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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백제의 한
작가 : 바위
작품등록일 : 2017.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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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통한 가능성 있는 허구, 그 상상의 날개를 펼치다.

 
백제의 한
작성일 : 17-12-04 16:29     조회 : 261     추천 : 0     분량 : 13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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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식의 모반사실을 알게 된 누군가가 은밀하게 병영을 빠져 나갔다. 예식의 모반을 의자에게 고변하기 위함이었다. 예군은 거사를 위한 연설을 하면서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의자가 사실을 안다 해도 어쩌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설사 선수를 친다 해도 상관이 없었다. 의자의 선수는 거사의 명분을 줄 뿐이라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다.

  “어라하, 기어코 예식이 오늘 밤 모반을 일으킬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전면전을 치러야할 텐데 우리가 수적으로 불리합니다.”

  “무슨 방법이 없겠는가.”

  “지금이라도 복신과 흑치상지가 있는 임존성으로 피하셔야 합니다.”

  “놈들의 감시가 철통같을 텐데 어떻게 말인가.”

  “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전면전을 벌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군호에서 모은 군사와 제가 데려온 군관들이 죽기로 저들과 싸우는 틈을 이용해야 합니다.”

  국담은 의자에게 양측의 군사들이 대치해 싸우는 동안 벼랑길을 이용해 탈출하자고 말했다. 4일 전 사비성에서의 탈출방법과 같은 것이었다. 국담은 이를 위해 배와 사공을 미리 준비해 두었다.

  “백성들을 버리고 또 나만 살겠다고 도망을 쳐야 하다니. 참으로 내 신세가 기막히구나.”

  “어라하, 어라하께서는 도망을 치시는 것이 아닙니다. 백제를 위해서 옥체를 보존하시려는 겁니다. 부디 옥체를 보존하는 일만 생각하십시오.”

  의자는 우두망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느새 검게 물든 하늘이 대지를 이불처럼 덮고 있었다. ‘오늘은 별똥별이 떨어지지 않겠지.’ 의자는 여전히 별똥별을 의식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대수롭게 여기지도 않았던 그 별똥별이 그토록 암연하게 느껴지다니. 설마 이대로 백제가 망하려나. 내가 저 예식 놈에게 붙잡혀 소정방의 포로가 되려나.’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그런 치욕은 당할 수 없다. 만약 그리 된다면 반드시 죽고 말리라.’ 별똥별을 의식하는 순간부터 의자의 마음은 초조하고 무력해졌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예식을 찢어죽이고 싶었다. ‘제 놈들이 백제에 입은 은혜가 얼마거늘. 제 놈들 살겠다고 나라와 백성을 팔아먹는 나쁜 놈들. 저 놈들만 협조한다면 백제는 아직 희망이 있는데. 정말로 안타깝고 안타깝도다. 하지만 이제는 이판사판이다. 그래도 대낮 같으면 어찌 해보련만···.’ 상황이 급박해지자 지방군 운운하며 낮에는 움직일 수 없다던 의자의 생각이 후회로 바뀌었다.

  하기야 대낮이라면 백성들을 등에 업고 군호에서 모집한 군사와 국담을 방패삼아 임존성으로의 피신을 시도해볼 것이다. 하지만 의자는 지방군과의 신의를 지켜야 한다는 명분과 미련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더구나 명분없이 함부로 선수를 칠 수도 없다. 아무리 모반의 고변이 있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북방의 실권자는 예식이었기 때문이다.

  “예식은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는가. 차라리 선수를 치면 어떨까.”

  “어라하, 잠시만 기다려 보시지요. 철저히 준비를 해 두었으니 쉽사리 당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과거의 의자 같았으면 불같이 호통을 치면서 먼저 치라고 명령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국담을 믿고 의지해야만 하는 처지였다. ‘국담의 말이 맞다. 내가 선수를 친다면 놈은 어떤 구실을 대서라도 자신의 모반을 정당화할 것이다. 놈이 먼저 움직일 때를 기다려 전면전을 벌이면 된다.’ 의자는 초조해진 마음을 위로받기 위해 국담의 생각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자네 말대로 놈의 공격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군. 그래야 놈의 역적행위가 명백해지고 군호에서 모집한 군사들과 백성들의 지지를 확실히 받을 수 있을게야. 그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임존성으로 갈 수 있는 퇴로를 만들 수 있지 않겠나.”

