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로맨스
홍콩러브트립
작가 : 제이J
작품등록일 : 2017.12.1

은퇴후 낯선 도시를 찾아온 톱스타 이한경
그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가이드 송호연
홍콩에서 시작되었던 그들만의 러브 트립

 
2. 번외 - Dolphins, I care.
작성일 : 17-12-05 17:53     조회 : 348     추천 : 0     분량 : 244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Dolphins, I care.

 

 “배우시요?”

 

 사투리 억양이 묻어있는 느릿한 광둥어가 은혁을 향했다. 맞은편 선착장에 걸터앉아 그물을 정리 중이던 중년의 어부가 벤치에 앉은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닙니다.”

 “옷을 이상하게 입었길래. 영화라도 찍으러 왔나 했지.”

 

 이상하게 입었다는 이 옷은 이태리에서 물 건너온 명품 슈트였다. 알록달록한 등산복 차림의 중국인 관광객 몇몇이 은혁을 의아한 눈으로 훑었다. 이상한 나라에 온 앨리스가 된 기분이었다.

 

 “그럼 배우 지망생인가?”

 

 남자의 질문은 비슷한 카테고리를 맴돌았다. 초면인 외지인에게 쓸데없는 질문을 던지는 걸보니, 할 일없이 심심한 모양이었다. 어부의 옆에는 생선이 들어있는 듯한 나무 궤짝들이 쌓여 있었다. 궤짝 안에 오래 갇힌 생선처럼 은혁은 몹시 피곤한 상태였다. 그는 짧게 대꾸했다.

 

 “그것도 아닙니다.”

 “내 친구가 누군지 아오?”

 

 은혁은 미간을 가늘게 좁혔다. 그런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였다. 정말로 이상한 동네다. 은혁은 싱가포르의 국제 로펌에 근무하며 홍콩 쪽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때문에 이 도시를 수도 없이 오갔다. 그가 아는 홍콩은 센트럴의 고층빌딩숲이 전부였다. 그가 만나온 홍콩인들도 로펌이나 대기업 직원, 혹은 사업가들이 대부분이었다. 단언컨대, 이렇게 희한한 마을 풍경도 마을 주민도 정말이지 난생 처음이었다.

 

 “내 친구가 주성치요.”

 

 애당초 답을 기다렸던 질문이 아니라는 걸 은혁은 그제야 깨달았다.

 

 “배우 주성치 말입니까?”

 “여기가 주성치 고향이거든. 나랑 같이 컸지.”

 

 그제야 뜬금없는 질문들이 이해되었다. 슈트 차림의 훈남이 아니라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의 흔남이 앉아있었다 해도, 상대는 같은 질문을 던졌을 거였다. 배우요? 배우 지망생이요? 내 친구가 누군지 아시오? 매일매일 반복해온 레퍼토리일지도 몰랐다. 남자는 그저 유명한 제 친구를 자랑하고 싶은 것이 분명했다.

 

 “이 마을에서 주성치가 영화도 찍었지”

 

 안타깝게도 은혁은 그 영화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코믹하고 촌스러운 주성치 특유의 클리셰를 좋아하는 건 죽은 진우형이었다. 엉뚱하게 떠오른 누군가에 대한 기억에 은혁은 입술을 얇게 깨물었다.

 

 “멋진 친구를 두셨네요.”

 

 그에게도 대단한 친구가 하나 있다는 걸 상대는 모를 거였다. 주성치 만큼이나 유명한 그 녀석과 작은 마을에서 함께 자랐다는 걸, 바로 그 인간 때문에 장장 한 달간의 휴직계를 제출하고 홍콩에 왔다는 걸, 그게 지금 자신이 여기에 앉아있는 이유라는 걸 아무도 모를 거였다.

 

 “그런데 혼자 왔소?”

 “아니요. 일행들은 배타고 바다로 나갔습니다.”

 “돌고래 보러 갔고만.”

 

 그들을 태운 배는 보이지 않았다. 은혁은 잔잔한 바다의 어느 먼 곳을 응시했다.

 

 “운이 엄청 좋아야만 볼 수 있을 거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 백마리는 있었는데, 요즘은 수십마리밖에 안 남았거든. 관광보트 돈벌이가 쏠쏠했는데, 우리도 아쉽지.”

 

 어부가 잰 손놀림으로 정리하던 그물에서 작은 물고기 하나가 퍼덕거렸다. 남자는 빨간 양동이에 그것을 무심히 던져 넣었다.

 

 “작년에 해변가에 돌고래 하나가 죽어서 떠내려 왔지. 동물 보호단체에서 우르르 나와서 조사를 했는데, 자살을 한 것 같답디다.”

