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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별똥별
작가 : 보장대밥수
작품등록일 : 2017.11.5

별똥별은 별 그 자신의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별똥별-18
작성일 : 17-12-04 23:58     조회 : 319     추천 : 1     분량 : 3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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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제사장 근위병들의 처우를 어떻게 할까요?"

 나바재 씨와 모로비 씨가 무장해제한 장정들에게 창을 겨눈 채로 봄비에게 묻는다.

 "나중에 제 천막으로 데려오도록 하세요. 묻고 싶은 것이 있으니."

 봄비가 주위를 둘러본다. 제사장에게 정신이 팔려 그 동안 바뀐 풍경을 보지 못한 탓이다. 오랫동안 버려진 듯한 능금아재의 양조장에 불에 그슬리고 탄 흔적이 보인다. 그의 발걸음이 허름한 건물로 향한다. 문짝의 금줄을 치우고 안으로 들어서니 술통은 온통 박살난 채로 널부러져있다. 한참이나 방치되어있던 듯 하다. 봄비는 혹시 남은 술들도 다 못쓰게 만들어놓지는 않았는지 불안해한다. 다행히도 안채에 있는 증류실은 멀쩡하다. 그가 바닥의 눅눅한 흙을 걷어내니

  질그릇 항아리가 드러난다. 뚜껑을 열어보니 강한 술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는 잿빛양털 씨가 이 술을 아주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다.

 

 9.

 천막 안으로 제사장의 근위대원 세 사람이 들어온다. 그들은 묶인 채로 무릎을 꿇고 침상에 누워있는 봄비를 바라본다.

 "미안하네. 젊은이들. 창을 맞은 뒤로는 오래 서있기가 힘들어서..."

 봄비가 자세를 고쳐 바닥에 앉는다.

 "성미가 급해서 그냥 죽여버렸지만 원래는 제사장에게 묻고 싶은 것들이 있었어. 자네들이 대신 대답해주었으면 하네."

 그가 묶여있는 밧줄을 칼로 끊어버린다.

 "입을 열지 않더라도 해치지 않을테니 편하게 얘기해주게. 왜 사람들을 벽 밖으로 쫓아냈나?"

 말과는 다르게 봄비는 여전히 돌칼을 손에 쥐고 있다. 수염이 듬성듬성 난 젊은이가 기지개를 켜며 입을 연다.

 "저희가 쫓아낸 것은 아닙니다. 부족장들이 물길을 밭에 끌어오는 문제로 싸움을 벌였고 힘이 약한 씨족들은 땅을 빼앗겼습니다."

 "책임을 전가할 셈이냐?"

 "그런 게 아닙니다! 오히려 제사장 님께서는 그 싸움을 멈추셨습니다."

 "쫓겨난 사람들이 입을 모아 억울함을 호소해왔다! 너희들이 더 이상 농사를 짓지 못하게 해서 살 수가 없었다더군."

 "아닙니다. 제사장께서는 누구도 땅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하셨습니다. 그 뿐입니다."

 봄비가 돌칼을 허리춤에 돌려놓는다.

 "우선 우리 이야기를 마저 들어주십시오."

 "미안하네."

 잠시 정적이 흐른다.

 "제사장은 원래 뭘 하던 사람이었는지 궁금하구나."

 "그냥 밭이나 갈던 사람입니다. 어느 날, 음... 아마 땅을 빼앗긴 뒤부터일 겁니다. 별안간 사람들에게 회개해야 한다고 외치고 다니더군요..."

 셋 중 가장 기골이 장대한 소녀가 눈치를 보다 말을 꺼낸다.

 "그 분의 아들이 패싸움에 끌려나가 머리에 돌을 맞고 죽었습니다."

 봄비가 눈길을 그녀에게 돌린다.

 "제가 던진 돌이었지요."

 "제사장, 그 자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

 "숨길 수가 없어서 자백했습니다. 그러나 그 분은 저를 용서하셨어요."