  “그렇습니다. 이제부터 전투태세를 갖추겠습니다.”

  “표시나지 않게 하게.”

 

  예군이 연설을 마치자 비사도리가 번개처럼 달려와 속삭였다. 예군의 눈이 동그래졌다.

  “알겠다. 너는 다시 사비성으로 돌아가라.”

  비사도리가 또 다시 달렸다. 예군은 즉시 전열을 정비하고 예식을 찾아갔다.

  “방령, 일부의 연합군 놈들이 이곳으로 출발했다는 비사도리의 보고일세. 사태가 심각해졌어. 아무래도 선수를 쳐야겠네. 당장 명령을 내려 주시게.”

  “연합군이요? 그것도 일부가? 뭔가 좀 이상합니다. 오려면 전군이 와야지 일부라니요.”

  “일부든 전군이든 놈들이 이곳을 향해 오고 있다지 않은가.”

  “함정일 수도 있습니다. 조금 더 기다려 보시지요.”

  “자네 정말 일을 망칠 셈인가.”

  “일부라면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무슨 수작인지 알고 대처해도 늦지 않아요. 그나저나 오늘 밤 우리가 거사를 한다는 사실을 어라하도 알고 있을까요?”

  “으이그, 당연히 알겠지. 우리 군에도 분명 쥐새끼가 있을 테니. 의자도 알라고 일부러 표 나게 연설을 했네.”

  “잘 하셨습니다. 어라하가 알면 길길이 뛰겠지요? 그리고 저를 잡으라고 할 것입니다. 그 때가 기회입니다. 소정방의 답신은 그른 것 같고 명분이라도 얻어야 거사가 좀 편해질 것 아닙니까.”

  “명분은 무슨 명분. 어차피 우리는 후대에 배신자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네. 의자는 우리가 명분을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명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네. 우리에게 명분은 소정방의 답신뿐일세. 당에 명분을 얻으면 그만이지 그까짓 백제에 명분을 얻어서 뭐에 써먹나. 우리가 거사를 밤으로 늦춘 이유를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경우에 따라서는 신중한 성격보다 급한 성격의 소유자가 내린 판단력이 더 정확할 수도 있다. 예군은 대낮에 거사를 하면 백성들이 동요할까봐 거사를 밤으로 미루지 않았느냐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예식은 입맛을 쩝쩝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조금만 더 기다려 보시지요. 백성들이 빤히 보고 있는 이상 누가 먼저 도발을 했느냐가 중요합니다. 어라하가 사실을 알았다면 분명 우리를 잡아오라는 명을 내릴 것입니다. 우리는 아직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에 증거가 없지 않습니까. 그러면 우린 발뺌을 하는 척 하다가 이렇게 외치며 칼을 빼면 됩니다.”

  - 백성을 버리고 도망친 어라하가 나라가 망할 위기에 놓이자 드디어 미쳤다. 어라하가 미쳐 죄 없는 웅진성의 충신들을 잡아 죽이려 한다. 어라하는 천하의 충신인 성충과 흥수를 죽인 사람이다. 우리는 성충과 흥수처럼 억울하게 죽을 수는 없다. 나라를 망하게 한 어라하를 더 이상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우리가 똘똘 뭉쳐 어라하를 단죄하고 백제를 살려내자.

  “아이고 참, 방령도. 아, 어제만 해도 무조건 들이치자고 방령이 먼저 말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제 와서 명분타령이나 하고 기다려 보자니, 참으로 답답하네 그려. 그러다가 의자가 끝내 움직이지 않으면 어쩔 것인가.”

  “죄송합니다 형님, 어라하는 어차피 우리 손 안에 있으니 두 시간만 기다렸다가 치십시다. 그 땐 제가 적극 앞장서겠습니다.”