 

 어부는 정리된 그물더미를 배안으로 던져 넣었다. 굽어있던 허리를 주먹으로 통통 치며 일어난 그는 담배 한 개피를 입에 물었다. 억센 일을 하며 살아온 남자의 손은 나무껍데기처럼 거칠었다.

 

 “돌고래가 자살을 어떻게 합니까?”

 “물속으로 가라앉아 숨쉬기를 포기해 버린다더군.”

 

 어부는 어딘가 쓸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쇠락해가는 마을사정이 안타까운 건지, 먼 바다의 돌고래가 안쓰러운 건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세기의 배우가 된 친구와 판이하게 다른 제 신세가 한탄스러운 건지도 몰랐다. 뿌연 담배연기가 바닷바람을 타고 허공으로 흩어졌다.

 

 “근데, 그쪽은 이 마을에 왜 왔소?”

 

 일전의 질문들처럼 맥락 없는 물음이 다시 은혁에게 날아들었다. 은혁은 남자가 바라보는 먼 바다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을 태운 배도, 돌고래도 보이지 않았다. 저 바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그들이 떠나온 땅에서는 어떤 일들이 꾸며지고 있을까. 오래전 다른 땅의 하늘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걸까. 어느 것도 분명하지 않았다.

 

 “주성치 때문에 온 것도 아니고, 돌고래를 보러 온 것도 아니면 뭣하러 왔나?”

 

 오랜 친구의 간절한 부탁 때문이었다. 때가 되었다고 한경은 말했다. 제 목을 조여 올 거대한 힘에서 벗어날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고 했다. 송호연이란 한 여자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그 무렵이었다. 그녀를 찾기 시작한 것도 오늘의 이 말도 안 되는 여행을 계획한 것도 그날 부터였다.

 그 두 사람은 지금 저 바다에 함께 있다. 깊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아 숨쉬기를 포기하는 어느 돌고래의 이야기처럼, 은혁은 이 여행이 한경의 마지막 항해가 아니길 진심으로 바랐다. 그것이 그가 여기에 있는 이유였다. 그는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상대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일지도 몰랐다.

 

 “돌고래를 구하려고요.”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3 8. 마음에 점을 찍다 - 해피밸리에서 딤섬을 #1 2017 / 12 / 21 369 0 6065   
22 7. 번외 - 또 하나의 야경 2017 / 12 / 19 348 0 2862   
21 7. 야경을 보는 두가지 방법 - 더 피크 #2 2017 / 12 / 18 372 0 7019   
20 7. 야경을 보는 두 가지 방법 - 더 피크 #1 2017 / 12 / 17 373 0 5354   
19 6. 번외 - 클리셰에 대처하는 방법 2017 / 12 / 15 351 0 3284   
18 6. 우아한 그녀들 - 페닌슐라 애프터눈티 #2 2017 / 12 / 14 362 0 5837   
17 6. 우아한 그녀들 - 페닌슐라 애프터눈티 #1 2017 / 12 / 13 350 0 7872   
16 5. 번외 - 그 곳에선 세상 모든 일이 일어난다. 2017 / 12 / 12 354 0 2969   
15 5. 슬픈 우리 젊은 날 - 청킹맨션 #2 2017 / 12 / 12 350 0 6847   
14 5. 슬픈 우리 젊은 날 - 청킹맨션 #1 2017 / 12 / 10 347 0 6512   
13 4. 번외 - 사라져야만 하는 것들 2017 / 12 / 10 346 0 1689   
12 4. 사라지는 것들 - 심포니 오브 라이트 #2 2017 / 12 / 9 347 0 7800   
11 4. 사라지는 것들 - 심포니 오브 라이트 #1 2017 / 12 / 8 385 0 7539   
10 3. 번외 - 사랑과 사진의 공통점 2017 / 12 / 7 356 0 2216   
9 3. 너에게 가는 길 -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2 2017 / 12 / 7 356 0 7035   
8 3. 너에게 가는 길 -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1 2017 / 12 / 6 347 0 8542   
7 2. 번외 - Dolphins, I care. 2017 / 12 / 5 349 0 2443   
6 2. 당신이 핑크돌고래를 만난다면 - 타이오 마… 2017 / 12 / 5 379 0 7631   
5 2. 당신이 핑크돌고래를 만난다면 - 타이오 마… 2017 / 12 / 4 382 0 7201   
4 1. 번외 - 99년 4월 1일 그때, 그곳 2017 / 12 / 3 374 0 2200   
3 1. 뮤즈가 나타나는 곳 - 첵랍콕 국제공항 #2 2017 / 12 / 2 356 0 6425   
2 1. 뮤즈가 나타나는 곳 - 첵랍콕 국제공항 #1 2017 / 12 / 1 421 0 6833   
1 프롤로그 2017 / 12 / 1 659 1 6090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그것은 흩날리는
제이J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