 "그렇습니다. 회개하는 자들은 자신도 한 때 죄인이었음을 잊지 않습니다."

 봄비는 무심코 허리춤에 손이 가려는 것을 애써 숨긴다.

 "많은 사람들이 동족에게 창끝을 겨누기 싫어했습니다. 모두 제사장 님에게로 모여들었지요. 여전히 밭을 가진 사람들, 사냥을 하는 사람들을 쫓아냈을 뿐입니다. 이미 벽 밖에 안전하고 넓은 땅이 생겼으니까요."

 "맞습니다. 쫓겨났다고는 하나 승냥이 떼의 발톱에 찢기지 않고 굶지도, 추위에 떨지도 않았습니다. 그들은 새 터전에 자리를 잡고 다시 밭을 갈기 시작했지요. 어떤 문제도 없었습니다."

 봄비가 결국 옆구리에 손을 얹더니 끙끙대며 다시 눕는다.

 "신경쓰지 말고 계속 얘기하시게."

 "네... 땅을 내놓지 않은 자들을 모두 쫓아내고 난 뒤 제사장님은 성 한복판에 돌과 진흙으로 흑단들소의 조각상을 세웠습니다."

 "죽은 자들을 기린다고 무엇이 달라진다더냐..."

 "아니요. 볼 때마다 잊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봄비가 이죽거린다.

 "부수길 잘했군."

 

 10.

 세 장정을 내보내니 나바재 씨가 들어온다.

 "요즘 들어 무리하셨습니다. 푹 쉬십시오."

 "능금아재의 집에 술이 남아있었습니다."

 나바재 씨가 봄비의 손가락이 향한 곳을 본다. 항아리가 보인다.

 "경황이 없어 술거르는 항아리는 챙겨오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나무로 돌아가기 전에 챙겨두세요."

 "이제 술로 땔감을 만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땔감으로 쓰려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독한 술을 좋아하시는 줄은 몰랐습니다."

 "마시려는 것도 아닙니다."

 나바재 씨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럼 어디다 쓰시려구요?"

 

 11.

 모로비 씨가 어깨가 떡 벌어지고 장딴지에 알이 탄탄하게 박힌 여인네를 불러세운다.

 "아씨. 이름이 무엇입니까?"

 "포도버섯이라고 합니다."

 그녀가 포도버섯 씨의 팔뚝을 쓸어내린다.

 "창을 던지거나, 활을 당겨본 적이 있나보군요."

 "돌팔매를 던질 줄 압니다."

 "아. 그래. 전에 성문에서 본 적이 있지요. 그 땐 투구를 쓰고 있어서 못 알아봤는데..."

 "괜찮습니다. 원래 눈에 잘 띄는 외모는 아니지요."

 모로비 씨가 생각한다. 그건 아닌데.

 "네. 네. 그나저나 지금은 뭘 하며 지내고 계신가요?"

 "할 일 없이 보내고 있습니다. 굳이 농사를 짓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으니까요."

 "나는 사냥꾼들을 인솔하고 있어요. 지금의 생활이 무료해지면 날 찾아와요. 당신같은 사람이 필요한데."

 포도버섯 씨가 고개를 젓는다.

 "저는 싸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모로비 씨가 찡그린다.

 "하지만 그 때는..."

 "이유가 있었으니까요. 지금은 아닙니다."

 

 12.

 봄비가 모닥불 옆에 앉아서 쉬는 동안 씨족장들이 줄지어 들어온다. 그새 더 많은 성씨가 생겨났는지 그 수가 많다.

 "염통먹는 자여. 여기 사람들에게 집과 밭을 빼앗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들었습니다."

 "아. 그 약속은 취소할 생각입니다."

 땅을 빼앗긴 씨족장들이 술렁거린다.

 "제가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는 애초에 빼앗을 집과 밭이 없더군요."

