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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피닉스 레기온(Phoenix legion)
작가 : 이리윤
작품등록일 : 2016.8.23

괴멸한 레기온이나 소대의 생존자만 모아놓은, 특별히 잘하는 것이 있거나, 실전 능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살아남는 것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하는 이들. 약삭빠르며, 저밖에 모르고, 재활용도 못 하는 쓰레기에 어중이떠중이만 모아놓은 데다 꼴에 공로를 세운 기사랍시고 어떻게 처리할 방법도 없어서 군부의 골칫거리라고 불리는, 죽지도 않는다 해서 붙여진 이름, 바로 피닉스 레기온(Phoenix legion).

“내가 진다면 네놈들에게 아무것도 명령하지 않겠다. 지금까지 지내왔던 것처럼 지내면 되겠지. 하지만, 내가 이긴다면 너희는 내 개가 되어야 할 거다. 내가 짖으라면 짖고, 물라면 물고, 죽으라면 죽는 시늉도 해야겠지. 어때, 하겠나?”

그들이 제이를 만난 후 대륙 동부를 뒤흔든 전쟁에서 최고가 되는 이야기

 
Chapter 3. 내 개가 된 것을 환영한다(2)
작성일 : 16-09-02 14:54     조회 : 380     추천 : 1     분량 : 4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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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tten by 이리윤

 

  잉게르드의 수도 네이블에 위치한 왕성 라지우는 수도의 동쪽 끄트머리에 있었다. 성의 앞으로는 대륙 동부의 젖줄인 나티카 강의 발원지가 되는 강이 흐르고 있었고, 그 위로는 검은색으로 칠해진 도개교가 튼튼히 버티고 있었다. 수도에 사는 사람들은 성 앞에 흐르는 이 강을 라지우 강이라고 불렀고, 나티카 강의 영험함이 라지우 강에서 시작된다고 믿었다.

 

 군부 라지나루펜트를 만든 몇 대 전의 왕은 그런 이유로 군부의 건물을 강 근처에 세웠다. 라지나루펜트가 라지우 강에서 시작되는 영험함으로 물들어 잉게르드를 굳건하게 지키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세워진 잉게르드의 군부 라지나루펜트는 무기를 든 기사라면 누구든지 꿈꾸는 곳이었다. 그곳은 총 열한 개의 레기온으로 이루어진 곳으로, 각각의 레기온이 맡은 역할은 다 달랐다. 하지만 그들의 머리인 군단장들은 총사령관과 함께 일주일에 한 번 회의실에 모여 자리를 함께 했다.

 

 오늘도 그랬다. 가장 상석에는 라지나루펜트의 총사령관인 람베르그가 앉아 있었고, 그를 중심으로 직사각형의 긴 테이블 양쪽에는 열 명의 군단장이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다. 딱 하나, 주인이 없는 붉은 깃이 달린 자리만이 비어 있을 뿐이었다. 총사령관 람베르그의 잿빛 눈길이 그 자리 위에 내려앉았다가 떨어졌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비록 그 역할이 중하지 않다 해도 제 레기온 역시 엄연히 라지나루펜트의 자랑스러운 일원입니다! 제깟 게 얼마나 대단하다고 감히……!”

 

  짙은 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여인이 분노가 가득한 얼굴로 이를 갈았다. 그녀의 이름은 에레인 샤투러스 젠길. 라지나루펜트에서 유일하게 여인들로만 이루어진 나이아 레기온의 군단장이었다. 다른 이들은 그녀의 분노에 찬 음성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면전에 대놓고 레기온이 부정당했으니 그 화가 이해될 법도 했다. 그녀의 꽉 쥐어진 주먹이 테이블을 내리쳤다.

 

 그들이 이렇게 모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나이아 레기온과 관련된 일이기도 했다. 여러 색을 가진 열 쌍의 눈이 상석에 앉은 람베르그에게 향했다. 그는 자신의 앞에 놓인 지원서를 보며 끙끙 앓았다. 그 지원서는 올해 시에트랑을 졸업한 이들 중 기사 서품을 받은 한 명의 것이었다.

