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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외면이 키운 괴물
작가 : jjung
작품등록일 : 2017.12.5
외면이 키운 괴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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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을 본 뒤에 주인공의 엄마의 시점에서 쓴 글입니다. 영화를 본 뒤에 영화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창작한 내용입니다.

 
외면이 키운 괴물
작성일 : 17-12-05 00:49     조회 : 365     추천 : 0     분량 :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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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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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에 앉아 비가 오는 창밖을 보고 있으니 오늘따라 그날이 더욱 생생하게 기억난다. 1970년 10월 9일. 그날도 이렇게 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그날 밤도 어김없이 남편은 술에 취한 채 투박한 군화 소리를 내며 집에 들어왔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과 초점이 없던 그의 눈동자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나와 눈이 마주친 뒤 몇 초간의 정적이 흘렀다. 그는 이내 내가 방 한편에 고이 놓아둔 병수의 새 운동화로 손을 뻗었다. 그러고는 쉬지 않고 욕을 지껄이며 나를 때리기 시작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언제나 그랬듯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불행의 원인이 나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나는 울며 빌며 잘못했다고 애원했다.

  처절한 울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때리던 그의 손이 순간 멈췄다. 병수가 학교에서 돌아온 것이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나를 보던 병수의 눈동자가 남편의 손에 들린 운동화로 향했다. 새하얗던 운동화는 이리저리 구겨지고 군데군데 피로 얼룩져 있었다. 남편은 새로운 먹이를 찾았다는 듯 병수를 때리기 시작했다. 병수는 맞으면서도 이를 악물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에 화가 난 남편은 말리는 나를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방으로 병수의 목을 조르며 끌고 들어갔다. 순간, 끌려가는 병수의 눈빛이 두려움에서 살기로 바뀌는 것을 보았다. 남편이 병수를 발로 밟는 듯한 소리가 이내 중년 남성의 고통스러워하는 신음소리와 어린 청년의 포효로 바뀌었다. 말리려고 방문 손잡이를 잡으려던 순간 지난날의 악몽이 떠오르며 외면하라는 속삭임이 들렸다. 그 순간 난 엄마가 아닌 그저 이기적인 한 명의 인간일 뿐이었다.

 그날 이후 우리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갔다. 아무도 매일같이 술을 퍼마시고 행패를 부리던 사람의 부재를 궁금해하지 않았다. 혹여라도 병수가 자책을 할까 남편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고, 너의 행동은 우리 집에 평화를 가져온 용감한 행동이었다고 위로했다. 병수의 행동은 그저 생명에 위협을 느꼈던 한순간의 실수였다고 합리화시켰다. 이런 내 마음을 알아서 일까 기특하게도 병수는 사고 한 번 치지 않고 무서울 만큼 공부에 매진했다. 우리에게 남편의 존재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살아갔다. 여전히 난 이기적인 인간이었다. 너무 이기적이었던 탓이었을까 병수의 행동이 의심스럽다고 느낀 것은 시간이 많이 흐른 뒤였다.

 열심히 공부하던 병수는 수의사가 되어 작은 동물 병원을 개업해 일했었는데, 일이 끝나면 곧장 집에 오던 평소와 달리 하루는 흙투성이가 된 신발을 신고 와서는 화장실에 틀어박혀 한참을 나오지 않았다. 화장실에서는 끊임없이 물소리가 들렸고 병수가 나간 후 들어가 본 화장실에선 피비린내가 가득했다. ‘이상하네, 오늘 큰 수술이 있었나?’ 다음날 뉴스에서는 평판이 좋지 않았던 사람의 실종 소식이 들려왔다. 알코올중독에 가정폭력을 일삼던 남자의 실종이라니. 오랜만에 남편의 생각이 나며 전날 밤의 일이 살짝 마음에 걸렸지만 기분 탓이겠거니 그냥 넘겼다. 하지만 그 후로도 이따금 병수가 흙투성이가 된 신발을 신고 들어오던 다음날 사람들이 실종되는 것이 반복됬다. 의심이 확신이 되버렸고 이제껏 정당방위라고 병수를 감싸며 살인이라고 조차 생각하길 꺼려했던 난 병수가 두렵고 무서워졌다.

 어디부터 잘못되버린걸까. 비가 오던 그날 밤 병수를 다그쳤다면 달라졌을까. 내가 그날 병수를 말렸어야 했다. 아니다. 어쩌면 남편이 첫 살인이 아니었을수도. 지금 당장 병수를 말린다면 병수가 살인을 그만둘까. 나를 죽이진 않을까. 끔찍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 뒤로는 병수의 뒤에 병수의 모습을 한 살인자가 비열하게 웃으며 날 노려봤다. 당장이라도 내 목을 조르며 날 왜 이렇게 만들었냐고 원망할 것 같았다. 더 이상 병수를 마주할 수 없었다. 난 병수를 피해 결국 나 스스로 이 정신병원에 들어왔다. 비겁한 난 여전히 모든 것을 외면한다. 병수는 꽤 자주 면회를 온다. 끔찍하게도 그의 신발이 흙투성이 일 때가 있다. 어쩌면 병수의 살인이 모든 걸 외면하려 했던 내게 하늘이 내리는 벌이 아닐까. 글을 쓰는 지금 병수가 면회를 왔다. 병수의 신발로 시선이 간다. 흙투성이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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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외면이 키운 괴물 2017 / 12 / 5 366 0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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