 좌중의 미간에 주름이 진다. 봄비는 아랑곳않고 제사장의 지팡이를 도끼로 쪼개어 모닥불에 집어넣는다.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당신들, 혹시 지금 살고 있는 곳으로도 땅이 모자랍니까?"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이 성에 무언가 특별한 의미라도 있습니까? 선대로부터 물려받으며 경작해온 땅입니까?"

 "하지만..."

 "이 곳은 나무그늘의 가장자리요. 조금만 더 나가면 노을녘이지. 볕이 더 따사롭지도 않고 작황이 뚜렷하게 좋은 곳도 아닙니다. 이 곳을 다시 빼앗아 무엇을 하려고 그러십니까? 나무그늘은 당신들 생각보다 훨씬 넓습니다. 당신들 생각보다 훨씬 비옥하고. 더 이상 이 땅에 집착하지 말고 퍼져나가서 살면 나무에 열리는 열매만 따서 먹어도 굶어죽지 않을텐데 왜 굳이 싸우려 들어요?"

 나바재 씨가 방 안으로 들어온다.

 "이미 제사장은 죽었습니다. 흑단들소상도 허물었지. 수로도 바뀌어서 농사를 짓기에도 벅찰 거요. 이 땅에서 씨족장 여러분들이 할 일은 더 남지 않았습니다. 각자의 터전으로 돌아가십시오."

 

 13.

 나바재 씨가 독한 술을 한 바가지 뜬다. 혀를 대보더니 표정을 찡그린다.

 "봄비 씨. 제가 당신이었다면 힘들게 물길을 바꿔버리는 수고를 하진 않았을 겁니다."

 "더 빠르고 좋은 방법이 있다는 말씀입니까?"

 "짐승 시체에 똥오줌을 묻히고 썩혀 개울에 던져놓으면 가만히 놓아두어도 오십 일이면 끝났을 일이니까요."

 봄비가 술 바가지를 집어들고 들이킨다.

 "하지만 순순히 내 말을 듣지 않았습니까."

 "그렇지요. 당신이 싫어할 테니까."

 "내가 이번에도 옆구리에 창을 맞았더라면?"

 나바재 씨가 팔짱낀 채로 고개를 떨군다.

 "그 땐 그 방법 말고는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전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알 수 없었고, 아주 조급했죠. 하지만 이젠 당신을 실망시키고 싶지는 않습니다."

 "나는 그런 마음들이 가장 염려스럽습니다."

 봄비가 바가지를 내려놓고 숨을 뱉는다. 술냄새 때문에 아찔하다.

 "저 사람들이 서로 싸우거나 해치지 않는 이유가 고작 내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니. 내가 죽고 없으면 저 씨족장들은 다시 이 땅을 빼앗으려 할까요?"

 "봄비 씨."

 봄비가 바가지를 내던지며 짜증을 부린다.

 "당신도 마찬가지야. 얼마든지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잖아. 나 따위는 신경쓰지 마! 당신이 그런 선택을 한 이유는 어디까지나 스스로 그것을 원하기 때문이어야 해. 내가 대체 뭐라고 날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거야... 나보다 재주도 좋고 똑똑한 사람이면서..."

 나바재 씨가 허리를 굽혀 바가지를 줍는다.

 
작가의 말
 

 로맨스 소설로 만들 뻔했습니다. 그렇게 내버려둘 수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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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객 17-12-05 04:36
 
종교가 생기고 철학이 생기고 권력이 생기고 당파가 일어나고.... 소위 인간계의 질서가 서술되고 있군요. 봄비씨 대단해요.
로맨스 소설도 좋지 않을까요? 남녀간의 정분 없이는 세상이 만들어지지도 않는데? 봄비씨 같은 매력이면 따르는 여자가 있는 게 당연하지 않나요? 예전에 손자를 보시고 "별똥별 하나 줏어왔다" 하시던 시골 동네 할머니가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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