 

 사실 시에트랑을 졸업하자마자 서품을 받아 기사가 되는 경우는 거의 드물었다. 왕족이 시에트랑을 졸업하거나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려 네 명이나 그 과정을 거쳤다. 게다가 한 명은 여인의 몸으로 시에트랑의 여왕이라는 별명까지 거머 쥔 천재였다. 왕이 그 어린 기사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라지나루펜트는 덩달아 그녀의 거취에 대해 고민해야 했다.

 

  그 기사는 여자이니 고민할 것도 없이 나이아 레기온에 들어가는 것이 맞았다. 군단장인 에레인 역시 당연히 그렇게 될 거라고 여기고 있었다. 문제는 그 어린 기사가 나이아 레기온을 거부했다는 것에 있었다.

 

 그녀의 지원서를 받아 든 라지나루펜트의 수뇌부는 그녀에게 나이아 레기온의 입단을 추천했다. 그들로서는 당연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라니에드라는 미들네임을 가진 제이는 그 추천을 단칼에 거절했다.

 

  ‘제가 여태 노력한 그 모든 것들을 모독하지 마십시오.’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그녀의 거절에 오히려 당황한 것은 라지나루펜트의 수뇌부였다. 평민 출신의 여기사들은 나이아 레기온이라도 들어가려고 안달복달했다. 그런데 그걸 스스로 걷어 차다니? 게다가 그녀의 그 언행은 나이아 레기온 전원을 모독하는 것과도 같았다. 군단장인 샤투러스가 분노하는 것도 타당했다.

 

  “커멘더 샤투러스의 분노를 이해하긴 합니다만, 영 근본 없는 말도 아니잖습니까?”

 

  푸른 기가 달린 의자에 앉아 있던 남자가 말했다. 그는 의자의 등받이에 몸을 기댄 체 느긋한 몸짓으로 팔짱을 꼈다.

 

  “듣자하니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천재라 하던데. 자존심이 있으면 적어도 나이아 레기온에 들어가려 하지는 않겠지 말입니다?”

  “지금 제 레기온을 모독하는 겁니까, 커멘더 루너트?”

 

  에레인의 잇새로 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루너트라 불린 사내는 그녀의 공격적인 모습에 항복한다는 듯이 두 손을 번쩍 들고 히죽 웃었다. 그 모습에 더 약이 오른 에레인이 크게 으르렁거렸다. 금방이라도 검을 뽑아 들 기세였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 자리에 모인 다른 이들 역시 루너트와 같은 생각이었다. 성별을 떠나서 한 영지의 명예기사로 임명되기도 했고, 시에트랑을 수석으로 졸업한 인재였다. 루너트가 말한 것처럼 자존심이 있다면 나이아 레기온으로 만족할 리가 없었다. 슬프게도 나이아 레기온은 ‘기사’다운 기사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이들이 모인 곳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도 검을 들고 무기를 쥐지만 그렇게만 한다고 해서 ‘기사’다운 기사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오만한 햇병아리를 봐 줄 마음 역시 없는 이들이었다. 어쨌거나 나이아 레기온은 라지나루펜트의 한 축이고, 그들을 모독한 제이의 행동은 백 번 잘못한 것이었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총사?”

 

  뿔뿔이 흩어졌던 눈동자들이 다시 람베르그를 향해 모여들었다. 개중에는 분노로 이글거리는 황갈색 눈동자도 있었다. 찔끔한 예순의 노인네가 헛기침을 했다.

 

  “나이트 라니에드가 푸른 매에 입단하고 싶다는 의견을 비추기는 했다만…….”

  “제 레기온에 그런 위아래 모르는 놈을 들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이미 찍어놓은 녀석이 있는지라.”

 

  루너트가 얌전히 고개를 조아렸다. 람베르그는 조용히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넷 중 한 명이 푸른 매에 입단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그는 다시 눈을 돌려 이번에는 은색 깃을 단 의자에 앉아 있는 이를 목표로 삼았다.

 

  “커멘더 아이젠우드,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나?”

  “죄송하지만 저 역시 커멘더 루너트와 같이 점찍어 놓은 녀석이 있습니다.”

  “……크흠.”

 

  펜리르 레기온의 군단장마저 넉살좋게 웃으며 거절하자 람베르그가 침통한 소리를 냈다. 아무도 그 불세출의 천재라는 햇병아리 기사를 받아 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이러면 곤란했다. 수도의 백성들이 보는 자리에서 왕이 직접 서품을 내린 기사였다. 본인이 싫다는 나이아 레기온을 제외한 어디라도 억지로 집어넣어야 국왕의 체면이 무너지지 않았다.