  예군의 말처럼 어제만 해도 의자를 치겠다며 앞장을 섰던 예식이었다. 그런데 하루 밤이 지나고 막상 거사를 치르려하니 예식의 마음은 또 다시 갈팡질팡 했다. 그만큼 예식에게 있어 나라를 배신한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명분은 예식에게 커다란 힘이 되어줄 것이다. 물론 소정방이 주는 명분이 가장 크겠으나 그 명분을 얻지 못할 바에는 백성들에게라도 명분을 얻어 배신이 아닌 혁명으로 탈바꿈 시키고자 발버둥 치고 있는 예식이었다.

  그 때 밖에서 보초병이 누군가와 주고받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렸다.

  “무슨 일이냐?”

  “웬 놈이 장군을 뵙자고 합니다.”

  “어떤 놈이, 들라 해라!”

  남루한 차림의 백성이었다. 그는 퀭한 눈빛으로 예식 앞에 무릎을 꿇었다.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저는 나당연합군의 대총관 소정방장군이 보낸 밀사입니다. 눈들을 피해 오느라···.”

  “뭐, 뭐라고? 네, 네 놈이 대총관의 밀사라는 사실을 어찌 아느냐?”

  “어쨌든 이 서신을 좀 보십시오.”

  대단한 횡재였다. 그렇지 않아도 목이 빠지게 소정방의 답신을 기다리고 있던 예식이었다. 밀사가 진짜든 가짜든 일단 편지를 읽어보는 것이 순서였다.

  “바, 방령. 어서 읽어보시게.”

  서신을 받아든 예식의 손이 심하게 떨렸다. ‘어떤 내용의 글일까. 의자를 잡아다 바치면 좋다고 하겠지만, 부와 명예를 보장하겠다는 답신이 아니라면 공이 반감된다.’

  “혀, 형님. 이것 좀 보십시오. 소정방이 우리의 뜻을 흔쾌히 받아들이겠답니다. 연합군의 일부도 원병이랍니다.”

  검게 퇴색된 예식의 얼굴에 화색이 만연했다.

  “거, 당연한 것 아니오? 백제의 왕을 잡아 바치겠다는데 돌지 않고서야 싫어할 리가 없지. 내 그럴 줄 알았네. 어차피 그럴 거면서 왜 이리 답신이 늦었누.”

  “이제 됐습니다. 우리는 당나라에게 확실한 명분을 얻었습니다. 사실, 소정방에게 서신을 보내놓고 나서 꽤나 찜찜했습니다. 놈이 거절이야 하지 않겠지만 우리가 원하는 답신이 아니라면 헛물만 켜는 꼴이 되지 않습니까.”

  “어쨌든 응수를 타진해 본 건 잘한 일일세. 답신이 오든 말든, 좋든 나쁘든 놈들에게 우리가 하려는 일을 알린 셈이니 이 일은 명실 공히 우리의 공일세. 다행히 좋은 소식이 왔다고 하니 하늘이 돕고 선조들이 도왔네 그려.”

  순간, 예식은 소정방의 서신에 의심을 품었다.

  “하지만 형님, 저 서신이 소정방이 보낸 것인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습니까. 저 서신이 소정방이 보낸 것이 아니라면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연합군의 일부가 움직였다는 비사도리의 말도 이상한 마당에 저 서신이 누군가의 음모라면···.”

  “하기야 그렇군. 그렇다면 저놈을 족칠 수밖에.”

  “형님, 족칠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서신의 필체와 인장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예식은 소정방의 필체와 인장을 잘 아는 감정사를 데려와 확인을 했다. 결과는 소정방의 것이 틀림없었다. 이때 또 다른 전령이 도착했다. 그리고 잠시 시간을 두고 소정방의 전령들이 속속 도착해 같은 내용의 답신을 내밀었다. 그들은 모두 신라인이었다. 그들이 백제인이 아니라면 확실한 것이다.

  “이 작전을 누가 모색했느냐?”

  “김유신 대장군입니다. 장군께서는 전시에 오가는 서신이 잘못하면 강탈당할 수도, 변조될 수도 있다, 고 말씀하셨습니다.”

