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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작가 : 지평선
작품등록일 : 2017.10.31

30일 뒤에 지구가 운석에 충돌해 멸망한다.
지구의 멸망을 막으려는 영웅들의 이야기도 아니고,
멸망하는 지구를 분석하는 공상과학물도 아니다.

삶이 30일 남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 사람들의 버킷리스트.

 
D-25, 가을 서리
작성일 : 17-12-04 18:22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4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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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나, 현채, 연우, 소희. 그리고 김조이 선배.

 

 발표가 끝나고 교수님은 우리 조원 다섯 명을 전부 교수 연구실로 불러냈다.

 

 

 한 마디도 오고가지 않는 긴장되는 분위기가 교수님이 나타날 때까지 계속됐다.

 

 그리고 교수님이 나타나자 잠깐 그 긴장된 분위기가 흩어졌다.

 그러나 교수님이 앉아서 다섯 명을 한 명씩 천천히 응시하는 동안 우리의 얼굴이 다시 서서히 굳어갔다.

 

 

 "제가 왜 5조 조원들을 불렀는지 아세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꽉 막히고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알 수 없는 감정의 체기가 나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조별과제 발표는 발표하는 날 발표자만 보고 평가하는 게 아니에요. 각자 역할 분배는 잘 되었는지, 얼마나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 했는지도 평가하는 겁니다. 조사자들은 조사를 잘 했는지, 발표자는 발표 준비를 잘 했는지. 또 마지막으로 조원들 간에는 얼마나 원활한 소통과 배려가 있었는지도 봅니다. 이 모든 걸 아울러서 평가하는 거에요."

 

 보통 국어국문학과 전공 강의들은 전공하는 학생들만 꾸역꾸역 듣는 지겨운 수업이 대부분이었다.

 그 중에서 유일하게 타과생들도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교수님이 바로 이 교수님의 수업이었다.

 여교수님이다 보니 다른 남자교수님들보다 하이톤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수업하셔서 귀에도 쏙쏙 잘 들어오고,

 특유의 젊고 에너지 넘치는 분위기와 센스를 겸비하셔서 인기가 좋은 교수님이셨다.

 게다가 공부하는만큼 점수가 나오도록 채점하셔서 흔히 선배들이 추천해주는 꿀강의였다.

 

 이런 좋은 수업해주시는 좋은 교수님께 이런 안 좋은 일로 눈도장이나 찍다니….

 

 

 "5조는 팀워크 점수에서 다른 조들 중 제일 낮은 최하점을 받게 될 거에요."

 

 교수님은 우리를 번갈아 보면서 말씀하셨다.

 

 

 "여기에 대해 뭔가 할 말이 있는 사람은 해도 좋아요."

 

 할 말이 많았다.

 왜 애초에 자료수합을 맡았던 내가 발표 단상 앞에 서야만 했는지,

 누군가는 조장이면서 과제를 위한 회의는 커녕 수업에도 잘 나오지 않았고,

 또 누구는 잘 안 풀리니까 남의 일인 것처럼 다 떠넘기고 가버렸다고.

 

 하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더이상 무슨 말을 했다가는 나도, 우리 조도 전부 나락으로 떨어질 것만 같았다.

 

 

 

 "이거 제가 준비한 발표자료에요."

 

 김조이 선배가 A4용지 더미와 파일 클립에 꽂혀 있는 자료들을 책상 위로 올렸다.

 그 사이로 우리 조가 준비한 PPT자료 인쇄물도 보였다.

 

 "제가 그동안 일이 있어서 수업에도 잘 참여 못하고 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발표자로서 우리 조에 피해 주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교수님."

 

 그 순간 맞은 편에 앉아있던 소희와 현채의 얼굴이 보였는데, 둘 다 어이가 없어 콧웃음이 새어나오는 눈치였다.

 

 

 "김조이 학생. 학생은 발표자이기 전에 조장 아니었나요? 조장은 조에 피해를 주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조를 이끌어가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그 일이라는 게 뭐였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김조이 선배는 조금 놀라는 눈치더니 바로 말을 잇지 못했다.

 

 

 "병원에 있었습니다."

 

 "병원? 어디 아팠나요? 입원했던 거에요?"

 

 "네…."

 

 "어디가 어떻게 아팠죠? 병결 처리 할 수 있었을텐데 왜 무단 결석까지 하면서 일을 이지경까지 만들었어요?"

 

 김조이 선배는 교수님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어쨌든 따로 발표를 준비했다고 해도 그건 인정할 수 없어요. 본인이 병원에 있었다는 걸 증명할 자료도 없고, 결국 발표는 장노을 학생이 했잖아요? 게다가 조원들이 김조이 학생이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PPT에서 이름까지 뺐어요."

