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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머리가 없는 여자
작가 : 덤보
작품등록일 : 2017.12.4

명품 의류 공장에서 머리가 박살난 채 죽은 여자 A. A의 자취를 쫓는 형사 B.

 
1화
작성일 : 17-12-04 18:58     조회 : 400     추천 : 1     분량 : 4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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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우리에겐 새로운 신이 있다. 우리의 새로운 성서는 모든 것을 채운다. 우리는 색다른 것에 굶주려한다. 종말은 이미 우리에게 닥쳐왔고 우리는 구원만을 바라고 있는 거야. 인간이 여태까지 자행한 행위를 보라. 얼마나 의미 없고 가학적인가? 우린 그 업보를 받고 있는 거야. 이건 필연적인 사건이야. 절벽에서 떨어져 내리는 눈 덩이처럼…….

 

  A는 고급 브랜드만을 다루는 의류공장에서 발견되었다. 동네 옷가게를 하는 멍청한 상인이 A를 발견했다. 백화점에 출고되기 바로 직전의,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리테일을 바로 붙이기 전, 비록 겉으로는 온전해 보일지언정 그 가치는 갓 수정된 수정란보다 형편없는 옷더미를 미리 알아보려는 그 넉살좋은 도매상이 A를 발견했다. 리테일, 상표이름, 브랜드 이름, 그런 게 붙여지지 않은 그 옷더미 사이로, 마지막 마감 작업을 하는 뭉툭하고 차가운 리프레서 밑에서.

 

  쿵쿵쿵.

 

  중력의 20배정도 크기의 힘으로 지면을 때리는 리프레서.

  A의 사인은 정확히 이것이었다.

  마감용 의류 공장의 중력 발생기(리프레서)에 얼굴을 압박당해 죽음. 그렇다. 그 거대한 절구통 같은 것에 마감처리 할 옷이 들어간 대신 A의 얼굴이 들어간 것이었다. 리프레서는 가차 없이 A의 얼굴을 절구질 했을 것이다. A는 고통을 느꼈을까?

  A가 도대체 왜 죽은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궁금해 한다. 의류공장 단지의 아저씨들과, 물건 떼는 아줌마들과, 주민들은 저마다 다른 목적을 지녔지만 같은 동기를 가지고 A의 사건현장에 머무르려 애썼다. 멍청한 동네의 사람들과 으레 멍청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엉성하기 그지없는 사건 수습 현장에 개떼처럼 모여드는 장면은 정말 장관이었다.

  다음은 A의 일기에서 발최한 수많은 의미없는 문장들 중 하나이다.

  “...뉴턴이 역학 법칙을 세웠다지만 지식으로도 어쩌지 못하는 것이 있어. 갈릴레이는 조루증이 있었다잖아. 밴 프랭클린은 본처에 보너스로 여자친구가 20명이나 넘게 있었음에도 미소지니스트였어.”

  A는 상상력이 참 많은 사람이었다.

  그 리프레서 밑에서.

 

  쥐. 어디서 왔는지 모를 쥐들이 A의 대략적인 나머지를 먹었다.

  실험쥐가 아닌 정말 더러운 시궁창 쥐들의 소장에서 A는 그렇게 소화되었다.

  그래도 핏자국은 어쩌지 못했다.

  그래서 경찰이 A의 나머지를 긁어내고 시체를 확인할 때, 범죄현장의 그 더러운 찌꺼기를 치우는 청소부와, 공장장과, 백화점에서 물품을 받는 남자, 그리고 공장의 상해를 담당하는 보험쟁이는 복잡한 이해관계에 맞물려 사건현장을 떠날 줄 몰랐다. 그 상황 속 수사반장 B 역시 사람 파도에 이리저리 뭉쳐 엮여 있었다. 수사반장 B의 별명은 따로 있었다. 세오울. 서울을 세련되게 부르면 세오울 이라고 한다나. 파릇파릇 졸업하고 야망에 가득 찬 경찰대 출신 엘리트는 꿈을 펼치기는커녕 세련의 도시 세오울에서 비참하게 굴러 버렸다. 엘리트 B의 마음 역시 구르다 못해 짓이겨졌고, 타락해버린 B는 불미스러운 인사과의 더러운 정치쇼라는 뻔한 이야기들의 핑계로 리프레서를 팡팡 때리는 이 공장의 지역으로 내려오게 된 것이었다. B는 최근 많이 우울해졌다. B의 세로토닌 농도는 대학 졸업 시점보다 거진 2할이 낮다. 물론 B는 이것을 모른다. 하지만 B는 최근 이 지방 구석탱이에서 자신이 어딘가 멍청해지고 나사 빠진 것 같은 허무감을 느끼는 것에 심각한 압박을 느꼈다. 그것은 지방에 내려오고 나서 더욱 심화되었다. 세오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낯선 텃세. B는 또다시 머리가 아팠다. 그는 손톱을 뜯는 습관을 방관하며 손에서 피가 나도록 이와 손을 괴롭혔다. 그는 눈부신 햇살을 피해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마침내 그는 A의 나머지를 확인 할 수 있었다.