  ‘과연 김유신은 주도면밀한 자로구나.’ 예식은 김유신의 치밀함에 존경심마저 일었다. ‘모든 일이 잘되었으니 이제 어라하를 잡기만 하면 된다.’

  “그거 보십시오 형님, 기다리기를 잘했지 않습니까?”

  예식은 신라의 전령 모두에게 같은 내용의 서신을 써 돌려보냈다. 예식의 서신은 이랬다.

  - 대총관, 소인의 뜻을 그대로 받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황은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반드시 거사를 성사시키겠습니다. 거사는 오늘 밤에 거행할 것이며 늦어도 내일 아침까지는 의자를 잡아 바치겠습니다. 그럼, 사비성에서 뵙겠습니다.

  예식의 마음이 바빠졌다. 원병이 오기 전에 거사를 성사시켜야 오로지 자신의 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의자가 웅진성으로 파천한지 4일째인 660년 7월 17일 오후 11시가 조금 넘는 시간이었다.

  *

  새벽녘에야 임존성으로 돌아온 흑치상지와 사타상여는 복신보다 먼저 지수신을 찾았다. 웅진성으로 가자고 안달복달하는 복신과 군사들의 모집상태 등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좌평께서는 어찌하고 계시는가. 군사들은 얼마나 모아졌나?”

  “조금 전까지 노발대발하다가 술을 잔뜩 먹고 주무십니다.”

  “술?”

  흑치상지의 머릿속에 술이 아른거렸다.

  “그보다 소정방에게 이런 서신이 왔습니다.”

  “소정방?”

  흑치상지는 거칠게 봉투를 열어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 백제의 귀족 및 성주들은 들어라. 너희 백제는 이미 멸망 직전에 있다. 너희의 왕도 너희 귀족들의 손에 잡혀 내게 무릎을 꿇을 것이다. 저 웅진성의 북방령 예식이 너희 왕을 잡아 나에게 바친다고 했다. 나는 당 황제폐하를 대신해 의자를 잡아온 예식을 극진하게 대우할 것이다. 왕이 항복한 이상 백제는 없다. 더 이상 두더지처럼 숨어 있지 말고 저 예식을 닮아 훌륭한 선택을 하라. 그러면 대 당국의 은혜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쓸데없는 수작을 부린다면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가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 놓겠다.

  회유라고는 하나 무시무시한 협박이었다. 김유신은 좀 더 부드럽게 회유를 하라고 조언했지만 소정방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어차피 의자를 잡게 된 이상 백제는 끝난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설사 귀족들이 부흥운동을 한답시고 반기를 들지언정 겁날 것이 하나도 없었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대군을 몰아 쓸어버리거나 상황을 봐서 철군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유신은 달랐다. 국표가 말했던 흥망계절의 정신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김유신은 백제의 귀족들을 지나치게 몰아치면 틀림없이 반기를 들것이고, 그들의 부흥운동은 백성들을 움직여 백제 전역으로 퍼져 나가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소정방이 이와 같은 서신을 백제 전역의 각 귀족들에게 보냈다고 합니다. 이렇게 안하무인일 수가 있습니까?”

  지수신이 노기를 띠자 흑치상지는 설핏 웃으며 어차피 그게 그거다, 라고 말했다.

  “그게 무엇입니까?”

  흑치상지는 다급한 목소리로 물어보는 사타상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소정방은 백제를 정복한 연합군의 대총관일세. 황제를 대신한 대 당국의 장군이란 말이지. 그런 그가 저 자세로 나올 필요가 없지. 허나 예우는 할 만큼 하지 않았나. 항복하면 극진하게 대우한다고 하고 있잖아.”

  “그건 왕을 잡아 바치는 저 예식 놈의 경우고요. 항복하면 우리한테는 무슨 은혜를 베푼다고 하는데, 그 은혜가 뭐냐고요.”

  “일단 두고 보세나. 그나저나 저 예식이라는 자는 정말로 배은망덕한 나쁜 놈일세. 제 놈의 영달을 위해 감히 어라하를 잡아 바친다는 말인가. 그건 백제를 통째로 들어 바치는 행위란 말이야.”

