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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레몬 타르트
작가 : 소피아
작품등록일 : 2017.11.19

이제는 배우입니다. 남장여자 배우 데뷔기!

 
9화
작성일 : 17-12-05 16:32     조회 : 251     추천 : 0     분량 : 3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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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유진 스스로 나름 여자의 자신감이 없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여잔데.’ 아무런 반응도 없다니 유진은 되려 조금 충격적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까지 이어진 자기 자신이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잠깐, 무릎 꿇고 사과해! 까진 아니어도 이거 내가 주도권이 있는 상황이 아닌가?’ 유진의 머리가 어지럽다. ‘아냐, 주도권을 가진 건 그 녀석이다. 침착하자.’

 

 그보다 유진이 지금 여자라면 지녀야 할 자존심을 생각하고 있는 점 또한 유진에게는 꽤 충격적이었다. ‘왜지? 그래도 아직 여자란 존재감이 남아있긴 했나? 여자인 걸 들킨 걸 무기로 사용할 생각을 하다니.’

 

 ‘그보다 내가 화장실에 있는 줄 몰랐나? 불을 켜놓고 있어서 그랬나? 차라리 샤워기를 틀어놓았으면 괜찮았을걸! 나는 왜 하필 오늘 딱 하루 문을 잠그지 않았을까? 왜 하필 오늘 수도관이 고장 난 거지? 하여간 어떡하면 좋지?’

 

 ‘똑똑.’

 “...”

 “저기, 일단 할 거 해. 나 나가야 하는데, 난 네 쪽 화장실 쓸 테니까.”

 

 유진은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밖에 있는 준모를 불러세워야 하나 하는 고민을 했다. ‘이제 고작 3달 정도 지냈는데… 밥도 정말 맛있고, 나중에 일하면 용돈도 챙길 수 있는 학교라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였는데… 이젠 끝이구나…’

 

 ‘샤워를 해야겠다.’ 유진이 문을 잠갔다. ‘혹시 다시 들어오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라며. 뜨거운 물을 맞으며 이런저런 방향으로 생각을 달리해보았지만 별 뾰족한 수가 없었다.

 

 ‘나도 이대로 조용히 나갈 수는 없지. 울면서 부탁이라도 하면 내 사정을 들어주지 않을까? 아. 왜 하필이면 준모 그놈이었을까.’ 유진이 머리를 빡빡 긁었다.

 

 ‘좋게 생각하자. 윤준모니까 오히려 이해해줄 수도 있어. 룸메이트인데 설마 그렇게 쉽게 내칠까? 밥도 같이 먹고 잠도 그래도 한 집에서 같이 자는 사이인데 설마. 그래도 우리, 나름대로 우정이 있지 않을까? 있을 터가 없지!’ 유진은 머리가 복잡해서 터져버릴 것 같았다.

 

 ‘오늘은 일단 자고 내일 적당히 둘러대야지.’ 유진이 씻고 나왔을 때 준모는 이미 나가고 없었다. 유진에게는 곧 나가야 한다고 말을 했지만, 유진은 들은 기억이 나질 않아 한참을 식탁에 앉아있었다.

 

 ‘사정을 설명하면 들어주지 않을까?’ 따위를 걱정하면서 유진은 계속 멍하니 앉아있었다. ‘아, 어떡하지. 이거 꿈은 아니겠지? 내가 지금 꿈을 꾸나? 아... 어떡하냐 진짜.’ 유진은 여자인 걸 들켜버리고 말았다. 그것도 가장 들키고 싶지 않은 사람한테 말이다.

 

 ‘어떡하지, 아빠한테 뭐라고 말하지. 연락처도 모르는데…’ 내일에 대한 고민으로 머리가 꽉 차서 복잡할 때 즈음 유진은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아쉽게도 날이 밝았다. 꿈이 아니었다.

 

 이 와중에도 유진은 ‘시집가긴 글렀어…’ 라고 생각하는 소녀소녀한 마음과 ‘이 자식을 어떻게 협박해야 하나’ 고민하는 남성미가 넘치는 마음에서 갈등하고 있다.

 

 물론 현실의 유진은 어제 일이 꽤 충격이었는지 이상행동을 보였다. 여느 때와 달리 식당에 커다랗게 붙어있는 한식 메뉴, ‘쌀밥, 된장국, 소세지 야채볶음’ 을 그냥 지나쳤다.