 

 "…그렇지만 저도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 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발표를 망친 건 저니까 다른 애들 점수에는 큰 영향이 없었으면 합니다."

 

 "그럴 순 없어요. 이건 조별과제고, 팀워크도 점수에요."

 

 교수님의 완고한 태도에 김조이 선배도 더이상 뭐라고 말을 덧붙이지는 않았다.

 

 

 "혹시 다른 조원 중에 하고 싶은 말 있는 학생은 하세요."

 

 할 말이야 많겠지만 다들 그냥 속으로 삭히는 듯 했다.

 

 우리는 별 소득없이 연구실을 빠져나왔다.

 

 

 

 

 

 "PPT에 내 이름 왜 뺐어?"

 

 김조이 선배는 교수연구실에서 조금 멀어졌다 싶을 때쯤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약이 바짝 오른 14학번 선배는 15학번 새내기들을 곧 잡아먹기라도 할 듯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넷 중 그저 가만히 '선배님 잡아드십쇼'하고 있을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솔직히 선배가 회의도 한 번도 참여 안 하고, 수업도 안 들어오고, 카톡도 다 씹었잖아요."

 

 "그래서 내 이름 뺐다고? 니가 빼자고 했어?"

 

 어쩐지 바른 말을 하는 소희가 더 기 죽는 분위기였다. 우리는 네 명이고 저 선배는 혼잔데….

 

 

 "선배 이름 빼자고 한 사람 저에요."

 

 김조이 선배가 내 쪽으로 돌아보았다. 그녀의 살벌한 기세에 살짝 겁이 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

 

 

 "너 바보야? 교수님들이 조별과제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팀워크야. 근데 PPT에서 조원 이름 뺄 생각을 해?"

 

 "참여 안 하셨는데 이름을 넣을 수는 없잖아요. 그건 그 강의실에서 열심히 참여하고 수업들은 모든 학생들을 기만하는 거에요."

 

 "너네가 PPT에서 이름만 안 뺐어도 어떻게든 둘러댈 수 있었어. 그러면 전부 팀워크 점수 안 깎이고 잘 넘어갈 수 있었다고."

 

 말을 하면서 김조이 선배는 자꾸만 열이 오르는지 그럴 때마다 앞머리를 뒤로 쓸어넘겼다.

 

 

 "그러면 선배는 아무것도 안 하시고 그런 식으로 저희랑 같은 점수 받으려고 하셨어요?"

 

 옆에서 현채가 거들었다.

 

 

 "너네 웃긴다. 나 어차피 출석 점수도 엉망이고 중간고사 때 학교 오지도 못해서 이미 망했어. 어차피 나가리였다고. PPT에서 내 이름 빼서 손해본 거 내가 아니라 너네라고. 그 얘기하는 거야 지금."

 

 "애초에 한 줄 카톡이라도 해주셨으면 이렇게까지 안 됐을 거 아니에요. 조장에 발표까지 하기로 하셔놓고 그대로 잠수 타셨잖아요."

 

 "지들이 다 하기 싫어서 나한테 떠넘길 땐 언제고. 그리고 아까도 교수님한테도 말했듯이 나 병원에 있었어. 그래서 연락 못 한거야."

 

 김조이 선배는 당당했다. 그리고 우리는 묘하게 설득당할 것만 같았다.

 

 

 한참을 가만히 듣고 있던 소희가 입을 뗐다.

 

 "아파서 출석은 못 하시면서 인스타는 잘만 하시던데요? 매번 이런식으로 조별과제 무임승차 하셨어요?"

 

 "뭐?"

 

 "다른 14학번 선배들이 그러던데요? 김조이 선배 조별과제하면 매번 아프다고 하면서 먹튀한다고."

 

 "이게 미쳤나-"

 

 김조이 선배가 손바닥으로 소희의 머리를 후려갈겼다.

 아악, 인문대학 2층 복도에 소희의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짧게 울렸다.

 

 김조이 선배는 그걸로 분이 안 풀렸는지 하의힐 신을 발로 쓰러진 소희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선배한테 먹튀? 15학번 위아래 없다더니 소문이 사실이었구나. 이 미친년이 진짜."

 

 "아악, 왜 때려? 지가 잘못해놓고 교수님 앞에서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질 않나. 미친년이 누군데?"

 

 소희도 이제는 눈에 뵈는 게 없는지 벌떡 일어나 한마디도 지지 않고 얼굴을 들이밀며 소리질렀다.