  흑치상지는 재빠르게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백제는 망조가 들은 나라였다. 어라하는 지난날의 총기를 잃었으며 귀족들은 분열됐다. 지금의 왕조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당나라 놈들이 과연 항복한 귀족들과 우리 백성들의 안위를 보장해 줄까. 그렇다면 백제는 당의 속국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신라가 접수를 한다면 백제는 영원히 사라지고 만다. 내가 예식의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나는 죽어도 어라하를 배신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라하와 함께 싸웠을까? 그렇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럼, 나는 뭔가.’ 흑치상지는 상황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흑치상지는 머리가 어질어질해 술을 찾았다.

  “지금으로써는 어떠한 선택도 하지 못하겠네. 일단 한 숨 자고 보세. 술이나 좀 가져와라.”

 

  시끌벅적한 소리에 흑치상지가 술에서 덜 깬 목소리로 짜증을 냈다. 복신은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 흑치상지의 침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자네 지금 뭐하고 다니는 겐가. 도대체 어딜 쏘다니다가 자고 있냐고!”

  “좌, 좌평어른. 사비성의 상태를 살피고 오느라 좀 늦었습니다.”

  “사비성은 왜!”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바른 판단이 설 것 같아서.”

  복신이 퀭한 눈으로 달려왔을 때만 해도 의자의 다급함에 동조를 할 것처럼 보였던 흑치상지였다. 한데 흑치상지는 이제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복신은 복창이 터졌지만 흑치상지를 어쩔 수는 없었다.

  “자네 지금 내 말을 못 믿는 건가? 웅진성에 어라하께서 잡혀 계신다고 하지 않았나. 어서 가서 저 예식 놈으로부터 어라하를 구해야 한다고. 내가 벌써 여기서 며칠째 발이 묶여 있네. 그새 어라하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다 자네 책임이야. 지금이라도 어서가세, 어서가!”

  “지수신 장군, 군사들은 얼마나 모았소?”

  흑치상지는 이미 임존성의 상비군과 주변의 군호에서 만 명을 모았고, 서방에 속한 군과 성에 있는 사람들을 모으면 3만은 가능하다, 고 한 지수신의 말을 떠올리며 모르는 척 물었다.

  “단 하루 만에 얼마나 모을 수 있었겠습니까. 기존의 군사에 오천을 더 모았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만 오천의 군사라는 말이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이 군대를 몰고 웅진성으로 달려간다면 틀림없이 의자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흑치상지의 머릿속은 여전히 갈팡질팡했다. ‘어라하를 구한들 지금의 어라하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어라하를 그냥 둘 수도 없다.’

  “3만이 되려면 아직 멀었군. 내가 직접 군사를 모으러 나간다면 적어도 내일까지 3만은 충분할 거야.”

  “무슨 미친 소린가. 오늘로 어라하께서 파천하신지 4일째야 4일째. 어라하께서는 피가 마른다고. 이러다가 정말 예식 놈이 어라하를 잡아 바치면 우리 백제는 끝이야 끝. 자네도, 나도 끝이란 말일세.”

  끝. 복신이 침을 튀기며 강조한 ‘끝’이란 말에 흑치상지는 머리가 조금 맑아지는 것 같았다. ‘차라리 끝이라면 다시 일으킬 수 있다. 지금처럼 어라하를 놓고 밀고 당겨봐야 답은 없다. 어라하는 엄연한 대 백제의 왕이시다. 그런 어라하를 연합군 놈들이 어찌 한단 말인가. 어라하를 잡아 바친 예식 놈도 대우를 한다는데 어라하는 틀림없이 그보다 훨씬 좋은 대우를 받으실 것이다.’ 드디어 흑치상지의 생각이 굳어지고 있었다. 그는 지금 예식이 의자를 배신하여 소정방에게 들어 바치는 일을 묵인하려는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백제를 당나라가 접수하여 속국으로 둘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좌평어른, 술이 아직 안 깨서 머리가 어질어질 합니다. 조금만 더 자고 제가 직접 나가 군사를 모으겠습니다. 하루만 더 모으면 3만이 됩니다. 3만이 되는 대로 함께 웅진성으로 달려가시지요.”

