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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천운지화
작가 : 바름
작품등록일 : 2017.12.5

동양과 서양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곳에서의 판타지. 이 나라의 구원자는 우리야.

 
01. 윤절영
작성일 : 17-12-05 16:57     조회 : 352     추천 : 0     분량 :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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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해가 중천에 떠오를 때까지 그칠 줄을 몰랐다. 내내 습한 날씨와 걸음마다 질척이는 진흙은 절영의 기분을 나쁘게 했다. 감사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이렇게 평범한 시장에서 뭘 알아내라는 건지. 게다가 오늘은 비 때문에 시장에 사람도 얼마 없는데. 영문도 모른 채 위에서 시킨대로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절영의 입에서 볼멘소리가 새어나왔다.

 

 "망할 윗대가리들. 재수없어."

 

  임무를 나오기 전에 챙겨온 간식 거리를 씹으면서 상사를 욕하는 것은 절영의 즐거움 중 하나였다. 평소에는 작영과 함께 임무를 나오기 때문에 할 수 없지만 가끔 오늘처럼 혼자 임무를 수행하는 날이면 늘 해오던 것이다. 혼잣말로 욕하는 모습은 주변 사람들에게 이상한 시선을 받을 수 있었지만 절영은 신경쓰지 않았다.

 

 "쯧, 전부 다 엉망이잖아."

 

  시장 길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늘어선 가게들을 둘러보며 절영은 표정을 잔뜩 일그리며 혀를 차기 바빴다. 천막 아래에 있는 물건은 바람에 날린 빗물에 이미 오래 전에 흠뻑 젖은 것 같았다. 저럴거면 차라리 가게 안에다 집어넣을 것이지. 절영은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저었다. 안으로 더 들어가봤자 이런 것들만 더 볼 것 같아 절영은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는 얼마 못가 뒤에서 비명소리와 함께 평소보다 조용하던 시장이 소란스러워졌다.

  소란스러움에 고개를 돌린 절영은 제 쪽으로 달려오는 남자와 그 뒤를 쫓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사이사이에 들리는 '도둑놈 잡아라!'하는 소리에 절영은 상황파악을 완료했다. 남자는 비키라는 듯 손을 휘휘 저었고 그런 남자를 무시한 채 더 가까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가 쓰고 있던 우산을 접어 남자에게 휘둘렀다. 미처 피하지 못하고 절영이 휘두르는 우산을 허리에 그대로 맞아버린 남자는 질척한 시장 흙바닥에 그대로 엎어졌다.

 

 "우산에 부정탔네. 그 쪽 가지세요."

 

  빗물이 뚝뚝 흐르는 우산 손잡이를 바닥에 쓰러진 남자의 손에 대충 쥐어주고는 몸부림치는 남자의 어깨를 세게 쥐어 잡았다. 그러자 비에 잔뜩 젖은 아이 셋이 달려와 연신 감사를 표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버지 약 값이었는데 이 사람이 훔쳐가는 바람에…."

 

  셋 중에서 가장 큰 아이가 남자의 주머니에 있던 종이 봉투를 꺼내었다. 종이 봉투는 꽤 두툼해 보였다.

 

 "아니다. 계속 비 맞으면 감기 걸리니까 천막 아래로 잘 피해서 얼른 가. 돈 잘 챙기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늘은 되는 일이 없구만. 절영은 남자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을 풀었다.

 

 "지금 조용히 돌아가면 봐줄테니까 썩 꺼지세요."

 

  분을 못이겨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남자를 보고는 주머니에서 명패를 꺼냈다. 금빛의 동그란 명패에는 '진유국(䨯蕤國)'이라는 세 글자가 눈에 띄게 새겨져있었다. 그 아래에는 '진유국'이라는 글자 보다 조금 작게 '감찰(監察)'과 '윤절영(尹晢煐)'이라는 글자까지 함께 새겨져있었다. 이 여덟 글자를 보고 눈이 커진 남자는 절영의 얼굴과 명패를 번갈아 보더니 허우적대며 도망가기 바빴다. 남자가 도망가고, 아이들에게는 비를 피해가라 했지만 정작 본인은 비를 맞으며 걸음을 옮겼다.

 

  겨우 궁궐까지 다다른 절영은 방으로 돌아가 재빨리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물에 빠진 생쥐꼴로 작영을 마추졌다가는 어떤 잔소리를 얼마나 들을지 몰랐다. 단 1분 차이로 오빠가 된 작영은 자신과 달리 꼼꼼하고 자상하며 똑똑하기까지 했다. 얼굴까지 똑 닮아서 거울을 보며 잔소리를 하는 것 같아 작영의 잔소리를 세상에서 가장 싫어했다. 물론 사람 자체가 싫다는 것은 아니다. 사람 자체가 싫은 것은 안태근 하나로 족하니까.

  아무튼 절영은 금방 씻고 나와 갈아입은 옷 덕분에 상쾌하고 개운한 기분으로 일찍 잠자리에 들려했다. 이제 겨우 하늘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지만 상관 없었다. 이불 속에 묻혀 창 너머에 붉은 하늘을 바라보며 절영은 그렇게 잠이 들었다. 자신이 맡은 임무를 하다 만 것은 생각도 하지 않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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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01. 윤절영 2017 / 12 / 5 353 0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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