  그의 즉각적 결론은 그것이었다. 자살. 좀 자극적인 자살. 누군가의 출입 흔적도, 아무 것도 없었다. 좀 더 잔인한 시체니 뭐니 해도 결국은 자살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을 했다. 그는 한때는 A였던 사람의 시체를 바라봤다. 목 위로는 완전히 박살이 나 있었다. 리프레서는 첫 번째 목격자가 나타나기 전까지 쉼 없이 A의 얼굴을 때렸던 것이다. B는 그런 A의 몸을 유심히 바라봤다. 회색 티셔츠, 집에서나 편하게 입을 법한 반바지, 슬리퍼. 그리고 A의 보통 체형의 몸덩어리.

  B는 더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A의 시체는 그의 마음을 흔들지 않는다. 그러나 그 뒤에 겪게 될 일들은 그를 부들거리게 만든다. 그는 희안한 사건이라고 여기는 마을 주민들과, 이해관계에 맞물린 공장 관계자들과 그 외의 것들이 떠드는 것을 들어야한다. 그는 벌써부터 편두통이 몰려오는 것을 느낀다. 눈이 시리다. 그는 눈을 문질렀다.

  그는 사람들의 염증 나는 질문들을 받았다. 모르는 사람의 얼굴만 봐도 불안감이 솟구치는 그에게 이런 화제성 넘치는 사건은 그다지 좋은 영향이 아닌 것 같았다. 그는 나른하게 졸음으로 회피하고 도망가고 싶다고 느꼈다. 가만히 앉아 왜 목 아래만 남아있는 저 비련한 A가 자살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논리적인 보고서를 쓰고 이 세상에 사라져버린 A처럼 이 사건을 증발시키고 싶었다. 그는 눈을 더 세게 문지르며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 될 때까지 사람들에게 부딪히는 염증을 견뎌내야 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사무실 소파에 우글우글 들어가 쭈그려 누웠다. 그는 꿈을 꾸었지만 기억하지 못했다. 그렇게 A가 죽은 날 그는 평화롭게 잠으로 도피할 수 있었다.

 

  잠으로 도망간 B가 그 다음 날 아침 맞이한 건 눈 시린 현실이었다. 저널리즘은 A의 죽음의 현장에서 흥미를 느꼈고 각색하기에 너무나 최적화된 장치들이 A의 죽음 주변에 널려 있었다. 인적이 드문 공장, 강한 중력 발생기라는 희안한 살인도구, 완전히 박살나버린 A씨의 얼굴 그리고 그 잔인성에 대해서, 무엇보다 한국에서 다른 수입 명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브랜드의 전속 공장이라는 점에서 기자들은 껌을 씹듯 입방아를 찧었다. 심지어 이것이 포털사이트 뉴스에 대문짝하게 실리더니, 끝내는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면서 B가 즐겨보는 뉴스에까지 나왔다.

  B는 흥미로운 것에 큰 영감을 받지 않는다. 그의 유일한 목표는 세오울이라고 자신을 놀리는 것들의 코를 뭉개버리는 것과 눈이 그만 좀 시렸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얼굴이 박살난 A와의 첫 만남에서 그는 A는 스스로 자신을 죽였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사건 현장을 민감한 코주둥이를 마구 들이미는 개처럼 찾아 다녀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감시카메라에는 A의 모습만이 발견되었다. 그녀는 매우 불안해 보였지만 어쨌거나 혼자였다. 그녀의 얼굴이 정육점 고기마냥 다져질 때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스물 후반인 A는 주변인물이 가뭄에 씨가 마르듯 없었다. B는 A의 핸드폰을 확인했다. 주소록에는 23개의 전화번호가 있었다. 중국집, 피자가게, 국밥배달집과 은행 업무를 위한 번호 등을 빼버리면 다섯 개가 남는다. 엄마, 아빠, 할머니 그리고 ‘이가을’이라는 사람의 이름과 ‘김현주’라는 사람의 이름이 보였다. B는 A가 자살한 것에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왜 자살을 했는지는 더 알아봐야 하는 일이었다. 그는 ‘이가을’과 ‘김현주’라는 이름을 그의 수첩과 핸드폰 메모에 적었다. 그리고 A의 집을 보기로 했다. 그는 약간의 귀찮음을 느꼈다.

  A의 신원조회를 했다. 그는 A의 얼굴을 보고 굳이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니어도 A의 얼굴이 자연스럽지 않음을 느꼈다. 주민등록증 사진 외에 그가 당장에 찾을 수 있는 사진은 없었다. 그는 A의 집 주소를 적었다.

  A의 원룸 문은 이미 기자의 출입이 금지되어 사건 테이프로 칭칭 감겨 있었다. 테이프 아래 A의 집 앞 문 앞에서 자살을 할 만한 사람의 집같다라고 B는 느꼈다. 원룸방 현관문에는 각종 배달 잡지가 잔뜩 쌓여 있었다. 그는 어쩐지 모르게 불길함을 느낀다. 끈적하고 재수 없는, 지하철의 광기어리고 냄새나는 거지를 바라볼 때의 B의 감정을 그는 A의 현관문에서 느꼈다. 미스터 세오울은 서울이 그리웠다. 그는 원룸 건물을 들어설 때의 상가의 지저분함과 낙후됨, 그리고 늙은 사람들이 일없이 의자에 앉아 하릴없이 태우는 시간들에 지독한 염증을 확인했다. 눈이 다시 콕콕거리는 기분이었다. 그런 촌구석의, 스물 후반의 A는 왜 수습이 귀찮게도 그런 곳에서 자살을 한 것일까. B는 건물주가 준 마스터키로 문을 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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