 

 골머리가 아파 끙끙거리던 람베르그의 귓가에 구명줄 같은 목소리가 드리워 진 것은 바로 그때였다.

 

  “……저기 한 자리가 남아 있지 않습니까?”

 

  검은색 깃이 달린 자리에 앉아 있던 남자가 턱짓으로 한쪽 구석을 가리켰다. 주인 없는 빈 자리. 붉은색 깃이 달린 의자 위로 모두의 시선이 내려왔다. 흑표범 레기온의 군단장을 맡고 있는 알카서스는 말없이 한쪽 눈을 가린 안대를 만지작거렸다.

 

 의자에 달린 깃은 각각의 레기온을 뜻했다. 라지나루펜트를 이루는 열 한 개의 레기온 중 붉은색을 뜻하는 레기온은 단 하나 뿐이었다. 알카서스의 말은 제이를 그 레기온의 군단병으로 넣으라는 뜻이 아닐 것이다. 평민이고 어린 나이라 해도 엄연히 시에트랑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국왕에게 기사 서품과 미들 네임을 하사받은 기사였다.

 

 알카서스는 그 레기온의 군단병이 어떤 이들인지 아는 이였으니 당연히 제이를 그들과 동급으로 두지는 않았으리라. 그의 말은 제이를 군단장으로 임명하라는 말과 다를 게 없었다. 겨우 진정한 에레인이 표독스럽게 눈을 치켜떴다.

 

  “커멘더 알카서스, 지금 그 녀석을 군단장으로 임명하라는 소립니까?”

  “그거는 좀……. 형평성에 맞지 않습니다. 스무 살 꼬맹이에게 군단장이라니. 미쳤습니까?”

 

  샤투러스와 다른 군단장이 반기를 들었다. 그들의 그런 반응은 당연했다. 여기에 앉아 있는 이들 모두 군단장의 자리에 오른 게 최소 서른 초중반 대였다. 군단장이란 그런 자리이다. 갓 기사가 된 오만방자한 햇병아리가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알카서스는 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하나 남은 눈을 들어 람베르그를 바라봤다.

 

  “우리는 지금 녀석의 주제를 모르고 나대는 행동을 받아들이기도 싫지만, 무조건 그를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 아닙니까?”

  “…….”

 

  “그렇다면 받아들이긴 하되 개살구나 쥐어주면 되는 거 아닙니까. 밖에서는 그들이 개살구인지 아닌지 모를 거고, 혹여 폐하께서 캐물으신다 하더라도 책임의 일부는 녀석에게 있는 겁니다. 군단병을 선택할 권리는 군단장에게 있고, 나머지 레기온에는 입단할 수 있는 자격이 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라고 하면 되겠군요.”

 

  알카서스의 말에 회의장 테이블을 차지한 이들이 낮게 감탄했다. 역시.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뒷공작을 전문으로 하는 레기온의 군단장다운 생각이었다.

 

 붉은색을 가진 이들은 안에서나 애물단지였지, 밖에서는 엄연히 왕이 가진 레기온 중 하나였다. 시에트랑을 졸업한 이들만이 그 사실을 알 테지만, 제이가 황금발톱 레기온을 비롯한 몇몇 레기온에 입단할 자격이 되지 않는다는 것 또한 그들이 알 만한 것이었다.

 

 사실 그 레기온이 개살구이지 군단장 또한 개살구 취급을 받는 것은 아니다. 한 레기온의 군단장은 그만한 대우를 받는다. 만약 제이가 이들과 같은 군단장이 된다면 안으로 어울리지는 못한다 해도 밖으로는 그만한 대우를 받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그녀에게 서품을 내린 왕의 체면 또한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좋아. 그렇게 하지.”

  “총사!”

  “더 좋은 생각 있나?”

  “…….”

 

  그를 말리려고 벌떡 일어난 에레인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 역시 딱히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니었다. 단지 자신의 레기온을 부정한 이가 동급이 된다는 사실이 싫었을 뿐이었다.

 

  “나이트 라니에드에게 서신을 보내게.”

 

  람베르그가 진하게 웃었다. 지난 수 년 간 비어진 채로 있던 붉은 깃의 주인이 나타날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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