 

 

 "소문은 니가 더 더럽잖아. 병원? 병원 왜 갔는데? 뭔가 떳떳하지 못하니까 교수님한테도 말 못했겠지."

 

 그 말에 김조이 선배가 멈칫했다. 말문이 막힌 표정으로 소희를 노려보고만 있었다.

 

 

 "이제 그만해요. 이런다고 팀워크 점수가 오르는 것도 아닌데."

 

 나는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을 말리는 대신, 현채와 연우를 데리고 인문대학을 빠져나왔다.

 

 

 

 

 

 

 

 

 

 

 

 

 

 

 

 

 

 

 

 

 

 

 

 또 너와 만났다.

 아침에 운동을 하면 끝난다던 너의 하루를 조금이라도 더 늘려주고 싶어서.

 

 

 

 "나 궁금한 게 있어."

 

 "뭔데?"

 

 태양을 받는 하태양. 몇 번을 보아도 나는 네 눈동자가 무슨 색이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가 없다.

 뭔데,라는 부드럽고 칼칼한 목소리도 내가 떠올릴 수 있는 단어로 나의 느낌을 정의할 수가 없다.

 

 

 "임혜성이랑 양소희 사겼어?"

 

 "…뭐야 그게. 뜬금 없이."

 

 너는 헛웃음을 쳤다. 그러더니 내 표정이 진지한 걸 발견하고 더욱 당황스러워 한다.

 

 

 "사겼는지 아닌지 그런 걸 내가 어떻게 알아?"

 

 "너 임혜성이랑 친했잖아. 우리 학번에 남자는 너네 둘뿐이었지 않나? 그래서 더 친했고."

 

 "이봐요, 장노을씨. 보이는 게 다가 아니거든요?"

 

 

 너는 그렇게 누군가를 가르치는 말투로 시큰둥한 척 내뱉어도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하지 않는다.

 내가 너를 좋아해서 그런 게 아니라, 누구도 너와 대화를 하면 그렇게 느낄 것이다.

 

 

 "지금 친하다는 게 아니고, 학기 초에는 친했잖아. 그러니까 알 수도 있지. 둘이 사겼는지 아닌지."

 

 "나 걔랑 학기 초에도 별로 안 친했는데. 그리고 그게 왜 궁금한데?"

 

 "그냥 예전부터 궁금했어."

 

 "그럼 직접 물어보지 그랬어? 네가 임혜성하고 더 친했잖아."

 

 "그런 걸 어떻게 직접 물어봐. 뻘쭘하게."

 

 뻘쭘한 표정까지 지으며 그 상황을 상상하는 나를 보며 너는 슬며시 미소를 띠었다.

 

 

 "나도 안 친해서 잘은 모르지만 아마 안 사겼을 거야."

 

 "왜 그렇게 생각해?"

 

 "우리 과처럼 좁고 소문 잘 도는 데가 또 어딨어? 사겼으면 벌써 다 소문났지."

 

 "몰래 사겼을 수도 있잖아."

 

 "아닐거야. 둘 다 사교성 좋고 외향적이라 사람 만나는 데 거리낌이 없잖아. 그게 남자든 여자든. 그래서 그렇게 보였던 걸 거야."

 

 나는 너의 말에 수긍했다.

 맞는 것 같기도 했다.

 

 

 "근데 둘이 사겼는지 아닌지가 너한테 중요해?"

 

 너는 조금 심술궂게 물었다.

 

 

 "누가 중요하대? 그냥 궁금하댔지."

 

 "네가 임혜성 신경 쓰는 게 신경 쓰여."

 

 "헐. 신경 쓰는 거 아닌데? 전혀 관심 없는 사람이니까 내 성격에 이렇게 대놓고 물어볼 수 있는거야."

 

 "네가 임혜성이랑 친하게 지낼 때도 신경 쓰였어."

 

 

 내가 임혜성이랑 뭐 얼마나 친했다고….

 

 

 "나 임혜성이랑 안 친했어. 오히려 별로였어. 네 말대로 과 생활 하는 남자 동기가 나랑 걔밖에 없으니까 그래 보인 거지."

 

 "왜 사이가 안 좋았던 거야?"

 

 "서로 안 맞았어."

 

 조금 어두워진 너의 표정.

 

 

 "왜, 그런 거 있잖아."

 

 "이상하네. 둘이 되게 비슷해 보였는데. 겉으로 볼 땐."

 

 

 "처음엔 나도 그랬지. 근데 언제부턴가 좀 싸하더라고."

 
작가의 말
 

 모두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한 일주일 보내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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