 

 ‘정말 밥이 맛있다니까, 우리 학교!’ 라며 먹는 낙으로 하루를 살던 유진이 끼니를 거른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어떻게든 고민을 날리려고 노력해보는 듯하다. 먹는 일도 그만두다니, 유진답지 않게 이상한 일이었다.

 

 ‘어떻게든 윤준모를 설득해서 이 학교에 있어야 한다.’ 유진은 계속 그 말만 속으로 되풀이했다. 유진은 아침을 먹지 못해서인지 더 심란한 기분이다. 그렇게 오전 수업을 들으러 교실로 향했다.

 

 “아후...”

 “유진군 안녕하신가.”

 “어 왔어? 머리는 또 그게 뭐야.”

 “어제 드라마 보니까 준수님 머리가 바뀌었더라고. 오늘 아침에 하고 왔어.”

 “야 넌 좀 적당히 하지… 됐다 됐어.”

 

 ‘아침부터 미용실이라니. 그분들은 무슨 죄냐.’ 유진이 종철을 보고 한숨을 푹 쉬었다. 오전 수업은 단순 교과목들이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라면, 대학에서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듯, 해당하는 수업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국어라면 현대 문학의 기초, 창의적 글쓰기, 깊이 읽는 독서의 즐거움 같은 수업들이 있다. 역사는 크게 한국사, 세계사, 근대사가 21세기에 미치는 영향 등이 있는 것이다.

 

 사회 과목도 심리학 101, 사회학 개론 등 꽤 여러 가지 수업들이 뒤섞여있다. 과마다 추천하는 과목과 필수 이수 과목이 정해져 있는데, 연극영화과는 필수는 아니어도 거의 반강제적으로 심리학과 사회학을 들으라는 식이다.

 

 “들었어? 우리 뭐 할지 정해졌다던데.”

 “몰랐는데, 어차피 너나 나나 무대 뒤에서 잡일 할 텐데 뭐.”

 “왜 이래~ 난 이번에 꼭 데뷔할 거야. 너도 일찍부터 포기하지 말라구.”

 “난 그냥 뒤에 있을래.”

 

 수업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유진은 엎드려 자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종철이가 생각보다 일찍 와서 계속 수다를 떠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놈의 미용실만 아니었어도 허구헌날 아슬아슬하게 오는 녀석이…’

 유진이 종철을 힐끔 보자 종철이 드라이한 머리를 만지며 빙글빙글 웃었다.

 

 “여장하는 것도 해보려고, 그걸로 인기 얻을 수도 있대. 그럼 나도 준수님처럼 진짜 배역 얻고 티비에 나올 수 있는 거야. 어쩌면 같은 드라마에 캐스팅될 수도 있고. 이히히.”

 “여장을 시킨다고?”

 “왜, 작년에 줄리엣 모르냐? 너도 알 텐데?”

 “아… 그거.”

 

 작년에 한동안 화제가 되었던 2학년 학생회장인 박건우를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 전설 같은 이야기는 이 학교에 들어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너무 많이 들어왔다. 연기과 학생도 얼마든지 유명세를 떨칠 수 있다는 마법 같은 소리. 유진은 더이상 이야기 듣는 것이 귀찮다는 듯 책상에 엎드렸다.

 

 유진의 미적지근한 반응에도 상관없다는 듯, 종철은 어제 본 드라마를 내용을 떠들기 시작했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데 뻔하디 뻔한 사랑 이야기다.

 

 지금 유진과 종철이 듣는 수업은 1학년이 들어야 하는 기초 과목이기에 성실하게 이수해야 한다. 방학 때 보충수업을 하기 싫다면 말이다.

 

 인기 있는 수업이랑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수업은 당연히 수강생이 많지만, 그 이후에 선택해서 들을 수 있는 수업은 자리가 많다. 유진은 나중에는 인기가 별로 없는 수업을 들어, 다시는 종철이랑 같은 반이 안 되기를 바라고 있다.

 

 지금은 유진과 종철이 1학년이라 수업도 6교시까지 모두 해야 하지만, 3학년만 되어도 선택과목에 자율학습을 넣고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나 방송으로 대체 한다든지 하는 일도 있다.

 

 되려 수강 인원이 적은 인기가 없는 수업은 취소되는 경우가 빈번해서 애들끼리 서로 짜고 최소 인원을 만들어 수강 신청을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유진이 왔네~~”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에는 왜 안 왔어? 소세지볶음 나왔는데. 아줌마가 계속 기다렸잖아.”

 

 

 

 
작가의 말
 

 jihyey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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