

 명찰엔 틀림없이 ‘서문혁’이라는 이름이 쓰여 있다.

 보름이 알고 있는 ‘서문혁’은 두 명이다.

 대한민국 톱스타 서문눌과 ‘스페이스 무비’의 알바생 서문혁.

 

 지금 앞에 앉은 남학생은 배우 눌과 몹시 닮아 있었다.

 아니 바로 앳된 서문눌의 얼굴이다.

 

 ‘스페이스 무비’의 문혁이라면 2006년엔 12살 초등학생 일 것이다.

 29살인 눌이라면 19살 고등학생이겠지.

 

 오마나 세상에!

 내 앞에 앉은 이 고딩이 정말 눌이란 말이야?!

 

 상상도 못 한 만남이다.

 그렇게 만나길 고대하던 서문눌이 바로 코앞에 있다니!

 그것도 이렇게 뽀송뽀송한 고딩 모습으로.

 

 “히꾹!”

 

 저절로 나오는 환호성을 속으로 삼키던 보름은 대신 요란한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

 

 가지가지 한다.

 무전 승차에, 앉은 사람 머리에 입바람 후후 불고, 이젠 딸꾹질 소음까지.

 혁은 옆에 서 있는 여자가 자꾸 거슬렸다.

 

 아침 일찍 병원에 들렀다 학교로 가는 중이었다.

 당분간 피아노 연습은 자제하라는 말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

 손목에 건초염이 다시 돋은 것이다.

 피아노만이 유일한 숨통이었다.

 하지만 지금 무리하면 입시 때 곤란해질 수 있다.

 심란한 마음에 음악이라도 들어야겠는데 옆에 서 있는 여자 때문에 짜증이 솟구쳤다.

 

 학교 정류장에 서자마자 혁은 버스에서 서둘러 내렸다.

 그런데 여자도 따라 내린다.

 

 우연히 목적지가 같았겠지. 하지만 신경 쓰여.

 

 혁은 애써 무시하며 빠르게 걸었다.

 

 -쿵

 

 갑자기 둔탁한 소리와 함께 등 쪽에 묵직한 통증이 느껴왔다.

 

 “뭐야?!”

 

 짜증 섞인 목소리가 생각보다 날카로워 혁 자신도 놀랐다.

 혁이 황급히 뒤를 돌아봤다.

 

 “으헐~ 죄송합니다!”

 

 역시 짜증 나는 그 여자다.

 여자가 버스 안에서처럼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벌써 몇 번째 받는 배꼽 인사인지.

 여자를 바라보는 눈빛이 사나워진다.

 나직한 한숨을 내뱉은 혁이 다시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여자가 다급하게 다시 불러왔다.

 

 “저기 혁이 학생!”

 

 뭐지, 저 여자? 내 이름을 어떻게?

 

 혁은 이 짜증 나는 여자가 궁금해졌다.

 

 “저기 저, 그러니까……. 돈 좀 빌려주실래요?”

 

 “네에?”

 

 신종 거지인가.

 

 “지갑을 잃어버렸어요…….”

 

 진짜인지, 속이는 건지 모르겠다.

 동그란 눈으로 당당하게 요구하는 표정을 보니 거짓말은 아닌 것도 같고.

 

 혁은 천천히 여자를 훑어봤다.

 옷차림이 어딘가 모르게 어색했다.

 남자 옷처럼 큰 재킷, 딱 붙는 청바지는 발목까지 접혀 있고 찍찍이 하얀 운동화를 신고 있다.

 제일 이상한 건 양말을 한껏 올려 신었다는 것.

 우스꽝스럽긴 하지만 모두 깨끗하고 궁색해 보이진 않다.

 귀엽고 선한 얼굴이 믿고 싶게 만드는 인상이다.

 하지만 혁은 뜬금없는 금전 요구보다 어떻게 이름을 알고 있는지가 더 신경 쓰였다.

 

 아버지랑 관련된 사람일지도 모른다.

 뉴욕에 있을 땐 종종 천재 챌리스트의 아들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다.

 한국에선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혹시 기자라면?

 이렇게 우연을 가장해 접근해서 끈질기게 인터뷰를 요구할지 모른다.

 아주 귀찮아질 것이다.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았어요?”

 

 여자가 조용히 왼쪽 가슴을 가리켰다.

 고개를 내려 확인하니 이름표가 떡하니 보였다.

 엉뚱한 추리를 한 거 같아 무안해진다.

 혁은 헛기침을 몇 번 하고 다시 물었다.

 

 “보통은 문혁으로 부르던데?”

 

 학교에서도 ‘서문’이 성인 줄 몰라 문혁이라 불릴 때가 많았다.

 이 여자는 분명히 ‘혁이’ 라고 불렀다.

 혁은 숨은 의도를 찾기라도 하듯이 여자의 얼굴을 뚫어지라 바라봤다.

 

 아는 사람 중 '서문' 성을 가진 사람이 있다 했다.

 흔치 않은 성인데….

 믿어야 할까, 속아줘야 할까.

 

 “지갑 정말 잃어버린 거 맞아요?”

 

 여자가 동그란 눈을 하고 힘차게 주억거린다.

 추위에 빨개진 코끝을 하고 고개를 끄덕거리는 모습이 귀여워 순간 웃을 뻔했다.

 혁은 자꾸 올라가려는 입가에 힘을 꽉 주었다.

 

 그래, 이렇게 어리바리한 여자가 기자일 리 없다.

 괜한 의심을 한 게 미안해진다.

 

 -꼬르륵~

 

 여자의 배에서 갑자기 큰 소리가 났다.

 

 배가 고팠구나. 그래서 돈을 빌려달란 거였어.

 

 웃음이 났다.

 웃을 일이 아닌데, 자꾸 입꼬리가 올라간다.

 

 힘들게 웃음을 꾹 참은 혁은 가방에서 노트를 꺼내 핸드폰 번호를 적었다.

 그리고 쭉 찢어 만원과 함께 여자에게 건네줬다.

 

 돈은 돌려받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물론 돌려받을 생각도 없었다.

 그래도 한 번쯤 다시 만나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여자와 엉뚱한 대화를 나누다 보니 마음이 편안했다.

 마음속을 괴롭히는 뾰족한 생각들이 한 쪽으로 물러나 있다.

 여자의 고맙다는 힘찬 인사에 민망해진 혁은 무심한 척 몸을 돌렸다.

 

 학교로 가는 내내 여자 생각에 실없이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 후로 며칠 동안 이름 하나 묻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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