  도대체가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달솔인 흑치상지보다 높은 좌평이라고는 하나 서방의 명령권이 없던 복신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

  구마노리성의 여자진은 소정방의 서신을 받고 온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서신에 의하면 웅진성의 성주이자 북방령 예식이 의자를 잡아 바칠 것이다. 예상하고 있던 일이 공공연한 사실로 공표된 것이다. 더구나 방자한 표현으로 협박을 하며 항복을 강요하고 있는 내용의 서신이었다. ‘도대체 정무장군은 어찌된 일인가. 벌써 당도할 시간이 되었는데, 무슨 사달이 난 것인가.’ 여자진은 정무가 도착하는 대로 웅진성으로 달려가 의자를 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기다리는 정무는 오지 않고 반갑지 않은 땅거미만 어둑해지고 있었다. ‘오늘 밤에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말리라.’ 여자진은 직감적으로 의자의 위험을 감지했다. ‘그렇다면 나 혼자라도 쳐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다. 불과 오륙백 명으로 어찌 예식을 이길 수 있단 말인가. 경솔히 움직였다가는 아까운 군사들만 잃는다. 역시 정무장군과 힘을 합쳐 들어가는 길밖에 없다. 정무장군님은 왜 오지 않고 있는 것일까.’

  “여봐라, 지금 당장 두시원악으로 달려가 정무장군을 모시고 와라!”

  여자진은 불같은 명령을 내리고 웅진성을 향해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어라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내 반드시 어라하를 구해내겠습니다.”

 

  여자진의 명령으로 두시원악으로 달려간 전령은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깜짝 놀랐다. 깜깜한 밤에 거대한 무더기들이 엉겨 붙어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는데 마치 패거리로 나뉜 개떼들의 싸움 같았다. 그들은 지옥의 마왕에게 영혼이 팔린 악귀처럼 기괴한 소리를 질러대며 때리고 찌르고 물어뜯고 있었다. 수많은 전쟁을 치러온 전령이었지만 그렇게 치열한 전쟁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정무장군과 신라 놈들이 싸우고 있구나.’ 전령은 눈알을 재빠르게 돌려가며 정무를 찾았다. 하지만 검은 먼지세상에서 누군가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성을 버리고 왜 이 벌판에서 싸움을 하는 건가. 어쨌든 반드시 정무장군을 찾아야 한다.’ 전령은 전쟁터를 빙 둘러 양치기 개처럼 뛰어 다녔다. 전령이 정무를 발견한 건 신라의 병영과 아주 가까운, 나지막하고 평평한 바위 위였다. 정무는 그 바위를 오르내리며 신라의 군사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한 번씩 칼을 휘두를 때마다 두세 명의 목이 떨어져 나갔다. 정무가 바위로 오르내리는 모습이 새처럼 가볍게 보였다. ‘무거운 갑옷을 입고도 저렇게 날렵할 수 있다니···.’

  반면 대부분의 백제 군사들은 갑옷대신 잿빛저고리를 입고 있었다. 칼과 몽둥이를 무지막지하게 휘두르는 장정들의 모습이 미친개들을 때려잡는 것처럼 보였다. 장정들의 몸놀림은 갑옷을 입은 신라 군사들보다 빨랐지만 창과 칼에 찔리면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웃통을 벗어던지고 싸우는 장정들도 적지 않았는데 여기저기 상처를 입어 피가 뚝뚝 떨어졌다. 그들이 흘린 피로 들판의 잡초들이 검게 번들거렸다.

  “장군, 정무장군!”

  전령이 목이 터져라 정무를 불렀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죽고 죽여야만 하는 미친 전쟁터에서 군사들이 쏟아내는 괴상한 소리들이 마구 뒤엉켜 거대한 기계음을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목적을 달성하려면 장군이 있는 곳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다. 그러면 나에게 맡겨진 중대한 임무는 수행할 수가 없다.’ 전령은 너무나 두렵고 초조한 나머지 똥을 찔끔거리며 오줌을 지렸다. 하지만 자신은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정무만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필시 두시원악의 군사들이 몰살될 것이다. 모두가 넋이 빠져 있구나. 안 되겠다. 죽음을 각오하고 장군께 가야한다. 가서 여자진 장군의 말씀을 전달해야 한다.’

