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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머리가 없는 여자
작가 : 덤보
작품등록일 : 2017.12.4

명품 의류 공장에서 머리가 박살난 채 죽은 여자 A. A의 자취를 쫓는 형사 B.

 
2화
작성일 : 17-12-05 07:00     조회 : 213     추천 : 0     분량 : 5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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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B는 건물주가 준 마스터키로 문을 쑤셨다.

  “으.”

  B는 움찔하다 못해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살면서 특히 미스터 세오울이 되기 전 기괴한 것들을 제법 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에서 본 미친놈들의 편집광적인 그 숨 막히는 어떠한 것은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천천히 집을 살폈다. 그는 핸드폰 전등을 켜야 했다. 창문이 죄 막혀있었다.

  그의 눈에 처음 들어온 것은, 그리고 그가 비명을 지르게 만든 것은 마네킹이었다. 마네킹은 머리만 달랑 떼어져 있었다. 그는 극심한 혐오감을 느꼈다. 마네킹의 눈동자가 까맣게, 빨갛게 칠해져 있었다! 립스틱이 발려진 것도 있었고, 수염이 그려진 것도 있었다. 심지어 사람 피부색에 얼추 비슷하게 그려진 것도 있었다. 가발이 대부분 씌어져 고정되어 있었고, 현관에 가짜 머리카락을 천장에 묶어 단단히 고정시켜 놓은 뒤 데롱데롱 매달려 마치 중국집 발처럼 그를 노려봤다. 그는 샌드백마냥 매달린 그 마네킹 얼굴들을 살짝 치웠다.

  한 칸짜리 방 안은 그 작은 평수만큼이나 숨이 막혔다. 그는 수많은 얼굴들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것을 느꼈다. 이번엔 마네킹 대가리가 아니었다.

  그건 잡지였다.

  정말 아무렇게나 찢어발겨진 잡지 페이지들이 벽을 뒤덮고 있었다. 상품을 찍은 잡지는 거의 없었다. 인물이 찍혀진 화보의 페이지들이 숨이 막히도록 벽을 깔고 있었다. 페이지 속 얼굴들은 죄 강렬한 표정이었다. 그는 혼란스러웠다. A는 대가리 없이 죽어갔다. 그런데 A의 집 속에는 온통 머리통 뿐 이다. 온갖 다양한 색깔의 그것들이 사방을 덮어 그를 옥죄어왔다. 그는 천천히 뜯겨진 하나를 살폈다. 얼굴 대부분에 낙서가 적혀있는 것을 확인했다.

  턱에는 턱, 코에는 코, 입에는 입, 눈은 새까맣게 칠해져 눈이라고 적혀있었다. 하도 칠을 해대서 눈이 파여진 것도 있었다. 태워버린 것인지 검게 그을린 것들도 있었다. 바닥 역시 죄 뜯겨진 잡지 페이지 천지였다. 널부러진 패션잡지들이 바닥에 켜켜이 쌓여 있었다. 그는 머리가 아팠다. 그것이 탁한 공기 때문이었는지 그 방 안에서 느껴지는 A의 광기 때문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는 차에서 조금이라도 눈을 붙이기로 했다.

  그건 정말 기분 나쁜 일이었다. 그는 나가는 길에 마네킹 머리에 부딪혔고 번들거리는 잡지 쪼가리에 미끄러져 바닥에 넘어질 뻔 했다. 그는 집을 나왔다.

  명품 의류 공장에 얼굴을 쳐박은 여자는 패션잡지의 열렬한 팬이었다. B는 A의 핸드폰 속 엄마에게도, 아빠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그들은 둘 다 흐느낄 뿐이었다. 핸드폰 너머 50대 여성의 목소리는 B에게 이 언질을 잊지 않았다. ‘자살하는 자에게는 오로지 지옥문만이 있을 뿐인데...’ B는 마네킹과 입을 맞추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판단해 전화를 끊었다.

  눈은 시려웠다. 판단은 계속되었다. 이가을이라는 메모에 적힌 대로 전화를 했다. 받지 않는다. 김현주를 시도해봤다. 강제로 끊기더니, 핸드폰을 확인해보려는 찰나 ‘지금은 수업 중이니 전화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라는 메시지가 김현주의 핸드폰 번호에서 발신되었다. ‘누구세요’ 문자가 한 번 더 왔다. B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문자로 메시지를 남기는 건 그닥 좋은 방법이 아니는 것 같았다. ‘김현주씨 핸드폰 맞으신가요? 경찰입니다. 통화 가능하실 때 연락 바랍니다’ 그가 댓바람으로 한숨을 쉬며 메시지를 남겼다. 2분도 채 지나지 않아 전화가 울렸다. 굉장히 미성의 목소리가 전화를 받는다.