  드디어 전령이 지옥의 입구에 다다랐다. 신라의 병사 한 명이 전령에게 칼을 휘둘렀다. 구마노리성에서 최고로 민첩하여 정무에게 보낼 전령으로 뽑힌 그였다. 전령은 가볍게 칼을 피하며 단도로 신라병사의 멱을 따 버렸다. 몇 명의 멱을 땄던가. 멀지않은 곳에 정무가 보였다. 전령은 다급한 마음에 몸을 잔뜩 고푸리고 군사들의 가랑이 사이를 기다시피 달려갔다. 순간, 아랫배가 따끔했다. 갑옷의 틈 사이를 비집고 누군가의 칼이 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칼에 찔렸다는 의식은 들지 않았다. 조금씩 힘이 빠져나갈 뿐이었다. 전령이 정무의 곁으로 바짝 다가갔다.

  “장군님, 정무장군님!”

  전령이 허기진 목소리로 정무를 불렀다. 정무가 전령을 돌아봤다. 기어이 목적을 달성하려는 순간이었다. 그때 전령의 왼쪽 어깨가 뻐근해지면서 급소에 비수가 꽂혔다. 전령의 허리가 직각으로 꺾였다.

  “허걱!”

  전령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뒷목을 부여잡았다. 신라 군관의 칼이 이번엔 뒷목을 후려친 것이다. 전령은 단도로 신라 군관의 목을 찔러 쓰러뜨린 뒤 바위에 오른 정무의 앞에 섰다.

  “자, 자, 장군님! 저는 여자진장군의 전령입니다. 오, 오늘 밤 예, 예식이 어라하를 칠 것이라고 합니다. 어, 어서 후, 후퇴를······.”

  전령은 말을 다 마치지 못하고 고꾸라지고 말았다. 전령의 죽음을 목도한 정무는 정신을 차리고 전세를 살폈다. 갑작스런 김흥원의 기습으로 끝내 수성을 하지 못했던 정무였다. 김흥원은 방어선에 파상공세를 가하여 약한 부분을 부수고 성내로 진입했다. 기세가 오른 대규모병력이 치고 들어오는 바람에 정무는 성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김흥원은 성에서 쫓겨나 벌판으로 내려온 정무를 그냥 두지 않았다. 성에서 죽은 백제 군사들만 오백이 넘었다. 정무는 지금 나머지 병력으로 김흥원의 대군과 결사항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령을 통해 정신을 차린 정무가 살펴본 전세는 엄청난 열세였다. 이대로라면 두 시간도 되지 않아 전멸할 것이 빤했다. 더구나 오늘 밤 웅진성의 예식이 의자를 도모한다고 했다. 정무는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멀찌감치 머물러 있는 김흥원의 막사를 쳐다보았다. ‘웅진성 방향이다. 후퇴를 해도 웅진성 방향으로 해야 하는데 불가능한 상황이다.’ 김흥원의 막사 앞으로 배치된 천여 명의 화살부대도 보였다. ‘이런 낭패가 있나. 자칫하면 놈들의 화살에 맞아 뼈도 못 추리겠군. 저쪽 방향으로 후퇴를 못한다면 다시 칠악산으로 숨어들어가야 하는데 그리되면 여자진을 만나 어라하를 구할 수가 없다.’ 하지만 닥친 상황으로 봐서는 정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후퇴, 칠악산으로 후퇴한다!”

  김흥원은 정무가 패하여 도망을 치자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속이 시원했다. 막강한 군사력으로 매번 패배를 했던 김흥원이었다. 김흥원은 도망치는 정무군을 보며 이를 박박 갈았다.

  “도망치는 놈들을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김흥원의 명령에 신라 군사들이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백제군을 쫓았다. 멀리서보면 수천마리의 이리떼가 먹잇감을 향해 일제히 내달리는 것 같았다.

 

  아무리 기다려도 전령이 돌아오지 않자 여자진은 정무에게 커다란 불상사가 생겼음을 직감했다. 여자진은 이러한 내용을 조목조목 적어 개암사의 도침에게 보냈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이번에는 세 명의 전령에게 같은 내용의 서신을 맡겼다.

  “모두들 군장을 챙겨라. 지금 당장 정무장군께 갈 것이다.”

  오백여 명밖에 되지 않는 군사로는 도저히 예식을 칠 수 없었기에 반드시 정무를 만나야만 했던 여자진이었다. 정무가 잘못되었다면 그대로 군사를 돌려 웅진성을 칠 작정이었다. 비록 계란으로 바위치기지만 죽기로 싸워 백제와 의자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여자진이 정무를 만나러 두시원악으로 가는 동안 능가산 개암사에는 장대같은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빈번하게 쳐대는 강력한 벼락이 웅장하게 치솟은 우금바위를 반쪽으로 쪼개놓을 것 같았다. 도침은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대청마루에 섰다. 번개가 치자 댓돌에 쪼그리고 앉아있던 누렁이의 털이 하얗게 변색됐다. 도침은 고개를 들어 우금바위를 올려다보았다.

  “우르르르르, 꽈광”

  세상을 파멸시킬 것 같은 천둥이 우금바위를 때리고 잠시 후 번개가 쳤다. 천둥은 귀가 있는 모든 생명체들의 고막을 찢을 듯 했고 번개는 몇 십만 볼트의 강력한 전기 충격기 같았다. 아무리 수양이 깊은 도침이라도 손으로 귀를 막지 않을 수 없었다. 누렁이는 댓돌에서 펄쩍 뛰며 깨갱, 하고 나뒹굴었다. 천둥으로 인한 번개는 하늘과 산의 구분 없애고 세상을 대낮처럼 밝게 만들었다. 그 순간, 도침의 눈에 똑똑히 보이는 것이 있었다. 우금바위, 천둥과 번개를 맞은 우금바위가 비수를 맞은 듯 예리하게 갈라져 붉은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던 것이다. 잠시 후, 갈라진 바위의 틈 사이로 잿빛연기가 빠져 나오는데 쉽사리 멈출 것 같지가 않았다. ‘지기(地氣)다! 바위에 가득 찬 지기가 새어 나오고 있다. 저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위에 지기가 가득 찼으면 머지않아 백성들의 봉기가 있을 것이라는 의미인데, 저 지기가 바위를 뚫고 오르고 있다면, 저것이 봉기의 신호탄인가. 그런데 째진 바위틈 사이로 흘렀던 붉은 피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도침은 바위가 피를 흘린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도침은 우금바위의 기묘한 현상을 보고 스승인 묘련대사의 말을 생각했다. 묘련은 평소 도침에게 바깥일에 신경 쓰지 말고 수행에 정진하되 나라가 위험에 처했을 때는 앞장서 구하라고 말해왔다. 어쨌든 도침이 목격한 우금바위의 조화는 봉기를 서두르라는 하늘의 명령과도 같았다.

  그렇지 않아도 도침은 정무가 다녀간 뒤 곧바로 개암사 주변의 성주와 백성들을 만났다.

  “사비가 불바다가 되고 어라하는 웅진성으로 파천했다. 이제 침략자들은 백제의 모든 것을 말살할 것이다. 우리의 부모와 자녀들은 침략자들의 노예가 되어 짐승처럼 살게 될 것이다. 백제의 불교는 한반도 불교의 정통성을 이어왔다. 나라가 무너지면 불교도 무너져 백제의 정신이 무너진다. 나는 백제와 백제의 불교를 지켜내기 위해 조만간 봉기를 주도할 것이다.”

  도침의 말은 적지 않은 성주와 백성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들은 도침의 말에 고무되어 봉기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봉기에 가담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얼마든 백성들의 존경을 받는 도침이 주도한다면 봉기에 가담하는 백성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도침이 개암사로 돌아온 뒤 소정방의 회유책이 개암사 주변의 성주들에게 전달되었으며, 그 회유책이 얼마나 먹힐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세상을 집어 삼킬 듯 때려대던 천둥과 번개가 거짓말처럼 누그러지며 660년 7월 17일의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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