  “네, 김현주씨 맞으신가요?”

  “맞아요. 제가 수업 중이라 전화를 바로 못 받았어요. 무슨 일이신가요?”

  “경찰 B라고 합니다. 혹시 A씨 알고 계시나요?”

  “A 언니 알아요. 뉴스도 봤어요. 언니랑 친구였어요. 그렇게 친하진 않지만.”

  김현주는 A의 핸드폰에 유일하게 ‘사람이름’으로 저장된 두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건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다. 그는 김현주가 대화를 피하려고 한다고 생각했다. B는 심리전같은 것을 모른다. B가 경찰이 된 것은 그가 경찰대에 갔기 때문이었다. 그는 김현주에게 말했다.

  “A씨의 핸드폰에 가족 분들을 제외하고 있는 연락처가 몇 안됐는데, 그 중에 김현주씨가 있어서요. 지금 통화 가능하신가요?”

  “아… 근데 제가 지금 수업 중에 나온 거라 금방 들어가야 해요. 많이 급하신 사항이면 제가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 드려도 될까요?”

  그는 김현주가 피하는 건지, 모른 척 하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확실한 건 김현주는 A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무작정 말을 뱉었다.

  “학생이신가요? 그러면 제가 학교로 가서 기다리겠습니다.”

  그녀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비웃음 비슷한 것을 뱉는다. 굉장히 기분 나쁘다는 말투였다.

  “저기요, 제가 뭐하러 제 학교를 말씀드려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영장 같은 거라도 있으신가요? 그리고 있더라도 제가 뭘 잘못해서 그런 거로 저를 찾아오시는지 잘 모르겠어요.”

  B는 상대의 급작스러운 공격적 행동에 움찔했다.

  “뭘 잘못하셨다는 게 아니라, 갑자기 죽은 사람이 왜 죽은 건지 알아보기 위해서 그런 겁니다. 취조도, 추궁도 아니에요. 그냥 A씨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 해주시면 됩니다.”

  김현주가 잠깐 망설이더니 말했다.

  “그러면 학교 말고 제가 부탁드린 데에서 만나요.”

  “그러죠. 어디서 뵐까요?”

  “광화문역이요.”

  김현주는 B가 알겠다고 하기도 전화를 끊었다. 뭐 이딴 게 다 있어. B는 욕지거리를 하며 차에 시동을 걸었다.

  “지가 무슨, 대통령이라도 되는가.”

  B가 광화문까지 갈 때까지 그는 김현주의 안하무인한 태도에 계속해서 욕을 했다. 그는 광화문에서 차를 내렸다. 몇 번 출구인지 묻지 않았기에 그는 차 대기에 가장 편한 2번 출구를 선택했다. 그리고 매우 우연찮게, 2번 출구 앞에 여자 하나가 서 있었다.

  B는 놀랐다. 그 여자는 굉장히 드물게 예쁘게 생긴 편이었다. 잡지, TV, 뭐 그런 곳에서 나온 사람 같았다. 누구라도 그녀를 보면 ‘예쁘다’라는 말을 할 것이다. 그녀는 두리번거리더니 차가 멈춰 서자 조수석 창문 너머의 B를 응시했다. B도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창문을 두드린다.

  “B씨 맞나요?”

  “B 형사입니다.”

  “아, 네.”

  “일단 차부터 타세요, 가까운 데로 이동할게요.”

  김현주의 얼굴이 급격하게 굳어졌다.

  “그건 좀 아닌 거 같아요.”

  “네?”

  “가까운 데에 주차하고 오세요. 여기서 기다릴게요.”

  B는 순간 머리가 돌아갔다. 저 김현주라는 여자는 B를 매우 경계한다. 혹시나 B가 그녀를 태우고 납치라도 할까봐? B는 의심받는 그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여기서 실랑이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손잡이를 꺾었다. 또다시 입에 담기도 힘든 욕을 마구 해댔다. 차를 주차한 뒤에야 그는 어슬렁 어슬렁 김현주가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녀는 열심히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B가 다가오는 것을 느끼자 황급히 핸드폰을 내리더니 말했다.

  “카페 아는 데 이 근처에 있어요. 거기서 얘기하죠.”

  둘은 카페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가까이서 본 김현주는 확실히 더 예뻤다. 기품. 매력. 품격. 뭐라고 하든 있었다. 그건 A에게 없었다. 사람들이 군데군데 섞여 있었다. 김현주가 팔짱을 낀 채로 B를 바라보며 말했다.

  “안 시켜요?”

  B는 아무 말 없이 일어나 지갑을 챙겨들었다. 김현주가 그에게 말했다.

  “나 뭐 마실지는 안 물어봐요?”

  뭐? B가 순간 그녀의 말을 의심했다. B는 속으로 계산을 했다. 하긴 내가 만나자고 한 거다. 하지만 그러기에 그녀의 태도는 B 위에 군림하는 사람 같았다. 그 자연스러운 여왕 같은 태도에 B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김현주에게 무엇을 마실 건지 물었다.

  “A씨, 알던 사이라고요.”

  B가 김현주의 바닐라칩프라푸치노를 빨대와 함께 대령한 뒤에야 물어본 첫 질문이었다.

  “친한 언니에요. 아주 친한 건 아니었고.”

  김현주가 팔짱을 끼고 다른 쪽을 응시하며 말했다.

  “A씨가 친구가 많은 편은 아니었던 것 같군요.”

  “언니요? 그럴 리가?”

  김현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B에게 반문했다. B도 적던 것을 멈추고 김현주를 쳐다봤다.

  “언니는 친구가 늘 제법 있는 거 같았어요. 핸드폰을 쥐고 있을 때 누구냐고 물어보면 친구라고 얘기했고, 친구랑 어디서 뭘 했다, 이런 간단한 얘기들을 줄곧 했어요. 물어볼 때마다 다른 친구를 이야기 하는 것도 같았고요.”

  “하지만 A씨의 핸드폰에 저장된 이름 중 가족을 제외하면 김현주씨와 다른 분 밖에 없어요.”

  “그럴 리 없는데. 언니는 늘 친구가 많아 보였어요.”

  “혹시 이가을이라는 사람을 아나요?”

  “가을...? 몰라요.”

  김현주가 빨대를 쪽쪽 빨더니 말한다.

  “김현주씨랑은 정확히 어떻게 친했죠?”

  “그냥, 밥 같이 먹거나, 술 가볍게 먹거나, 그런 사이였죠.”

  “둘의 대화 주제는 주로 뭐였나요?”

  김현주의 표정이 슬슬 짜증이 드러났다.

  “그런 걸 굳이 이야기해야 하나요?”

  “수사에 도움이 될 겁니다.”

  “별로 안 될 것 같은데. 언닌 어차피 자살한 거잖아요.”

  김현주가 음료를 빨대로 휘휘 저으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타살의 가능성도 염두하고 있는 겁니다. A씨 집에 가본 적 있나요?”

  “그렇게까지 친하진 않았어요.”

  그러면 그렇지. B가 속으로 생각했다.

  “그 집은 정말 귀신 붙은 집 같았어요.”

  “언니가 성격이 그다지 깔끔한 편은 아니에요.”

  “그 집은 그 이상이었어요. 나도 많은 걸 봤지만...”

  “언니 집이 어땠는지는 상관없어요. 우리 얘기는 다 끝난 건가요?”

  김현주가 갑자기 분주하게 테이블 위의 자신의 핸드폰과 카페에서 주는 새 냅킨 몇 장을 챙기더니 말했다.

  “내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어요. 둘은 뭐에 대해서...”

  “그게 의무는 아니잖아요. 정 저한테서 뭔가를 캐내고 싶으시면, 물론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겠지만, 영장인지

  뭔지라도 가져오세요. 그러지 않으면 얘기하지 않겠어요. 가볼게요. 급해서.”

  B가 멍청하게 앉아있는 동안, 그녀는 쏜살같이 나가버렸다. 바닐라칩프라푸치노를 손에 든 채로.

  B는 김현주가 나간 자리를 멍하니 노려봤다. 그가 여태까지 만났던 (얼굴을 붉히며 헤어졌던 여자들까지 포함해)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여자들 중 그 잠시나마의 순간에 그는 김현주가 최고봉이라고 느껴졌다. 그건 그녀가 들고 있던 비단 값비싸 보이는 가방이나, 하이힐이나 그딴 것 때문만이 아니었다. B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김현주는 ‘모심 당하는 것이 당연한 여자’였다. 어쩌면 그것은 B의 지독한 편견 때문일지도 모른다. B는 그렇게 마음을 다 잡았다. 그리고 핸드폰에서 다시 A의 몇 안되는 사람 중 나머지 하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가을

  통화는 여전히 연결되지 않았다. B는 욕지거리를 하며 이가을의 집이라도 가야 하는가 불평을 하며 차에 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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